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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게임 밖에서도 쓰는 인벤토리
작가 : 파한울
작품등록일 : 2019.9.3

큰 배신을 당한 이후 사람을 넘어 세상을 불신하는 주인공, 세상일에 환멸을 느끼고 가상현실 게임이자 인생 파괴게임으로 유명한 R.O.A라는 게임을 플레이하기로 정한다.
하지만 게임을 시작한 지 3일 만에 던전 브레이크로 튀어나온 고블린에게 배가 뚫리게 된다.
‘억울하다. 죽을 때만큼은 세상에게서 한가지라도 이긴 상태일 줄 알았는데….’
원통해하는 주인공 앞에 정사각형이 줄지어져있는 홀로그램 창과 그 안에 있는 포션!
현실의 물품으로 사제 폭탄을 만들어 게임으로 가져가고 판타지의 영약을 현실로 가져와 몸을 강화하고 헌터가 된다.
게임 속 ‘세상’과 현실 ‘세상’을 오가며 활약하는 주인공의 변화와 진화에 대한 이야기!

 
10화 필요악이 된 기분-5
작성일 : 19-09-16 20:44     조회 : 346     추천 : 0     분량 : 6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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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화 필요악이 된 기분-5

 

 초봄, 꽃이 피는 것을 시샘한 추위가 귀접스런 여운을 남기는 때.

 해는 밝지만 아직은 모두 든든하게 챙겨입는 때이기도 하다.

 이런 초봄에, 추위에 떨면서 온몸 이곳저곳에 부채질까지 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믿겠는가?

 

 나는 이 진풍경을 바로 눈 앞에서 보고 있다.

 목과 손목 등에 남아있는 향수의 냄새를 없애기 위해 두꺼운 종이로 부채질 중인 한 사람의 모습을.

 내가 시킨 일이라지만 보고있자니 꽤나 신선한 광경이다.

 

 “그만하면 된 것같습니다. 이제 던전에 들어갈까요?”

 

 5분 정도가 지나자 팀장이 시선을 집중시키며 말했다.

 이제야 제대로 된 오리엔테이션이 시작됐다.

 

 “신정훈 헌터님과 김철 헌터님이 전위를 맡고, 강혜경 헌터님이 힐을, 그리고 제가 버프를….”

 

 예상대로 나는 전위를 맡았다.

 등급 분류 기준이 엄격한 제작계 헌터가 E급-1티어면 신체능력은 믿을 만하다는 뜻이니까.

 

 “강혜경 헌터님은 항상 정신 꽉 잡고 계셔야 합니다. 특히 전위를 맡으신 분이 다치셨을 경우에 힐이 늦어지면 정말 치명적인 상황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네~!”

 

 팀장이 힐러 헌터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하자 강혜경이 갑자기 왕이라도 된 듯이 좌중을 훑어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띄웠다.

 그 미소의 시선은 내 쪽에서 가장 오래 멈춰있었다.

 

 ‘제 딴에는 위협이라고 한 건가?’

 

 웃기지도 않는다.

 

 “모두 제가 전달한 것은 숙지하셨겠죠? 그럼 지금부터 던전에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눈 앞의 던전 입구가 천천히 울렁거렸다.

 드디어 시작이다.

 

 ***

 

 후-우웅

 

 던전 안쪽은 서늘한 동굴이었다.

 안쪽에서 울리는 공기 소리가 던전 입구까지 밀려나왔다.

 

 “으스스하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던전 들어올 때마다 느끼는 겁니다.”

 

 내가 생각없이 뱉은 말에 한두마디의 대답이 따라왔다.

 강혜경은 나에게 다시 붙는 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지 일찌감치 포기하고 덩치 옆에 가 찰싹 달라붙어 있었다.

 

 던전에 들어온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대열을 흐리는지….

 뭐, 그냥 놔두자.

 어차피 거기 있으면 위험해지는 건 그녀다.

 

 “전방에 거충巨蟲 8마리, 접근 중입니다.”

 

 그때 팀장이 탐지 스킬을 사용한 후 오더를 내렸다.

 

 “전위 분들이 어그로를 맡아주세요.”

 

 프스스스스!

 

 자세를 낮추고 조금 기다리자 4~50cm의 커다란 벌레들이 나타났다.

 어떤 것은 개미 같았으며 어떤 것은 바퀴 같았고, 어떤 것은 거미 같았다.

 

 퍼걱!

 

 왼손에 묶여있는 방패로 내리치자 바퀴를 닮은 거충의 머리가 부서졌다.

 

 파자자작!

 

 녀석의 겉날개가 열리고 속 날개가 퍼득거리며 바닥을 쓸었다.

 윽, 역겨워라….

 나는 방패를 들어올리며 검을 휘둘렀다.

 

 퍼거거걱!

 

 거미의 왼쪽에 달린 4개의 다리가 잘려 바닥을 나뒹굴었다.

 처음 나온 놈들답게 쉽네.

 

 “꺄아!”

 “헛… 이것 참….”

 

 그 생각이 무색하게 바로 옆에서 비명이 터져나왔다.

 덩치 옆에 찰싹 붙여있던 힐러가 벌레를 보고 덩치를 올라타기 시작한 것이다.

 저것도 연기겠지. 어휴….

 

 “거미 처리 부탁드립니다!”

 

 나는 바로 덩치의 옆으로 달려가 힐러의 뒷덜미를 잡고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퍽 소리가 아니라 철푸덕 소리가 난 걸 보니 전신으로 충격을 흡수할 수 있게 잘 던진 모양이다.

 

 “아, 씨….”

 “혜경아, 괜찮니…?”

 “괜찮아요. 오빠.”

 

 이 지랄.

 그나저나 그새 이미지 바꿨네. 대단한 년….

 

 “김철 헌터님, 전투에 집중.”

 “아, 알겠습니다.”

 

 덩치가 고개를 돌린 후, 몰래 힐러 쪽을 보니 나를 보며 이를 바득바득 갈고 있었다.

 표정 관리 능력이 수준급인데?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다.

 

 “강혜경 헌터님도 대열 갖추시죠.”

 

 나는 입 밖으론 옳은 말만 내뱉는다.

 힐러 입장에서는 그래서 더 빡이 돌겠지.

 

 “그리고 대열 갖추면 김철 헌터님한테 힐부터 주세요.”

 

 이제보니 덩치의 다리에 물린 상처가 5곳이나 있었다.

 와, 물리는 와중에 헤벌레하고 있던 너도 참 대단한 놈이다.

 

 거충의 수가 많지 않았던 탓에 정리는 빨랐다.

 하지만 여기서 오래 있을 순 없다. 거충의 시체에서 나는 냄새가 다른 몬스터들을 끌어올 수도 있으니까.

 

 “강혜경 헌터님?”

 “예?”

 “뭘 잘못하셨는지는 아시죠?”

 

 그녀가 부들거리며 고개를 숙였다.

 잘못해서 사과하려는 게 아닌 화가 나는데 할 말이 없어서 고개를 떨구는 모양새다.

 

 “아셨으면 됐습니다.”

 

 힐러가 덩치에게 달려가 하소연하는 것이 보였다.

 덩치는 나름 그녀를 설득하는 것 같으면서도 나중에는 그녀의 말에 감화되고 있었다.

 

 ‘으휴….’

 

 나는 두통을 느껴 구석에서 몰래 물에 포션을 타서 마셨다.

 몸에 피로가 풀리는 상쾌함에 두통이 싹 가셨다.

 

 “신 헌터님! 진행하겠습니다!”

 “아, 갑니다.”

 

 우리는 팀장의 지휘에 따라 레이드를 진행해나갔다.

 하지만 그 앞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건 거충뿐이었다.

 팀장의 입에서 거충이라는 단어가 나올 때마다 팀원들의 한숨이 커져만 갔다.

 돈도 되지 않고 징그럽기만 한 몬스터니까.

 

 5번째 거충 무리를 처리했을 때 그 한숨이 절정을 찍었다.

 

 “흐어… 오늘은 날이 아닌가….”

 “본전도 못 뽑겠는데.”

 “오늘 저녁도 라면인가….”

 

 모두의 사기가 바닥에 처박혔다.

 흠, 나도 좀 침울해지는데. 레이드 참가비로 8만원이나 냈다고.

 그때 팀장의 말이 들려왔다.

 

 “이러다가 고블린 한번 만나면 본전치기는 합니다! 다들 힘내서 가봅시다! 고진감래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라니까요?”

 

 팀원을 사기를 끌어올리며 레이드를 진행하려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예전에 레이드하면서 처음엔 거충만 만난 적 있는데 후반에 대박 터져서 한번에 100만원 번 적도 있어요.”

 

 팀원이 듣지 않는데도 쉼없이 떠드는 팀장을 보고 좀 짠하다고 느끼기도 했고, 그 말을 들으면서 조금씩 의욕이 살아나기도 했다.

 이런 마음이 든 게 나뿐은 아닌지 모두 자리를 차고 벌떡 일어났다.

 

 “다 쉰 거 같습니다.”

 “자, 그럼 진행하겠습니다!”

 

 우리는 팀장이 이끄는대로 레이드를 진행해갔다.

 모두의 바람대로 그 다음 몬스터는 거충이 아니었다.

 

 “전방 80m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크롤프 6마리가 있습니다. 천천히 다가가서 기습하죠.”

 

 악어처럼 길고 두터운 주둥아리를 가진 늑대형 몬스터

 설명만 들어보면 얼굴이 비대해 균형이 맞지 않을 것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큰 머리를 지탱해주는 튼튼한 몸통과 다리가 있어 재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녀석이다.

 F급 던전에서는 가장 위험한 몬스터라고 불리기도 한다.

 

 “주변에 크롤프들도 분포되어 있고, 멀긴하지만 고블린 무리도 있으니 조용히 처리해야합니다.”

 

 이번에는 팀장도 완전히 긴장했다.

 팀장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자 모두 조용히 자세를 낮췄다.

 

 “거충이랑은 다릅니다. 위험할 수도 있으니 조심합시다.”

 

 팀장의 경고가 무색하게도 귀족 힐러는 자신의 컨셉질에 심취해있었다.

 

 “오빠가 나 지켜줄거지? 그렇지?”

 

 아, 조용히하라니까.

 

 “당연하지.”

 

 넌 왜 대답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아르르….]

 

 청각이 예민한 크롤프는 당연하다는 듯이 둘의 대화에 우리의 위치를 알아차렸다.

 

 [컹컹!]

 

 6마리의 크롤프가 우리에게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들켰습니다! 전위 두분이 어그로 취하고 나머지는 뒤에서 공격 준비하세요!”

 

 이번에는 힐러도 제자리를 제대로 찾아들어갔다.

 아까 거충을 만났을 때 모습은 오로지 연기였다는 나의 가설이 사실로 밝혀지는 순간이다.

 

 팀장이 플래어를 뽑아 크롤프들이 뛰어오는 방향으로 던졌다.

 플래어가 날아가는 궤적을 따라 어둠이 걷히면서 그 속으로 크롤프들이 달려들어왔다.

 

 ‘생각보다 큰데?’

 

 높이는 허벅지까지 오고 어깨 넓이는 성인 남성의 골반보다 조금 좁았다.

 길죽하게 튀어나온 입은 팔뚝 정도의 길이는 되었다.

 

 타악

 

 “흐읍!”

 

 푸-욱!

 

 [끼잉…]

 

 달려오던 속도 그대로 도약해 뛰어오른 크롤프의 아가리에 방패를 끼워넣고 아래 턱에 검을 꽂아넣었다.

 다시 뽑아낸 후, 미간 사이에 검을 찌르자 크롤프가 축 늘어져 바닥에 내려앉았다.

 처음 상대해보는 상대치고는 쉽다. 물론 내 신체능력이 이미 F급 몬스터와 비교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른 덕도 있겠지.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나처럼 쉽게 처리하지 못했다.

 

 “크…크읏… 큭….”

 

 3마리의 크롤프들의 어그로를 한 몸에 받고 있는 덩치만해도 방어 스킬이 풀리면 죽을 것만 같았다.

 아니, 이미 죽어가고 있었다.

 

 나는 재빨리 달려가 덩치를 물고 있는 크롤프들에게 칼을 박아넣으며 제압하기 시작했다.

 두 마리째를 처리하자 생명의 위협을 느낀 녀석들이 공격을 멈추고 뒤로 물러났다.

 

 “헌터님 괜….”

 

 [아우우우!!!]

 

 물러난 녀석들이 모여서 갑자기 울어대기 시작했다.

 뭐지?

 

 “이런….”

 

 아, 하울링

 팀장의 탄식에 나는 녀석들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었다.

 젠장할 늑대같지도 않은 녀석들이 왜 늑대 습성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데?

 

 “위험합니다! 뒤에서 적이 나타나기 전에 도망쳐야합니다!”

 

 팀장의 비명에 가까운 목소리가 들렸다.

 우리는 방금 갈림길을 지났다.

 여차하면 양쪽에서 협공을 당할 수도 있다는 뜻

 

 나는 덩치의 상태를 살폈다. 싸울 수 있는 상태는 아니군.

 녀석들의 악력이 얼마나 강한지 스킬까지 사용한 덩치의 팔다리를 완전히 넝마로 만들어버렸다.

 

 “힐 부탁드립니다.”

 

 나는 팔다리의 살점이 망가져버린 덩치를 뒤로 떠밀며 말했다.

 상처 부위에 이빨이 들어간 상태에서 힐을 써서 그런지 크롤프의 이빨이 빠져나올 때 조금이지만 살점이 뜯겨나온 것처럼 보였다.

 동시에 귀족과 눈을 마주쳤다.

 무능이 어떻게 이런 무능이 있을 수 있을까. 엉뚱한 곳으로나 머리를 굴릴 줄이나 알고.

 내 뜻이 정확히 전달됐는지 귀족이 불쾌하다는 듯이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그 눈빛을 무시하고 고개를 돌렸다.

 어느새 크롤프의 수는 다시 6마리로 불어나 있었다.

 시간을 끌면 늘어나면 늘어났지 저절로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다.

 

 “어그로는 전부 제가 맡겠습니다. 버프 몰아주세요.”

 

 1 대 다수

 소수 대 다수

 

 중학생 때, 고등학생 때

 거의 매일 있다시피 했던 일들, 나에게 트라우마가 되어 머리에 박혀있는 기억들

 가장 강렬한 기억들이 비슷한 상황에서 오히려 희미해진다.

 

 난 지금 게임 속에서 수십의 고블린들을 상대할 때를 떠올리고 있다.

 

 ***

 

 녀석들이 내뿜는 미지근한 입김, 이빨을 감싸고 있는 축축한 타액

 그리고 살기를 잔뜩 품은 날카로운 눈

 

 서슬퍼런 검을 쥐고 몸에 힘을 준다.

 근육의 팽팽함, 적당한 긴장감

 좋다, 오히려 최고다.

 

 자세를 낮추고 방패로 정면을 가린다. 칼을 내밀어 거리를 잰다.

 녀석들 중에 가장 날래보이는 녀석이 몸을 던져온다.

 방패를 빠르게 내밀어 녀석의 코를 강타하고 투레질하는 녀석에게 검을 휘두른다.

 

 지금껏 경험한 적없이 깔끔하게 녀석의 목이 잘려나갔다.

 이런 느낌은 처음이다.

 

 나는 내 몸에서 무언가가 끓어오르고 있는 것을 느꼈다.

 

 ‘마나’

 

 마나 입자들이 내 근육 조직 사이사이로 오밀조밀 파고들어있었다.

 그것들이 타오르면서 내 몸의 성능을 한계까지 끌어올리고 있다.

 

 달려오는 크롤프, 검을 휘두르고 찌르고, 방패로 막는 나

 사방을 날아다니는 크롤프의 살점과 피, 안정적으로 자세를 유지하고 있는 나

 

 “허억…허억….”

 

 폐에서 끊임없이 산소를 갈구했다.

 숨을 아무리 마셔도 해소되지 않는 갈증

 

 뒤로 물러나 포션을 마시고 싶지만 물러설 곳도 없다.

 

 지금은 내가 압도하는 것으로 보이나, 나의 체력은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

 반면 크롤프의 수는 줄어들지 않았고, 여전히 녀석들의 이빨이 내 목을 노리고 있었다.

 

 하지만 마나를 느낄 수 있게 된 이상 시도해볼 것이 존재한다.

 

 마침 크롤프들의 뒤와 우리의 뒤에 고블린 무리가 나타났다.

 마치 진퇴양난, 죽음이 우리의 목을 조여오고 있었다.

 

 “아….”

 

 후위에서 원거리 공격을 맡은 여자 헌터가 주저앉았다.

 나름 멘탈도 실력도 좋던 사람이었는데…. 그만큼 상황이 안 좋다는 말이겠지.

 그때 얌전해보이던 팀장의 입에서 거친 욕설이 밀려나왔다.

 

 “이… 씨발…”

 

 이대로 마나가 타오르는 감각을 더 경험해보고 싶었지만 시간이 없었다.

 나는 크롤프들이 고블린에게 시선을 준 틈을 타 인벤토리에서 포션을 꺼내 마셨다.

 포션을 꺼내자 팀원들의 눈이 반색했지만, 지금 상황에서 포션이 무슨 소용이겠는가.

 모두 고개를 푹 숙였다.

 

 사실 나도 비슷한 심정이다.

 실패하면 죽는다.

 

 [키에에엑!!!]

 

 양 쪽에서 천천히 숨통을 조여오던 고블린들이 동시에 달려들기 시작했다.

 

 “후읍!”

 

 나는 공기를 빨아들이고 그 상태로 호흡 기관과 발성 기관에 마나를 몰아넣었다.

 목소리가 터져나오기 직전 머릿속으로 고블린에게 전달할 말을 생각했다.

 

 “[짐의 권속들이여!]”

 

 고블린들이 달리는 것을 멈추고 나를 바라보았다.

 

 “어…?”

 “갑자기 뭐가…”

 

 ‘고블린 왕의 외침’

 

 포식자 킹 고블린의 영약을 먹고 얻은 스킬이다.

 고블린들의 움직임이 단번에 얼어붙었다.

 

 ‘한번 더’

 

 “[뭣들 하느냐! 짐에게 달려드는 이 모자란 짐승들을 가만히 둘 생각이더냐!]”

 

 고블린에게도 사회라는 것이 있다.

 지금만큼은 나는 그들의 왕, 그들이 맹목적으로 따르는 존재다.

 

 나에게 달려드는 크롤프 한 마리를 방패로 처내고 검을 휘둘러 베었다.

 

 ‘한번 더 해야하나…?’

 

 벌써 마나가 1/4 정도로 줄어든 것이 느껴졌다.

 더 사용하는 건 출혈이 크다.

 그때

 

 [키에에에엑!!!]

 

 정면 고블린의 진영에서 난리가 났다.

 몇몇은 바로 크롤프들에게 창칼을 세우고 달려들었고, 몇몇은 멀리서 나에게 고개를 조아렸다.

 그제야 크롤프들도 뒤를 돌아 고블린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켁! 케륵!]

 

 뒤에 있던 녀석들도 우리를 지나쳐 크롤프들에게 다가갔고.

 

 [컹!컹!]

 

 크롤프 무리가 더 나타나 고블린들에게 이빨을 드러냈다.

 초보 헌터들의 무덤이 될 뻔했던 곳이 피륙이 난무하는 전쟁터가 되었다.

 

 “도대체 뭐가….”

 

 팀원들은 도망치는 것도 멈추고 멍하니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을 향해 오래 지속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하자 그들은 걸어왔던 곳을 돌아 내달리기 시작했다.

 돌아가는 길에는 몬스터가 없었다.

 덕분에 무난하게 던전 입구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흐으….”

 

 이대로 나의 첫 레이드는 끝이 나는가 싶었다.

 밑밥까지 열심히 깔아둔 [귀족 힐러 완전 갱생 프로젝트]의 끝을 보지도 못하고 말이다.

 하지만 역시나 내 세상은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뭐야! 던전 게이트가 닫혀있어!”

 

 아주 끝장나게 빌어먹을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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