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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괴물이 준 꽃을 먹는다면
작가 : 해뜨다
작품등록일 : 2019.9.14

페터 숲에 있는 성에는 절대 가까이 가지마렴.
만약 그 성에서 헤매게 됐다면 숨을 죽이고 조용히 숨어있으렴.
너를 죽이려는 괴물의 발소리가 없어질 때까지.

만약 괴물에게 들켰더라도 숨을 꾹 참으렴.
괴물의 눈은 아주 나쁘니까 네가 있는지 모를 거야.

 
숲속의 성 (2)
작성일 : 19-09-14 21:56     조회 : 177     추천 : 0     분량 : 6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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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이 켜져 있지 않은 방에 불을 키듯,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눈을 뜨자 한순간 빛이 몰아쳤다.

 

 어지러운 시야 탓에 제대로 서있지 못하고 휘청이다 결국 바닥에 주저 앉았다. 바닥에 닿은 손에서 느껴지는 서늘함. 그것은 이 바닥이 숲이 아니라는 걸 인식시켰다.

 

 대리석으로 된 넓은 복도의 한가운데. 왼편에는 띄엄띄엄 문이 자리했고 오른편에는 커다란 창문이 줄지어있었다.

 

 

 “…하.”

 

 

 짧은 숨을 내뱉으며 다리의 힘을 주고 일어났다. 창문에 가까이 다가가니 바깥의 풍경이 아주 제대로 보였다.

 

 기다랗고 풍성한 나무들. 잘 손질된 정원. 별이 그득히 피어나 밝은 밤.

 

 그 하늘 위에 창백한 초승달이 떠올랐다.

 

 리제는 불안감으로 술렁이는 마음을 애써 가라앉히며 주위를 제대로 둘러봤다. 복도에 세워진 작은 테이블이나 촛대는 언뜻 보아도 고급품이었다.

 

 게다가 방은 멍청할 정도로 많고, 복도 또한 더럽게 넓었다.

 

 이건 어떻게 생각해도 ‘괴물이 나오는 숲속의 성’이었다.

 

 

 “칼…은 제대로 있고. 뭐 없어진 건 없네.”

 

 

 만약 괴물을 만나더라도 이 칼로 어찌 할 수 있을 거라 생각되지는 않는다. 작은 아이가, 작은 칼로, 두려움의 대상인 괴물을 죽인다는 건 말도 안 되니까.

 

 아, 진짜.

 

 성이 없고 괴물이 없다 단언할 수 있던 자신이 그리워졌다.

 

 

 ‘차라리 꿈이었으면 좋을텐데.’

 

 

 잠에서 깨면 모든 것이 없었던 것처럼 되는 그런 꿈 말이다.

 

 하지만 꿈일 가능성은 없었기에 긴장으로 몸이 빳빳해져왔다. 손을 쥐었다 폈다하며 평정심을 찾아 눈을 꾹 감았다.

 

 괴물의 발소리를 조심하고, 발소리가 들리면 숨을 참는다.

 괴물은 눈이 안 보인다.

 

 사람들의 입을 타고 전승된 괴물 이야기 같은 걸 현실에 적용해도 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그 이야기를 이용하는 것 뿐이었다.

 

 

 “괜찮아.”

 

 

 자신을 다독이는 말과 함께 눈을 떴다. 이제 앤톤과 릭을 찾아야 했다. 앤톤은 성에 있다고 했고, 릭의 발자국은 호수에서 멈췄으니 그 역시 이곳에 있을 것이다.

 

 홀로 떨어져 있는 것보다 여럿이 뭉쳐 있는 것이 낫다.

 

 무엇보다 자신이 이곳까지 온 목적은 그 둘을 찾아서 데려가는 것이었으니까.

 

 리제는 앤톤과 릭의 얼굴을 생각하며 다리에 힘을 주어 걸어나갔다.

 

 성은 아이의 보폭으로 열심히 뛰어다녀도 다 돌아다닐 수 없을만큼 넓었다. 그 탓인지 신발이 바닥에 부딪혀 선명히 소리를 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괴물의 인기척을 들은 적이 없다.

 

 괴물이 있다면, 아마 그것은 자신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 먼 곳에 있다는 소리겠지.

 

 

 “앤톤.”

 

 

 그리 생각하니 조금 마음이 놓여 아까보다 대담하게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발소리만 나면 괴물의 소리인 줄 알고 숨을 죽이고 있을지도 모르니 열심히 이름을 불렀다.

 

 

 “릭. 앤톤.”

 

 

 목이 조금 따끔해질정도로 이름을 부르며 걸었을까, 앞쪽에서 흐느끼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이가, 부모를 찾으며 우는 목소리.

 

 

 “…앤톤.”

 

 

 틀림 없었다. 저건 앤톤의 음성이었다. 앤톤은 워낙 겁이 많고 눈물이 많은 아이라 그의 가녀린 목소리보다 울음소리를 더욱 많이 들어봤으니 잘 알았다.

 

 앤톤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이 벅차올라 빠르게 앞으로 나아가려 했다.

 

 툭. 터벅.

 

 뒤에서부터 들려오는 발소리만 아니었더라면.

 

 괴물일까? 정말 괴물이 사는 건가? 괴물을 만나면 잡아먹히나? 진짜로?

 

 그러면, 답은 정해져 있는 거 아닌가.

 

 리제는 앤톤에게로 향하려던 몸을 뒤로 돌려 발소리가 가까워지는 방향을 바라봤다.

 

 이 상태로 앤톤에게 간다면 앤톤도 함께 위험해진다. 어떻게 해서든 다른 방향으로 괴물을 유인해야 했다.

 

 

 “떨리네, 정말.”

 

 

 당장에라도 도망치고 싶고, 공포심에 말도 제대로 안 나온다. 하지만, 이 길에서 비키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

 

 고요 속에서 조용히 심호흡을 하며 단검을 꺼내들었다.

 

 발소리가 차츰차츰 가까워지며 이내 어둠 속에서 작은 발이 하나 튀어나왔을 때, 리제는 검을 세게 잡아누르고 있던 손에 힘을 풀었다.

 

 

 “릭…!”

 

 

 그토록 찾아 헤맸던 친구다. 달빛이 제대로 비춰지지 않아 새카맣던 어둠에서 드디어 빛이 있는 곳까지 발소리를 내며 걸어온 이는 괴물이 아닌 릭이었다.

 

 리제를 이곳에서 볼 줄은 몰랐던 릭은 새파란 눈을 크게 뜨며 말을 더듬었다.

 

 

 “너, 리, 왜, 잠깐, 아니….”

 

 “다친 데는, 없어?”

 

 “어, 응.”

 

 “잠깐 봐봐.”

 

 

 단검을 도로 집어넣고 성큼성큼 릭에게로 걸어간 리제는 그의 몸을 이리저리 돌려보며 아픈 곳은 없는지 제대로 확인했다.

 

 어디 옷이 헤진 곳도 없고, 다친 곳도 없다. 그저 조금 피곤해보일 뿐이지.

 

 

 “뭐 하는 거야, 너? 아니, 그보다 난 아직 너 껄끄럽거든?”

 

 “왜?”

 

 “왜…냐니, 우리 아까 전에…!”

 

 

 쪼아서 죽여버릴 기세로 저를 몰아세우던 리제의 말을 하나하나씩 더듬어가던 릭은 뭔가 생각에 빠진 듯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릭은 항상 겉돌기만 하고, 마을 사람들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리제가 마을에 있는 제 또래 애들과 어울릴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 왔다.

 

 승부라는 이름을 걸고, 매번 지기만 하니 너를 꼭 이기겠다는 말을 하며. 계속.

 

 아이 같지 않다며. 괴물이 키운 마녀가 아이의 겉가죽을 뒤집어 쓰고 있다며. 되지도 않는 말들이 따라다니는 그녀가 유일하게 ‘아이로서’ 있을 때는 자신과 놀 때 뿐이라고, 릭은 그리 자신할 수 있었다.

 

 리제는 나쁘지 않아. 이것봐. 아이들하고 잘만 놀고, 잘 챙기고, 아이들도 나도 리제를 좋아하는 걸.

 

 

 “난, 나는…네가, 위험하지 않다는 걸 알리고 싶었어.”

 

 

 숲에 있는 괴물과 연관이 있을 거라며 떠들어대는 사람들의 입을 어떻게 해서든 막고 싶어서 결심했다.

 

 마침 앤톤이 성을 발견했다 말했고, 그 성에서 아이들이 재미있게 놀다 들어오면 괴물은 없다는 게 증명될 것 같았다.

 

 그렇게 되면 리제는 괴물의 새끼라는 말이나, 마녀라는 말을 듣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리제는.

 

 ‘너 미쳤니?’

 

 자신을 너무나도 쉽게 경멸했다.

 

 처음에는 그게 무척 서운하고, 제 마음도 몰라주는 리제가 싫었다. 그래서 울컥 화를 내며 숲으로 도망쳤다.

 

 하지만, 걸으면 걸을수록. 생각하면 할수록. 리제의 말에는 오로지 앤톤이나 다른 애들의 걱정밖에 없다는 걸 깨달았다.

 

 

 “나쁜 생각은 없었어….”

 

 “….”

 

 “위험하다고 생각하지 못했고…그러니까, 그래서….”

 

 

 곧 눈물을 떨어트릴 것만 같은 젖은 눈이 바닥을 향했다. 결국 복도 바닥으로 물방울이 토독, 떨어져 내렸다.

 

 

 “미안해. 진짜 미안해….”

 

 “네가 사과할 줄은 몰랐는데.”

 

 “그래서 뭐! 껄끄러운 채로 있는 게 싫어서 그런 거야!”

 

 

 릭은 괜히 목소리를 높이며 소매로 눈을 벅벅 닦아냈다. 어찌나 세게 비볐는지, 눈가가 붉게 달아오를 정도였다.

 

 그런 그를 가만히 바라보던 리제는 조심스레 릭의 머리에 손을 얹고,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레몬이 우는 아이에게 특효약이라며 곧잘 그녀에게 해주었던 행동이었다.

 

 

 “나도 말이 지나쳤어. 미안해.”

 

 “…어.”

 

 “그럼 이제 앤톤을 찾으러 가자. 아까 저쪽 방향에서 울음 소리가 들렸…어.”

 

 

 쓰다듬던 손으로 뒤쪽을 가리키며 말을 잇던 리제는 뭔가 이상함을 깨달았다. 릭과 만나기 전만 해도 잘 들려왔던 앤톤의 울음 소리가 더이상 들리지 않는다.

 

 울음을 그쳤나? 아니. 그건 아닐 거다. 앤톤은 한 번 울음을 터트리면 잘 그치지 않으니까.

 

 그렇다면. 그렇다는 건.

 

 불안감이 엄습해왔을까, 릭이 리제의 이상함을 깨닫곤 물었다.

 

 

 “왜 그래?”

 

 “조용히.”

 

 “뭐, 으읍!”

 

 

 안 그래도 큰 목소리를 가진 릭의 입을 손으로 틀어막은 뒤, 리제는 온 신경을 곤두세웠다.

 

 터벅. 터벅.

 

 틀림없다. 이건 누군가의 발소리다.

 

 그 소리를 리제만 들은 게 아닌지, 릭 또한 고개를 갸웃거렸다.

 

 릭은 제 입을 막은 리제의 손을 억지로 떼어내며 눈치껏, 최대한 작은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앤톤일 거야.”

 

 “아닌 것 같은데.”

 

 “앤톤이야. 괴물 같은 건 없다고. 너도 그렇게 생각하던 거 아니었어?”

 

 “…저건 앤톤이 아니야.”

 

 

 확신할 수 없는 것이다.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 확신한 이유는 제 감에 의한 것이었다.

 

 울 정도로 불안정한 정신을 가진 앤톤이 저리도 느리게, 일정한 호흡으로 걸어오는 것이 가능할까. 작은 발자국 소리도 다 들리는 이 복도에서, 방금까지 울었던 앤톤이 훌쩍이는 소리도 없이 조용히 있다는 게 말이 될까.

 

 안 될 것 같은데, 난.

 

 

 “이쪽으로.”

 

 

 앤톤이 아니라 생각하기로 마음을 굳힌 리제는 릭의 손을 잡고 발소리가 가까워지고 있는 곳에서부터 반대 방향으로 내달렸다.

 

 어른들이 말하고 다니는 이야기가 진짜였으면 했다. 그래야 적어도 살아나갈 길이 있으니까.

 

 입술을 꾹 깨물고 커다란 발소리를 내며 달리자 멀리서 들려오던 발소리 또한 걸음이 빨라지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그에 릭 또한 확신이 선 건지 마지못해 따라오던 걸음이 자발적으로 빨라졌다.

 

 앤톤이 아니다. 앤톤이 아니야. 절대 뒤를 돌아보지마.

 

 있는 힘껏 달려 발소리와 거리를 벌린 뒤 어딘지도 모를 방문을 열었다.

 

 침실인 듯 보이는 방은 커다란 침대를 중앙에 두고, 오른쪽 옆에 커다란 장이 자리했다.

 

 리제는 그 장의 문을 연 뒤 그 안에 릭을 밀어넣었다. 옷 같은 것은 없었기에 어린아이 한명이 들어가기에 무리는 없었다.

 

 

 “릭. 잠수 대결 기억나?”

 

 “…어. 네가 고래처럼 무식하게 숨을 참았잖아.”

 

 “너도 마찬가지잖아.”

 

 “그래서…뭘 어쩌려고?”

 

 “그때처럼 숨을 참고 있어. 발소리가 사라질 때까지.”

 

 “너는?”

 

 

 리제의 말에 이상함을 느낀 릭은 리제는 어찌하고 있을 거냐 물으며, 손을 뻗어 그녀의 옷깃을 붙잡았다.

 

 리제 또한 숨을 생각이었으면 제 옆에 자리를 잡았을 것이다. 비좁더라도, 자리를 만들어서.

 

 그런데 이건 꼭, 떠날 것 같지 않은가.

 

 아까 운 탓에 붉어진 눈이 애처롭게 리제를 향했지만, 리제는 그의 시선을 피하며 제 옷을 잡은 손을 손쉽게 떼어냈다. 그런 뒤 허리춤에 두었던 단검을 그에게 넘겨주었다.

 

 

 “내가 괴물을 유인할게.”

 

 “야…장난치지마….”

 

 “여차하면 이 칼로 괴물을 찔러. 찌를 수 있을지 어떨지, 잘 모르겠지만…없는 것보단 낫겠지.”

 

 “이건 네가 가져가야지!”

 

 “나보다 네가 약하잖아. 그러니까 이게 맞는 거야.”

 

 

 리제는 강경히 이야기 한 뒤 장의 문을 닫았다. 두려움에 힘도 잘 들어가지 않고, 무엇보다 죽고 싶지 않은 마음이 족쇄가 되어 릭의 사지를 묶었다.

 

 반항은 없었다. 리제는 안에 있는 릭에게 작게 속삭였다.

 

 

 “네가 좋아하는 승부를 하나 하자.”

 

 “….”

 

 “우리 둘다, 앤톤까지. 모두가 살아서 돌아가면 내가 이기는 거고, 누구 한 명이라도 돌아가지 못하면 네가 이기는 거야. 알겠지?”

 

 “…뭐라는 거야, 진짜….”

 

 “난 너한테 져본 적 없어.”

 

 

 그러니까, 이 승부도 내가 이기게 될 거야.

 

 그렇게 말하고, 생각했으나. 역설적이게도, 리제는 자신이 이 승부에서 이기지 못하리라 직감했다.

 

 짧은 숨을 턱, 내뱉고 릭이 있는 장에서 손을 뗀 그녀는 망설임 없이 방을 나섰다.

 

 사람의 기척이 사라진 그 고요 속에서, 릭은 그저 울음을 꾸역꾸역 참아가며 숨을 틀어막을 뿐이었다.

 

 공허한 복도였다. 대리석은 차가운 온기를 지닌 채였고, 창 밖은 아직 어두웠다. 아니, 조금 해가 떠오르는 것도 같았다.

 

 기분탓이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말이다.

 

 

 “아침이 됐을 때, 모든 게 끝나있으면 좋겠다.”

 

 

 괴물 이야기의 끝이 그런 것처럼.

 

 ‘아침이 되면 괴물은 깊은 잠에 빠져버려. 그 사이에 성을 도망쳐야 한단다.’

 

 무서워, 무참히 흔들리는 마음을 굳게 잡고 발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천천히 다가오는 소리.

 

 리제는 그 소리의 반대 방향으로 최대한 큰 소리를 내며 내달렸다. 불이 켜지지 않은 복도는 어두웠다. 달빛 하나에 의지하여 저 앞이 막다른 길일지 아닐지도 모른 채 무작정 달렸다.

 

 숨이 서서히 차올라 가슴이 세차게 뛰었을 때, 발소리가 다른 때보다도 가까워졌다는 게 느껴졌다.

 

 

 ‘저게 빨라진 게 아니야. 내가 느려진 거야.’

 

 

 성을 돌아다니느라 이미 많은 체력을 허비했고,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도 못하고 달려야 했다. 안 지치는 것이 이상한 거다.

 

 하지만 그리 변명한다 한들, 괴물이 제 변명을 들어주지는 않는다. 그렇기에 리제는 없는 힘을 만들어가며 다리를 움직였다.

 

 쩌적- 챙-!

 

 유리창이 깨져나가는 소리에 고개를 살짝 옆으로 돌리자 나무의 뿌리, 식물의 줄기 같은 것이 양쪽 벽면을 타고 자신을 쫓아오는 게 보였다.

 

 그것들은 순식간에 리제를 앞질러 가는 듯하더니 거미줄처럼 촘촘히 얽혀 리제의 앞길을 가로 막았다.

 

 

 “하…하아….”

 

 

 억지로 발이 묶여 걸음을 멈춘 리제는 숨을 고르며 뒤를 돌았다. 피할 수 없다. 마주할 수 밖에 없다.

 

 괴물을.

 

 달빛이 스며드는 복도에 창백한 빛을 닮은 자가 섰다.

 

 백색인지, 옅은 금색인지, 은색인지, 제대로 구별되지는 않지만 색조가 옅은 머리칼을 지닌 이가 공허한 눈으로 정면을 응시했다.

 

 이름모를 꽃을 엮어 만든 발찌가 자리한 맨발의 밑에는 줄기가 움틀거리며 지면을 뚫고 나왔다.

 

 연분홍색의 꽃들로 만들어진 화관이 자리하고, 얇은 잠옷 차림을 한 그가 천천히 리제가 있는 쪽으로 걸어왔다.

 

 

 ‘절대로 괴물과 마주치지 마렴.’

 

 

 딱 주먹 하나를 넣을 수 있을 정도의 거리. 그 정도로 가까운 거리까지 걸어온 괴물은 코앞에 리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눈을 리제에게 정확히 향하질 못했다.

 

 마침내 그의 손이 허공을 더듬다 리제의 머리칼에 닿았다.

 

 

 ‘괴물에게 잡아 먹힐 거란다.’

 

 

 좋은 안감을 고르기 위해 몇번이고 천을 만지는 것처럼 새하얗고 어여쁜 손으로 그녀의 머리칼을 만진 그는 허리와 고개를 숙여 그녀의 향을 음미했다.

 

 들에 핀 꽃의 향기를 맡듯. 부드럽게.

 

 

 “브렌다.”

 

 “….”

 

 “나를 떠난 줄로만 알았어요.”

 

 

 한발자국 물러나며, 그는 나긋한 목소리로 그리 말했다.

 

 아름다운 괴물의 얼굴에는 그 어디서도 보지 못한 아름다운 미소가 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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