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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괴물이 준 꽃을 먹는다면
작가 : 해뜨다
작품등록일 : 2019.9.14

페터 숲에 있는 성에는 절대 가까이 가지마렴.
만약 그 성에서 헤매게 됐다면 숨을 죽이고 조용히 숨어있으렴.
너를 죽이려는 괴물의 발소리가 없어질 때까지.

만약 괴물에게 들켰더라도 숨을 꾹 참으렴.
괴물의 눈은 아주 나쁘니까 네가 있는지 모를 거야.

 
숲속의 성 (3)
작성일 : 19-09-15 22:38     조회 : 176     추천 : 0     분량 : 5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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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헤어진 옛 연인을 그리워하듯 애틋하기도 한 눈이 리제가 있는 곳을 어렴풋이 짚었다.

 

 다채로운 식물들이 그에게서 모든 색을 앗아간 것 마냥, 탁하기만 한 회색 눈동자의 시선이 어색했다.

 

 눈이 보이지 않는다. 어른들이 자주 얘기해주었던 그 이야기처럼.

 

 리제는 부디 다른 것 또한 이야기대로이길 바라며 그에게서 떨어진 자리에서 숨을 틀어막았다. 숨소리도 나지 않는 고요한 시간.

 

 손에 잡고 있던 리제의 머리칼은 그녀가 뒤로 물러나며 손 안에 억지로 가둬두고 있던 모래처럼 사라졌고, 그녀의 기척 또한 들을 수가 없다.

 

 

 “…장난치지 말아요. 그때도 이랬잖아요”

 

 “….”

 

 “…무서워요.”

 

 

 잃는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그득히 묻은 목소리가 가냘프게 떨려왔다. 아무런 잘못도 저지르지 않은 리제조차 죄책감을 갖게 만들 정도였다.

 

 

 “나는 또, 당신을 놓친 거예요?”

 

 

 우수에 가득 찬 눈망울에 물기가 어리더니 작은 보석처럼 방울져 떨어졌다. 새하얀 두 뺨을 타고 흘러 턱에 맺힌 눈물은 다시 낙하하여 복도 바닥에 처박혔다.

 

 물방울이 토옥, 퍼진 자리에 놀랍게도 새로운 생명이 피어났다. 조그맣고 귀여운 노란꽃이 하나, 둘. 그리고 셋.

 

 리제는 필사적으로 숨을 참았다. 숨을 참은 것이 효과가 있었다. 잘만 한다면 정말 다같이 이 성을 나갈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고 싶어요, 브렌다.”

 

 

 괴물의 사정 같은 거, 알고 싶지 않다. 브렌다라는 이를 그리워하고 연민한다는 게 바로 옆에서 느껴졌지만 제 알 바가 아니었다.

 

 그의 뒤쪽으로 깨진 창 너머로 밝아져오는 하늘이 보였다. 아침이 오고 있는 게 분명하다.

 

 이대로만 간다면. 이대로 이야기가 맞아 떨어진다면.

 

 희망이라는 것을 품으며 쥐 죽은 듯 가만히 있었을까, 돌연 그가 울던 것을 멈추고 고개를 뒤쪽으로 돌렸다.

 

 

 “…숨소리.”

 

 

 저 방향은 릭이 있는 방향이었다.

 

 

 “브렌다.”

 

 

 안 된다. 절대로, 보내면 안 돼.

 

 괴물이 발을 떼어 릭이 있는 방향으로 걸음을 옮기려는 순간, 리제는 본능적으로 몸을 움직여 그의 팔을 제쪽으로 잡아끌었다.

 

 

 “아.”

 

 

 그가, 상황을 헤아려 보려 내뱉은 단발마의 신음 소리.

 

 

 “여기 있었네요.”

 

 

 소름끼칠만큼 서늘한 공기가 피부에 달라붙었다. 괴물의 눈동자가 아주 정확히 그녀에게 달라붙었다.

 

 성을 돌아다니며 봤던 피아노의 건반과도 같은 새하얀 손이 제 목으로 뻗어져 오는 동안, 리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무서웠고, 두려웠으며, 여기서 도망친다면 릭이나 앤톤이 위험해질 것 같았기에 괴물을 잡은 채로 가만히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창문으로 들어온 서늘한 바람이 피부를 훑고 지나가는 짧은 시간, 그 사이에 그의 손은 리제의 목을 살짝 감싸쥐었다.

 

 가시에 찔리듯, 따끔거리는 통증과 함께 리제는 반사적으로 그를 잡고 있던 손을 떼어내 제 목으로 옮겼다.

 

 

 “무슨….”

 

 

 목에서 떼어낸 손바닥에 피가 흥건히 묻어져 나왔다. 그것 뿐이라면 이토록 당황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꽃잎이 흩날렸다.

 

 바람에, 그녀의 목에서 자라난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워낸 푸른 꽃잎이 바닥으로 떨어졌다가 둥실 떠올랐다.

 

 하지만 리제는 그와 반대로 서서히 중심을 잃고 주저앉아 달뜬 숨을 토해냈다. 목만 불에 가져다댄듯 뜨겁게 타올랐다.

 

 숨을 제대로 쉬는 것인지 인지할 수도 없어 그저 고통에 눈물만 흘려냈다.

 

 

 “…미안, 미안해요.”

 

 

 퍽 자상스런 손길이 리제의 머리칼을 어루만졌다. 목표를 제대로 찾지 못하는 어리숙한 더듬거림이었지만 그 손길은 마치 금방에라도 깨질 것 같은 유리잔을 다루는 듯 했다.

 

 

 “부작용이, 나타날 줄은, 아니.”

 

 “….”

 

 “전에는 부작용이 없었으니까….”

 

 

 내가, 너무 경솔했어요.

 

 처음 뜨개질을 하여 실을 얼기설기 엮어낸 뜨갯것처럼 당황하여 말을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했다.

 

 그의 말은 결국 사과로 끝이 났지만 리제는 그 말을 듣지 다 듣지 못한 채 꽃의 내음에 숨을 빼앗겼다.

 

 

 * * *

 

 

 레몬 향이 나.

 

 상큼하고 눈을 번쩍 뜨게 만들어서 가끔 잠에 들기 싫을 때 의지했던 레몬의 향이.

 

 

 “…할, 머니.”

 

 

 밤에 깊은 잠에 빠져 기나긴 꿈을 꾸고 일어난 아침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레몬을 부르며 눈을 뜬 리제는 그녀가 곁에 있다는 것을 확인 받고 싶어 허공에 손을 뻗었다.

 

 

 “…아가.”

 

 

 투박하고 작은 손이 리제의 손을 잡은 것까지는 좋았으나, 레몬의 목소리는 마치 우는 것처럼 물기가 묻어져 있었다.

 

 잠에 사로잡혀 잘 뜨지 못하고 있던 눈을 단번에 크게 뜬 리제는 레몬의 목소리에 이상함을 눈치채고 재빠르게 상체를 일으켰다.

 

 여느때와 같은 아침이다. 작은 창을 둔 다락방. 그 좁다란 창으로 햇살이 쏟아져 내려오고, 레몬의 향기가 가득 채운 리제와 레몬의 집.

 

 어느 것 하나 변한 것이 없는데, 그런데.

 

 

 “이런 선택밖에 할 수 없었던 나를.”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리제를 젖은 눈으로 바라본 레몬은 리제를 잡지 않은 다른 손을 들어 그녀의 목을 어루만졌다.

 

 능숙한 솜씨로 묶은 붕대가 목에 자리했다.

 

 

 “절대, 용서할 생각 하지 말아라.”

 

 

 레몬의 목소리의 끝, 리제는 목에 느껴지는 낯선 붕대의 감각에 눈을 뜨기 전까지 있었던 모든 기억들이 현실로 들이닥쳤다.

 

 부정해야 했다. 그것은 현실이 아니었노라고, 필사적으로 저항해야 했다.

 

 

 “앤톤은요? 릭은, 그러니까, 저는….”

 

 “….”

 

 “숲에, 성은 없는 거죠?”

 

 

 꿈이라고 치부할 수 있게, 늘 얘기해주었던 대로 이야기 해달라는 눈을 했다.

 

 자신과 같이, 숲에 성 같은 건 없다고 신랄하게 욕을 봤던 레몬의 말이 듣고 싶었다.

 

 레몬은 먼저 답을 내주기 전에 그녀의 손을 잡고 있던 것을 풀고 두 팔을 넓게 펴 리제를 품 안 가득 밀어넣었다.

 

 

 “숲에 성은 없단다.”

 

 “…아.”

 

 

 없다. 그래, 역시 없잖아. 이 목의 상처는 그저 저도 모르는 새에 다친 것이고,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다.

 

 레몬의 한 마디로 크게 안심하는 리제의 마음을 자르기라도 하려는지, 밑에 층에서 누군가가 거세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울렸다.

 

 마을 사람이 온갖 성을 내며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할머니.”

 

 

 그에 덜컥 다시 불안함이 치고 올라온 리제의 눈이 레몬을 향했고, 레몬은 아직 눈물이 멎지 않은 얼굴로 리제의 머리를 쓸어내렸다.

 

 

 “내려오지마.”

 

 

 레몬은 딱 그 말만을 남겨둔 채 품에서 리제를 떼어내곤 밑으로 내려갔다.

 

 이윽고 문을 연 건지, 문을 부술 것처럼 과격하게 두드리던 소리가 사라지고 마을 사람들의 원성이 들려왔다.

 

 층이 달라서인가, 그들이 하는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해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감을 잡을 수가 없던 리제는 결국 계단을 내려갔다.

 

 

 “릭과 앤톤이 죽었어요!”

 

 

 아.

 

 심장이 세차게 뛴다. 금방에라도 터질 것처럼 세게.

 

 

 “애들 말로는 숲으로 들어갔다고 했고, 댁 네 아이도 숲으로 들어갔죠!”

 

 

 마을 사람들 중 가장 앞에서 화를 뱉어내는 이가 눈에 들어왔다. 릭의 어머니였다. 언제나 자신을 아니꼽게 내려다보고 릭과 자신이 함께 있던 것을 탐탁치 않게 여기던.

 

 그런 그녀가 입을 열수록 뒤에 있던 마을 사람들은 그녀의 말에 힘을 실어 주었다.

 

 

 “살아남은 게 이상해!”

 

 “어떻게 혼자 살아남을 수 있었겠어. 괴물의 아이, 마녀니까 그렇겠지.”

 

 “처음부터 말했잖아. 저 년들은 마녀니까 하루빨리 죽였어야 했다고.”

 

 

 그 모든 말들에 찔려가면서도 레몬은 그저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섰다.

 

 자신을 모욕하고,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아이가 욕을 보고. 수많은 질타가 날카로운 창과 검이 되어 그녀에게 덤벼들었지만 그녀는 마치 거대한 성벽이라도 되는 듯 입을 앙 다물고 서있었다.

 

 그런 레몬 보다 멀리, 1층과 2층을 잇는 계단 중간에 가만히 웅크리고 앉은 리제는 차마 그들의 이야기에 끼어들 수 없었다.

 

 릭이 숲으로 달려가게 된 건 자신의 탓이다. 릭이 자신과의 숭부에서 이기고 싶어 앤톤을 그대로 숲에 두었다. 숲에 들어가서 살아남은 것은 자신 뿐이다.

 

 자신의 탓이 아니라고 주장하더라도 이미 실의에 빠진 마을 사람들이나 애 먼 사람을 마녀로 몰아갈 준비를 모두 끝낸 마을 사람들은 그녀의 말을 듣지 않을 것이다.

 

 

 ‘불난 곳에 기름을 들이 붓는 꼴이 되겠지.’

 

 

 그것을 알기에 레몬은 그저 가만히, 그들의 울분을 받아내는 것밖에는 하지 못했다.

 

 

 “끌어내!”

 

 

 총성처럼 터져나간 누군가의 말과 함께 수많은 손들이 우왁스럽게 레몬의 몸을 잡아당겼다.

 

 헤질 때마다 다른 천으로 수선해나갔던 레몬의 얇은 카디건이 그들의 원망에 갈기갈기 찢어나가며 그녀의 몸이 뒤틀렸다.

 

 제대로 중심을 잡지도 못하는 채로 밖으로 끌려나가진 레몬을 보자마자 리제의 머릿속엔 레몬을 지켜야만 한다는 생각으로 가득찼다.

 

 

 “뭐하시는 거예요!”

 

 

 급하게 목소리를 높이며 계단에서 발을 굴러 레몬이 있는 곳으로 뛰어나갔다. 레몬의 몸은 이미 반쯤 흙바닥을 구르고 있었고, 리제의 목소리에도 그들의 손은 레몬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하지마세요!”

 

 

 절규하듯이 울부짖었다. 레몬의 몸을 보호하듯 감싸안으며 마을 사람들을 향해 소리쳤지만 그들은 자신들이 해야할 일이 줄었다는 것에 좋아했다.

 

 

 “잘 됐네. 마녀의 새끼는 어떻게 끌고오나 했는데.”

 

 “제 발로 걸어오다니. 이것 참 고마운 일이군, 그래.”

 

 

 리제는 세상을 살며 무서운 것을 참 많이 만나왔다.

 

 차디찬, 사람의 온기 따위 하나 없는 숲에 저를 버리고 가버린 부모님. 자신을 죽여 부드러운 살점으로 제 뱃속을 가득 채우려는 짐승. 숲 속의 괴물.

 

 그리고 지금. 오로지 분노와 살의로만 가득 들어찬 수십개의 눈동자가 숨도 쉬지 못할 만큼 무서웠다.

 

 저들은 확실히 자신을 죽일 것이다. 말릴 사람은 없을 것이고, 저들의 손은 자신과 레몬의 목을 틀어쥘 것이다.

 

 어리고 연약하기만 한 리제는 제게 달라붙는 노여움을 이기지 못한 채 마을 중앙으로 끌려나왔다.

 

 

 “부어버려.”

 

 

 오로지 화로 가득찬 목소리와 함께 레몬과 리제의 몸 위로 물 같은 것이 우수수 떨어졌다.

 

 냄새가 독하다. 물이 아니다.

 

 

 “…기름.”

 

 “아가.”

 

 

 그들이 자신들에게 흩뿌리는 것이 무엇인지 깨달은 것과 동시에 또 한통의 기름이 엎어졌고, 레몬이 최대한 리제를 품 안에 넣어 그녀를 숨겼다.

 

 강한 힘은 없었다. 툭 건들면 금방에라도 산산조각날만큼 연약했다.

 

 이곳까지 끌고 올 때, 그들의 과격한 행위에 온몸에 상처가 나고 다친 것은 레몬이다. 금방에라도 숨이 끊길 것처럼 숨소리도 옅었다.

 

 리제는 입술을 꾹 깨물며 레몬의 팔을 잡았다. 이 사람은, 자신이 지켜야만 했다. 처음으로 따스함을 알려준 레몬 만큼은, 꼭 자신이.

 

 그 일념 하나로 리제는 레몬의 품에서 나와 그녀를 제 뒤에 숨기고 정면을 바라보며 마을 사람들에게 목소리를 높였다.

 

 

 “저희한테 왜 이러시는 거예요!”

 

 “너희, 마녀 때문에 우리 아이가 죽었어! 그 아이의 시체를 네 눈으로 똑똑히 봤어야 해!”

 

 “전시하듯이 머리만 잘라 그루터기에 올려뒀어. 몸은 어디가 어디였는지 알 수 조차 없고! 지금 생각해도 아주 끔찍해.”

 

 “저것들과 한패인 괴물이 한 짓일텐데 이미 봤겠지.”

 

 “괴물은 정말 존재했어!”

 

 

 릭과, 앤톤이. 그런 시체로.

 

 그들이 정말 죽었다는 말이 리제의 말문을 틀어막았다. 집에 있었을 때도 들었지만 이리 상세히 들으니 그들의 죽음이 지독한 현실로 걸어왔다.

 

 충격에 빠진 그 침묵을, 자신들의 말에 대한 긍정으로 알아들은 그들은 더욱 분개했다.

 

 힘없이 휘청이고, 상처가 날 때마다 조금은 동정의 마음을 갖던 일부의 사람들도 같이 성을 냈고, 가장 앞장 선 릭의 어머니가 성냥에 불을 붙였다.

 

 그리고, 추락한다.

 

 기름으로 범벅된 그들의 몸 위로.

 

 리제의 레몬색 눈동자가 불을 집어 삼켜 붉게 달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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