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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왕좌의 조건
작가 : raloralo
작품등록일 : 2016.9.15


아버지가 죽은 후
떠돌이 소금장수로 전락한 우불이 왕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입니다.

 
5. 아버지와 아들
작성일 : 16-10-01 17:25     조회 : 462     추천 : 0     분량 : 5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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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아버지와 아들

 

 

  돌고는 어스름이 낮게 깔린 대청에 서 있었다. 주위는 정적에 쌓여 있었다. 움직이는 것 어쩌다 우는 벌레 뿐 이었는데 그 마저도 소리가 낮아 우는 것 같지도 않았다. 줄곧 돌고는 우불을 바라보고 있었다. 스물다섯 바퀴나 돌은 우불은 꼴이 아니었다. 땀으로 범벅 진 얼굴은 흙탕에 빠진 것 같았고 발은 다섯 걸음도 떼지 못했다. 우불은 물러서지 않았다. 돌고가 걱정하는 것은 그것 때문이었다. 우불이 돈 때문에 나가는 것이라면 막지 않을 것이었다. 돌고는 아홉 살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당당하게 나오는 우불이 걱정스러웠다.

 

 

  “제 밑에서 일하는 것이 못 마땅하세요?”

  돌고와도 안면이 깊은 포목점 주인은 투덜거렸다.

  “무슨 그런 말을 하는 가?”

  “도대체 왜 못하게 거예요? 다른 애들은 못해서 한 인데……”

  “장사를 배우는 것이 싫어서 그러네.”

  “장사가 어때서요?”

  “세상을 봐야 되지 않는 가.”

  “세상을 안 보고 어떻게 산데요?”

  “그렇긴 하지만은, 장사는 맞봐야 하는 않은 가?”

  “제가 장담하는데도 그 놈은 거상이 될 놈입니다. 앞으로 형님은 그 놈 덕으로 살 것이니까, 그 놈 하는 데로 내버려 두십시오.”

 

 

  돌고가 걱정하는 것이 그것이었다. 상인이 된다는 것은 세상을 마주보는 사람이 된다는 뜻이었다. 돌고가 나고 자란 궁궐을 바림이 지배하는 세상이었다. 궁궐이 동생들이 형을 죽이려고 하고 그 형이 동생을 죽이는 곳으로 칼을 들지 않고서는 살 수 없는 세상이었다.

 

 

  ‘왕은 고추가께서 궁궐을 바라본다고 생각하십니다.’

 

 

 

  창조리의 말은 왕이 얼마나 의심이 많은 사람이었는가를 떠오르게 하였다. 태자시절에 왕은 왕위를 노린 자의 최후에 대하여 얘기하였다. 왕이 주로 이야기하는 사람은 척희와 척희의 아들 여의였다. 왕은 ‘사람돼지가 무엇인지 아느냐’로 시작하였다.

 

 

  “사람돼지가 무언지 아느냐?”

  “……”

  “한 나라를 세운 유방에게는 척희라는 여인이 있었지. 본부인인 여후가 볼품없는 데 반해 척희는 아름다웠지. 유방은 척희를 사랑했지. 그걸로 만족했으면 좋았을 텐데, 이 미련한 여자가 아들 여의를태자에 앉힐 생각을 한 게야. 척희는 유방에게 눈물로 호소했지, 여의를 태자에 앉혀 달라고, 유방도 여의를 태자에 앉힐 생각이었지, 그런데 장량이 막아선 거야. 아무리 유방이라도 장량1)의 진언을 듣지 않을 수 없었지. 유방은 여후를 잘 섬기라고 하였지, 그런데 여후가 가만있을 여자인가?”

  “……”

  “유방이 죽자 여후는 척희를 영항이라는 토굴 감목에 처넣었고 여의는 독약을 먹여 죽게 했네.”

  “……”

  “여후는 토굴감옥에 가둔 척희의 팔과 다리를 잘랐지. 그리고 눈을 도려내고 귀를 찢어버렸어. 그러고도 여후의 분은 풀리지 않았네.”

  “……”

  “여후는 척희에게 벙어리가 되는 약을 먹인 후 변소 바닥에 버린 후에 ‘사람돼지’라고 부르게 했다네. 유방의 사랑을 받는 것으로 만족했으면 잘 살았을 텐데, 참으로 미련한 계집이 아니더냐?”

 

 

  여후가 척희의 팔 다리를 자르고 눈을 도려낸 후 변소바닥에 버렸다는 부분에서 왕은 고개를 젖혔다. 왕은 척희가 그토록 비참하게 죽은 것은 황위를 탐냈기 때문이라면서 척희의 욕심이 본인은 물론 아들도 죽게 하였다고 하였다. 왕은 돌고가 왕위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척희와 여의에 관한 얘기를 하는 것은 계승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누가 왕위를 위협할 만한 사람인가?’

 

 

  왕이 생각하는 것은 그것 뿐 이었다. 안국군을 죽인 것도 그것 때문이었다. 죽기 전에 안국군은 충성을 맹세하였다. 안국군은 국경 만 생각하겠다면서 숙신을 떠나지 않겠다고 하였다. 그럼에도 왕은 안국군을 무참하게 살해한 것은 백성들의 신망을 얻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제 왕은 돌고를 의심하고 있었다. 돌고가 궁궐을 떠났다거나 평범하게 살고싶다거나 하는 일은 중요하지 않았다. 왕에게 중요한 것은 계승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또한 왕은 의심한 것은 놓지 않았다. 아내가 우불을 낳다가 죽은 것도 그것 때문이었다. 왕은 아내가 돌고를 왕위에 앉히려고 한다고 의심하였다. 내색은 하지 않았으나 욕심을 버리는 것이 좋을 것이라면서 아내를 압박하였다. 의심은 일우와 소발의 반란을 기점으로 확대 되었다. 왕은 자종(子腫, 임신중독증)으로 몸도 가누지 못하는 아내에게 처형장을 참관하게 하게 하였다.

 

 

  “처는 나가지 않게 해주십시오.”

  “나가지 않게 하다니?”

  “몸이 안 좋아서……”

  “앉지도 못한 단 말이냐?”

  “그런 건 아니지만……”

  “지금이 어떤 때 줄 아느냐?”

  “……”

  “나라의 기강을 바로잡은 때란 말이다. 그런데 본을 보여야 계루부가 빠지는 것이 말이 되느냐?”

 

 

  결국 처형장을 참관하고 돌아온 아내는 혼절하였다. 아내는 왕을 볼 때마다 숨이 막힌다고 하였다. 왕이 가슴을 틀어쥐고 있는 것 같다는 것이었다. 아내의 말에 돌고는 편안하게 생각하라고 말하였다. 아내가 말하는 바를 모르지 않으면서도 외면했던 것이다.

 

 

  “예민해서 그러니까 편안하게 생각해요.”

  “잔인한 거예요.”

  “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

  “태자는 누가 왕위를 빼앗을 것 인가 만 생각해요. 이 사람을 의심했다가 저 사람을 의심했다가 더 의심이 가는 숨을 졸라요.”

  “지금은 형님이 당신을 오해하고 있지만 곧 오해가 풀릴 거예요. 그러면……”

  “아뇨!”

  “……”

  “태자는 한 번 잡은 건 놓지 않아요. 제가 죽을 때까지 숨을 조를 거예요.”

 

 

  아내가 죽은 후, 돌고가 가장 아팠던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왕이 어떤 사람이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외면하였다. 돌고는 계루부를 선택한 것이다. 의무, 계루부에서 태어난 자는 어떤 순간에서도 계루부를 우선해야 한다는 것을 지킨 것이다.

 

 

  돌고는 궁궐이 있는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어스름하게 내려오는 어둠 너머에 돌고가 혐오하는 궁궐이 서 있을 것이다. 궁궐을 떠난 후, 돌고는 궁궐 쪽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안국군이 살해당했다는 얘기를 들었을 듣고 바라본 것이 전부였다. 돌고는 아내와 함께 한 궁궐을 생각하였다. 아내와 함께 산 전각, 아내와 함께 걸은 후원, 아내와 함께 본 연못, 아내와의 시간이 묻은 궁궐은 변하지 않았을 것이다. 비록 풍경은 변했으나 모습은 변하지 않았을 것이다.

 

 

  ‘태자는 한 번 잡은 건 놓지 않아요.’

 

 

  아내의 말대로 왕은 한 번 잡은 건 놓지 않는 사람이었다. 돌고는 아내에게 한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기로 하였다. 왕이 지금은 돌고를 겨냥하고 있으나 언젠가 그 화살은 우불을 노릴 것이다. 그 화살로부터 우불을 지키는 방법은 맞서는 것 밖에 없었다. 설령 그것이 혐오하는 궁궐로 돌아가는 것이고 그 때문에 목숨을 잃는다 하여도 돌고는 하여도 돌고는 해야 했다. 돌고가 우불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그것 뿐 이었다.

 

 

  “그만 멈춰라!”

  돌고는 넘어지려는 우불에게 외쳤다. 돌고의 말에 우불은 넘어지려는 다리를 세웠다. 순간 다리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마당에 나동그라졌다.

  “괜찮은 게냐?”

  “괜찮아요.”

  돌고는 우불에게 달려갔다. 돌고가 달려갔는데도 우불은 일어나지 못했다. 오랫동안 한 자세를 유지한 다리가 말을 듣지 않기 때문이었다.

  “일어날 수 날 수 있겠냐?”

  “그럼요.”

  돌고는 등을 내밀었다.

  “업혀라!”

  “제가 뭐 어린앤가요.”

  “업히라니까!”

 

 

  돌고는 손사래 치는 우불을 둘러업었다. 우불은 생각보다 무거웠다. 갓난둥이로 데리고 나나온 우불이 업기도 버겁게 자란 것이다. 우불을 키우는 시간은 행복했다. 갓난둥이로 데리고 나온 우불이 젖니가 나고 땅을 짚었을 때는 세상을 얻은 것 같았다. 왕자로서 농구 한 번 잡은 바 없는 돌고가 농부로 터를 잡을 수 있었던 것도 우불 때문이었다. 돌고는 엉덩이 밑으로 내려간 우불을 추어올리면서 말했다.

 

 

  “아버지가 밉지 않으냐?”

  “아버지가 왜요.”

  돌고의 말에 우불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 순간 우불의 배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우불은 허리 밑으로 쭉 가라앉은 배를 문질렀다.

  “마거리네 점막에서 국밥 한 사발 말아 먹을 까?”

  “정말요!”

 

 

  우불은 돌고의 목을 끌어안았다. 마거리네 점막은 돌고가 자주 찾아가는 집이었다. 넙데데한 얼굴만큼이나 인정이 많은 주인이 김이 올라오는 국밥을 아낌없이 퍼주었다. 문득 우불은 저자에서 만난 사나이가 떠올랐다. 사나이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우불과 어물전에서 일하는 사나이는 악소배들에게 잡혔을 것이고 어물전에서 일하는 아이는 돈을 빼앗겼을 것이다.

 

 

  “그 사람은 누구에요?”

  “누구 말이냐?”

  “아까 아버지하고 얘기하던 사람 말이에요?”

  “아버지친구란다.”

 

 

  돌고의 말에 우불은 사나이를 떠올렸다. 저자에서 고맙다는 표시를 했을 때 사나이는 매미있다는 표정을 지었다다. 구멍으로 들어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몰래 들어온 우불이 모른 척 해달라는 표시를 했을 때 사나이는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었다.

 

 

 

  “친구요?”

  “예전에 아버지가 살던 곳에서 가깝게 지낸 사람인데 아주 좋은 사람이란다. 나중에 아버지하고 한 번 찾아가자구나.”

  “예.”

  우불은 사나이를 떠올리면서 대답했다.

 

 

 

 

 

 

  주석

  1) 장량-한나라 고조 유방의 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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