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쌍화점: 고려성인주점
작가 : 한계령
작품등록일 : 2019.8.28

'쌍화점에 술을 마시러 갔더니 회회 아비 내 손목을 잡더라~'
쌍화점이란 고려시대에 귀화한 서역인(중동인)들을 위해 상권을 주어 영업을 하도록 한 장소이다.
이들은 밤이면 상점 앞에 심지가 두개인 등잔을 내걸어 쌍화점이라고 했고 이들 서역인들을 회회아비라 불렸다.
쌍화점은 이국적이고 개방적인 영업방침으로 인해 고려의 남녀들의 은밀하고 퇴폐적인 사교의 장소로 인식되었다. 이런 쌍화점에 시대를 거슬러 올라간 청년이 있었으니..

 
7/ 양수척
작성일 : 19-09-15 14:11     조회 : 220     추천 : 0     분량 : 8202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7/양수척

 

 강가에 마치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엘프 족 마을 같은 동네가 숨어 있다.

 바로 이곳이 깍귀의 고향인 양수척 마을이다.

 이들은 압록강 근처의 국경지대를 떠돌며 국적과 호적도 없이 타 민족으로 살다보니 고려로부터 배척과 멸시를 당 하며 강에서 고기를 잡고 수초로 대자리를 만들어 파는 일로 생계를 삼았다. 그러나 밀무역과 도적질 등의 범죄를 저지르는 일이 많았다. 이들은 대담하게도 고려 전역을 비롯하여 개경까지 침입하여 강도짓과 도적질을 자행 하였다. 바로 절에서 존귀한 공주의 보석을 훔칠 정도로 이들의 범죄는 대담했다.

 

 강가에서 그녀를 다시 만났을 때 그녀는 신기한 듯 날 보았다.

 

  ‘너 타타타 아니냐?’

 

 그녀는 또렸하게 날 기억하고 있었다.

 

 그녀의 그런 하대에도 난 존대 말로 답했다.

 

  ‘안녕 하세요?’

 

  ‘다쳤냐?’

 

  ‘네! 조금..’

 

 나는 일부러 다리를 찔룩여 보였다.

 

  ‘타!’

 

 그녀는 내게 손을 내밀어 자신의 말에 나를 태웠다.

 말이 달리자 그녀의 출렁이는 가슴이 내 등에 닿았다.

 나는 기분이 너무 좋았다.

 그녀가 말했다.

 

  ‘꼭 잡아! 흥분이 지나치면 말에서 떨어진다.’

 

 그녀는 힘차게 말을 몰았다.

 

 우리가 온 첫날, 우리를 환영하는 성대한 파티가 마을 공터에서 열렸다.

 돼지를 잡고 떡과 전을 붓치고 술독에서 술을 퍼다 날랐다.

 나를 위한 잔치라기보다는 죽을 줄 알았던 깍귀가 살아 돌아온 걸 기념하기 위한 잔치 였지만

 때 마침, 이 부족들은 일 년 최대행사인 용신제 (龍神祭)가 열린 것이었다.

 

 나는 냇가에서 그동안 노역으로 덕지덕지 붙은 때를 씻어내고 헌옷이나마 입성이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자

 예전에 나로 돌아 온 듯싶었다,

 나를 흘금흘금 보던 여인네들은 서로 킥킥거리며

 

  ‘참기름을 발라 놓은 듯 삐끈삐끈하다.’

 

  ‘내가 보긴 금가루를 뿌린 듯 빤작거리는데..’

 

  ‘어쩜 저리 잘 생겼을까?’

 

  ‘허! 잘생긴 건 알아가지고.. ’

 

 난 기분이 좋았다. 깍귀 역시 목욕을 하고 더벅머리를 뒤로 묶으니 마치 잘 씻어 놓은 차돌맹이처럼 단단해 보인다.

 

 모든 부족들은 날 친절하게 대해 주었다. 내 손을 잡아 잔치상에 앉히고 술잔을 건네주며 환영의 덕담들을 해 주었다.

 

 이어, 마당에서는 축제가 절정에 달한 듯 요란한 북이 울리며 주위가 환호소리로 가득했다.

 그런 환호 속으로 그녀가 나타났다.

 그녀는 머리에 사슴뿔로 된 관을 쓰고 백설보다 흰 색의 백곰의 가죽을 걸친 당당한 모습으로 나타난 것이다.

 그녀가 나타나자 모든 부족들이 그녀를 향해 환호를 하기 시작했다.

 환호는 점점 경배에 가까운 것으로 변하더니 그녀는 제단으로 올라가 제사장이 되어 용신제를 집행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병이든 늙은 족장인 아버지를 대신해 제사를 집행 하는 것이다.

 

 그녀가 제단에 제례의식을 끝내고 부족들을 향해 술잔을 들자 모두 따라서 술잔을 들었다.

 풍악이 더욱 고조되며 울리자 그녀는 관과 백곰의 의상을 벗자 마치 잠자리 날개 같은 의상이 나타났다

 특히 그녀의 목에는 분명 본 듯한 주렁주렁한 포도송이 같은 비취 목걸이가 빛나고 있다. 바로 공주가 차던 목걸이가 분명했다.

 비록 훔쳐 온 것이지만 그 목걸이의 임자는 누가 뭐래도 그녀의 것이었다.

 그녀는 제단을 돌며 접신을 하려는 듯 몸을 흔들며 본격적으로 춤을 추며 시작했다.

 그녀의 늘씬한 몸매가 요동치며 여체의 매력을 발산 했다.

 

 그녀가 춤을 추자 여기저기서 호응하기 시작하며 춤은 집단 안무로 변했다.

 남녀 모두, 노인 아이들 까지 춤을 추는 실력들이 보통이 아니다.

 춤을 추는 것 뿐 아니라 온갖 묘기들을 부린다.

 악기를 연주하기도 하고 땅재주와 물구나무를 서고 빈 독에 올라타 두발로 굴리기도 한다.

 재주가 보통들이 넘는다. 사실 이들은 무자리 이면서 광대 (廣大)였다.

 봄과 가을이면 놀이패를 꾸려 전국을 방랑 한다고 한다.

 서양에 집시 족이 있다면 우리 땅에 이런 창우(배우)부족이 있는 것이었다.

 

 깍귀도 그의 특기인 허공을 나르는 공중제비를 돈다.

 사람들은 나에게도 춤을 출 것을 권유 하였다.

 나는 서툴지만 마이클 잭슨의 문 워커를 흉내 내었다.

 모두 신기한 듯 박수가 터졌다.

 그녀가 바로 내 흉내를 내며 뒤로 걷기 시작했다.

 

 그녀가 점점 내 곁으로 다가섰고 우리는 마주 보는 자세가 되어 춤을 추었다.

 우리는 눈이 마주쳤고 남모를 감정이 교차 되었다.

 

 그런데 그녀의 눈이 정말 묘했다. 눈동자는 푸른데 홍채는 자주색을 띄고 있었다. 마치 사파이어처럼 푸른 눈동자 속에 보라와 빨강의 중간색인 자주색의 보석이 박혀 있는 것 같았다.

 

 처음엔 컬러 렌즈를 끼고 있는 줄 알았다. 그러나 지금 이 시대에 그런 게 있을 리 없지 않는가? 그야말로 자연산이다.

 그녀가 나의 표정을 보더니 내 귀에 대고 살포시 입을 열었다.

 

  ‘귀여운 것! 너도 내 눈에 반했나 보구나? 내 눈동자 속에 숨은 보석을 발견한 모양인데...그래서 내 이름은 자운선이야. 죽은 나의 엄마가 지어준 이름인데 내 눈 속에 자주색 구름이 떠 있다고 해서 지은 이름이야.’

 

  ‘자운선?’

 

 이름마저 예쁘다.

 그 신비롭고 아름다운 이름처럼 푸른 자색 눈은 더욱 빛났다.

 우리 두 사람의 춤으로 축제는 더욱 흥이 났다.

 

 그런데 우리의 춤을 방해하는 누군가가 나타났다.

 갑자기 우리의 춤 사이로 끼어 든 것이다.

 난 처음에는 날짐승이 뛰어 든지 알았다.

 자세히 보니 이 물체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 사람의 모습은 그리 흉물일 수가 없다.

 일단 작은 키에 목과 얼굴이 한데 붙어 팔다리 역시 기형적으로 길어 마치 고릴라나 침판지를 닮은 체형에 머리는 산발을 하고 얼굴엔 온갖 부종이 올라 보기만 해도 토악질이 날 것 같은 몰골이다.

 남자인지 여자인지 조차 구분이 안 되는 이 물체가 나타나자 흥겨웠던 춤판은 순식간에 깨져 버렸다.

 이 자를 향한 주변의 사람들의 반응이 바로 나타났다.

 

  ‘못난이닷! 못난이!’

 

 아마 생긴 것처럼 이름이 못난이 인 모양이다. 아니면 별명이 못난이이던가?

 못난이는 히쭉 웃으며 어깨춤을 덩실 덩실 추기 시작한다. 그러자 그녀의 가슴이 출렁 거렸다.

 

  ‘어? 여자다! 세상에 저렇게 못생긴 여자는 첨 본다.’

 

 내가 중얼 거리자 그 여자는 날 경멸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더니 삐뚤어진 입을 열었다.

 

  ‘죽을 놈이 제 분수도 모르고 춤을 추는구나.’

 

 그녀의 쇳소리 마냥 쉰 목소리가 충격이었지만 그 내용이 더 놀랍다.

 

  ‘뭐? 내가 죽게 된다고?’

 

 그녀는 나를 향해 조소의 웃음을 날리기 시작 했다. 그러자 주위의 몇몇 부족들은 당황스런 표정이 되며 그녀를 말리기 시작했다.

 

  ‘못난아! 어서 들어가자!’

 

 어느새 자운선의 표정은 차갑게 변해 있었다. 그러자 차츰 주위분위기도 얼음장처럼 차갑게 경직되고 모두들 춤을 추는 것조차 어색한 몸짓으로 보였다.

 사람들의 말림에도 그 못난이는 나를 정면으로 노려보며 다시 말했다.

 

  ‘못 들었냐? 다시 말해 줄까?’

 

 그녀가 다시 입을 열려는 순간, 자운선이 소리 쳤다.

 

  ‘야! 못난이 네 이년! 여기가 어디라고 나타나 흥을 깨는 거야. 당장 입을 닫치지 못해.’

 

 그러자 못난이가 자운선에게 대들었다.

 

  ‘왜 나만 가두고 니들끼리만 재밌게 노는 거야?’

 

  ‘우린 노는 게 아니고 신을 향한 제사를 지네는 거야?’

 

  ‘왜 제사를 니들만 지네냐고?’

 

 못난이가 따지듯 묻자 자운선이 더욱 발끈 했다.

 

  ‘저주를 받은 네년은 제사에 참가하는 게 부정을 타는 거야. 뭣들 해? 이 년을 당장 데려가 가두지 않고..’

 

 자운선이 더욱 화를 내자 주위에 있던 부족 들이 못난이를 얼루기 시작했다.

 

  ‘못난아! 맛있는 떡과 과일을 줄 테니 들어가자.’

 

  ‘그래! 넌 몸도 안 좋은데 편하게 쉬어야지.’

 

  ‘나를 또 가둔다고?’

 

 못난이는 거칠게 저항을 했다. 그러나 부족들이 달려들어 그녀를 꼼짝 못하게 잡았다.

 그렇게 잡흰 못난이는 질질 끌려가면서도 나를 힐끔 힐끔 돌아보며 쇠북이 울리듯 탁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거북이에게 속아 용궁으로 간 토끼는

  지혜라도 있어 목숨을 건졌건만

  저 허우대만 멀쩡한 바보는

  오늘이 제 제삿날인지 모르고

  춤만 추어대는 구나.’

 

 나는 머리가 빠짝 섰다.

 

  ‘오늘이 내 제삿날?’

 

 순간, 머리가 쭈삣 서며 온 몸이 오한이 든 듯 떨려 왔다.

 

  ‘내가 왜 그걸 몰랐을까?’

 

 그 의문은 이 마을에 들어서부터 였다. 맨 처음 표정이 달라진 것은 깍귀 였다.

 깍귀는 뭔가 나한테 죄를 진 느낌으로 날 대했다.

 그리고 사람들 역시 날 동정의 눈빛과 아니면 냉정하거나 경멸하는 눈빛으로 날 보았다.

 내가 불안한 눈빛으로 변하자 자운선이 명령 했다.

 

  ‘이 놈을 도망치지 못하게 묶어라!’

 

 나는 졸지에 밧줄로 꽁꽁 묶였다.

 

 ‘갑자기 왜 이러는 거요?’

 

 그러자 그녀가 말했다.

 

  ‘좀 전에 들어 놓고서.. 넌 곧 죽는다고.’

 

 그러자 다른 부족이 말했다.

 

  ‘넌 제물로 잡혀 온 거야.’

 

  ‘제물이라니?’

 

 그 이유는 곧 알게 되었다. 그 사실은 너무도 끔직한 일이었다. 나는 용신제 제사에 인신공양 용으로 잡혀온 것이다.

 더 파고들면 이렇다. 이 부족은 명색이 강가에서 살다보니 고기를 잡으려 나가면 배가 자주 뒤집혀 인명사고가 나니 그 원인을 강 속에 사는 용의 저주로 본 것이다.

 그런데 그 용왕은 여왕이기에 여자보다 건장한 남자를 제물로 바치는 것이다.

 하지만 같은 부족을 죽일 수 없으니 다른 이타인을 납치 해와 제물로 사용 하는 것이다. 그 방법이 천민이나 노비를 데려오는 것이었다. 일단 그들의 목숨 정도는 아무도 신경을 안 쓰니 뒤가 깨끗할 수 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성곽을 쌓는 노역장에서 노비를 꼬여 내 데려오는 것이었다.

 

 그 제물을 책임진 깍귀는 성벽 쌓는 노역을 자처해 인질로 날 지목해 나에게 접근한 것이다.

 주먹밥을 가로채는 술수와 날 죽이지 않고 자비를 베풀고 함께 나무에 매달리고 그 후 나한테 친절한 모든 일들이 나를 유인해 내기 위한 음모 였던 것이다.

 그러자 부족들은 이젠 노골적으로 깍귀를 향해.

 

  ‘이번엔 아주 실한 놈을 잡아 왔어. 용신님이 좋아 하실 게야.’

 

  ‘사람 후려 오는 데는 우리 깍귀 따라 올 인재가 없지.’

 

  ‘어디 사람뿐인가? 백두산 호랑이도 몰고 오라면 올 텐데.. 하하..’

 

 부족들의 시시덕거림이 끝날 줄 모른다.

 난 그런 깍귀에게 따지듯 물었다.

 

  ‘그 많은 노비들 중에 왜 하필이면 나냐?’

 

  ‘제삿장에 오르는 과실도 좋은 걸 고르는 법이지.’

 

 그러더니 변명이라고 하는 말이

 

  ‘흣흐 미만하다. 그러나 낚싯대에 걸려든 물고기가 낚시꾼 탓만 할 수 없지. 낚시인 줄 모르고 문 물고기도 잘못이 있지 않니?’

 

  ‘뭐 날 낚싯대에 걸린 물고기 취급을 하다니..’

 

  ‘넌 낚싯대에 걸린 물고기 보다 못한 신세야. 이제 넌, 그들 물고기 밥이 되어야 하거든.’

 

 녀석은 전혀 죄의식도 없이 싱글거리며 말했다.

 

 이제 나는 꽁꽁 묶인 체 제물이 되어 강물에 던져지게 되었다. 아비의 눈을 뜨게 하려고 임당수에 빠져 죽어야 하는 심청이가 되어야 했다. 심청이는 공양미 삼백 석이라도 받았지. 난 그야말로 공짜로 죽어야 하는 것이다.

 이거야 말로 점입가경도 유분수고 악재가 연달아 끼는 악운의 시리즈라기엔 그 도가 너무 심한 거 아닌가?

 

  ‘이런 뻔뻔스러운 놈!’

 

 가장 억울한 건 방금 전까지 나와 춤을 춘 자운선, 그녀였다. 그녀는 냉정하다 못해 싸늘한 눈빛으로 나를 외면했다.

 그녀의 기세에 난 꼬랑지를 내릴 수밖에 없다.

 난 무릎을 꿇고 빌었다.

 

  ‘살려주세요! 저번에도 살려 주셨잖아요?’

 

  ‘너 참 염치도 좋다! 어떻게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살려 달래니?’

 

  ‘한번이나 두 번이나 그게 그거잖아요?’

 

  ‘나도 살려주고 싶다. 그러나 이건 우리 부족에게는 대단한 중대사야. 그리고 나는 공과 사는 구분할 줄 아는 사람이거든.. 더욱이 이 제사를 주관한 제사장으로써의 책임이고 말이야.’

 

 그러자 여기 자기서 ‘옳소!’ 라는 말이 터져 나왔다.

 이 자들이 정말 나를 죽일 모양이다.

 깍귀는 나를 밧줄로 단단히 묶었다.

 

  ‘이 무지 몽매한 야만인 족속들아! 이건 엄연한 인권유린이고 죄악이야. 더욱이 살인이란 인간이 저지르는 가장 큰 중대 범죄라고? 너희들 지금 나한테 장난치는 거지? 그렇지?’

 

  ‘이게 장난으로 보이냐?’

 

  ‘장난이 아니면 이거 어서 풀어 줘?’

 

  ‘너 아직 뭘 모르는 건가 본데.. 허긴 죽을 놈이 무슨 소리는 못 할까?’

 

 그녀는 냉랭한 시선으로 날 쏘아 보더니 명령을 내렸다.

 

  ‘자! 해가 지기 전에 어서 강으로 가서 이 자를 용신님께 바치자.’

 

 부족들은 꽁꽁 묶은 나를 준비한 평상 가마위에 태웠다.

 깍귀가 가장 적극적이었다.

 

 그런 나에게 부족들은 마치 나를 성물을 대하듯 공경하기 시작했다.

 나를 향해 성수랍시고 물을 뿌리는 자도 있었고 두 손을 빌며 소원을 구하는 자도 있었다.

 내가 이리 존엄의 대상이 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이들은 나를 실은 가마를 들쳐 매더니 강가로 향했다.

 그 뒤를 수십 명의 부족이 뒤 따르며 ‘어차~ 어차~’ 함성과 함께 뭔가 알아듣지 못할 주문들을 외우기 시작했다.

 

  ‘...??’

 

 이들의 주문이 왠지 나에게는 익숙하게 들려 왔다. 바로 지금은 잊힌 오래된 코미디 프로의 대사 이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그들의 주문에 맞춰 중얼 거렸다.

 

  ‘김 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방삭 치치카포 사리사리센타 워리워리 세브리깡 무두셀라 구름이 허리케인에 담벼락 담벼락에 서생원 서생원에 고양이 고양이엔 바둑이 바둑이는 돌돌이...’

 

 나는 그들의 주문을 따라 하며 이 음률을 중얼거렸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려 내렸다. 나는 결국 엉엉 울고 말았다. 무슨 놈의 팔자가 이 모양이냐? 뜨거운 사막에 홀로 버려져 죽을 지경을 겪지 않나? 역사를 거슬려 옛날로 돌아가지 않나? 그리고 이젠 산채로 물에 수장이라니?

 

 내 비통한 울음과는 전혀 상관없다는 듯 이들은 나를 강가에 묶어 온 조각배에 실었다. 여러 대의 조각배에 놔 누어 탄 부족들은 내가 탄 배를 중심으로 둘러쌓고 강 중앙을 향해 힘차게 노 저어 갔다. 강 중앙에 급류가 휘몰아치고 있는 곳이 바로 내가 수장될 곳인 모양이다.

 뱃전 머리에 마치 제상에 오른 돼지처럼 난 그렇게 죽을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계속 주문을 외웠다.

 그 주문이 이제 제대로 내 귀에 들려왔다.

 

  ‘압수의 용신이시여! 우리 무자리들의 기도를 들어주소서! 여기 정성을 모아 제물을 올리오니 받아 주시 옵서소. 우리 무자리들을 강한 호족으로 키워 주소서. 천대 받지 않는 강한 종족이 되게 하소서. 빌고 비옵나니 우리의 소원을 들어 주소서.’

 

 주변의 조각배에서 온통 환성 소리가 터져 나왔다.

 

  ‘용왕 만세! 자운선 만세! 무자리 만만세!’

 

 환성소리는 더욱 커 켰다.

 드디어 그녀가 소리쳤다.

 

  ‘용신님이 배가 고프시단다! 어서 제물을 바쳐라! ’

 

 그 준엄한 한마디에 깍귀와 사내들은 나를 번쩍 들더니 파도가 들끓는 급류의 소용돌이 속으로 던져 버렸다.

 풍덩! 물보라가 튕기며 물속으로 빠져 드는 순간,

 동시에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그런데 그 비명소리는 내 소리가 아니었다.

 바로 깍귀의 비명소리 였다.

 깍귀가 어디선가 날아 든 화살을 맞고 쓰러지는 것이었다.

 관군이 나타난 것이다.

 

 그러나 나는 물에 깊숙이 빠지며 점점 강물 속으로 꽁꽁 묶인 내 몸은 더 깊은 수면 속으로 깊숙이 갈아 않았다.

 내 코와 입가에 물방울이 보글보글 끓어오르고 식도로 물이 들어가 턱 가슴이 막히더니 숨조차 이젠 쉴 수가 없다.

 그냥 나는 물속에 축 늘어진 사지를 방치 한 채 죽음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관군이 나타나려면 조금만 일찍 나타났던들?

 재수가 없는 놈은 뭐가 달라도 달랐다.

 

 그런데 물을 헤치며 뭔가 괴상한 물체가 내 곁으로 다가왔다.

 그럼 이 강 속에 정말 용이 산단 말인가?

 그런데 용치고는 그 생김이 좀 이상했다.

 그럼 이무기?

 용은 그림으로나 만화 등에서 자주 보아 그 생김을 알지만 이무기는 어떻게 생겼던가?

 그런데 이무기도 아닌 것이 분명했다.

 그 정체는 바로 못난이, 그녀 였다.

 못난이는 그 기형의 몸임에도 능숙하게 수영을 하며 내 곁으로 다가 왔다 못난이의 입에는 단도가 물려 있었고 그 단도로 능숙하게 나의 묶인 밧줄을 끊어 버렸다.

 나의 몸에 밧줄이 풀리고 힘을 내어 허우적거리니

 그녀가 내 겨드랑이를 잡아 부축해 물속에서 끌어내려고 힘을 모았다.

 나는 드디어 수면 위로 얼굴을 들여 내며 푸우 하며 길게 쉼 호흡 하였다.

 나는 또 다시 산 것이다.

 

 우리가 물속을 헤쳐 나와 기진맥진 건너편 강가에 도착 했을 때 배위에서는 부족들이 관군에 저항하며 싸우고 있었다. 그러나 어떤 의미에서 오합지졸인 무자리들이 정규군인 관군을 이길 수는 없었다.

 다른 조각배에 탄 부족들은 대부분이 무참히 살해되고 몇몇 부족들은 관군들에게 체포되고 있었다.

 나는 이런 와중에도 눈을 부릅뜨고 그 광경을 살폈다.

 자운선의 행동이 궁금했다. 그녀는 관군을 상대로 칼을 휘두르며 저항하고 있었다.

 마치 한 마리 짐승이 포호하며 살려고 발버둥 치는 모습 그대로 였다. 그러나 곧 역부족을 느끼고 칼을 떨구며 지쳐서 뱃전에 나뒹군다.

 그런 그녀를 관군들이 달려들며 그녀의 몸에 오랏줄을 감았다.

 그런 그녀가 분한 듯 식식거리는 모습이 멀리서도 명확하게 보였다.

 부족들은 죽은 자와 살아남아 체포된 자로 나뉘고 정벌은 평정 되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관군의 대장은 직접 추포를 하러온 분도장군 이지영 이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5 15/가면무도회 2019 / 10 / 7 258 0 7688   
14 14/고래사냥 2019 / 10 / 3 216 0 5236   
13 13/자운선 2019 / 9 / 30 234 0 5450   
12 12/신장개업 2019 / 9 / 27 244 0 6079   
11 11/이량촌 2019 / 9 / 25 228 0 7783   
10 10/재회 2019 / 9 / 21 251 0 5347   
9 9/문둥이 마을 2019 / 9 / 19 247 0 5497   
8 8/도주 2019 / 9 / 17 225 0 6033   
7 7/ 양수척 2019 / 9 / 15 221 0 8202   
6 6/천리장성 2019 / 9 / 14 245 0 7511   
5 5/타 타 타 2019 / 9 / 12 245 0 6254   
4 4/노예시장 2019 / 9 / 10 230 0 4731   
3 3/무인시대 2019 / 9 / 5 238 0 5664   
2 2/카라반 2019 / 9 / 1 241 0 7013   
1 1/실크로드 2019 / 8 / 28 421 0 7484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