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판타지/SF
일단, 뛰어!
작가 : 김기현입니다
작품등록일 : 2019.9.3

뱀파이어 여인 일단.

그리고 두 명의 사내, 효령과 영실.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 해도 나는 오늘...빌어먹을! 그딴게 어딨냐고!

아직 하고 싶은 게 많다고!

지구 멸망을 막아줘 일단! 어서 뛰어!

 
4. 아무 것도 모르는 것처럼(12)
작성일 : 19-09-14 20:52     조회 : 382     추천 : 0     분량 : 3389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기록에는 ‘성전’에 대한 이야기가 짧게 나와 있었다.

 

 고대 사회에서 오직 최고 지도자만이 재위 기간 동안 단 한 번 발동시킬 수 있는 궁극의 주문.

 

 주술이 발동되는 그 순간, 지도자를 따르는 모든 백성들은 즉시 공격력과 방어력이 상당량 증가하게 된다.

 

 그리고 그 능력이 일정 기간 동안 유지된다.

 

 본래 군인이었던 자들은 한층 더 뛰어난 전투능력을 가지게 되고,

 

 검 한 번 잡아 본 적 없는 농부, 어부, 석공, 심지어 평생을 주부로 살아온 아낙네까지도,

 

 어지간히 숙련된 병사급의 전투력을 갖추게 된다.

 

 그리고, 지도자의 명령에 절대 복종하게 된다.

 

 그 명령이 눈 앞에 뻔히 보이는 죽음을 향하여 돌격하라는 것일지라도.

 

 그러므로 ‘성전’을 발동한다는 것은,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고 지배자의 명령에 복종하는 강력한 광전사들의 군대를 한 순간에 만들어 내는 것이다.

 

 고대 역사 속에서 단 한 번, 건축가가 태어나기도 전의 아주 오래 전 지도자였던 자가 반란군을 진압하기 위하여 시전하였다고 한다.

 

 반란군에게 거세게 밀리던 그는, 최후의 수단으로 성전을 발동하여 모든 백성들을 군사로 만들어 반란군을 진압하는 데에 성공하였다고 기록에는 적혀 있다.

 

 “잠깐만, 그게 무슨 부작용…그런 게 있었던 것 같은데?”

 

 효령이 기억을 다시 더듬어 보았다.

 

 그 때 건축가가 입을 열었다.

 

 “’성전’을 발동한 자는 주술의 효력이 다하는 때, 죽는다.”

 

 “아아, 맞아. 그런 부작용이 있었지.”

 

 효령은 코웃음을 쳤다.

 

 “넌 어차피 죽으니까, 손해 볼 거 하나도 없군.”

 

 “그리고, 성전으로 희생된 백성들의 수만큼 계속해서 환생하며 그들의 목숨 값을 갚아 나가야 한다.”

 

 “…뭐?”

 

  효령은 두 가지에 놀랐다.

 

  환생이라고?

 

  순간적으로 일단의 모습이 건축가의 모습에 겹쳐 보여졌다.

 

  그리고 또 하나 놀란 것은, 건축가의 변화였다.

 

 그녀는 방금 전까지 죽음의 문턱을 넘어가지 않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몸은 여전히 넝마처럼 여기저기 구멍이 뚫린 만신창이 그대로다.

 

 그런데 지금, 그녀의 목소리와 태도만 놓고 보면 마치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효령을 보며 건축가가 말했다.

 

 “시술자 본인도 ‘성전’의 효과가 적용된다. 모든 상처와 통증을 뇌가 무시하게 되지.”

 

 “그 말은, 이미 ‘성전’을 발동했다는 거군.”

 

 “그래. 시작됐다.”

 

 그 순간, 탑 전체가 환하게 푸른 빛을 내기 시작했다.

 

 건축가는 허공을 향해 말하였다.

 

 “나 건축가가 나를 따르는 모든 전사들에게 ‘성전’의 이름으로 명령한다. 즉시 내게로 와서 나의 명령에 복종하라.”

 

  건축가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다.

 

  그러나 탑은 건축가의 목소리를 확실하고 빠르게 사방으로 실어 날랐다.

 

  “…스피커 같은 효과인가?”

 

  사방이 푸른 빛으로 빛나는 것을 둘러보며 효령이 말했다.

 

  “그래서, 어쩌겠다는 거지? 네 근위대도 저 놈들 광선 한 번에 순삭인데, 겨우 평범한 수준의 전투력을 가진 자들 수백 명이 달려온들 저 놈들한테 생채기는커녕 근처에 다가가지도 못하고 증발할 것 같은데?”

 

  “…흡수해라. 그리고 나한테 전달해 줘.”

 

  “뭐라고?”

 

  “그들의 생명력. 너는 광선에 영향 받지 않으니까, 네가 가서 흡수해.”

 

  건축가가 탑의 출구 방향을 가리켰다.

 

  “하나 더 만들 수 있지? 아까 소멸시킨 분신.”

 

  “…네 백성 전부를?”

 

  “…그래. 그 수만큼 환생해서 죄값을 치러야겠지. 내가 벌인 일 때문에 희생된 자들의 목숨값을.”

 

  생각하지 못한 방향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었지만, 효령은 지체하지 않았다.

 

  승강기 바깥쪽에 네 번째의 파투가 나타났다.

 

  검붉은 형체들은 새로 나타난 효령의 분신을 향해 광선을 일제히 쏘았지만, 효과가 없는 것을 알고 곧 그만두었다.

 

  파투의 모습을 한 효령의 분신은 그들을 무시하고 출구 쪽을 향하여 달려갔다.

 

  그 모습을 보던 건축가가 괴로운 표정으로 눈을 감았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성전’의 이름으로 나를 따르는 자들에게 명령한다. 파투에게 너희 목숨을 바쳐라.”

 

 

 -----

 

 

  출구 쪽을 향해 달려가던 효령의 분신이 멈춰섰다.

 

  멀리 출구 방향에서 일단의 무리가 달려오고 있었다.

 

  도망치던 평범한 민간인들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광전사가 되어 되돌아 달려오고 있다.

 

  효령은 문득 목에 단검을 들이대던 뱀파이어의 물음이 떠올랐다.

 

  한 번에 몇 명까지 죽여봤냐고?

 

  이제는 대답할 수 있겠네.

 

  이제까지 몇 명이 됐든, 어차피 지금 최고 기록을 갱신하게 될 테니까.

 

  구명보트 윤리.

 

  누군가 죽어주지 않으면, 다같이 죽는다.

 

  그냥 두면 당장은 탑 바깥으로 도망쳐 숨는다 해도 어차피 언젠가는 27차원에서 온 자들에 의해 죽게 되거나, 문명의 바깥 어딘가 대자연 속에서 비참하게 숨어 살다가 죽어가게 될 것이다.

 

  살고 죽을 권리를 왜 타인이 결정하냐고?

 

  “빌어먹을, 꼬우면 다 같이 사이좋게 죽든가!”

 

  효령은 그렇게 외치며 달려오는 무리를 향하여 두 팔을 힘껏 벌렸다.

 

 

 -----

 

 

  효령의 본체로부터 건축가에게 전달되는 생명력이 갑자기 급격하게 늘어났다.

 

  따라서 건축가로부터 쏟아져 나오는 글자들의 양 또한 현격히 달라졌다.

 

  효령도 건축가도 서로에게 무언가를 묻거나, 동요하지 않았다.

 

  따르는 자들을 지옥으로 이끌어 본 자와, 현재 지옥으로 이끌어 가고 있는 자는 둘 다 말이 없었다.

 

  그저 생명력을 넘겨주고, 넘겨받은 생명력을 사용하여 주술을 펼칠 뿐이었다.

 

  이 상황에서 각자가 해야 할 일을 할 뿐이었다.

 

  동요한 것은 검붉은 형체들 쪽이었다.

 

  그들은 이제까지 태연히 서서 글자들의 원천인 건축가의 힘이 다 소진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상황이 달라졌다.

 

  갑자기 건축가로부터 글자들이 폭포수처럼 뿜어져 나오더니, 이제까지와 완전히 다른 속도와 양으로 그들을 강력하게 봉인하기 시작한 것이다.

 

 [어떻게 된 거냐]

 

 [갑자기 왜 봉인이 강해지는 거지]

 

 [기다리면 안 되겠다! 일단 끊고 자리를 피하자]

 

  검붉은 형체들은 심하게 동요하며 일렁거렸다.

 

 그들을 감고 있는 글자들에 균열이 생겨나며, 빠르게 깨져나갔다.

 

 그러나 글자가 깨져나가는 양보다, 그들을 새로 뒤덮어가는 양이 월등히 많았다.

 

 그들은 점점 글자들에 뒤덮여 보이지 않게 되어갔다

 

 [으으으윽!]

 

 [모여라]

 

 [합쳐라]

 

 버둥거리던 네 개의 검붉은 형체들이 한 곳으로 모여들더니, 하나로 합쳐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하나로 합쳐진 형체는 점점 거대해지기 시작했다.

 

 엄청나게 커진 검붉은 구는 계속해서 커지면서 점점 승강기가 있는 구조물을 밀어내기 시작하였다.

 

 1층에서 꼭대기층까지 거대한 기둥처럼 솟아 있던 승강기 구조물이 결국 버티지 못하고 부서졌다.

 

 아래쪽이 부서지자, 마치 모래성의 아래쪽을 팠을 때 위쪽이 우수수 무너지듯 위쪽 구조물이 부서지며 우르르 떨어져 내렸다.

 

 효령과 건축가가 들어가 있는 승강기 자체는 검붉은 구가 점점 팽창함에 따라 계속해서 뒤로 밀려났다.

 

 이제까지보다 한층 더 음산하고 어두운 기운이 합쳐진 형체로부터 뿜어져 나왔다.

 

 효령은 단지 그 근처에 있을 뿐인데도 기분이 지독히 나빠지고 온갖 부정적인 기운이 느껴졌다.

 

 그래, 이거였군.

 

 효령은 현대에 존재하는 거대한 구를 떠올렸다.

 

 이게 바로 그거군.

 

 (계속)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31 15. 뭘 죽여도 괜찮아. 2019 / 10 / 4 385 0 4999   
30 14. 나는 예쁜 게 아니라 슬픈 거야. 2019 / 9 / 29 373 0 3631   
29 13. 내가 아는 사람, 나를 아는 사람 2019 / 9 / 24 381 0 3181   
28 12. 가족이 아프다는 것 2019 / 9 / 23 337 0 3249   
27 11. 어떻게 해야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2019 / 9 / 22 387 0 3078   
26 10. 천국과 지옥 2019 / 9 / 21 359 0 4213   
25 9. 뇌물, 오천만 원 2019 / 9 / 20 374 0 3045   
24 8. 너는 나 못 죽이지. 난 널 죽일 수 있고 2019 / 9 / 19 339 0 3062   
23 7. 정신 차려라. 다 골로 가기 전에. 2019 / 9 / 18 365 0 3227   
22 6. 일단, 뛰어! 2019 / 9 / 17 377 0 2595   
21 5. 계약서는 무슨, 촌스럽게. 2019 / 9 / 16 372 0 3223   
20 4. 아무 것도 모르는 것처럼(13) 2019 / 9 / 15 341 0 3665   
19 4. 아무 것도 모르는 것처럼(12) 2019 / 9 / 14 383 0 3389   
18 4. 아무 것도 모르는 것처럼(11) 2019 / 9 / 12 569 0 3533   
17 4. 아무 것도 모르는 것처럼(10) 2019 / 9 / 11 347 0 3229   
16 4. 아무 것도 모르는 것처럼(9) 2019 / 9 / 10 383 0 4081   
15 4. 아무 것도 모르는 것처럼(8) 2019 / 9 / 9 355 0 3871   
14 4. 아무 것도 모르는 것처럼(7) 2019 / 9 / 8 352 0 3324   
13 4. 아무 것도 모르는 것처럼(6) 2019 / 9 / 7 375 0 3035   
12 4. 아무 것도 모르는 것처럼(5) 2019 / 9 / 7 362 0 3152   
11 4. 아무 것도 모르는 것처럼(4) 2019 / 9 / 6 371 0 4978   
10 4. 아무 것도 모르는 것처럼(3) 2019 / 9 / 6 359 0 3975   
9 4. 아무 것도 모르는 것처럼(2) 2019 / 9 / 5 343 0 3144   
8 4. 아무 것도 모르는 것처럼(1) 2019 / 9 / 4 362 0 2988   
7 3. 편안해질 때까지 2019 / 9 / 4 368 0 3995   
6 2. 몇 명까지 죽여봤어? 2019 / 9 / 4 354 0 3093   
5 1. Dear Moon(4) 2019 / 9 / 3 372 0 3601   
4 1. Dear Moon(3) 2019 / 9 / 3 358 0 3832   
3 1. Dear Moon(2) 2019 / 9 / 3 377 0 5921   
2 1. Dear Moon(1) 2019 / 9 / 3 404 0 3478   
 1  2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연기는 템빨이지
김기현입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