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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공포물
책벌레의 식사-괴담 코디네이터
작가 : 이른끝
작품등록일 : 2019.8.31

옛날 사관이 믿지 못할 상황을 목격하게 된다.
사초에 쓰기에는 어 없고, 또 안 쓰기에는 사관으로서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래서 '책벌레가 이 부분만 갉아 먹었다.'고 백지로 놔뒀다.
그 당시에는.
사관들은 회의를 거쳐 그 백지 부분들을 뜯어내고 새로운 책 한 권을 만들었다.
그것이 바로 '책벌레의 식사.'다.

 
꽃무늬 원피스-7
작성일 : 19-09-16 23:49     조회 : 310     추천 : 0     분량 : 47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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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 우물 속에 사는 개구리는 바깥세상이 얼마나 넓은지 모른다. 작은 학급의 왕인 상철은 반 안에서 어떤 일이든 자신이 영향력 아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상철패거리부터가 어제 벌어진 사건으로 인해 균열이 간 지금, 결속력을 아무리 다져봤자 쓸모없는 짓이란 걸 그만 몰랐다.

  “뭘 모르는 소리.”

  석환이 팔짱을 낀 채 서서 코웃음 친다. 상철의 역린을 건드린 건 두말 할 필요가 없었다.

  “다시 말해 봐?”

  “뭐가 어렵다고. 다시 한 번 얘기해 줄게. 너 바보냐?”

  “강석환!”

  희천이 상철이 대신 역정을 냈다.

  “괜찮아. 괜찮아. 야, 너 너무 한다.”

  상철은 희천을 말리면서 웃는 낯으로 석환에게 항의했다. 속은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셋 중에 배신자가 나와서는 안 되기에 꾹 참았다.

  “어차피 경찰 오면 내가 다 뒤집어쓰게 돼 있어. 아니지, 일이 산불처럼 크게 번지겠네. 반 아이들이 알게 되고, 인터넷에 올리고, 뉴스에 나오겠네? 그땐 어쩔 건데.”

  석환이 흥분한 것 같았으나, 외려 상황을 냉정하게 파악하고 물었다.

  “파하하하…!”

  상철이 그의 말에 허리를 숙이며 쾌활하게 웃었다.

  “뭐가 웃겨?

  “…하하하. 야, 걔는 못해.”

  “뭘?”

  “경찰에 신고 못한 다고. 봐라! 그 새낀 졸보라 일을 크게 만드는 것 보다 이 상황을 더는 악화시키지 않았으면 할 거야. 어제도 집에 보내준다니까 원피스 입었잖아. 우리가 죽이기라도 한데?”

  상철이 희천에게 답을 구한다.

  “아니지. 우린 폭력은 써도 사람을 죽이진 않지.”

  어폐다. 이미 죽였다는 사실은 산화 된 듯 했다. 상철의 휘천의 말에 덧붙였다.

  “그래, 하기 싫으면 안 하면 돼! 하지만 걔 머릿속에는 죽을 수도 있다는 게 갈무리 돼 있는 거겠지. 그 말인 즉, 아침나절에 고민하다가 결정하고 학교에 온 거야. 우리가 더는 괴롭히지 않는 것으로 타협하자는 거지. 자신이 큰 카드를 들고 있다고 믿고 있어. 확실히!”

  상철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경찰을 불렀으면 애초에 같이 학교로 왔을 것이다. 하지만 혼자 왔다. 그리고 아직까지 선생님들이 상철 패거리를 찾는 소식은 없다. 그것으로 말미암아 지건이 아무런 항의도 하지 않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야, 지건이 외향은 어때?”

  난데없이 석환이 희천에게 물었다.

  “못 봤는데?”

  희천이 그걸 왜 나한테 묻냐는 투였다.

  “하아, 넌 누구한테 들었는데?”

  답답하다는 듯이 석환이 한숨을 내쉬며 물었다.

  “축구하다가 애들이 갑자기 멈추더라고 그래서 뭔가 했더니, 지건이잖아! 그래서 걸음아 나 살려라 달려왔지. 언뜻 본거야. 몸이 안 좋으니까 지금 나온 거 아니겠어?”

  “그렇단 말이지.”

  “뭐가 문젠데?”

  상철이 석환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따져 물었다.

  “그게 아까 일중이가 그러는데 지건이 몸에 붕대나 의료보조기 같은 게 하나도 없다고 해서.”

  “장난 하냐?”

  “장난 아니야!”

  석환은 상철의 태도가 매우 못마땅했다. 자신이 처한 위기를 인식하지 못하고, 주먹질로 해결하지 못할게 뭐냐는 어리석음을 뽐내고 있었다.

  “알았어, 새끼야. 정색하기는.”

  상철은 속으로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석환은 언제나 상철에게 맞춰줬지, 대드는 일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특별한 상황이다. 이들에게 왕으로서 위엄을 보여주면 더욱 자신의 위치가 공고해질 것이다.

  그러니 참자.

 상철은 스스로 그런 자신이 기특했다. 이 정도는 해야 학급의 왕이 될 자격이 있지. 암!

  “내가 이 상황에서 장난치겠어? 나도 직접 본 게 아니라, 일중이한테 물어 본 거라고. 녀석이 멀쩡하대! 믿을 수가 있어야지?”

  “넌 왜 못 봤는데?”

  희천이 진짜로 궁금해서 물었다. 그런데 그게 일종의 방아쇠가 된다. 창졸간 석환의 몸이 사시나무 떨듯했다.

  “…무서웠어.”

  읊조리는 석환의 말이 아이들의 귀에 꽂힌다. 그리고 그는 나지막하게 울부짖었다.

  “머릿속에 아른거려. 소주병 조각을 빼낼 때 지건의 눈이, 힘없이 내 발목을 잡았던 손이! 그리고 하얀 꽃무늬 원피스가 붉게 물들어가던 게… 지금 지건이 얼굴을 보며 미칠 것 같아서 볼 수 없었어!”

  석환이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며 괴로워했다. 갑자기 양호실에 적막이 흐른다. 아이들의 머릿속에 지건을 감쌌던 붉은 피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그만, 그만!”

  상철이 도리질 치며 몸을 일으켰다.

  “이런다고 달라질 거 없어. 마음 다잡아!”

  그리고 강하게 석환의 양볼을 잡았다. 짝!

  “정신 똑바로 차려. 평소와 다를 게 없이. 업신여기는 표정으로 그 새끼를 쳐다보는 거야. 할 수 있지?”

  “으, 응!”

  “목소리가 작아. 할 수 있지?!”

  “알았다고! 씨!!”

  “그래, 그래야 우리 석환이지.”

  상철이 석환의 볼을 톡톡 치고는 희천을 쳐다봤다. 희천은 다시금 손톱을 뜯고 있었다.

  “얘도 아니고 이게 뭐냐?”

  상철이 희천의 옷매무새를 만져준다.

  “어깨 당당히 펴. 넌 거만한 희천이야. 나한테도 막무가내로 덤비는 녀석은 너 뿐이라고.”

  “그래, 난 그런 인간 말종이지!”

  “맞아. 하지만 넌 자신이 미친놈이라는 걸 잘 몰라. 평범한 미친놈인 줄 알지. 내가 장담하는데 넌 정말 기괴하게 미쳤어! 내가 본 미친 놈 중에서 최고야!”

  “알아! 살아 있는 사람 따위가 무섭긴 뭐가 무서워. 가자!”

  희천이 각오를 다지며 외쳤다.

  “그렇지. 네가 담근 녀석이 뭐가 무섭냐? 뭣하면 한 번 더 담그자. 알았냐!”

  “당연하지!”

  희천이 기세등등하게 양호실을 빠져 나간다. 상철은 석환에게 어깨동무를 하며 양호실을 함께 빠져 나갔다.

  하지만 여전히 석환의 불안감은 거대한 솜이불에 깔린 듯 실체를 알기 어려웠다. 지금은 가볍기 짝이 없다. 하지만 시나브로 조금씩 아주 조금씩, 솜이불로 스며드는 붉은 피에 묵직해져가고 있었다.

 

  “왔냐?”

  교실로 들어오자 일중이 그들을 맞는다. 교실 안의 공기는 여느 때와 같았다. 상철은 심호흡을 한 번 한다. 그가 노리는 목표는 축 처진 어깨의 주인공인 최지건이었다.

  “여, 최지건 늦었다?”

  상철이 누구나 들으라는 듯 떠들썩하게 말했다. 일중의 말 대로였다. 지건은 붕대커녕, 의료보조기기도 달지않은 멀쩡한 상태였다.

  “그러게 오늘 집에 불이라도 났냐?”

  희천이 특유의 방정맞은 말투를 하면서 지건에게 다가갔다. 석환은 아무 말 없이 지건의 옆으로 갔다. 그리고 힐끔 거리며 지건을 살폈다. 어제 구타의 흔적은 없었다. 그리고 목에 소주병 조각을 제거한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아니, 그냥 피곤해서.”

  지건이 예의 힘없이 말했다. 나른한 표정이 상철 패거리가 알고 있는 지건이 맞았다. 하지만 상철은 왠지 더는 장난을 치고 싶지 않았다.

  뭣 때문에? 내 눈 앞에 있는 것은 한 끼 식사거리도 안 되는 최지건인데? 상철은 스스로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본능이 여기서 더 장난을 쳤다가는 무슨 일이 벌어질 것 같다고 경고하고 있었다.

  “오… 많이 컸네. 우리에게 농담도 할 줄 알고.”

  희천이 사력을 다해 웃는다. 자신은 위대하다. 어제 사건이 자신이 시발점이 됐다 해도 아무런 문제없다. 희천은 그렇게 되뇌고 있었다. 하지만 평소처럼 지건에게 하던 어깨동무는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랬냐? 나도 피곤한데 학교 빠질 방법 좀 알려줘라.”

  그러나 상철은 자기 자신을 이겼다. 자신은 이 학급의 왕이다. 여기서 물러나는 건, 그의 사전에 없다! 저런 허섭스레기에게 주눅을 든다고? 삼류 코미디도 이 보다 웃길 수 없다.

  지건은 상철을 물끄러미 올려다봤다. 평소의 지건이라면 고개를 숙이고 어쩔 줄 몰라 하겠지만, 오늘은 평범한 날이 아니다.

  둘은 잠시 동안 말없이 서로를 응시했다. 그 찰나에 상철은 지건의 눈에서 아무것도 읽을 수 없어서 당혹감을 느낀다. 하지만 피할 수는 없었다. 그것은 왕으로서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이건 어때?”

  지건이 말을 돌리며 시선을 거뒀을 때는 상철은 안도했다. 지건은 가방에서 뭔가를 찾는다.

  “뭔데? 뭔데?”

  상철이 지건에게 한 발자국 더 다가가며 깐죽거렸다. 지건이 고개를 드는 순간 주먹을 날려줄 생각이었다.

  “길 오다 주운 건데. 너한테 어울릴까 해서?”

  지건의 손에 들려있는 붉게 물든 원피스를 보고 상철의 머릿속은 새하얗게 변한다. 그리고 일중이 눈에 익은 원피스에 몸을 일으켜 희천에게 다가갔다.

  “야, 저거 어제…?”

  “몰라!”

  일중이 말하기도 전에 희천이 빽 소리쳤다.

  “소리 지르고 지랄이야? 물어 보지도 못하겠네.”

  이번에는 석환에게 물어보려고 했는데, 그만둔다. 말 걸었다가는 무너져 내릴 것처럼 위태로워 보였다.

  그것만으로도 이상한데, 가장 큰 문제는 상철이었다.

  일중이 알고 있는 상철이 아니다. 예전 같으면 자신을 모독했다고 난리를 쳤어도 백번은 쳤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조용하기만 하다.

  일중이 확신이 서진 않지만, 셋 다 원피스를 쳐다보지 못하는 것 같았다. 석환은 고개를 떨어뜨리고, 희천은 얘기처럼 손톱을 물어뜯었으며, 상철은 오직 지건의 얼굴만 봤다.

  일중은 원피스의 색 변화와 친구들의 행동이 연관됐다고 생각했다. 그것 밖에 변한 게 없으니까. 합리적 의심 아닌가?

  그가 보기에 지건은 평소와 확실히 달랐다. 기침하는 것도, 숨소리를 내는 것도 조심하던 그였는데, 오늘은 붉게 변한 원피스처럼 도드라진다.

  “너희들 지금 뭐하는 거야! 곧 선생님이…?”

  반장 서서미가 일어서서 둘 사이에 끼어들려 했다. 하지만 지건이 손을 들어 반장을 막는다. 서미는 당황한 것도 잠시, 어떻게 해보라는 듯이 일중을 노려봤다.

  일중은 애써 그녀의 시선을 무시한다.

  “낡은 원피스로 뭘 어쩌라고?”

  상철이 주도권을 놓치지 않으려는 듯 태연한 척 했다. 그런데 지건은 한 술 더 떠 상철의 몸에 꽃무늬 원피스가 맞는지 대본다.

  “뭐하는 거야!”

  상철이 기분 나쁘다는 듯이 쳐낸다.

  “뭐하긴? 이거 입고 교무실로 가서, 성전환 수술 할 거니까 조퇴시켜달라고 해. 그럼 보내주시지 않을까 싶은데.”

 
작가의 말
 

 흠. 이제 시작하는 느낌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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