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공포물
책벌레의 식사-괴담 코디네이터
작가 : 이른끝
작품등록일 : 2019.8.31

옛날 사관이 믿지 못할 상황을 목격하게 된다.
사초에 쓰기에는 어 없고, 또 안 쓰기에는 사관으로서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래서 '책벌레가 이 부분만 갉아 먹었다.'고 백지로 놔뒀다.
그 당시에는.
사관들은 회의를 거쳐 그 백지 부분들을 뜯어내고 새로운 책 한 권을 만들었다.
그것이 바로 '책벌레의 식사.'다.

 
꽃무늬 원피스-5
작성일 : 19-09-13 19:23     조회 : 287     추천 : 0     분량 : 4553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오늘 밤에도 갈 건데, 어때, 갈래?”

  상철은 한 번 더 갈 생각이다. 하지만 일중은 안 데려가고 싶었다. 그래서 떠봤다.

  “안 가. 난, 그 집 마음에 안 들어.”

  “아쉽네.”

  상철은 마음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하지만 드러내지 않았다.

  “그리고 학원 가야돼. 오늘도 빠지면 아버지한테 연락한대, 젠장!”

  “그럼 가야지. 아쉽지만, 오늘은 우리끼리 가야겠네.”

  석환은 상철이 자신을 향해 말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래, 그래야지. 다음에 다른데 같이 가자.”

  덜 익은 밥을 목구멍으로 넘기듯이 힘겹게 석환이 말했다.

  일중은 친구들이 언행이 자연스럽지 않은 것 같았으나, 별스럽지 않게 생각했다.

  특히 자신이 거부했다는 것에 역정을 내고도 남았을 상철이 조용한 게 이상했으나, 어제 아버지의 문자 덕분이라고 생각했다.

  “빵이나 먹으러 가자.”

 

  매점에서 석환은 빵을 먹는 둥 마는 둥 했다. 아직도 뜨거운 지건의 피가 얼굴에 튀던 그 순간이 머릿속에 맴돈다. 아니, 여전히 피 냄새가 진동했다.

  어젯밤에 집으로 가지 못하고 가까운 공용화장실에서 몸에 묻은 피를 지운 뒤, 상의를 벗어 들고 찜질방에서 가서 목욕을 했다. 그리고 학교로 온 것이다.

  모든 게 완벽했다. 본 사람도 없고, 그 집은 다른 녀석들이 상철이 때문에 얼씬도 하지 않는다.

  cctv는 당연히 없었다. 그 지역에 좋은 점이 cctv의 부재다.

  하지만 불안감을 지울 수 없다. 그리고 여전히 발목을 움켜쥔 것 같은 지건의 마지막 눈빛이 죄책감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피가 마른다는 게 이런 기분이구나 싶었다.

  하지만 죽은 지건의 마음은 이것보다 더 하겠지?

  수업 시간마다 해쓱한 그의 모습에 선생님들은 조퇴를 권했으나, 극구 거부했다. 혼자 있는 게 무서웠다. 차라리 사람이 많은 곳에 있는 게 조금이나마 지건의 얼굴을 잊을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어제 말이야.”

  “어?”

  점심시간, 운동장 의자에 앉아 석환이 일중에게 말했다.

  상철은 3교시부터 아프다는 핑계를 대고 양호실에서 퍼질러 자고 있었다. 안 봐도, 숙취 때문에 그런 게 확실했다. 그런 걸 차치하더라도 석환은 상철이 이해가 가질 않았다. 사람이 죽었는데, 어떻게 저렇게 편히 잘 수 있지?

  석환은 밤새 한숨도 못 잤다.

  어차피 일중은 이 사건에 대해 알게 돼 있다. 그렇다면 소꿉친구인 자신에게 듣는 편이 나을 것이다.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도, 다른 사람에게 들으면 배신감에 치를 떨 거 같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석환의 허울이고, 진실은 지금 이 순간을 버틸 자신이 없어서였다.

  “그 집 이상하다고 했지?”

  “마음에 안 들었어.”

  일중이 그 얘기는 하기 싫다는 듯이 진저리를 친다.

  “이유가 있을 거 아냐?”

  “이유? 그 할머니가 이상했던 거.”

  “동네에 이상한 노인네들이 한 트럭이다!”

  “이건 좀 달라! 우리 아버지가 그 집에 대해 잘 아시는데….”

  일중이 다른 사람이 안 들었으면 좋겠다는 듯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말을 이었다.

  “돌멩이 사건이 일어났으니까. 난 갈 때마다 소름이 끼쳤어!”

  “구체적으로?”

  일중은 갑자기 꼬치꼬치 캐묻는 석환이 이상했지만, 선선히 다 말한다.

  “그 할머니 살아생전에 사이비종교 단체에 있었다고 하는 거 같아. 아들도 사이비 교주와의 사이에서 나온 자식이라는 것 같고. 원래 잘 살았는데, 사이비교주가 전 재산을 조금씩 가져가서 그 모양 그 꼴이 됐다나봐. 그 정도면 사기인 걸 알아차릴만한데… 아들은 아주 지극정성으로 길렀다고 하네. 하지만 아들놈도 개차반이어서 쓰레기 같은 집구석 못살겠다고 나갔고, 혼자 됐다나봐.”

  “불쌍하네.”

  “그렇지. 그런데 그 할머니가 돈 보다 애지중지하던 게 있는데….”

  “돌멩이?”

  석환이 급한 듯 그의 말을 끊었다.

  “맞아, 돌멩이.”

  일중은 이 녀석이 그 집 할머니 얘기에 관심이 있었나, 신기해하며 말을 계속했다.

  “그 집 너도 알다시피 엉망진창이잖아. 현재 그 상태가 예전에 할머니 살던 모습 그대로라면 믿겠어?”

  “아니.”

  석환이 과장되게 두 손을 흔든다. 그 모습에 일중이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낸다.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건지, 듣기 싫다는 건지 애매한 태도였기 때문이다.

  “핏! 할머니가 모아 온, 말이 좋아 고물인 잡동사니들 때문에 주변 집값이 떨어진다고 사람들이 화를 냈대. 하지만 쇠귀에 경 읽기였지. 화가 난 동네 사람 한 명이 할머니가 없을 때, 그 집에 들어가서 돌멩이를 집어왔다는 거야. 솔직히 그 돌멩이 사라진다고 할머니가 변하겠냐? 그냥 짜증한번 나보라는 의도였겠지.”

  “그리고 그 돌멩이 집어 온 사람은 죽었고. 할머니는 아무렇지 않게 죽은 사람 집에 들어가서 돌멩이를 가져왔다. 그거지?”

  “어. 아버지는 그때 할머니도 용의자여서 조사하다 이런 이야기를 알게 됐다고 하셨어. 그 할머니 말년이 외로움의 극치였지. 집안에서 돌아가셨는데, 아무도 찾는 사람이 없어서 사회봉사자가 갔을 때는 이미 백골이었대.”

  지금 생각해도 소름이 돋는지 일중은 동복을 입었는데도 자신의 양팔을 쓰다듬었다.

  “그런데 이상하네. 그게 왜 궁금해?”

  일중이 그 집에 대해 얘기하기 싫었는데, 왜 자꾸 꺼내게 만드냐고 도끼눈을 뜬다.

  “아니, 그냥 듣고 싶어서. 난 궁금해 하면 안 되냐?”

  “그건 아니지만. 쯧… 하여튼 나 같으면 그 집 안가. 할머니 물건도 안 건드릴 거야. 젠장! 생각할수록 열 받네. 상철이 새끼가 가자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드나들긴 했는데, 그 꽃무늬 원피스 생각만 해도 소름끼쳐!”

  “꽃무늬 원피스가 왜? 평범한 옷 같았는데.”

  석환은 꽃무늬 원피스를 입에 담았을 뿐인데, 바늘로 심장을 콕콕 찌르는 것만 같았다. 일중은 석환의 변화를 눈치 채지 못하고, 손가락 하나를 세우며 좌우로 흔들어 댔다.

  “뭘 모르는 소리! 우리가 갈 때마다 그 집은 변화가 없었어.”

  “그렇지.”

  “그런데 갑자기, 난데없이 거실에 꽃무늬 원피스가 나타났어. 그것만으로 충분히 이상하지. 그리고 사이즈가 눈 대충이지만, 지건이에게 맞았을 거야? 맞지.”

  “으, 응.”

  석환이 지건이라는 이름이 나오자. 자신의 심장을 도려내는 것 같았다.

  “누군가 준비해 둔 거야. 할머니의 저주 받은 힘을 빌리려고… 그 집 물건은 함부로 건드리면 안 되는 거였어. 재수 없으면 저주 받아!”

  “또 그 소리냐. 요즘도 뭐가 보여?”

  일중에게만 보이는 것. 어린 시절부터 최근까지도 지겹도록 들었던 것들. 석환은 친구가 걱정됐다. 그래서 일부러 상철 패거리에 끼게 만든 것이다.

  책상에 붙어 공부만 하니까 잡생각이 많다고 설득했고, 활기차게 돌아다니며 사고를 쳤다. 맞고, 때리고, 제압했다. 일중은 자신에게 이런 폭력적인 성향이 있는 줄 몰랐고, 점차 중독됐다. 덕분에 잡념은 자리 잡지 못하고, 그런 것들이 보이지 않게 됐다.

  석환은 일중이 고맙다고, 울면서 고맙다고 말하던 게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 그 날을 생각하면 애틋했다.

  폭력이 남에게는 고통이었으나, 그들에게는 행복이었다.

  “아니, 안 보인다니까! 그저 느낌이 일뿐이야.”

  “느낌 좋아하고 자빠졌네.”

  “네 덕분에 자빠져도 보고 좋다.”

  사실 석환이 집주인 할머니의 이야기에는 관심이 없었다.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면서 어제의 일을 솔직히 얘기하고 싶었다. 석환은 상철과 달랐다. 그리고 살인을 저지르고 태연하게 살아 갈 수 없는 사람이었다.

  더군다나 일중의 아버지는 경찰 아닌가. 늦었지만, 도움 받을 수 있을지 모른다.

  “저기, 있잖아….”

  “어, 지건이다.”

  “뭐?”

  처음에는 잘못 들은 줄 알았다.

  “너희들 어제 심하게 안 했냐? 난 입원이라도 한 줄 알았지.”

  하지만 일중의 시큰둥한 말이 이어지자, 석환의 온몸에 털들이 곤두서며 등골이 오싹했다.

  “거짓말!”

  “응?”

  석환의 솔직한 심정이 육성으로 터져 나왔다.

  “아, 아니야.”

  “싱겁긴.”

  어제 분명히 피 흘리며 죽어간 지건이 학교에 왔다고? 자신의 손으로 소주병 조각을 뽑아냈는데?! 손에서는 여전히 피비린내가 진동하고 있었다. 하지만 차마 뒤돌아 지건의 상태를 확인할 용기는 없다.

  기적적으로 살아났을 확률은? 없는 건 아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면 목에 구멍이 뚫려도 살아나는 걸 본적이 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창조된 것이다. 현실에서 그럴까?

  오만가지 생각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가는데, 일중이 석환의 눈앞에서 손을 흔들어 댄다.

  “야, 내 말 듣고 있냐?”

  초점 없이 멍하던 석환이 정신을 차린다.

  “어?”

  “너 땀 흘린다. 오늘 덥지도 않은데. 어디 아프냐?”

  석환의 뺨에 식은 땀 한 방울이 또르르 떨어진다.

  “그러게. 무슨 일이람? 이상한 건 없어?”

  땀을 닦으며 석환이 물었다.

  “있지.”

  “뭐가?”

  잡아먹을 듯이 석환이 일중의 어깨를 두 손으로 잡았다.

  “너. 너 아주 이상해.”

  “아, 또 그 소리야. 씨… 난 또 뭐라고.”

  애써 침착한 척하는 석환이었다.

  석환은 주어를 빼 놓고 이야기했다. 최지건이 이상한 점이 없느냐? 라는 쉬운 말이 입 안에서만 맴돌 뿐 차마 꺼내지 못했다. 어제 그 상처라면 목에 관을 삽입 했거나, 목을 움직이지 못하게 의료보조기 같은 걸 달고 왔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걸 달면 병원 침대에 누워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말도 안 돼! 계속 뇌까리고, 또 뇌까렸다. 그럴 리가 없다. 그런 가정은 다 필요 없다. 여전히 그가 살아 돌아왔다는 걸 인정할 수 없었다.

  “너 죄책감 느끼냐?”

  일중의 예봉 같은 질문에 석환의 혀끝이 아렸다.

 
작가의 말
 

 한 편 더요!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6 2.길가에 피고 지다.-14 2019 / 11 / 10 319 0 4972   
25 2.길가에 피고 지다.-13 2019 / 11 / 8 303 0 3372   
24 2.길가에 피고 지다.-12 2019 / 11 / 7 318 0 3642   
23 2.길가에 피고 지다.-11 2019 / 11 / 6 314 0 3817   
22 2.길가에 피고 지다.-10 2019 / 11 / 6 287 0 3368   
21 2.길가에 피고 지다.-9 2019 / 11 / 5 294 0 3432   
20 2.길가에 피고 지다.-8 2019 / 11 / 5 319 0 4347   
19 2.길가에 피고 지다.-7 2019 / 11 / 3 308 0 4251   
18 2.길가에 피고 지다.-6 2019 / 10 / 30 300 0 4066   
17 2.길가에 피고 지다.-5 2019 / 10 / 27 308 0 4165   
16 2.길가에 피고 지다.-4 2019 / 10 / 21 305 0 3912   
15 2.길가에 피고 지다.-3 2019 / 10 / 16 294 0 4645   
14 2.길가에 피고 지다.-2 2019 / 10 / 7 334 0 4054   
13 2.길가에 피고 지다.-1 2019 / 10 / 5 312 0 4044   
12 꽃무늬 원피스-12 2019 / 9 / 30 278 0 8010   
11 꽃무늬 원피스-11 2019 / 9 / 24 287 0 4132   
10 꽃무늬 원피스-10 2019 / 9 / 22 322 0 3204   
9 꽃무늬 원피스-9 2019 / 9 / 20 300 0 3861   
8 꽃무늬 원피스-8 2019 / 9 / 18 307 0 3415   
7 꽃무늬 원피스-7 2019 / 9 / 16 311 0 4772   
6 꽃무늬 원피스-6 2019 / 9 / 15 306 0 3762   
5 꽃무늬 원피스-5 2019 / 9 / 13 288 0 4553   
4 꽃무늬 원피스-4 2019 / 9 / 13 300 1 3828   
3 꽃무늬 원피스-3 2019 / 9 / 7 301 0 3408   
2 꽃무늬 원피스-2 2019 / 9 / 4 306 0 4095   
1 꽃무늬 원피스-1 2019 / 9 / 2 495 1 4801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