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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진화의 새벽
작가 : 연성
작품등록일 : 2019.9.11

예기치 못한 순간에 다가 온 재앙은 인류에게 종말의 위기를 안긴다.

갑작스럽게 다가온 위기속에서 인류는 서로를 희생시켜 살아남지만

그 결과 인류를 분열하고 갈등하며 고통속에 몸부림치는 세상을 살아가게 된다.


하지만 끝나지 않은 위기는 새로운 시대를 요구하며

인류를 대체할 새로운 지성체들의 등장시키고

분열과 갈등속에 퇴화해 가는 인류는

새롭게 등장한 지성체들을 괴물이라 부르며 저항한다.

인간들은 퇴화를 극복하고 지구를 지배하는 최상위종의 위치를 지킬 수 있을까?

과연 사람의 기준은 무엇이고 가치는 무엇인가.

 
12. 주화정
작성일 : 19-09-13 13:21     조회 : 246     추천 : 0     분량 : 7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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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주화정

 

 사체처리부대가 전투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전투부대가 막 확인사살을 끝내고 있었다.

 “모두 차량 앞에 모여 줘.”

 이제는 모두들 익숙해졌는지 전투부대가 닦달하기도 전에 사체처리부대원들은 정화작업 준비를 끝낸 뒤 기다리고 있었다.

 “어이- 다 모여!”그런 사체부대원들을 힐끗 쳐다 본 주화정이 손지헌의 말을 듣고, 소리를 지르자 전투부대원들이 제독차량 앞에 모여서 서기 시작했고, 사체처리부대원들은 늘 하던 것처럼 전투부대원들에게 제독약품을 뿌려가며 정화작업을 시작했다.

 인섹툼이 작아서 피가 많이 안 튄 건지, 전투부대원들이 잘 피한건지 정화작업은 평소보다 빠르게 끝이 났다.

 “1번, 2번, 3번 차량은 전투부대원들 정화작업 마무리 하신 뒤에 지역 제독작업하시고, 4번, 5번 차량은 저랑 같이 사체와 오염물질 회수작업 시작합시다.”

 이번에는 전투가 빠르게 끝나서인지 제독작업을 해야 하는 지역이 넓지 않았기에 손지헌은 부대를 나눠 작업을 지시했다.

 손지헌이 4번 5번 차량의 인원들과 함께 인섹툼의 사체를 정리하기 위해 움직이자 그 자리에 남은 3대의 차량과 인원도 정화작업을 마무리하고 주변 제독작업을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

 “이야- 이번엔 좀 오래 사네? 돈도 많이 벌고 좋겠어. 응?”호스를 정리하는 최재성에게 주화정이 다가오며 시비를 걸기 시작했다.

 “뭡니까?”

 “뭐긴 뭐야? 여기 덜 씻겼잖아? 똑바로 좀 쏴라. 물총질도 제대로 못하면서 군인소리 듣고 싶냐?”

 주화정이 가리킨 부분에는 인섹툼의 피가 흙과 섞여 묻어있었는데, 그 모습이 누가 비벼 일부러 묻힌 것처럼 부자연스러웠다.

 “하-! 너 이!”

 이런 일을 지난 한 달 동안 수차례 겪었던 최재성은 주화정이 일부러 피를 묻히고 와 시비를 건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매번 저러고 와서 시비를 걸며 깐족거리는 주하정의 모습에 최재성의 인내심도 거의 한계에 도달했는지 이번에는 참지 못하고 거친 말이 나오려했다.

 하지만 막 폭발하려는 최재성을 강우진이 팔을 잡으며 말렸다.

 딱히 최재성을 좋아하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첫 출정의 밤에 유일하게 이성적으로 행동했던 최재성의 모습에 호감이 생겼고, 한 달이라는 시간을 같은 부대의 구성원으로 지내면서 최소한의 유대감도 쌓였기 때문이다.

 “너? 지금 네 까짓 게 나한테 너라고 한 거야?”

 “......”

 매번 이랬다.

 첫 출정 날 둘이 다툰 이후로 주화정은 틈만 나면 찾아와서 사체처리부대원들에게 시비를 걸며 괴롭혔고, 그중에서도 특히 최재성에게 심하게 굴고 있었다.

 뭐라도 하고 싶었지만 문제가 생기면 열에 아홉은 사체처리부대원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 뻔해보였기에 모두가 참을 수밖에 없었다.

 “야! 다시 지껄여 봐. 새끼야 뭐? 너? 너라고?”

 주화정의 싸가지 없는 말투로 꼬투리를 잡고 늘어지자 억지를 화를 참는 최재성의 몸이 부르르 떨릴 지경이었지만 애써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있었다.

 “햐- 군대 편해졌네. 응? 훈련병 따위가 소위한테 너! 너! 거리고. 미쳤냐? 응? 미쳤냐고!”꼬투리 하나 잡았다고 신이 났는지 주화정은 검지손가락을 빳빳하게 세워 최재성의 가슴을 쿡쿡 찌르며 본격적으로 시비를 걸기 시작했다.

 “이-개!”

 주화정의 행태에 더 이상은 참지 못하겠는지 온몸을 부들부들 떨던 최재성의 입에서 개라는 단어가 나오는 순간이었다.

 “왜? 무슨 일이야?”

 손지헌이 끼어들면서 최재성은 간신히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무슨 일이긴 무슨 일이야? 훈련병새끼들이 쳐 빠져가지고 일도 제대로 못하면서 상관한테 하극상을 하길래. 충고 좀 해주고 있었지”“그래? 알겠어. 나머지는 내가 할 테니까. 이만 복귀해서 쉬어”“싫은데? 왜? 안가면 어쩔 건데?”

 “글쎄? 네가 정- 원한다면 나도 끼어서 하극상에 대해서 논해봐야 할 것 같은데?”예상치 못한 손지헌의 대꾸를 순간 이해하지 못한 주화정이 ‘내가 잘못 들었나.’하는 표정이 었다.

 “뭐?”

 “왜? 훈련병한테 소위가 상관이듯이, 중위도 소위한테는 상관이잖아?”“하- 진짜 사채꾼 새끼들 단체로 미쳐서 돌아가는 구나? 야! 어디 사체부대 출신이 MCT한테 상관 드립을 치고 있어? 이것들 틈에서 오래지내더니 진짜 같이 미치기라도 한 거야?”“흠... 굳이 고맙게 증거까지 남겨주지 않아도 되는데.”주화정의 막말에 손지헌은 가볍게 대꾸하며 스마트워치를 조작하며 버튼을 몇 개 눌렀다.

 “하- 진짜 사체꾼 새끼들 미쳐서 돌아가는 구나? 야 어디...”손지헌의 스마트워치에서는 조금 전 주화정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조금 전 주화정의 말을 손지헌이 녹음한 모양이다.

 “너!”

 “왜? 지금도 녹음중이니까 하고 싶은 말 있으면 다 해봐”

 “너! 지금 이 일! 후회할거라는 생각 안 들어?”“그러게? 예전에는 그렇게 생각했는데. 요즘은 오히려 이런 생각이 들어.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일을 하면서 너무 먼 미래만 보고 사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 말이야.”

 “뭐? 하- 그래? 이래놓고 나중에 뒷감당 되겠어?”“뭐 상관없어 나중일은 나중에 가서 생각하자고. 우선 지금 결론은 내가 이제부터는 나보다 나이도 어린 하급자새끼가 반말 찍찍거리는 걸 더는 들어줄 생각이 없다는 거야, 그러니까 지금부터 우리부대원들한테 시비 걸려면 군복 벗을 각오정도는 하고 시작하는 게 좋을 거야! 알겠어?”“...오늘 일 후회할거다”

 “그래 후회는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너는 그만 좀 가라. 더는 꼴도 보기 싫으니까”

 주화정의 경고에도 손지헌이 독하게 받아치지 할 말을 잃은 주화정이 전형적인 악역의 대사를 뱉고는 대화가 끝난 후에도 손지헌과 최재성을 한참이나 노려보다 돌아갔다.

 “괜찮으시겠어요?”“뭐가 말입니까?”

 “전에 보니 대대장님도 전투부대 편인 것 같던데 괜히 일을 키웠다가 문제라도 생기시면 어쩌시려고요?”강우진이 걱정하는 이유는 한 달 전 최재성과 주화정이 처음으로 다투던 그날 대대장인 허인수가 보였던 반응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걱정마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대대장님은 전투부대편이 아니니까.”

 “예? 그래도 저번에 보니까 말씀하시던 게...”“대대장님은 그냥 귀찮은 걸 싫어하시는 것 뿐 입니다. 애초에 MCT부대 대대장직도 징계 먹고 오신 거라 빨리 복무기간 채우고 단군부대로 복귀하시는 것 말고는 별로 관심도 없으신 분입니다. 그러니 그런 걱정은 하실 필요 없습니다.”

 “그럼 저번에는 왜 그러신 거죠?”

 “부대 내부에서 문제가 생기면 복귀하시는데 더 오래 걸릴 테고, 그게 싫으신 거죠.”

 “...그럼 다행이네요.”

 강우진이 기억하는 허인수의 모습은 손지헌이나 사체처리부대에게 굉장히 불만스럽고 까칠한 모습이었지만 손지헌이 괜찮다고 하니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앞으로는 전투부대원들과 시비는 피하시는 게 좋습니다. 혹시라도 감정이 격해져서 폭력사태까지 번진다면 정당성 여부는 둘째 치고 크게 다치실지도 모릅니다.”

 손지헌의 충고를 끝으로 일은 대충 마무리가 되었지만, 손지헌과 주화정이라는 이름은 분명하게 강우진의 가슴에 새겨졌다.

 서로 아주 상반된 의미로 말이다.

 

 “아- 주화정 저 자식은 도대체 왜 저러는 거야?”“그러게. 저런 인간이 대한민국 최정예 부대의 분대장이라니 진짜 어이가 없네. 군대에서는 인성은 아예 안보고 뽑나?.”

 호스를 들고 제독약품을 뿌려대는 강우진과 최재성은 둘만 남자 주화정을 씹어대기 시작했다.

 공공의 적을 뒀기 때문인지 서먹하던 둘의 사이도 이제는 제법 친근해져 있었다.

 “그런데 주화정 저거 몇 살이지?”

 “주화정은 다른 부대에서 차출 온 게 아니라 사관학교 출신으로 올해 졸업하고 임용됐다고 했으니까. 아마 23살일걸?”

 “와- 진짜 징글징글하다. 어떻게 23살짜리가 벌써 저렇게 싸가지가 없을 수 있는 거야? 나중에 저런 인간이 장군이라도 되면 진짜 가관이겠다. 가관이겠어. 어휴-”

 그렇게 둘은 한참동안 주화정을 씹어대던 중 강우진은 갑작스러운 두통과 불쾌함이 느껴졌다.

 “에이 씨-”불쾌한 통증에 강우진의 입에서 갑자기 짜증 섞인 말이 튀어나왔다.

 “응? 왜?”

 “아! 아니야. 주화정 때문에 갑자기 열이 받아서. 하...하..”

 ‘또 온 건가?’

 최재성에게는 대충 둘러댔지만 갑작스러운 불쾌감과 두통이 찾아온 걸 보니 돌연변이의 접근신호였다.

 ‘아! 젠장 이 느낌이면 나가린데...’

 첫 번째는 주화정때문에 일이 꼬여 제대로 흡수를 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하필 이번에 느껴지는 감각으로는 아무래도 세미호모가 나타날 것 같아 더 짜증이 났다.

 강우진이 세미호모의 등장에 짜증을 내는 건 이유가 있었다.

 지금 강우진의 몸 상태는 불과 한 달 전과 비교해 몰라보게 좋아진 상태였고, 그건 남아있던 돈과 월급을 모두 털어 치료를 받은 덕분이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몰래몰래 조금씩 돌연변이들의 피를 흡수하면서 생긴 성과 덕분이었다.

 그리고 한 달 전에 의무중대장 구종신과의 대화와 그동안의 성과들이 떠올랐다.

 

 한 달 전

 세 번째 방문쯤 되니 의무중대의 모습도 이제는 익숙해질 쯤 이었다.

 “강우진 상태 많이 좋아졌네?”

 “아! 중대장님, 하하.. 이게 다 중대장님 덕분이죠.”

 강우진은 의료기기에서 나오는 순간 들려오는 소리에도 놀라지 않고 오히려 익숙하게 굽실거리며 아부가 짙게 깔린 멘트를 날렸다.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난 강우진의 앞에는 그를 기다리고 있었는지 태블릿으로 차트를 보며 서있는 구종신의 모습이 보였다.

 “당연하지. 뭐 이게다 나와 지헌이의 배려 덕분이라는 걸 잊지 말라고 응? 알겠어?”

 “아휴- 물론입니다. 제가 그걸 잊으면 사람이 아니죠.”

 첫 번째 출정에서 복귀한 이후에도 강우진은 손지헌의 배려덕분에 의무중대의 치료시설을 계속 이용 할 수 있었다. 손지헌은 치료비까지 보태주려 했지만 구종신이 정색을 하며 그렇게 하면 더 이상 도와주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고, 대신 약품이 소모되지 않는 선에서는 최대한 배려해준 덕분에 강우진은 훨씬 부담을 줄인비용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런 모습만 보면 분명 구종신은 강우진에게 은인이나 다름없는 사람이었지만, 구종신은 손지헌과는 달리 불편하게 느껴지는 구석이 있는 사람이었다.

 ‘분명 고마운데 왜 이렇게 고맙지가 않은 거지?’

 단순히 그가 손지헌의 지원을 막았기 때문은 아니었다. 오히려 구종신이 줄여준 비용으로 치료비를 감당하는 방법이 마음도 편했고 실용적이었으니 정말 고마워야 정상이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그를 보고 있으면 불편하고 거북한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차트 보니까 생각보다 호전이 아주 빠른데? 몸 상태가 아주 좋아졌어. 이정도면 한 달만 치료해도 충분히 정상적인 수준으로 회복 되겠는 걸?”

 “어!? 정말입니까? 저기... 그런데 혹시...”

 긍정적인 결과였지만 정작 강우진이 궁금한 건 첫 번째 출정에서 소량이나마 인섹툼의 피를 흡수한 후의 변화였다. 퇴화의 진행이 호전되었는지 아닌지가 지금의 강우진에게는 가장 중요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왜? 퇴화증상이 궁금해?”

 이걸 어떻게 물어봐야 하나 강우진이 고민하고 망설이던 순간에 구종신이 먼저 말을 꺼냈다.

 이런 부분이었다. 유독 구종신이 불편하게 느껴지는 이유.

 마치 강우진의 속을 꿰뚫어 보는 것 같은 말과 행동들과 묘하게 사람을 가지고 노는 느낌들이 왠지 구종신 앞에만 서면 강우진을 주눅 들고 쭈뼛거리게 만들었다.

 “왜? 안 궁금해? 필요 없어?”

 귀찮은 듯 한 말투로 다시 물어보는 구종신의 모습이 불편했지만, 불편하더라도 꼭 들어야 하는 말이었기에 강우진은 망설이면서도 물어 볼 수밖에 없었다.

 “혹시... 변화가 있나요?”

 막상 묻고 나니 기대감이 차오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현재로서는 이게 강우진의 유일한 희망이었으니까.

 “좋아졌네. 최근 기록을 보니까 언제 에렉투스로 변해도 이상할 게 없을 정도로 뇌가 경화된 상태였는데, 이상하게 지금은 꽤나 말랑해졌네?”

 한껏 긴장된 표정으로 묻는 강우진에게 구종신이 여전히 따분한 표정으로 대답해 줬다.

 “아!!”

 무심한 말투였지만 구종신의 그 말을 듣는 순간 강우진은 자신의 짐작이 맞았다는 확신과 함께 마치 구원이라도 받은 것 같은 해방감을 느꼈다.

 자신을 미치도록 괴롭혔던 퇴화를 치료할 방법을 찾았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다 나은 것만 같았고 만세라도 부르고 싶은 심정에 어쩔 줄 몰라 하며 발을 동동 구르던 강우진은 마침 무료한 표정으로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구종신과 눈이 마주쳤다.

 그 순간 강우진은 마치 뱀 앞에 선 개구리가 된 것마냥 전신의 피가 차갑게 얼어붙는 느낌을 받았다.

 ‘그럼!? 구종신도 이걸 다 안다는 이야기잖아? 이거 보고되면 또 끌려가는 거 아냐?’

 불과 한 달 전, 퇴화 호전판정을 받으면서 방역관리위원회의 연구실로 끌려갔었던 일이 생각났다.

 따분하고 무료한 표정이던 구종신은 자신과 눈이 마주치고 강우진의 표정이 급격하게 변하는 모습에 뭐가 재밌는 걸 발견한 사람처럼 씨익- 웃으며 다가왔다.

 “왜? 좋은 일이잖아? 왜 기뻐하다 말아?”

 “저.. 그게..”

 “하핫! 왜? 내가 위에 보고라도 할까봐? 걱정하지 마. 나도 그 정도 눈치는 있다고”

 “!! 그럼?”

 구종신의 말에 강우진이 놀란 표정으로 바라보자 구종신의 표정에 어린 장난기가 좀 더 짖어졌다.

 “그거야 우리 강우진씨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지 않을까?”

 구종신은 단번에 강우진의 약점을 잡고, 헷갈리는 말투로 강우진을 쥐락펴락하고 있었다.

 구종신의 말에 잠시 고민하던 강우진은 바로 무릎을 꿇어버렸다. 어차피 지금 강우진을 절대적인 약자였다. 군 내부의 지위나, 권력, 현재상황의 주도권은 물론 무력이나 재력까지 무엇 하나 구종신보다 우위에 있는 게 없었고, 구종신은 자신의 생사를 결정할 비밀까지 쥐고 있으니 그냥 납작 엎드리기로 한 것이다.

 “제가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응? 아- 벌써 이러면 재미없는데 쳇-”

 “예?”

 “아니야. 뭐- 우진이가 뭘 해줄 수 있을지는 천천히 생각해보자고. 오늘은 치료 끝났으니까 이만 가봐”

 “...정말 그냥 가도 되는 겁니까?”

 “그래 가. 다음 주 화요일에 치료 받으러 오는 거 잊지 말고”

 “그럼... 비밀은?”

 “응? 비밀? 아- 걱정하지 마. 내가 말했잖아 천천히 생각해 보자고. 적어도 다음 주 까지는 비밀걱정은 안 해도 될 거야”

 “다음 주...까지 입니까?”

 “그래. 그러니까 잊지 말고 치료 받으러 꼭 와. 알겠지?”

 끝까지 생글거리는 얼굴로 장난스럽게 말하는 구종신의 말은 강우진을 불쾌하게 만들기에 충분했지만 강우진은 불쾌함보다 불안함이 더 컸기에 한마디도 따질 수 없었다.

 게다가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구종신의 표정은 여전히 생글거리고 있었지만 그 표정이 어딘가 오싹한 느낌이 들어 더 이상 마주보고 있는 것조차 힘들게 느껴졌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강우진이 할 수 있는 건 의무중대를 나서는 순간에 정중하게 허리를 숙여가면서 구종신이 자신의 비밀을 지켜주길 바라는 것뿐이었다.

 강우진이 사라지고, 꽤나 멀어지자 혼자 나은 구종신이 갑자기 키득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아- 재밌네. 저거 감이 좋은데? 덕분에 당분간 심심하지는 않겠어. 크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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