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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진화의 새벽
작가 : 연성
작품등록일 : 2019.9.11

예기치 못한 순간에 다가 온 재앙은 인류에게 종말의 위기를 안긴다.

갑작스럽게 다가온 위기속에서 인류는 서로를 희생시켜 살아남지만

그 결과 인류를 분열하고 갈등하며 고통속에 몸부림치는 세상을 살아가게 된다.


하지만 끝나지 않은 위기는 새로운 시대를 요구하며

인류를 대체할 새로운 지성체들의 등장시키고

분열과 갈등속에 퇴화해 가는 인류는

새롭게 등장한 지성체들을 괴물이라 부르며 저항한다.

인간들은 퇴화를 극복하고 지구를 지배하는 최상위종의 위치를 지킬 수 있을까?

과연 사람의 기준은 무엇이고 가치는 무엇인가.

 
5. 입대
작성일 : 19-09-13 13:08     조회 : 236     추천 : 0     분량 : 9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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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입대

 

 강우진은 살아남기 위한 계획을 세운 뒤 움직이기 시작했다.

 먼저 집을 나선 강우진이 도착한 곳은 병원이었다. 물론 기존에 다니던 병원은 아니었다.

 더 이상 그 병원의 주치의를 믿을 수 없었기에 다른 병원을 찾아 온 것이다.

 “약을 더 자주 맞으면 어떻게 안 될까요?”

 “죄송하지만 강우진씨가 사용하던 기존의 퇴화치료제는 2병이 넘어가면 약효가 크게 떨어져요. 그나마도 한 달에 두병으로 나눠서 맞고 있으셨는데, 지난 한달 동안 약물을 너무 많이 사용하셨어요. 이제는 한 달에 네 병으로 늘려도 효과를 장담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강우진은 꽤 나이가 있어 보이는 중년의 남자의사와 마주앉아 대화를 하고 있었다.

 강우진은 의사의 부정적인 설명을 들을수록 연구소 사람들에 대한 적개심만 치솟아 오르고 있었다. 지금 의사가 이야기 하는 대부분의 문제점들은 방역관리위원회의 연구소에서 과도한 치료와 실험의 부작용들이었기 때문이다.

 “후- 네 병으로 늘리면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요?”

 강우진의 말에 앞에 앉은 의사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장담할 수는 없지만 퇴화속도만 봤을 때 두 달? 길면 석 달 정도가 한계일 겁니다. 하지만 그렇게 퇴화의 진행을 늦추려면 월 4회 이상 치료제를 투약해야하고 그러면 몸이 심하게 망가지겠죠. 지금도 이미 몸 상태가 최악이라 그게 가능할지 장담 할 수도 없고 고통도 심각할 겁니다.”

 “길면 2~3달이라... 짧네요.

 “그나마도 가능성을 높이시려면 피폭치료와 신체균형을 잡아주는 치료를 병행하셔야 버틸 수 있을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몸이 버티지 못해 퇴화가 아니라 피폭이나 다른 이유로 먼저 사망할 테니까요.”

 의사는 강우진의 말에 어렵다는 부분을 강조하면서도 최선의 대답을 하고 있었지만 강우진의 입장에서는 정말 어이가 없는 일이다.

 ‘젠장! 도대체 병원비로 한 달에 얼마를 써야 되는 거야!?’

 사람마다 입장의 차이라는 것이 있겠지만 지금 의사가 말한 치료들을 모두 받아야한다면 강우진에게 남은 돈으로 살 수 있는 시간은 길어야 한 한 달이었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의사라는 인간들에 대한 불신만 더 깊어져 있어서인지 앞에 앉은 의사도 사기를 치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였다.

 ‘후- 진정하자. 그래 계획대로만 하면 살 수 있을 거야.’

 속으로야 천 번도 더 다 엎어버리고 개판을 치고 싶은 강우진이었지만 그래봐야 자신에게 좋을 게 없었다. 그나마 자신에게 남은 한 달이라는 그 시간을 잘 사용해야 계획을 시도라도 해 볼 수 있을 테니 이런 곳에서 화풀이 하는데 시간을 낭비할 수는 없었다.

 “그럼 얼마가 있어야 2-3달을 더 살 수 있을까요?”

 “한 달에 퇴화 치료제 4병 값 4천만원, 피폭 치료 주 1회씩 해야 하는데 4회에 2천만원 한 달에 6천이네요. 거기에 호르몬치료라, 바디벨런스치료까지 하면 글쎄요... 얼마라고 정확히 말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한 달에 1억정도는 생각하셔야 될 것 같네요.”

 '미친!! 아주 뽕을 뽑아라. 개자식들!'

 1억이라는 소리에 마음속으로야 앞에 있는 의사의 멱살을 잡고 흔들어서라도 가격을 깎고 싶었지만 그런다고 깎아줄리 없었기에 입 밖으로 나오는 말은 달랐다.

 “끙- 알겠습니다.”

 속으로야 쌍욕으로 단편 소설 한권은 쓸 수 있을 만큼 씹어댔지만 입에서 나오는 대답은 짧은 앓는 소리와 단답형 긍정이 전부였다. 괜히 여기서 말이 길어져봐야 열만 받을 것 같았고 그러면 강우진 본인에게 좋을 게 없었기 때문에 속으로만 삼켜야 했다.

 강우진은 바로 진료실을 나와서 주사실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간호사가 작은 약병과 주사기, 솜 등이 담긴 통을 들고 서있었다.

 “조금 따끔 하실 거예요.”

 “네”

 주사바늘이 몸속으로 파고 들어왔지만 따끔함 따위는 느껴지지도 않았다.

 그저 한숨만 나올 뿐이었다.

 이 한 번의 따끔함이, 손가락 한마디 크기의 저 약병이 천만원짜리 퇴화치료제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2~3초 남짓 걸린 주사 한방에 천만원을 써버렸으니 마음이 싱숭생숭할 수밖에 없었다.

 주사를 맞고, 피폭치료까지 마친 강우진이 1천5백만원이나 되는 병원비를 납부하고 병원을 나섰다.

 병원 밖을 나서면서 마음이 무거웠다. 금방 병원비로 사용한 돈은 박씨 아저씨가 남겨주고 간 유산이었기 때문이다.

 “아저씨, 이 돈으로 꼭 살아남을 테니까 걱정하지 마.”

 강우진의 카드에는 박씨 아저씨에게 받은 8천만원이 조금 넘던 금액이 이제는 7천만원이 조금 안되게 줄어들어 있었다.

 병원을 나온 시간은 저녁 6시 30분이 지나고 있었고 병원 밖으로 나와서 바라본 하늘은 이제 막 해가지지 저물어 가며 세상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그런 하늘을 바라보는 강우진의 눈에 비친 세상은 정말... 죽기 싫을 만큼 아름다웠다.

 

 띠띠- 띠띠-

 ‘아 진짜 더럽게 시끄럽네.’

 옆에서 시끄럽게 알람이 울려대고 있었다. 시간은 7시 30분

 원래 외벽관리용역에서 일할 때 강우진의 출근시간이다.

 일을 나가려면 빨리 일어나 씻고 먹고, 나갈 준비를 해야 하지만 이제는 상관없었다.

 김반장의 말대로 이제는 용역에는 나갈 수도 없었고, 나갈 생각도 없었다.

 강우진에게는 이미 다른 계획이 있었으니까.

 강우진은 오랜만에 여유를 부리며 느릿하게 일어나 씻고 아침을 먹었다.

 그가 새로운 계획을 시작할 곳은 10시까지 가면 되기 때문에 아직 여유가 있었다.

 게다가 어제 맞은 치료제도 꼴에 방사능이라고 몸을 움직이는 것조차 불편하게 만들어 빨리 움직이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었다.

 지금 이 시간에 일어난 것도 세수하고 밥을 먹는 것조차 고역일 정도로 말을 듣지 않는 몸 상태를 고려해 그냥 조금 일찍 일어나 느릿하게 움직이는 게 편했기 때문이다.

 조심스런 움직임에도 온몸이 찢어지는 것 같은 고통에 밀려왔지만 강우진의 고통을 익숙하게 버티며 천천히 외출준비를 마치고 있었다.

 

 위이이이잉- 치이익-

 9시가 넘은 시간이라서 그런지 오늘은 지하철에 더 사람이 없었다.

 “하아-”

 지하철에 탄 강우진은 한숨부터 쉬고 있었다.

 당장 살기 위해서 가고는 있지만 지금 강우진이 가는 곳이 정말 살기위해 가는 곳인지, 죽으러 가는 곳인지 스스로도 헷갈리는 곳이었기 때문에 절로 나오는 한숨이었다.

 지금 강우진은 군부대에 자원입대를 하러 가는 길이었다.

 한 달간 연구소에서 시달리며 대략적이나마 연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강우진도 느낄 수 있었다.

 치료와 연구를 당하는 과정에서 강우진은 그 많은 의료진들이 달라붙어서도 자신의 퇴화가 호전된 이유를 찾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느낀 것은 자신의 상황이 결과 일반적이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강우진의 기억 속에 일반적이지 않았던 기억 중에 가장 강력했던 기억은 의료천막에서 인섹툼의 피를 흡수했던 그때의 그 일이었고, 강우진의 자신의 퇴화 증상이 호전된 것이 그때의 일 때문일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래서 결정한 것이 바로 입대였다.

 군대는 돌연변이들을 많이 접할 수 있으니 자신의 가설을 시험해 보기에 가장 적합한 환경이었고, 설사 그 가정이 틀렸다 해도 현재 강우진이 가장 큰 돈을 벌 수 있는 일이 바로 사체처리부대의 입대였기 때문이기도 했다.

 하루 일당 100만원인 사체처리부대가 현재 강우진이 일 할 수 있는 곳 중 가장 많은 임금을 주는 곳이었고, 군인들에게 제공되는 무상의료서비스까지 고려하면 부족하나마 강우진의 치료에 들어가는 말도 안 되는 금액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는 유일한 장소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마침 오늘이 딱! 한 달에 한 번씩 있는 사체처리부대의 입대일이기 했기에 강우진은 망설이지 않고 지원했고, 지금 사체처리부대가 있는 군부대로 향하고 있었다.

 “다음 역은 김해 시청. 김해 시청역입니다”

 벌써 도착했다.

 출발하기 전부터 결심을 굳히고 나선 길이었지만 그래도 긴장은 되는지 기차를 내리는 순간부터 강우진의 심장은 미친 듯이 두근거리고 있었다.

 

 “여러분들은 이곳에 지원하고 여기에 도착한 순간부터 군법의 적용을 받게 됩니다.”

 강우진이 긴장되는 마음으로 도착한 곳에는 사체처리부대에 지원자들 13명이 모여 있었고 앞에는 장교로 보이는 사람 하나가 앞에 서서 이곳의 생활에 대해서 설명을 하고 있었다.

 13명이 적어보이지만 사실 이정도만 해도 꽤 많이 모인 편이었다.

 외벽관리용역에서 일하던 때에 사체처리부대를 꽤나 많이 겪었던 강우진이 보고 들은 것에 따르면 한번 모집을 해도 10명도 채 안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오죽이나 인원이 부족했으면 범죄자들까지 동원해 인력을 채울 정도겠는가?

 이렇게까지 사체처리부대의 인원이 부족한데는 사정이 있었다.

 대폭격 이후 돌연변이의 등장은 인류를 위협하는 위험이 되었고 그런 돌연변이들을 상대하는 이시대의 군인들은 그 위상이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군대의 위상이 높아지고 권력이 강해지면서 군대에는 나름 재능 있는 엘리트들로 구성된 집단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그런 현상이 지금에 이르러서는 군대를 엘리트 집단이자 공권력의 상징으로 만들어 놓았고, 과거와 달리 군인은 재능이 뛰어난 사람들 흔히 말하는 인재들이 손에 꼽는 선호 직업이 되어 있었다.

 문제는 그런 인재들은 사체처리부대에서 근무하며 방사능과 오염물질들을 뒤집어쓰면서 노가다나 다름없는 뒤처리작업을 하는 일을 기피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다보니 어느 순간 사체처리부대는 인사에서 밀려난 사람들의 차지가 되었고, 돌연변이의 사체를 처리하는 곳이 아닌 군인들을 퇴직시키는 권고퇴직의 상징처럼 되어버렸다.

 사정이 그렇다보니 사체처리부대에 배속시키기만 하면 모두가 보직을 거부하거나 퇴직하기 일쑤였고 결국은 반쯤 민간으로 돌리면서 지금과 같은 운영이 자리 잡게 되었던 것이다.

 그렇게 사체처리부대는 직업군인들은 더러워서 기피하는 보직이었고 민간인들은 위험해서 기피하는 직업이 되면서 이런 처지가 된 것이다.

 사정이 그렇다보니 사체처리부대는 지원의 제한을 낮추고 폭넓게 지원을 받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도 13명이라는 지원자가 전부였으니 이 직업이 얼마나 위험하고 더러운지 짐작할 수 있었다.

 ‘앞에서 설명하고 있는 저 사람 계급장이 다이아모양이 두 개인 걸 보니 중대장인거 같은데?’

 강우진이 바라보는 곳에 서있는 사람의 명찰에는 손지헌이라고 적혀있었다.

 손지헌이라는 사람이 아마 이곳의 관리책임자인 중대장일 것 같았는데 대략 그의 나이는 20대 중후반 정도로 보였다.

 그에 반해 사체처리부대에 입대하는 부대원들은 30-40대가 대부분이었는데 입대지원의 제한이 낮다보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외벽관리용역에서 여러 사람들을 겪어본 강우진은 과연 젊은 중대장이 이 아저씨들을 제대로 통솔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지만 지금 다른 사람을 걱정 할 때가 아니었다.

 “지금부터 여러분의 계급은 이병으로 훈련병 신분입니다. 3개월의 수습기간을 마치시면 그때부터 정식으로 일병이 되실 수 있을 겁니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군사계급은 과거 대폭격이 있기 전이나 지금이나 딱히 변한 건 없었다. 다만 과거에는 모든 남자들이 의무적으로 입대를 했지만 지금은 지원자에 의한 직업군인이라는 것만 다를 뿐이었다.

 “기상은 6시, 아침식사는 7시, 점심은 12시, 저녁은 6시, 취침은 10시입니다. 정해진 시간과 일정에 따라 움직여야 하며 이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거나 따라오지 못하면 징계나 벌점을 받습니다. 이후에 벌점이 쌓이면 강제퇴소를 당할 수도 있으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질문 있습니까?”

 다 혹은 까로 끝을 맺는 전형적인 군인 말투를 사용하는 손지헌 중위는 질문으로 말을 끝내며 앞에 서있는 사람들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아마도 질문이 있으면 지금 하라는 뜻인 것 같았다.

 눈치를 보던 30대 남자하나가 손을 들었고, 중위는 그 남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뭡니까?”

 “여기 징역형을 살고 있는 수감자들도 일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같이 생활해야 하나요?”

 “물론 징역형을 집행 중인 인원들도 같은 일을 하겠지만, 훈련병 기간 동안은 철저하게 따로 분리되어서 하게 될 겁니다. 그리고 적어도 일병이 되기 전까지는 부딪칠 일이 없을 테니 그런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같은 사체처리부대지만 이곳은 지원자들이었기에 벌금형을 갈음하는 죄수들과는 따로 분리되어 관리되는 것 같았다.

 “여러분은 이후에 일병이 되면 벌금형의 노동자들을 관리 감독하는 상병과 병장들의 보조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겁니다.”

 “아- 예..”

 범죄자들과 따로 생활한다는 대답에 대부분 다행이라는 반응을 보였지만 정작 질문한 남자의 반응은 좋아 보이지 않았다.

 “다른 질문은 없습니까?”

 “저기요.”

 “뭡니까?”

 이번에는 강우진이 손을 들며 중위를 불렀다.

 “여기서 근무하면 의무대에서 치료는 무상으로 해준다고 하던데 맞나요?”

 “그건 수습기간 마치고 일병이 되거나 혹은 훈련 중에 부상을 입은 경우에 가능합니다. 단 훈련 중에 부상은 벌점이고 부상이 잦으면 퇴소될 수도 있으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강우진의 질문 후에 다른 사람들도 몇 가지 질문들을 했지만 강우진은 자신의 질문의 대답 이후의 다른 말들은 귀에 잘 들어오지도 않았다.

 “더 이상 질문 없으면 점심시간까지 휴식시간 입니다. 이상!”

 13명이 더 이상 질문이 없을 때까지 대답하던 중위는 짐을 풀고 쉬고 있으면 점심시간에 오겠다고 말 하고는 나가 버렸다.

 강우진은 중대장이 나가는 모습을 반쯤 정신이 나간 표정으로 보고 있었다.

 강우진이 이곳에 지원한 이유 중 군의 무상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것도 큰 이유 중 하나였다. 그런데 3달 후에나 무상 치료가 가능하다니 이건 강우진의 계획에 치명적인 오류였고, 치료 없이 당장 내일부터 지금의 몸 상태로 훈련을 어떻게 받아야 할지 앞이 캄캄했다.

 게다가 왠지 시작부터 꼬이는 것 같아 못내 불안해졌다.

 만약 강우진이 추측한대로 돌연변이의 혈액과 접촉·흡수하는 게 퇴화를 치료하는 수단이 아니라면 당장 한 달에 들어가는 병원비 1억을 모두 강우진이 스스로 감당해야 한다는 소리였기 때문이다.

 박씨 아저씨가 남겨준 돈에 이곳의 한 달 급여 3천만원을 감안해도 한 달을 아슬아슬 하게 버티는 게 최대일 것이다.

 그리고 군에서만 받을 수 있는 치료들이 있었다.

 군용으로 사용되는 코어 센터링 의료기기들로 몸의 균형을 잡아주는 치료는 지금 강우진에게 꼭 필요한 치료였지만 최신기술이라 아직 민간에는 보급되지 않았고, 그 외에 건강보조 개념이 강해 민간에서는 너무 비싼 면역강화시술도 외벽 바깥생활을 자주하는 군인들에게는 시범적으로 무상 의료서비스로 보급되고 있었기에 강우진은 입대하면서 가장 기대하던 부분이었다.

 그런데 이런 것들이 일병이 되어서야 보급된다는 것이다.

 결국 입대해서 군용 무상치료를 받겠다는 강우진은 계획은 시작하기도 전에 실패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하는 생각에 막막해져버린 강우진은 시한부 선고를 받았을 때처럼 멍청하게 앉아 넋을 놓고 고민하고 있었다.

 “저기요.”

 그때 강우진보다 앞서 전과자들과의 생활에 대해서 질문을 했던 사람이 강우진의 옆에 와서 앉더니 강우진을 부르며 툭하고 강우진의 등을 살짝 두드렸다.

 “악! 뭐야!!”

 문제는 이 사람이 건드린 부분이 살짝만 부딪혀도 굉장히 심각하게 아픈 곳이라는 것이었다.

 “뭡니까? 사람 무안하게”

 기겁을 하는 강우진의 반응에 남자는 놀란 듯 떨어지면서도 투덜거렸다.

 ‘이런 쌍놈에 자식이 사람을 죽일 뻔 해놓고 무안타령을 하고 있네?’

 그런 남자의 말이 강우진의 심기를 건드렸다.

 “왜! 처음 보는 사람을 치고 지랄이야!!”

 상황이 이렇다보니 당연히 강우진의 입에서 고운 말이 나올 리가 없었다.

 강우진의 고함소리에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둘에게로 모여 들었다.

 “하- 지랄? 지랄은 본인성격이 지랄인거 같은데? 아- 좀 친해질까 했더니 됐수다.”

 흥분한 강우진의 입장에서는 때린 사람이 오히려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피해자인 척 하면서 자리를 떠나고 있는 모습처럼 보였다.

 “뭐 이런 거지같은 경우가 다 있어? 사람 쳐놓고 사과는커녕 그딴 식으로 지껄이고 가면 어쩌자는 거야?”

 “뭐? 쳐? 누가? 내가?”

 “그래! 금방 내 등 쳤잖아!”

 “하- 어이가 없네. 그게 친 거야? 그냥 부르면서 살짝 건드린 거잖아?”

 “그건 네 생각이고! 맞은 사람이 아프면 친 거지!”

 “아 됐다. 됐고 그럼 너도 나처럼 한 대 쳐. 됐냐? 대신 내가 네 등 살짝 두드린 것처럼만 처라 알겠냐?”

 “이 새끼가! 좋아 딱 대라.”

 안 그래도 앞이 캄캄한데 가해자 주제에 어이가 없다는 듯이 당당한 남자의 태도에 강우진도 이성이 마비될 정도로 열을 받은 상태였다.

 강우진은 뒤돌아 등짝을 들이대며 때려보라며 깐족거리는 남자의 등을 칠 것처럼 왼손을 들어 흔들면서 시선을 끌었고, 남자가 자신의 왼손에 시선을 뺏겼을 때 재빨리 오른손을 휘둘러 남자의 눈을 손가락 끝으로 톡! 하고 살짝 찔러버렸다.

 “악! 악! 이런 미친놈이!!”

 갑자기 눈이 찔릴 줄은 몰랐던 남자가 얼굴을 감싸며 자리에 주저앉아 소리를 질렀다.

 “왜? 네가 때린 거랑 거의 비슷한 정도로 때린다고 때렸는데 아프냐? 살짝 건드린 거라며?”

 “이..! 이 정신병자 같은... 사람 눈을 찔러놓고 장난 하냐!”

 입장이 완전히 바뀐 것처럼 남자는 눈을 감싸 쥐고 동동거리면서 강우진의 말에 부들부들 거리는 모습을 보니 남자도 화가 잔뜩 난 것 같았다.

 “놀고 있네. 네가 눈 맞아서 아픈 거랑 내가 등 맞아서 아픈 거랑 어느 게 더 아픈지 네가 어떻게 알아?”

 “야! 이 미친놈이 그걸 몰라서 묻냐! 여기 있는 사람들 전부 붙잡고 물어봐라 그게 비교가 되는지!”

 “좋아 물어보자. 자 누가 더 아플 것 같아?”남자의 주장에 강우진은 웃통을 까며 남자에게 맞은 등 부위가 잘 보이도록 뒤돌아섰다.

 “억!”

 “어후-”

 욕창이 가득한 강우진의 등을 본 사람들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을 잇지 못했고, 그건 눈을 맞고 방방 뛰던 남자도 마찬가지였다.

 “자 다시 말해 봐. 누가 더 아프겠어?”

 “......”

 “다음부터 내 몸에 함부로 손대지마라. 그러다 진짜 옆에 죄수들 있는 방으로 갈지도 모르니까 알겠냐?”강우진의 경고에 남자가 움찔하며 강우진에서 멀어졌다.

 눈을 맞은 남자가 들리지 않게 중얼거리면서도 자기 자리로 돌아가 앉자 강우진도 씩씩거리며 자기 자리에 앉았다.

 잠시 시간이 흐르면서 어색하게 굳은 분위기가 풀리자 사람들은 몇몇씩 모여 앉아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대부분이 강우진에 대한 이야기였다.

 물론 대부분이 강우진에 대해 부정적인 말들이었다.

 과하다. 위험하다. 미쳤다는 내용의 말들이었고, 내용을 들어보면 대부분 강우진을 치고 간 남자의 의도는 강우진과 친해져 볼 생각으로 왔던 것 같은데 거기에 실수 있었다 해도 강우진의 이런 대응이 미친놈처럼 보였다는 것이다.

 사실 아픈 곳을 치고 들어오는 손길에 정말 화가 나긴 했지만 사실 엄한데서 뺨맞고 그 남자에게 성질대로 화풀이 대응을 해버린 거나 다름이 없었으니 욕을 먹을 만하긴 했다.

 결국 그 일이 있은 이후로 미친놈으로 찍힌 강우진에게 누구도 먼저 다가오거나 말을 거는 사람이 없었다. 물론 강우진도 누군가에게 다가가거나 말을 걸지도 않았던 것도 한 몫 했다.

 사실 강우진은 그런 부대의 분위기가 상관없었다. 아니 솔직히 그럴 여유가 없었다.

 다른 이들과 달린 강우진은 이미 살아남기 위한 전쟁을 시작한 상태였으니까.

 그런 강우진의 모습을 유독 유심히 관찰하던 부대원 중 하나가 어디론가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 ‘관찰대상, 정신이상 의심’이라는 짧은 내용의 문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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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11. 예측 2019 / 9 / 13 224 0 6013   
10 10. 다툼 2019 / 9 / 13 231 0 6140   
9 9. 두통 2019 / 9 / 13 238 0 6152   
8 8. 사망자 2019 / 9 / 13 241 0 6570   
7 7. 첫 전투 2019 / 9 / 13 240 0 7041   
6 6. 손지헌 중대장 2019 / 9 / 13 234 0 6386   
5 5. 입대 2019 / 9 / 13 237 0 9252   
4 4. 호전 2019 / 9 / 12 251 0 10851   
3 3. 박씨 아저씨 2019 / 9 / 12 244 0 9006   
2 2. 일상 2019 / 9 / 11 221 0 7395   
1 1. 프롤로그 - 재앙 2019 / 9 / 11 400 0 70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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