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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대포여신 서현금
작가 : 톰과제리2
작품등록일 : 2019.9.12

포토그래퍼라는 꿈을 안고, 그러나 현실은 콜센터에서 일을 하며 아이돌 빠순이로 사진을 찍으며 살던 서현금이 빠순이 노릇 덕분에 포토그래퍼로 기획사에 계약직으로 취직한 후, 그 회사 대표를 만나 서로 감정을 교류하면서 다가가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입니다. 가족과 직업에서 불안감을 떠안고 하루하루 사는 사람들에게 해답은 없지만 잠시 작은 쉼표를 주고 싶었습니다.

 
제3-2장
작성일 : 19-09-12 12:46     조회 : 263     추천 : 0     분량 : 6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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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밴은 댄스 연습실 앞에 멈춰섰고, 멤버들과 박 선생, 또 다른 댄서들이 차에서 내려서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사람들을 내려놓은 밴은 주차 때문인지 후진하다가 다른 곳으로 갔다. 그리고 자동차 한 대가 더 오더니 익히 아는 매니저 한 명과 얼굴을 모르는 매니저 한 명이 내렸다.

 

  "우리가 맞았어! 와!"

  "근데 새 매니저 왔나봐. 모르는 얼굴 있다."

  "이룸도 업무환경 그지 같나. 밑에 애들은 수시로 바뀌네."

 

  현금이의 차 안에서는 작은 환호성이 터져 나온 다음 루비나와 뽀사시가 신나게 몇 마디 주고 받았다. 하지만 한 번 지하로 사람들이 우르르 내려간 다음, 다시 골목엔 정적이 감돌뿐이었다. 현금이 일행이 차 안에서 무작정 앉아 있어야 하는 상황은 변함이 없었다.

  그렇게 다시 기다리기를 두 시간, 그 사이 뽀사가 나가서 김밥을 사와 차 안에서 먹으면서 한 시도 건물출입구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러나 그 사이 지하 일층에서 올라온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다. 방음 장치를 잘 해놨는지 음악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이대로 밤새 기다려도 아무 일이 안 일어날 것 같았다.

 

  "밤새 안 나오면 어쩌지?"

  "걱정마. 애들, 아메리카노 안 마시면 연습 못 해."

 

  인내심의 한계를 느끼기 시작한 루비나와 뽀사시의 얼굴엔 초조한 빛이 역력했다. 현금이 역시 각오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한심한 일에 발을 담근 것에 대한 후회가 밀려왔다. 문득 루비나가 입을 열었다.

 

  "화장실은 가겠지?"

 

  이 간단한 말이 일순간 자동차 안의 분위기를 바꿔놨다. 이 말이 무슨 대단한 해결책이라는 듯이 루비나와 뽀사시의 얼굴에 기대의 표정이 보이기 시작했다. 반대로 의심과 우려의 표정이 현금이의 얼굴을 덮쳤다.

 

  "야, 그러다가 화장실에 일반 사람 오면 어쩌려고?"

  "문 잠그고 칸 안에 있으면 돼잖아."

 

  현금이의 머릿속엔 '안돼'라는 소리가 수 십 개의 종소리처럼 메아리치고 있었다. 정말 이러고는 싶지 않았다.

 

  "그래도 화장실은 아니지 않냐?"

  "지난 번 일본 공항 남자 화장실 습격 사건 때, 욕도 얻어 먹었지만 중요한 정보를 건졌잖아요!"

  "언니는 삼 층에서 망이나 봐요. 애들이 단체로 화장실이 아니라 커피가게로 몰려가는 것 같으면 즉시 문자 주고요."

  "맞아요.."

 

  루비나와 뽀사시가 한 목소리를 내더니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

 

  현금이가 말릴 사이도 없이 루비나와 뽀사시는 이층 남자 화장실 칸 안에 숨어 들어갔다. 뒤늦게 투덜거리며 차에서 내렸던 현금이는 삼 층 복도에서 몸을 숨긴 채 아래를 내려다 보기 시작했다. 현금이가 생각해봐도 움직일 때가 된 것 같기는 했다. 하지만 이 건물 화장실이 아니라 길 모퉁이 까페로 몰려가기를 기도했다. 그래야 남자 화장실에서 남녀가 만나는 묘한 상황을 피해갈 수 있었다.

  그렇게 잠시 기다리고 섰는데 거짓말처럼 지하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제발.....' 현금이는 진심으로 기도를 했다. 그러나 지하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활기 넘치는 두 청년, 곤희와 렉스는 단 이 초 만에 이 층 화장실 앞을 거쳐 남자 화장실 안으로 사라져갔다. 렉스와 곤희의 정수리를 내려다 보던 현금이는 큰 소리가 나면 당장 뛰어 내려가서 뽀사시와 루비나를 끌고 나와야겠다는 생각했다. 까치발로 살살 삼 층에서 이층을 향해 걷기 내려오기 시작했다.

 

  곤희와 렉스는 화장실에 들어서면서 자신들의 관심사를 떠들기에 정신이 없었다. 누군가 자신들의 목소리를 화장실 안에서 녹음 하고 있을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할 수 없었다. 한편 화장실 칸 안에 있었던 루비나와 뽀사시는 곤희와 렉스의 목소리를 녹음하면서 카메라 셔터 누를 타이밍만 엿보고 있었다.

 

  "니가 머니를 나한테 선물해봐. 그럼 내가 비법을 전수해 줄게."

  "형 한 번 이겼다고 본좌인 줄 아는데, 그리고 '빅댕' 아이디 너무 구려."

  "넌 더 구려."

 

  곤희와 렉스가 잡담을 하면서 소변기 앞에 서서 바지의 지퍼를 내렸다. 그 때 등 뒤의 화장실 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찰칵, 찰칵' 카메라 샷을 누르는 소리가 들렸다. 소변기 앞에서 어정쩡하게 선 채 뒤를 돌아보는 곤히와 렉스의 멍청해 뵈는 얼굴은 루비나와 뽀사시의 카메라에 고스란히 잡혔다.

 

  "악!"

  "허억! 뭐얏!"

 

  렉스와 곤희의 급박한 비명이 건물 복도에 울려퍼졌다. 먼저 소변기 앞에 선 두 남자의 뒷모습을 찍은 루비나와 뽀사시는 이런 상황에 익숙했던지 계속 무모하게도 두 남자 앞에 책과 펜을 내밀었다. 그 책은 다름 아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피사체'였고, 멤버들이 무대에 모두 모여 있는 사진이 있는 페이지를 펼쳐 들고 있었다.

 

  "싸인이요."

  "뭐야?"

  "진짜 이건 아니거든요."

 

  이층 복도에 있던 현금이가 남자 화장실 안을 들여다 봤을 때, 곤희와 렉스는 불쾌하고 분한 표정으로 루비나와 뽀사시를 째려 보고 있었다. 렉스와 곤희는 또 한 명의 여자인 현금이가 화장실 안을 들여다 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분을 삭이지 못한 나머지 한 성질 하는 곤희가 뒤돌아서 소리를 지르기 시작을 했다.

 

  "와! 으악! 악!"

 

  결국 이 비명 소리에 지하에 있던 매니저가 문을 열고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현금이는 뽀사시와 루비나를 데리고 도망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그날 처음 봤던 새 매니저는 이 초 만에 화장실 앞에 와있었다. 지금 가까이서 보니 넥타이를 매지 않은 양복 차림이었다. 신입 매니저 치고는 나이도 좀 들여보였다.

  그 남자는 차무진이었다. 렉스가 하는 설명을 들으면서 무진은 화장실 안의 멤버들과 여자들 사이를 재빠르게 훑어보며 상황 파악을 했다.

 

  "화장실 칸에 숨어 있다가 뒤에서 나타났어요. 사진 찍고 싸인 부탁하고."

 

  곤희가 주먹으로 화장실 벽을 부숴버리겠다는 듯이 '쿵'소리 나게 여러 번 쳤다. 당장 벌어진 일에 기분이 나쁘긴 했겠지만 그래도 주먹으로 벽을 치는 행위는 오해의 소지가 있는 위험한 행동이었다. 분위기는 험악해지고 있었다. 무진은 곤희의 어깨를 서둘러 두 손으로 잡고 앞으로 돌아 세우며 진정시키기 시작했다.

 

  "그만 하고. 상황은 내가 정리할테니 니들은 먼저 내려가라."

  "사진 지우는 거 보고 갈 꺼에요. 소변기 앞에서 찍혔다고요."

 

  곤희가 거친 말투로 이야기를 했다.

 

  "형이 정리한다잖냐. 둘 다 당장 내려가라."

 

  무진의 단호한 눈빛으로 렉스와 곤희를 보자 두 사람은 한 발짝 물러서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현금이 일행을 경멸에 찬 눈빛으로 보면서 화장실에서 빠져나갔다. 현금이는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수치스러웠다.

 하지만 수치스런 감정에 빠져서 무너져버릴 순 없었다. 현금이는 멤버들이 밑으로 내려가는 틈을 타서 루비나와 뽀사시의 손목을 잡아 끌었다. 그러자 매니저란 사람이 슬쩍 현금이 일행 앞을 가로 막고 섰다.

 

  "우리 애들한테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만.... 나가서 얘기 하시죠."

  남자는 특별하게 감정을 담아 말하지 않았지만 현금이 일행은 그 남자의 말과 눈빛에 포박당한 기분이었다.

 

  잠시 후에 현금이 일행과 무진은 길 모퉁이에 있는 까페에 앉아 있었다. 현금이와 뽀사시, 루비나 앞에는 하얀 생크림이 잔뜩 올라간 마키아또 커피가 놓여 있었고, 무진의 앞엔 루비나와 뽀사시의 카메라가 있었다. 무진은 현금이 일행을 위해 그 집에서 제일 비싼 커피를 주문해 주었다.

  무진이 뽀사시 카메라 뷰파인더로 최근 사진을 둘러보다가, 화장실 사진이 보이자 '딜리트' 키를 눌러서 지워버렸다. 또 뽀사시 카메라에서 화장실의 대화가 녹음된 음성 파일도 찾아내서 즉시 없어버렸다. 이미 사진을 폐기하는데 합의를 한 뽀사시와 루비나는 가만히 구경만 하고 있었다.

  테이블 분위기가 너무 무겁다고 느꼈는지, 뷰파인더로 저장된 사진을 둘러보던 무진이 한 마디 했다.

 

  "와, P본부 공개방송, 청소년의 날 야외 무대, 모델 협회 공연. 나보다 더 많이 쫓아 다니셨네."

  "이 언니도 같이 많이 다녔어요. 사진도 더 이쁜 거 많고요."

 

  루비나가 마치 자기 카메라의 사진만 삭제당한 것이 억울하다는 듯이 묻지도 않은 말로 무진을 거들고 나섰다. 현금이 속으로 '으이구 저 푼수'라는 말을 하고 있었다.

 

  "그 쪽 분도 지우셔야죠?"

 

  무진이 현금이를 보고 말을 하기 시작했다.

 

  "난 망보다가 나중에 들어간 거에요."

  "맞아요. 이 언니는 나중에 싸움 말리러 화장실에 들어왔어요."

 

  뽀사시가 현금이를 두둔하고 나섰다. 그러나 무진은 뽀사시의 말엔 전혀 주위를 기울이지 않았다.

 

  "화장실 밖에서도 싸우는 장면이나 소리가 녹음될 수 있죠."

  "녹음 안 됐습니다."

  "보여주시죠. 카메라에 보면 안 되는 사진이라도 있으십니까?"

  "왜 이래라 저래라 하시죠? 새로 온 매니저 같은데."

 

  즉답을 피하고 거만하게 피식 웃는 남자가 현금이 눈에 거슬렸다. 현금이는 손톱 끝까지 힘을 주어 자신의 카메라를 더 꼭 쥐었다. 루비나가 다시 끼어들었다.

 

  "맞아. 못 보던 얼굴이야. 김 실장은 어디 갔어요? 그 사람도 짤렸으면 하는 매니저였는데."

  "바빠서 외근 가셨습니다."

  "가자. 얘들아."

 

  현금이가 어떻게든 빠져나가기 위해서 자리에서 일어서려했다. 그러나 눈치가 없는 것인지 용기가 없는 것인지 루비나와 뽀사시는 무진의 눈치를 보면서 그냥 주저 앉아 있었다.

 

  "그 쪽 카메라 확인해주셨으면 하는데요."

  "오늘 셔터 안 눌렀다니까요!"

 

  앙칼진 목소리가 터져나오길 바랬으나 현금이의 목소리는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현금이가 계속 말을 했다.

 

  "팬관리 이렇게 하면 그 자리 오래 못 버텨요. 이룸에서 쫓겨난 매니저가 한 둘 인 줄 아세요?"

  "충고 감사합니다. 근데 여러분들은 이렇게 죽자 살자 연예인 쫓아 다니면, 일상생활은 가능하신가요?"

 

  무진은 자신이 주제 넘는 말을 했다는 것을 알아차렸지만 주워담을 수는 없었다.

 현금이는 물론 뽀사시와 루비나도 이렇게 무진이 설교조로 말을 하자 기회는 이 때다 싶어 목과 허리를 꼿꼿이 펴고 덤빌 태세를 갖췄다. 무진이 적에게 기회를 준 셈이었다.

 

  "그럼 음악도 모르고 팬질도 모르는 다른 사람들은 어떤데요? 그런 사람들은 뭐 대단한 일만 하나요?"

  "저야 개인적으로 여러 분들의 말을 믿습니다. 하지만 회사 일인데 대충 넘길 순 없지 않습니까? 자, 카메라 보여주시죠."

 

  이번에는 현금이가 용기를 내기 시작했다.

 

  "나 오늘 열 받네. 이보세요. 나 열 받으면 어떻게 되는 줄 알아요?"

  "맞아요. 이 언니는 '린의 날개' 홈마라서 팬들한테 영향력이 지대한 사람이라고요!"

  "여러분 한 분, 한 분이 중요한 분이라는 것은 압니다. 그러니까 제 눈 앞에서 사진만 지워주시면 됩니다."

  "이 분, 고객인 팬을 우습게 아시네. 이룸 대표님이 당신 이러고 다니는 거 아나요?"

  "대표님이 아시면 칭찬하실 겁니다."

 

  찍은 사진을 보여주먀, 마냐를 놓오 벌인 현금이와 무진의 실갱이는 자존심 싸움이 되어 있었다. 현금이는 카메라를 아예 가슴에 끌어안고 절대 안 내주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무진의 눈에 카메라를 쥔 현금이 손등의 파란 힘줄까지 보였다. 무진은 속으로 '어지간히 고집이 세군'이라고 투덜대고 있었다. 그러나 어쨌거나 억지로 남의 물건에 손을 댈 수는 없는 일이었다. 무진은 손을 털고 일어나야했다.

 

  "그럼 그렇게 알겠습니다. 엉뚱한 사진이 나돌지 않기를 부탁드립니다."

 

  현금이는 인사커녕 얼굴도 풀지 않은 채 자리에서 일어나나왔고, 뽀사시와 루비나도 따라 나왔다.

 

  현금이 일행이 모두 사라진 후에도 무진은 계속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 때 뒤에서 실갱이를 지켜보고 있던 린이 무진 앞에 다가와 말을 시작했다.

 

  "잘 하셨어요. 대표님. 곤희한테 방금 예기 들었는데 그 누나는 화장실에 숨어 있지는 않았데요. 원래 그렇게 막 끼어드는 타입은 아니었어요."

  "아는 팬이냐?"

  "네. 우리 시작할 때 부터 쭉 사진을 찍어 준 누나에요. 내 사진 모아서 책도 만들었고요."

 

  린의 성격은 소박하고 거리낌 없는 면이 있었다. 그래서 늘 연예인, 그것도 말 많고 탈 많은 아이돌을 하기엔 부적당하다는 소리를 들었다.

 

  "이따가 연습실에 돌아가면 책도 보여드릴게요."

 

  무진과 린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댄스 연습실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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