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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로맨스판타지
조잡한 신과 시간의 파수꾼
작가 : 소테
작품등록일 : 2019.9.10

이육사 시인을 좋아하는 조잡한 신 김말순,
복수에 눈이 먼 조잡한 신의 창조물 엠마,
조선 연산조부터 살아온 시간의 파수꾼 도시직,
파수꾼의 기억을 가진 위탁가정 출신의 비서 차원,
네 사람의 얽히고설킨 인연

 
3. 신들의 과거
작성일 : 19-09-12 22:54     조회 : 305     추천 : 0     분량 : 3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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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신들의 과거

 

 

  이 이야기는 어느 조잡한 신과 시간을 지키는 파수꾼의 만남에서부터 시작됐다. 처음에는 서로가 서로를 거북해 했을지도 모르겠다. 조잡한 신은 반신반인을 만들었고, 어쩌면 본인도 반신밖에 안 되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시간의 수호자라 불리는 시간 파수꾼은 시간을 뜻대로 되돌릴 수 있지만, 정작 자신의 시간을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 그에게 시간은 다른 사람들의 기억을 오가는 게 전부였다. 뭔가 하나씩 모자랐다. 그래서 닮았고, 또 서로를 알아봤을지도.

  "계약으로 묶일 생각은 없소. 어린 신."

  갓과 도포를 입은 그는 조잡한 신의 달콤한 유혹을 쉽게 뿌리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기억을 찾아드린다면?"

  '기억....'

  최고의 딜이었다. 그는 흔들렸다. 갓 아래 눈동자는 잠시 초점을 잃었다. 입술은 태연하지 못했다. 아무래도 그녀가 이긴 것 같았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속담처럼 몰아붙였다.

  "저도 누군가의 이유로 기억이 지워졌습니다."

  대단한 동질감이었다. 좀 놀랍기도 했다. 굳이 그녀에게 기억상실의 이유를 제대로 물은 적도 없었고, 누군가에게 기억을 잃었을 줄을 몰랐다. 불행한 사고를 당해 기억을 잃었다고만 생각했는데. 사연 있는 여자였다. 여하튼 과거 이야기로 동정표를 사고, 그 후에 그를 설득시킬 플랜이었다. 그의 마음을 엿본 결과, 절반 쯤은 이 분위기에 동참하는 것 같았다.

  "괴물이 되기 전에, 저도 사람이었습니다."

  그녀는 차근차근 촉촉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진심 반, 연기 반이 섞인 이야기에 귀를 쫑긋 세웠다. 소리가 떨렸다.

  "김구 선생님의 한인애국단이 설립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태어났습니다. 광복을 거쳐 6.25 전쟁을 겪었지요. 일제 치하의 식민지 노릇보다 안타까웠습니다. 동족끼리 총칼을 겨눠야 했으니까요. 그 놈의 이데올로기가 뭔지."

  이데올로기. 6.25전쟁. 그녀의 나이, 아니 연세가 대략 80대란 걸 알아챌 수 있었다. 정말 우리 할머니랑 동년배, 아니 우리 할머니가 더 어렸다. 그런데도 20대 초반에 멈춘 얼굴을 갖고 있었다. 부럽다고 해야 하나, 안쓰럽다고 해야 하나? 그녀의 가족과 친구들은 아마 죽었겠지.

  "누가, 왜, 무슨 목적으로 그랬는지 모르겠습니다. 전쟁 한복판에서 눈을 떴지요. 멀쩡히."

  짐작건대 일본놈 짓일 거다. 마루타. 왜, 박 무슨 여배우 나오는 영화를 보면 일본놈들이 우리나라 사람들을 무슨 모르모트-실험용 쥐-처럼 실험하는 내용이 나온다. 조선인을 일시적인 무적으로 만들어 전쟁이든 뭐든 이용하려는 추악한 속내를 들여달볼 수 있는 영화였다. 개인적으로 재미없는 영화였다. 그래서 신이 완벽하지 못했나 보다. 인간이 만든 신이니까.

  "살아돌아온 그 때는 조상님들이 보살펴주신 거라며 부모님, 오라비, 동생 모두 기뻐했습니다. 그런데 제게 이상한 일이 생겼죠."

  얘기가 길어졌다. 도시직은 도포끈을 조심히 잡아 빈 의자 아무데나 골라 앉았다. 몰랐는데 제법 장신인 사내였다.

  "어느 날, 장터에서 사온 생선을 자르다 손이 베었는데 순식간에 상처가 아무는 겁니다. 처음에는 잘못 본 것 같아 손에 칼질을 하였는데, 이렇게 되돌아왔습니다."

  그녀는 굳이 시간이 멈춘 곳에서 나이프로 제 손바닥을 길게 그었다. 핏방울이 맺히기도 전에 상처가 아물었다. 나의 재생능력이 비하면 월등했다. 내 경우에는 시간이 좀 더 필요했다. 원상복구 되는 데.

  "내가 왜 이렇게 된 건지 억울한, 그 어디에도 없는 기억 때문에 수십 년을 답답했습니다. 내 기억을 가져간 자를 찾고자 헤맨 세월도 있었습니다. 고작 한 가지 기억만을 잃은 저도 이리 삶이 공허한데 나리는 오죽하겠습니까?"

  마지막 대사에 연기 반이 얼핏 보였다. 그에게로 눈을 돌렸다. 그는 방금 전까지 머릿속으로 이 말을 되냈다. 신체발부 수지부모 불감훼상효지시야, 부모에게 물려받은 자기 몸을 상하게 하지 않는 것이 효도란 의미였다. 조선 선비에게 신의 칼질은 극단적이고 못마땅 행동이었다. 그는 정돈된 차림새로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내 기억은 내 스스로가 포기한 것이오. 그러니 엄연히 다르오."

  "그럼, 기억 없이 무수히 많은 해을 보냈을 시간의 파수꾼께 묻겠습니다. 기억을 되찾고 싶은 적이 단 한 번이라도 있었나요?"

  그는 생각을 입밖으로 내뱉지 않았다. 다만 기억 속에 잠시 머물렀다. 기억이 아예 한 개도 없는 건 아니었다.

  '망양지탄-어떤 일에 자기의 힘이 미치지 못할 때 탄식-한 긴 세월, 기억이라도 지팡이 삼아 살았더라면 걷는 길이 덜 요요-고요하고 쓸쓸하다-했을꼬. 나는 무슨 연유로 한낱 복수따위와 기억을 맞바꾼 것일꼬.'

  갓이 앞으로 기울어졌다. 그는 눈물을 감췄다. 그 역시 그녀만큼이나 사연 많은 신이었다. 얼추 200년 역사를 살았을 법도 한 그가, 그녀보다 더 깊은 사연을 가지고 있을 거란 생각이 자연스럽게 짐작됐다. 일종의 역모 같은 사연.

  "틀림없이 내 기억을 찾을 수 있소?"

  약간 의심스러운 눈치였다. 그럴 만도. 조잡한 신도 기억을 잃은 똑같은 병을 앓고 있었다. 자기 기억도 완전치 못한 그녀를 시간의 파수꾼으로서는 온전히 믿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가 이번 일의 해결사는 아니었다.

  "파수꾼나리의 기억을 가진 사람을 알고 있습니다."

  말순이 나를 쳐다봤다. 이제야 내 차례인가.

  '저 자가? 고작 가짜 신이 빚어낸 엉터리를 믿으란 건가? 내가 저 치들에게 속고 있는 것인가.'

  "흠!"

  헛기침을 유독 크게 내뱉었다. 내가 시파의 머릿속을 훤히 들여다보고 있다는 사실을 목청 높여 말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말순처럼 벽이라도 만들면 신의 마음을 더 이상 알아챌 길이 거의 없었으니까. 나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걸어나왔다. 그의 표정은 여전히 못미더우셨다.

  "시파."

  "욕한 거요?"

  갓 너머로 보이는 눈썹이 움찔했다. 은근히 눈매가 무서웠다.

  "시간 파수꾼의 줄임말이에요. 시파."

  "시파? 욕 같구려. 나는 줄임말을 싫어하오. 시간 파수꾼이라 부르시오."

  선비 아니랄까봐.

  "시간 파수꾼, 조선 사람이죠?"

  "내 복색이 말해주고 있잖소."

  '내가 속았구나. 영악한 것들.'

  그는 도포자락을 들고 일어났다. 포도주가 잔 안으로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그를, 시간을 붙잡아야 했다. 그래서 히든 카드를 사용하고 말았다.

  "당신!"

  그가 나를 쳐다봤다.

  "당신, 역모를 저질렀어요. 반역도였다고요!"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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