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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대포여신 서현금
작가 : 톰과제리2
작품등록일 : 2019.9.12

포토그래퍼라는 꿈을 안고, 그러나 현실은 콜센터에서 일을 하며 아이돌 빠순이로 사진을 찍으며 살던 서현금이 빠순이 노릇 덕분에 포토그래퍼로 기획사에 계약직으로 취직한 후, 그 회사 대표를 만나 서로 감정을 교류하면서 다가가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입니다. 가족과 직업에서 불안감을 떠안고 하루하루 사는 사람들에게 해답은 없지만 잠시 작은 쉼표를 주고 싶었습니다.

 
제4장
작성일 : 19-09-12 12:55     조회 : 278     추천 : 0     분량 : 4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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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4 장.

 

  차를 몰고 댄스연습실이 있는 동네에서 빠져 나온 현금이는 근처 역에서 뽀사시와 루비나를 내려주고 '그레이스 힐 팰리스'로 방향을 향해 갔다. 현금이가 차를 돌려주기 위해 지하 주차장에 도착했을 때, 주차장엔 미리 연락을 받은 서달식이 나와 있었다. 현금이가 서달식에게 자동차 열쇠를 넘겨주자 달식은 반찬 보따리를 현금이 손에 쥐어 주었다. 현금이는 딱히 뭐라 말 없이 반찬을 받아 들었다.

 

  "카메라는 택배로 저한테 보내시면 되요. 언니가 주소 알 거에요."

 

  그 말만 남기고 현금이는 터벅터벅 걸어서 건물을 빠져나왔다. 그리고는 근처 정류장에서 버스를 잡아타고 권재희의 집이 있는 동네로 돌아왔다. 현금이는 그렇게 또 하루가 끝나간다고 생각했다.

 

  현금이가 집에 들어섰을 때, 마루 테이블 위에는 하나도 아니고 다섯 개나 되는 택배상자가 놓여 있었다. 각각의 택배상자 앞엔 주문서와 배송지가 인쇄되어 있는 종이가 있었고, 셔츠도 잘 접혀진 채로 상자 앞에 있었다. 셔츠 장사는 재희의 일이었다. '하루 사이에 다섯장이라....' 날이 갈수록 주문량이 늘어가고 있었다. 기대이상으로. 현금이는 기분이 묘해졌다.

  재희도 삼 사 년 전엔 여러 가지 아르바이트를 전전했지만 요즘에는 다른 일은 하지 않고 있었다. 현금이가 하고 있는 콜센터 일도 재희와 함께 시작한 일이었다. 그런데 재희는 시작한지 한 달 만에 '글을 더 열심히 쓰겠다'는 말을 하고는 그만두었다. 그 후로 재희는 다른 일은 거의 하지 않았다. 가끔 온라인으로 구매 요청이 들어오면 셔츠 같은 옷가지를 파는 것이 일의 전부였다. 여기까지만 보면 재희에게 누구도 뭐랄 사람은 없었다. 문제는 재희가 파는 셔츠와 점퍼는 모두 '광속소년단'의 로고나 문양이 장식된 것들이었고, 온라인 구매 요청이 현금이의 '린의 날개'를 통해서 들어온다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이룸'의 정식 제품이 아니었다. 이런 소문이 회사에 들어가서 '이룸'에서는 '광속소년대' 로고 의류는 반듯이 지정 판매처에서만구입 하라고 여러 차례 공지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업자 등록이 안 된 개인한테 물건을 사거나, '린의 날개'처럼 개인 팬페이지에서 물건을 구입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세상은 넓고 바보는 많구나'라며 혀를 끌끌 찰 일이었다.

 

  처음부터 '린의 날개'에서 물건을 팔지는 않았다. 그러나 사람들이 모이고 흩어지다 보니 소소하게 팬싸인회 티켓 같은 것들을 돈을 받고 파는 사람이 하나 둘 있었다. 현금이에게도 현금이가 찍은 사진을 인화해서 보내주면 사례하겠다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직접 인화한 커다란 사진을 들고 집으로 오던 현금이를 보고 재희는 사진을 묶음으로 만들어서 팔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다.

  현금이는 사진 묶음을 만들어 팔기 시작했고 반응도 좋았다. 책으로 만들자는 요청을 한 것도 싸이트를 방문하던 사람들이었다. 그렇게 나온 것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피사체'였다. 책은 재고를 떠안을 경우 손해 보는 장사가 될 가능성도 높았지만 현금이는 거리에서 좌판을 벌여서라도 팔겠다는 각오로 책을 냈다.

  그런데 사진을 묶음으로 팔기 시작할 무렵, 재희가 싸이트 구석에 '광속소년대' 로고가 박음질 된 셔츠 견본을 올려보자는 제안을 했다. 물건을 받아오고 배송을 하는 일은 모두 자신이 하겠다고 했다. 현금이에게 자릿세로 이익의 절반을 준다고 했다. 재희가 봉제업자한테 부탁해서 기존의 티에 로고만 슬쩍 부착한 모조품이었다.

 

  현금이가 아무리 가난해도 포토북이나 티셔츠 몇 장 파는 장사를 한다고 생활에 크게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동안 팬 노릇하면서 화수분처럼 돈을 퍼붓기만 해왔는데, 팬 질 덕분에 작은 이문이라도 남길 가능성이 있다니 귀가 솔깃했었다. 현금이의 실수였다. 순수하게 '광속'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팬싸이트는 변질되기 시작했다.

  현금이가 택배 상자를 들여다 보고 있는데 재희가 주방에서 마루로 나왔다.

 

  "왜 그렇게 녹초가 돼서 오냐?"

  "하도 여기 저기 쫓아다녀서. 공항에 연습실에...."

  "휴일이면 싸이트 신경 좀 써. 너가 그러고 다니는 사이에도 게시판에 주문 들어왔어."

 

  '내가 사생질을 하고 다녀야 싸이트에 사람들이 오는 거잖아'라는 말이 목구멍에까지 차올랐으나 현금이는 말은 하지 않았다. '린의 날개'는 자신이 만들었고 지금도 자신 때문에 사람들이 모이는 것은 너무나 당연했기 때문에 현금이는 생색내듯이 말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심지어 그 것은 자존심에 흠집을 내는 일이었다.

 

  재희는 테이블 쪽으로 와서 택배상자에 물건을 담으며 계속 말을 했다. 현금이의 기분 따위는 아랑곳없었다.

 

  "입금 확인까지 끝났으니 이제 보내기만 하면 되. 뭐, 맨날 내가 했지만.... 너 어디 아프니?"

  "아니, 피곤해서."

 

  현금이는 거실 구석에 있는 냉장고 옆으로 가서, 서달식으로부터 받아온 밑반찬을 봉투에서 꺼냈다.

 

  "그거 뭐야?"

  "집에서 준 멸치랑 무말랭이. 구지 가져가라잖아."

  "고마운 줄 알아. 집 나온 딸한테 니네 집만큼 하면 잘 하는 거야."

  "오죽하면 내가 나와서 살까...."

  "우리 엄마가 니네 엄마만큼만 도와줬으면 내가 진즉에 명작가 반열에 올라섰을 거다."

 

  현금이가 본 바로도, 딸인 권재희가 밑반찬이라도 해서 엄마에게 보내면 보냈지, 재희가 자신의 엄마로부터 도움을 받은 적은 없었다. 그러나 재희가 집안까지 들춰내면서 이야기를 하는 것이 현금이의 신경을 건드렸다.

 

  "그래도 언니한텐 이 집이라도 있잖아. 난 이사만 열 번쯤 다녔어. 혼자 이삿짐 싸는 기분 모르지?"

  "넌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냐? 난 내 이 집에서 몇 년 살았는지 기억도 안난다. 이사하고 싶은데 그럴 수는 없고...."

  "언니야 말로 기분 안 좋은 일 있었어?"

  "응. 기분 그지같은 일 있었어. 눈 한 쪽인 우리 엄마 결국 발가락 두 개는 잘라야 한댄다. 수술 날짜 잡고 있어."

  "...."

  "요즘 밤에 꿈을 꾸면 엄마가 김 씨랑 헤어지고, 이 집 문턱을 넘어오는 꿈을 꾼다. 무서워서 등줄기에 식은 땀이 밴다니까."

 

  가족 중 환자가 있다는 데 현금이가 뭐라 할 말이 있을 리가 없었다. 그저 걱정하고 위로해줘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재희가 '우리 엄마가 니네 엄마만큼만 도와줬으면'이라는 하소연을 시작할 때부터 현금이는 재희가 당뇨로 눈이 한 쪽 안 보이는 자신의 엄마 이야기를 꺼낼 줄 알고 있었다. 불리한 상황이나 돈과 관계된 이야기가 나오면 재희는 몇 번 아픈 엄마 이야기를 들먹였기 때문이었다.

 

  "현금이, 넌 다행인 줄 알아. 그래도 집안 도움으로 대학은 나왔잖니. 좋은 집에 시집간 언니도 있고."

 

  현금이는 재희가 자신을 진심으로 부러워하는 지는 모르겠지만 누군가가 자신을 부러운 듯 말 해주니 어색했다. 현금이의 고등학교 친구들은 대개 현금이를 측은하게 바라보곤 했지 부러워하지는 않았었다. 현금이는 진심 재희의 과거가 궁금하다는 생각을 했다.

 

  현금이는 이 무의미하고 유치한 대화를 끝내고 자심의 방으로 들어가려 했다. 그런데 재희가 진지한 어투로 말을 다시 시작했다.

 

  "현금아, 나 티셔츠 전문 사이트를 따로 열거야. 대신 '린의 날개'엔 광고 링크 정도만 걸어두면 안 될까."

  "응?"

  "언니, '린의 날개'는 순수하게 시작해서 여기까지 왔어. 세무서에 등록한 쇼핑몰이 아니라고."

  "그러니까 그 싸이트에서 직접 안 한다잖아. 그리고 그 정도로 키워놨으면 뭔가 뽑아낼 궁리도 해야지. 그냥 놔두면 썩기 밖에 더하냐?"

  "그렇게 하는 순간 '린의 날개'는 망해. 물 흐려지고 사람들 다 도망간다고."

  "얘 좀 봐. 너는 사진집으로 돈맛 좀 봤잖아? 너는 신고인지 등록인지 했어? 너는 그러면서 다른 사람은 안 돼?"

  "'린의 날개' 내가 관리해온 거야. 그리고 내가 무슨 돈을 벌었다는 거야?"

  "책 파는 거, 남는 장사로 돌아선지 꽤 됐잖아!"

 

  어차피 재희의 계획은 현실적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잔말 않고 링크 정도 거는 것은 하도록 놔둬야 했다. 재희가 하고 싶은 대로 하도록 했다가 장사가 안 돼서 스스로 나가떨어지도록 하는 것이 약은 방법이었다. 그렇지만 현금이는 그만큼 노련하지는 못 했다. 현금이는 순수하게 모인 익명의 팬들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더 이상 두고 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곧이곧대로 '린이 날개'에 링크를 못 걸게 하고 싶은 속내를 내비치고 말았다. 현금이는 어차피 일이 이렇게 된 이상 단호하게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때, '후드득!' 난 데 없이 천장에서 벽지가 스스로의 힘을 못 이겨 현금이와 재희 머리 위로 떨어져 내렸다.

 

  "엄마얏! 아우, 더러워."

 

  곰팡이 슨 벽지와 먼지 들이 현금이와 재희의 머리 위로 떨어져 내렸다. 이 와중에 재희는 얼른 허리를 굽혀 몸으로 택배 상자들이 더러워지는 것을 막았다. 현금이가 먼지를 털면서 보니 구더기같은 벌레들과 허물이 많이 섞여있었다. 구토가 쏟아질 거 같았다. 두 사람은 말없이 거실 바닥 위에 떨어진 부스러기를 치웠다. 그리고 누가 먼저랄 것 없이 각자의 방으로 사라졌다.

 

  자신의 방에 혼자 남게 되자, 현금이의 눈앞에 그 날 하루 동안 있었던 순간들이 슬라이드 필름처럼 스쳐지나갔다. 모든 장면이 부끄럽고 궁색스러웠다. 형편도 안 되는데 누군가에 잘 보이기 위해 고급 집에 월세로 사는 가족이 부끄러웠고, 남의 사생활에 끼어들기 위해 남자 화장실에 들어갔던 순간도 부끄러웠다. 그 때 현금이 일행을 귀찮아 죽겠다는 듯이 보던 ‘광속’ 멤버들과 매니저의 얼굴만 생각하면 지금도 얼굴이 화끈 달아오를 만큼 창피했다. 또 마루 천장에서 쏟아지는 구더기 허물은 너무나 징그러워 다시는 머릿속에 떠올리고 싶지 않았다. 큰 사건은 없었지만 하루하루 더 깊은 늪에 빠져드는 기분이었다. 이대로 자신이 이 방에서 푹 꺼져서 세상에서 사라질 것 같은 느낌에 숨이 막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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