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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오솔길
작가 : 엔보이
작품등록일 : 2019.9.2

오늘날까지 우리 인간이 걸어온 길.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갈등과 폭력의 역사.
태초의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 그러한 갈등과 폭력 속에서도 희망을 품고 살아간 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그려보고자 합니다.

 
단원 2. 저주.(6)
작성일 : 19-09-15 22:11     조회 : 212     추천 : 0     분량 : 4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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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그저 기분 나쁜 악몽으로만 여기고 애써 무시하던 꿈은 단순히 꿈으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에 점차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분명 기분은 나쁠지언정 꿈은 그저 꿈에 불과할 뿐이었다. 그러나 하루, 이틀,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들은 점차 그 꿈에 감정이 몰입되는 이상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몰입이 된다는 것은 마치 그 꿈이 내게 진짜 일어난 일만 같이 여겨진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나와 내 가족, 그리고 이웃들이 실제 죽임을 당하는 것 같은 끔찍하고 공포스러운 감정을 나는 매일 밤 꿈속에서 생생하게 겪고 있었다. 왜 그런지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꿈에서 깨어나고도 제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울고 불며 괴로워하는 나를 가족들이 모두 달려들어 진정시킬 때까지, 한참을 절규하고 괴로워해야 했다. 그러다 퍼뜩 정신이 들고 나면 나는 내가 지금까지 왜 그러고 있었는지 스스로 이유를 설명할 수가 없었다.

  귀신에 홀렸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 것이, 방금 전까지 울고 불며 난리를 치던 내 스스로가 기억은 나지만 소름끼치도록 낯설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런 불가해한 일들이 나와 동무들에게 연이어 일어나자 그때부터는 더 이상 우리에게 일어나고 있는 이상한 일들에 대해 숨기고 싶어도 숨길 수가 없게 되었다. 사람들은 점차 우리에게 귀신이 씌었다고 쑥덕거리기 시작했고, 가족들은 저마다 용하다는 무자를 수소문하고 다니기 바빴다.

  단테 설립을 위해 한결같이 나아가던 우리들의 일과 역시 그때부터는 더 이상 유지될 수가 없었다. 우리들의 꿈과 목표는 그렇게 허무하리만치 한순간에 날아갔고, 믿기 힘들지만 그것이 나와 동무들에게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었다. 그중에서도 어리의 상황이 가장 심각했다. 그는 최근 잠이 드는 것을 두려워하여 며칠 새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있었다. 하루가 다르게 야위어가는 그의 몰골을 마주할 때마다 나는 눈물이 핑 돌았다.

  이 모든 일이 꼭 나 때문에 일어난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내가 덫을 놓지만 않았더라도, 사냥을 하지만 않았더라도, 단테를 세운다고 설치지만 않았더라도....... 지금 우리는 어리의 집에 모두 모여 있었다. 오늘밤 정오가 되기 전에 같이 가야할 곳이 있기 때문이다. 그곳은 다름 아닌 가시곶으로 멧담불이 덫에 빠져 죽은 곳이다. 우리는 오늘 그곳에서 굿을 받을 예정이었다. 굿을 주도할 무자는 구서 씨가 소개해준 영산무녀였다.

  사실 오늘이 처음 받는 굿이 아니었다. 우리들 신상에 직접적으로 문제가 생긴 이후로 지금까지 총 세 명의 무자를 소개받아 굿을 받았다. 전에 촌장님이 소개해준 도도무녀부터 선잠수좌, 무령도사까지 그 이름도 요란한 사람들이 하루걸러 하루 꼴로 보리울을 다녀갔지만 결과적으로 그들 모두에게서 별다른 효험을 보지 못했다. 그런데도 그들이 하나같이 지껄이는 말이 다만 정성이 부족해서라는데, 내가 몸만 정상이었어도 그 사기꾼 새끼들을 모두 다리몽둥이를 분질러 놓았을 것이다.

  그런데 구서 씨가 모셔온 영산무녀라는 사람은 조금 달랐다. 그는 우리들을 처음 보았을 때부터 우리들이 어떤 상태인지, 어떤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가시곶에 얽힌 사연까지 귀신처럼 정확하게 짚어내었다. 그의 말에 의하면 지금 자신들은 무척 위험한 상태라고 하였다. 악몽을 꿀 때마다 점차 스스로를 잃어 갈 것이고, 그 이유가 원혼들에게 영혼이 잠식당하고 있기 때문이라 하였다.

  그러면서 그는 가시곶에서 억울하게 죽은 수많은 원혼이 느껴진다고 하였다. 그것은 내가 촌장님을 통해 알게 되었던 것처럼, 과거 그곳에서 수백구의 유골이 발견되었다는 사실과 맥이 통하는 이야기였다. 그가 계속해서 이야기하기를 그런 곳을 보통 자신들은 침묵의 땅이라고 부르는데, 아마도 멧담불이 그곳에 터를 잡은 이유가 바로 그것과 무관하지 않을 거라고 하였다. 달리 지신이라 불리기도 하는 멧담불에게는 그렇듯 원혼으로 얼룩진 땅을 정화하려는 본능 같은 영능이 있어, 그런 멧담불을 자신들이 잡아 죽인 것이 화를 좌초하게 된 원인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자신들이 굿을 하여 넋을 달랠 대상은 멧담불이 아니라 가시곶에 묻힌 수백 명의 원혼이 되는 것으로, 분명 쉽지 않은 작업이 될 거라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일단 거기까지만 들어보아도 나는 그가 그동안 다녀간 여타 다른 돌팔이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확실히 체감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나와 동무들, 그리고 가족들 모두는 그의 말을 철썩 같이 믿고 오늘 밤 산을 오르기 전에 그가 시킨 대로 조용히 앉아 기도를 드리는 중이었다.

 

  “시간이 되었네.”

 

  나와 동무들이 모여 앉은 방 앞에서 영산무녀가 굵직한 목소리로 우리를 불렀다. 우리들은 그가 시키는 대로 모두 일어나 집 밖으로 나왔다. 마당 앞에는 나와 동무들 가족이 모두 모여 병풍처럼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의 안위를 걱정하는 그들의 마음이 눈빛에서부터 그득히 느껴졌다. 간단한 적삼차림으로 영산무녀를 따라 나서는 우리들을 가족들이 가시곶 초입까지 배웅해 주었다. 그들은 더 이상 우리를 따라오지 않았다. 영산 무녀의 지엄한 분부가 있었기 때문이다.

 

  “일전에 말한 대로 가족들은 모두 마을에 남아계십시오. 제가 의식을 끝낼 때까지 누구도 이 산을 오르는 사람이 있어서는 아니 됩니다. 허투루 하는 말이 아닙니다. 만약 그런 사람이 있다면 의식을 진행하는 나와 이 사니들은 물론 산을 오른 당사자까지 위험해질 수 있다는 것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점차 멀어져가는 우리를 바라보는 가족들 모습이 마치 자식을 타향에 귀양 보내는 사람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다. 사실 내 마음도 그와 같았다. 가족들에게 이리 큰 걱정을 끼친 점. 그리고 동무들에게까지 이런 끔찍한 일을 겪게 한 점. 따지고 보면 모두 내 책임이 아니라 할 수 없었다. 실제 귀향 가는 죄인의 심정이 어떠한지는 몰라도 지금 내 마음이 그보다 못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묵묵히 산을 오르는 동안 우리는 아무도 말이 없었다. 할 말도 없었고, 할 기운도 없었다. 그동안 악몽에 시달리는 동안 우리들 몸과 마음은 이루 말 할 수 없을 만큼 쇠약해져 있었다. 너무 죄스럽고 미안한 마음에 나는 동무들 얼굴도 똑바로 바라보지 못했다. 다만 이것으로 이 끔찍한 악몽에서 제발 벗어나기를, 꼭 그렇게 되기를 마음속으로만 빌고 또 빌었다.

 

  “다 왔네. 이곳에서 의식을 시작하지.”

 

  그가 먼저 준비를 해놓았는지 자신들이 도착한 곳에는 잘 차려진 제단이 준비되어 있었다. 그를 곁에서 수행하고 있는 두 명의 애기무자들이 우리들 곁에서 영산무녀의 지시에 따라 그때그때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알려 주었다. 우리는 그들이 시키는 대로 큰 잔에 떠놓은 물을 나누어 마시고 제단을 향해 백팔배를 하였다. 지치고 힘든 몸으로 백팔배를 하려니 땀이 나고 다리가 후들거렸지만 오로지 이 상황을 벗어나야한다는 의지 하나로 우리는 그것을 해내었다.

  간신히 백팔배를 마친 우리는 무녀의 지시에 따라 눈을 감고 엎드렸다. 무녀는 우리가 눈을 감고 엎드려 있는 동안 귀신들이 우리에게 접근해 올 거라고 하였다. 그러면서 새벽닭이 울기 전까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눈을 뜨지 말고 그대로 엎드려 있어야 한다고 하였다. 다만 자신이 읊는 기도문에만 집중하고 따라 읊으라고 하였다. 무녀의 목소리가 워낙 엄숙하고 진지했기에 우리들은 모두 그가 시키는 대로 기도에만 집중하였다.

  무녀의 기도문을 따라 읊은 지 얼마나 지났을까. 잠시 후 정말로 사방에서 괴상한 소리와 울부짖음 같은 것이 들리기 시작했다. 무언가를 휘두르는 소리도 나고, 실제로 내 몸을 붙잡고 흔드는 무언가도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지 궁금했지만 나는 애초에 다짐한 대로 눈을 꼭 감고 기도에만 집중하려 노력했다. 그러자 점차 이상한 기분이 드는 것이 마치 몸이 공중에 붕 떠 땅 속으로 가라앉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정말 이상하고 생소했지만 그럴수록 나는 무언가 굿이 효험을 보고 있다고 생각해서 더욱 기도에만 집중하였다. 그러다가 아마 의식을 잃었을 것이다. 꿈결 속에서 동무들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형. 우리 마을은 대체 왜 이렇게 가난하고 어려운 걸까? 언제까지 이렇게 무시 받고 천대받으며 살아야 하는 걸까?’

  ‘난 말이다, 반디야. 다음 생애 다시 태어난다면 새로 태어날 거다. 그래서 누구 눈치 볼 것 없이 훨훨 이 세상을 날아다니고 싶다. 안 가본데 없이 온갖 데를 다 말이야.’

  ‘우리한테 미안해 할 거 없데이. 이거 하나는 분명히 말하는데 이번 일이 잘되든 그렇지 않든, 아니 분명히 잘 되겠지만 만에 하나 그렇지 못하더라도 말이데이, 우리는 형 원망 안 한데이. 그러니 행여나 나쁜 생각 하지 말그라.’

  ‘얘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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