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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공포물
책벌레의 식사-괴담 코디네이터
작가 : 이른끝
작품등록일 : 2019.8.31

옛날 사관이 믿지 못할 상황을 목격하게 된다.
사초에 쓰기에는 어 없고, 또 안 쓰기에는 사관으로서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래서 '책벌레가 이 부분만 갉아 먹었다.'고 백지로 놔뒀다.
그 당시에는.
사관들은 회의를 거쳐 그 백지 부분들을 뜯어내고 새로운 책 한 권을 만들었다.
그것이 바로 '책벌레의 식사.'다.

 
꽃무늬 원피스-4
작성일 : 19-09-13 16:19     조회 : 300     추천 : 1     분량 : 3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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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 이 병x아! 그게 중요해?!”

  어느새 달려 온 석환이 희천의 스마트폰을 쳐버리고 지건의 상태를 살폈다. 얼굴을 가렸던 원피스를 들어 올리자, 깨진 소주병 파편이 목에 박혀 피를 왈칵왈칵 흘리고 있었다.

  “x8! 이거, 뭐야?!”

  상철이 희천의 멱살을 움켜잡았다.

  “내, 내 의도가 아니야!”

  “정도껏 해야지 새끼야!”

  “어떻게 하지?”

  석환이 지건의 목에 박힌 소주병 파편을 건드리지 못한 채, 상철을 보며 다급하게 물었다.

  상철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사람을 때리면 죽을 수도 있다. 하지만 죽지 않을 만큼, 고분고분 말을 듣게 만드는데 폭력만큼 좋은 수단은 없었다.

  그러나 지금 눈앞에서 사람이 죽어가고 있다. 머리는 무섭도록 냉정하게 살릴 방법을 찾아내려고 애썼다.

  119에 전화를 하고 자리를 뜨면? 그게 가능할리 없다. 연락처가 남는다. 가까운 병원도 매한가지다.

  피의자가 된다. 그건 있을 수 없다. 이건 그저 고등학교 시절의 유희일 뿐이다. 앞으로 창창할 미래에 오점을 남길 수 없다.

  죽는 놈이 잘못이다. 약하니까, 그런 거다.

  상철은 살아 온데로 결론을 내렸고,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뜨자.”

  그의 결정은 희천과 석환은 심장이 얼어붙게 만들었다. 머리로는 그래야 한다는 걸 안다. 하지만 심장은 두방망이질 하면서 그게 옳은 일인지 확인하려 들었다. 그들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알았어.”

  두 사람이 동시에 외쳤다. 석환이 이를 악물며 몸을 일으키려고 했다.

  “사… 살려…줘.”

  지건이 애절하게 있는 힘을 다해 쪼개지는 목소리로 부탁했다. 그러면서 힘도 안 들어가는 한손으로는 자신의 목을 그리고 나머지 한 손으로는 석환의 바지 밑단을 잡는다.

  “우선 우리가 가져 온 건 다 챙겨!”

  상철의 그런 지건을 없는 사람 취급했고, 희천의 그의 명령을 따라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미 상철의 머릿속에서 지건은 죽은 것이다.

  “깨진 병도?”

  “당연하지.”

  희천이 봉지를 가득 채울 때까지 바지 밑단을 잡힌 석환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

  “정석환!”

  짝! 상철이 석환의 뺨을 후려갈긴다.

  “너 이 새끼, 정신 안 차려!”

  “미안.”

  “저거 빼.”

  상철이 가리킨 것은 지건의 목에 박힌 소주병 조각이었다.

  “그건…!”

  “빼라면 빼! 증거 하나라도 있으면 우린 살인죄라고, 알아?!”

  석환은 차마 뜬 눈으로 그것을 뺄 수 없어 눈을 감는다. 그리고 지건의 목에 박힌 병조각을 더듬더듬 찾는다.

  “아휴, 병x새끼.”

  상철이 친절하게 석환의 손을 잡고 병조각에 가져다 댔다. 지건이 힘겹게 석환의 손을 막아보려 했으나, 무의미한 저항일 뿐이다.

  마침내 석환은 그것을 움켜쥐었다.

  “허업!”

  지건의 그 찰나에 사력을 다해 손을 석환의 바지 밑단에서 그의 발목으로 이동시켰다. 석환은 알 수 있었다. 전혀 힘이 들어가지 않은 그저 살려는 발악임을.

  “뭐해!”

  상철이 종용하자 인상을 쓰며 병조각을 빼낸다.

  “……!”

  지건의 소리 없는 비명과 함께 뜨거운 피가 분수처럼 터져 나와 석환의 얼굴을 적신다. 석환은 그 바람에 놀라 엉덩방아를 찧으며, 감은 눈을 떠 볼 수 있었다.

  피 웅덩이 속으로 점차 끌려 들어가는 지건의 모습을.

  석환의 발목을 힘겹게 잡고 있던, 손은 미친 듯이 경련을 일으켰다.

  망연자실한 석환은 죽어가는 그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럴 게 아니었다. 친구를 괴롭히고, 돈을 빼앗고, 마음에 안 든다고 때렸다. 하지만 죽음은 아주 먼 얘기 같았다.

  어처구니없이 성큼 다가오기 전까진.

  죄의식이라고 해도 좋았다. 지금 여기서 떠나면 영원히 벗어날 수 없는 무저갱에서 살 것이다. 그게 더 두렵다.

  이러면 안 되는데. 그래도 이건 아닌데! 그도 모르게 지건에게 손을 뻗는다.

  “…정석환! 정석환! 이 개x끼야, 정신 안 차릴래!!”

  이미 문 앞에 선 상철의 고함이 지건을 향하고 있던 손을 멈추게 만들었다.

  “빨리 일어나 나와. 아니면 너 혼자 뒤집어쓰던가!”

  석환의 손은 상철의 경고에 수줍게 등 뒤로 숨는다. 처참하게 떨리던 지건의 팔이 차가운 땅바닥으로 떨어진 것은 석환이 일어난 직후였다.

  지건은 자신의 몸 안의 뜨거운 피가 몸 밖에서 차갑게 식어가는 걸 온 몸으로 체감하며, 이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꼿무늬 원피스의 꽃을 붉게 물들이는 것 말고 없다는 걸 실감했다.

  잠시 뒤 꽃무늬는 진짜 붉은 꽃이 된다.

 

  아이들이 전부 떠나고 온기 하나 없는 폐가에 한 남자가 들어온다. 꽃무늬 원피스를 가져다 놓은 주인공이었다.

  “오, 저런.”

  이미 알고 있으면서 놀란 척하며 지건에게 다가온다.

  “이 멋진 옷을 망치다니, 쯧!”

  온기를 잃은 지건에게 관심이 없고 오히려 꽃무늬 원피스만 걱정하는 그였다.

  “어디 보자.”

  그는 지건에게서 붉게 윤색된 꽃무늬 원피스를 잡아당기며 벗기려고 했다.

  “으!”

  하지만 아무리 힘을 줘도 원피스는 지건의 살갗에 피로 달라붙어, 꿈쩍도 하지 않았다.

  “하하하… 네가 날 놀하게 구나.”

  아무도 놀라게 하지 않았다. 그저 자기 혼자 피가 굳어 달라붙은 원피스와 씨름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어디 두고보자는 표정을 지으며 소매를 걷어 붙이고 다시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젠장! 그래, 네가 이겼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포기를 선언했다. 지건이 파리하게 식어가는 시간보다도 짧았다.

  “어쩔 수 없네.”

  그는 자신의 몸을 털며 생각에 잠겼다.

  “그래, 결정했다! 원피스만 가져가면 되는 거였는데, 둘이 이렇게나 떨어지지 못한다면야… 너로 결정하지. 이곳의 괴담으로.”

  그가 한 손을 들어 올리자, 지건이 하늘로 붕 떠오른다. 그의 힘이라면 얼마든지 원피스를 지건에게서 벗길 수 있었다. 하지만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는 지건에게 꽃무늬 원피스에게 감사하라고 일부러 촌극을 벌인 것이다.

  이 사단이 벌어진 것은 전부 그의 계략이었으나,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다.

  공중에 뜬 지건의 몸에서 빠져나간 끈적이는 피가 마룻바닥에 가래떡처럼 늘어지며, 꽃무늬 원피스와 떨어지지 않으려 했다.

  “그래, 그래. 이 피도 너의 일부지. 잊지 않았으니 걱정하지 마라. 모든 게 예전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돌아간다고 해서 네가 과거의 너는 아닐 거야. 내 하나 뿐인 말로서 너는 살아라!”

  떠오른 일중의 몸에서 환한 빛이 번쩍인다. 그리고 광폭하게 팽창했다가, 줄어들었다가를 반복했다. 그것은 아침 해가 떠오를 때까지 계속됐다.

 

 

  “최지건? 최지건 안 왔나?”

  담임 차인흠의 말에 아이들이 수군거린다. 그 중에 조용한 건 상철패거리 뿐이었다.

  “이상철.”

  “네, 선생님.”

  상철이 손을 번쩍 든다.

  “오바하지 말고. 너희하고 자주 어울리던데, 무슨 일 있는 거냐?”

  담임의 말에 상철이 어깨를 으쓱한다.

  “모르겠는데요. 요즘 저희하고 안 어울려요. 바쁜가 보죠.”

  “그러냐? 이것 참, 전화 한 번 해야겠네. 알았다. 수업 준비 잘하고. 아, 반장은 교무실로 와서 교재 가져가라. 이상.”

  담임이 떠나고 상철 패거리가 모여든다.

  “야, 그래도 한 번 가봐야 하는 거 아니야?”

  희천이 옆에 일중이 있는데도 눈치 없게 말했다. 상철이 사나운 눈빛을 보내자 입을 싹 다문다.

  “무슨 일인데, 그래? 어제 얼마나 애를 잡았기에 오늘 안 나와?”

  일중이 친구들을 둘러보며 물었다. 담임이 지건이 결석했다고 말했을 때, 그러면 그렇지 라고 생각한 그였다.

  “야, 어제 아버지에겐 잘 말했냐?”

  상철이 어깨동무를 하며 분위기를 환기 시킨다.

  “문제없었지. 그런데 너희들 이상한데?”

  일중이 뒤를 돌아보며 딴 짓하는 희천과 석환을 쳐다봤다. 지건이 결석하거나 말거나, 아무런 상관없다는 듯이 웃고 떠들 친구들이 오늘따라 조용하니 이상할 수밖에.

  “이상하긴, 뭐가 이상해?”

  상철이 뒤돌아 친구들에게 쌍심지를 세우며 경고를 보낸다.

  “전혀 문제없었어.”

  그러자 희천이 용수철처럼 예의 싱글거린다. 하지만 석환은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지건의 마지막 떨림이 아직도 손에 남아 있던 것이다.

 
작가의 말
 

 이렇게 좋은 추석날 이런 글이라 죄송합니다-_-;;;;

 즐추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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