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판타지/SF
진화의 새벽
작가 : 연성
작품등록일 : 2019.9.11

예기치 못한 순간에 다가 온 재앙은 인류에게 종말의 위기를 안긴다.

갑작스럽게 다가온 위기속에서 인류는 서로를 희생시켜 살아남지만

그 결과 인류를 분열하고 갈등하며 고통속에 몸부림치는 세상을 살아가게 된다.


하지만 끝나지 않은 위기는 새로운 시대를 요구하며

인류를 대체할 새로운 지성체들의 등장시키고

분열과 갈등속에 퇴화해 가는 인류는

새롭게 등장한 지성체들을 괴물이라 부르며 저항한다.

인간들은 퇴화를 극복하고 지구를 지배하는 최상위종의 위치를 지킬 수 있을까?

과연 사람의 기준은 무엇이고 가치는 무엇인가.

 
3. 박씨 아저씨
작성일 : 19-09-12 10:55     조회 : 244     추천 : 0     분량 : 9006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3. 박씨 아저씨

 

 외벽관리용역이 하는 일은 간단하다 주거지역을 둘러싸고 있는 외벽을 매일 보수하는 직업이었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외벽은 에렉투스나 세미호모, 인섹툼 등의 돌연변이들의 공격을 막아주는 것은 물론이고 방사능과 오염물질을 차단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외벽은 도시를 살아가는 900만이 넘는 사람들의 안전을 지켜주는 아주 중요한 핵심시설이었고, 철저하면서도 세심한 관리가 필수였다.

 하지만 외벽관리를 하기 위해서는 외벽너머에서 해야 하는 일이 많았다.

 그게 무슨 문제가 있겠냐고 생각 하겠지만, 외벽 밖의 작업이라는 것은 에렉투스나 세미호모 같은 돌연변이가 나타났을 때 방위군이 조금이라도 늦게 나타나면 죽기 딱 좋은 직업이라는 뜻이었다.

 게다가 외벽하나의 차이지만 이 외벽 안의 도시는 방사능과 오염물질을 제거하기 위해 엄청난 인력과 자금을 쏟아 부어 완성된 지역이었다.

 하다못해 데우스들의 능력까지 동원되어 완성된 안전지대였다.

 그러다보니 외벽을 기준으로 그 안과 밖의 안전은 천지차이였다.

 외벽의 바깥쪽도 지속적으로 제독과 방역이 이루어지긴 했지만 그럼에도 인체에 해로울 정도의 방사능수치가 있었기에 이곳에서 작업하는 사람들은 모두 피폭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한마디로 피폭은 기본이고, 생명의 위협은 덤으로 끼고 있는 직업인 것이다.

 그럼에도 강우진이 이곳에서 일을 하는 이유는 이곳의 일이 자격조건은 낮으면서도 임금이 아주 높기 때문이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세미호모들과 인섹툼들이 다가와 외벽을 공격해대니 제때 보수공사를 해놓지 않았다가 혹시라도 외벽이 무너지면 큰일이었다.

 그런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강우진과 같이 학벌, 지식, 체력 등등 뭐 하나 내세울 것 없는 사람에게 고임금을 줘서라도 매일같이 보수를 해야 했고, 이런 사정 덕분에 강우진 같은 반송장도 이곳에서는 월 2천 만원이나 되는 돈을 벌 수 있었다.

 “흥- 흥- 흥- 흠-”

 강우진은 콧노래를 부르며 크레인을 조작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하는 일은 간단하다.

 금이 간 외벽 곳곳을 특수재질의 시멘트로 때우기 작업을 하거나 크게 부서진 곳은 내부에 추가 지지대를 세우고, 합금판을 덧대서 용접 후 비어있는 안쪽 공간에 시멘트를 쏴서 채우는 것이 다였다.

 별게 없었지만, 워낙 외벽이 크고 넓어 기계와 인력을 아무리 동원해도 일손은 늘 부족할 정도였고, 일거리는 언제나 넘쳐나고 있었다.

 그 덕분에 강우진 같은 중환자도 이곳에서 일을 할 수 있으니 감사한 일이었다. 강우진은 몸이 많이 망가진 상태라 육체노동은 힘들었지만 공사판에 익숙하고 중장비 운전경력이 좀 있었기에 크레인 운전을 맡고 있었다.

 “밥 먹고 합시다!”

 강우진이 이런 저런 잡생각을 하면서 일을 하다 보니 벌써 오후 1시였다.

 늘 이 시간이면 저 목소리가 들렸다.

 이일을 하는 사람들 대부분 일에 대한 애정보다는 생존을 위해서 돈이 필요해 온 사람들이었기에 점심시간 하나는 칼같이 지키는 편이었다.

 때마침 크레인에 적재된 잔해들을 모두 치운 강우진도 바로 정리를 하고 식당으로 가려했다. 크레인의 시동을 끄고 사다리로 내려오던 강우진은 외벽에 무슨 일이 생겼는지 식사시간은 칼 같던 사람들이 아직도 외벽 바깥에 남아 낑낑거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뭐야? 왜 저래?”

 평소라면 그러거나 말거나 신경 끄고 밥이나 먹으러 갔을 텐데, 하필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 오늘 박씨 아저씨가 나가있는 쪽이라 그런지 신경이 쓰였다.

 결국 다시 크레인에 오른 강우진이 망원경을 통해 그쪽 방향을 살폈다.

 망원경으로 살펴보니 그쪽에서 작업하던 지지대가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해 위태롭게 흔들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어휴- 또 누가 기초공사 개판으로 했나보네. 하여간 여기 인간들 일하는 스타일 너무 나이롱이라니까 쯧-”

 그 모습을 확인한 강우진은 쯧- 쯧- 혀를 차면서도 크레인의 시동을 다시 걸어 우왕좌왕하는 사람들이 있는 현장으로 크레인의 지브를 돌려 뻗어줬다.

 사전에 상의하거나 따로 연락하지는 않았지만 경력이 제법 되는 박씨 아저씨라면 그것만으로도 강우진의 의도를 충분히 눈치 채고, 흔들리는 지지대의 상단을 크레인의 훅에 연결해 고정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역시나 강우진의 예상대로 타워크레인의 지브가 뻗어 오자, 박씨 아저씨가 사람들을 움직여 흔들리던 지지대를 크레인에 연결해 고정시키고 있었다.

 “역시 눈치 하난 좋다니까.”

 그 모습을 확인한 강우진이 시계를 확인해보니 벌써 시간이 1시 2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아- 젠장 오늘 불고기 나오는 날인데 벌써 거덜난거 아냐?”

 크레인의 시동을 끈 강우진이 급하게 사다리를 내려와 식당으로 달려갔다.

 

 “끄억- 아 역시 공짜 밥이라 더 맛있네. 쯥- 쩝-”

 강우진이 이쑤시개로 이를 쑤셔대면서 식당을 나오고 있었다.

 “아니 근데 이 아저씨는 크레인까지 대줬는데 왜 이렇게 안와? 그 정도 해줬음 발바닥에 땀나게 뛰어와서 커피라도 한잔 대접해야 되는 거 아냐? 쳇”

 강우진은 점심시간이 끝나도록 식당에 오지 않는 박씨 아저씨가 괜히 신경이 쓰였다.

 점심시간에 예민한 이곳 사람들의 특성에서 박씨 아저씨도 예외는 아니었고 그런 그가 점심을 거를 정도의 문제가 생긴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괜히 찝찝한 것이다.

 찝찝하던 예감이 적중했다는 것은 식당을 나오자마자 확인 할 수 있었다.

 쿠궁-! 끼-이

 강우진이 움직이던 거대한 타워 크레인이 휘청거리면서 흔들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어? 뭐.. 뭐야!”

 높이만 50미터에 이르는 타워크레인이 엿가락처럼 휘청거리며 휘어지고 있었다.

 “이번엔 또 뭐가 달라붙은 거야?”

 “젠장! 빨리 방위대 불러”

 어어- 거리면서 그 모습을 구경하고 늘어선 용역들의 틈을 비집고 지나서야 강우진도 현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까 강우진이 지지대를 고정하기 위해 뻗어준 타워크레인에 시꺼먼 것들이 잔뜩 달라붙어서 크레인을 흔들어 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저게 다 뭐야?”

 자세히 보니 크레인에 매달려 시커멓게 꿈틀거리는 것들은 개미 때였다. 물론 일반적인 개미가 매달린다고 크레인이 휘청거릴 리는 없었다.

 일명 인섹툼 울룰루가 남기고 간 오염물질이 만들어낸 또 하나의 재앙이었다.

 인간들은 오염물질에 감염되면 98%의 확률로 퇴화를 겪게 되면서 에렉투스가 되고, 그중 또 소수가 돌연변이 과정을 거쳐 세미호모라는 괴물이 탄생했다.

 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오염물질에 감염된 곤충들은 반대였다. 그것들은 2%의 확률로 진화를 경험했고, 오염물질에 감염되어 진화한 곤충들은 거대해지면서 지성을 가지게 되었다.

 저기 크레인에 매달려 있는 3~4미터에 육박하는 거대한 개미들도 그런 진화의 과정을 거친 녀석들이었고, 사람들은 진화한 곤충들을 통틀어서 인섹툼이라고 불렀다.

 인섹툼들 중에 가장 문제가 되는 것들이 개미나 벌 같은 군집생활을 하는 곤충들이었다.

 개미나 벌들은 적어도 수백에서 수천마리씩 모여 생활했고, 한번 감염이 시작되면 하나의 집단에서 필연적으로 수십에서 수백 마리의 인섹툼들이 탄생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인섹툼이 된 돌연변이들은 어김없이 인간들의 도시를 공격했다.

 그리고 지금 하필이면 박씨 아저씨가 있던 곳이 인섹툼들의 공격을 받은 모양이었다.

 “저기 작업하던 사람들은? 박씨 아저씨는 어떻게 됐어요?”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강우진이 옆에서 구경하고 있던 인부를 붙잡고 물어 봤지만 그 인부도 아는 게 없는지, 모른다는 말과 함께 자신을 잡고 있는 강우진의 손을 뿌리쳐낼 뿐이었다.

 “누구 저기서 작업하던 사람들 못 봤어요?”

 강우진이 두리번거리며 주위 사람들에게 물었지만 누구하나 시원하게 대답하는 사람은 없었다.

 “알면 뭐하게? 네까짓 게 안다고 뭐 할 수 있는 거라도 있어?”

 그때 강우진의 뒤에서 대답 대신 핀잔이 들려왔다. 강우진이 돌아보니 사람들 사이에 서있는 김반장의 모습이 보였다.

 “사람들이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는데 그게 반장이란 인간 입에서 나올 소리야!?”

 “뭐 임마? 아오- 이런 싸가지 없는 새끼를 박씨는 왜 불러달라는 거야”

 “뭐?”

 “뭐긴 새끼야. 따라와 박씨가 찾으니까”

 “진짜? 박씨 아저씨는 괜찮아요?”

 반말을 찍찍거리던 강우진의 말투가 갑자기 변하면서 김반장의 옆에 달라붙었다.

 “어린 새끼가 싸가지 좀 챙기고 다녀라. 알겠냐?”

 “... 알겠어요.”

 김반장이 노려보면서 꼼짝도 하지 않고 대답을 기다리자 참지 못한 강우진이 살짝 고개를 숙이며 존대를 하자 그제야 김반장이 앞장서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따라와 새끼야”

 ‘니미, 새끼라고 부르질 말던가.’

 강우진은 속으로 투덜거리면서도 우선 박씨 아저씨의 안부가 궁금했기에 꾹 참으며 조용히 뒤를 따라갔다.

 

 “어이 박씨, 그렇게 보고 싶다던 새끼 데려왔어.”

 김반장이 안내한 곳은 간이용 의료부스가 설치된 천막이었다.

 천막을 입구를 걷고 들어간 내부에는 3~4명의 사람들이 군용 간이침대에 누워 고통에 신음하고 있었는데 그중 박씨 아저씨는 가장 안쪽에 누워 있었다.

 “아.. 아저씨?”

 김반장을 따라 박씨 아저씨의 앞까지 도착한 강우진은 머릿속이 멍해져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떠올리지 못했다.

 “이게.. 이게 무슨 일이에요?”

 강우진이 내려다 본 박씨 아저씨의 몸에는 배를 꿰뚫고 삐져나와 있는 거대한 개미의 다리가 보였다.

 아마도 아까 크레인에 매달려있던 개미형의 인섹툼들의 다리인 모양이었다.

 개미다리에 배가 뚫린 박씨 아저씨는 언제 숨이 넘어가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상태가 위중해 보였는데 그 와중에도 강우진의 목소리가 들렸는지 게슴츠레하게나마 눈을 떠서 강우진을 바라봤다.

 “와..왔냐”

 “아저씨 이게.. 이게 뭐에요? 아니 왜 아직도 이러고 있어요? 빨리 치료 안 받고 뭐해요?”

 “그게 크으-”

 무언가 말하려던 박씨 아저씨가 고통스러운지 말을 잇지 못하고 대신 신음소리만 뱉었다.

 “치료 포기하겠단다.”

 대신 대답한 사람은 뒤에서 있는 김반장이었다.

 “그게 무슨 소리에요? 치료를 안 해? 왜요?”

 “그걸 왜 나한테 따져? 박씨가 직접 결정한 거야. 그리고 이유를 진짜 몰라? 여기 있는 누구보다 네가 제일 잘 알잖아 박씨가 왜 이런 결정을 했는지”

 “이런... 썅!”

 짜증스런 말투로 반박하는 김반장의 말에 뭐라고 따지려던 강우진은 앞에 보이는 박씨아저씨의 모습에 결국 아무 말도 못하고 애먼 카트만 걷어찼다.

 김반장의 말이 맞았다. 박씨 아저씨가 왜 이런 결정을 했는지 강우진은 벌써 알고 있었다.

 사실 천막에 들어오면서 박씨 아저씨의 배가 인섹툼에게 당해 크게 다친 모습을 보는 순간 이렇게 될지도 모른다는 걸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

 “그냥... 치료하세요. 그냥 이렇게 죽는 것보다 발악이라도 해보고 죽어야 덜 억울하지 않겠어요? 저 봐요! 저도 아직 포기 안했어요. 아저씨도 포기하지 말고..”

 박씨의 옆에 주저앉아 생각나는 말들을 다 쏟아내면서 박씨 아저씨를 설득하려는 강우진의 손을 박씨 아저씨의 손이 덮으면서 감싸 쥐었다.

 수포가 가득하던 강우진의 손에서 진물이 흘렀지만 박씨는 상관하지 않고, 그 손을 꼭 감싸 쥐면서 힘겹게 한마디씩 내뱉었다

 “후- 진우야. 이거 치료 한다고, 내가 얼마나 버티겠어? 크으- 저항력이 70%가 넘는 젊은 너도 반년도 못 버티고 이 모양인데...”

 “그래도. 저는 아직도 살아 있잖아요?”

 “...언제까지? 내일까지? 아니면 이번 달까지? 퇴화가 한번 시작되면... 후- 피폭치료도 감당이 안 되는데 나는 버틸 자신이 없다.”

 “......”

 퇴화.

 오염물질에 감염된 사람들 중 98%로 발현되는 증상. 퇴화가 시작되면 사람의 이성과, 기억, 감정, 지능, 언어능력은 상실되고 맹목적인 공격성만 남게 된다.

 그러고도 불행이 부족하면 돌연변이 과정을 거쳐 세미호모 될지도 몰랐다.

 그게 오염물질에 감염된 거의 모든 사람들의 운명이었다.

 울룰루가 사라지고 10여년이 지나면서 오염물질은 이미 많은 돌연변이들을 탄생 시키면서 그것들의 몸속에 자리 잡았고, 대기나 토양에 남은 양은 아주 희미해진 상태였다.

 여전히 감염의 위험은 있었지만 진짜 운이 없지 않은 이상 외벽바깥의 대기와 토양에 접촉했다는 것만으로는 오염물질에 감염되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 정도였다.

 하지만 확률 따위 필요 없이 100퍼센트의 확률로 오염물질에 감염되는 경우도 존재했다.

 바로 수혈이었다.

 진화나 퇴화를 거친 돌연변이들의 몸에는 여전히 강한 오염물질이 피를 타고 흐르고 있었고, 그것들의 피를 수혈 받으면 감염은 확정이었다.

 그리고 지금 박씨 아저씨의 배에 박힌 인섹툼의 다리에서 흘러나온 파란색 피가 박씨 아저씨의 상처에 흥건하게 묻어있었다.

 검사할 필요도 없이 박씨 아저씨도 감염 될 테고, 과거 적합검사에서 저항력 10%대를 판정받았던 박씨는 퇴화가 확정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저 언제인가 하는 시간문제만 있을 뿐.

 “그럼 저는 왜 찾으신 거예요? 죽는 모습이라도 보여주고 싶어서 불렀어요?”

 “크큭- 윽!”

 강우진이 따지며 질러대는 외침에 박씨 아저씨는 뭐가 즐거운지 실실거리며 웃음을 흘렸다. 그나마도 고통스러운 듯 얼마가지 않아 신음으로 바뀌었지만.

 “크으- 내가 너냐? 그런 변태 같은 취미는 없다.”

 “이 아저씨가 뭐래는 거야. 누가 들으면 나는 변탠 줄 알겠어요.”

 “몰랐냐? 너 충분히 변태야. 크큭 윽-!”

 “에이 씨! 짜증나게 그딴 소리나 할 거면 부르지 마요. 그냥 갈라니까”

 실없는 소리만 주고받은 두 사람이었지만 그 가벼운 말들의 어딘가가 강우진의 가슴을 쿡- 찌르고 있었다. 갑자기 찡-하고 가슴이 울리면서 눈물이 날 것 같은 느낌이 들자 강우진이 자리에서 일어나는 척 고개를 돌리며 눈물을 삼켰다.

 “윽- 가긴 어딜 가 임마. 본론은 꺼내지도 않았는데... 앉아봐”

 어디서 그런 힘이 나왔는지, 박씨는 배에 냄비뚜껑만한 구멍이 뚫린 사람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힘으로 강우진을 주저 앉혔다.

 “김반장 부탁한 거 좀”

 강우진을 주저앉힌 박씨가 김반장을 바라보며 손을 내밀자 김반장이 짜증과 안타까움이 뒤섞인 표정으로 품에서 꺼낸 무언가를 박씨의 손에 건네 줬다.

 “받아라.”

 “이건..? 이걸로 뭐하려구요?”

 “잡아. 시간 없어... 줄 때 받아”

 박씨 아저씨가 내민 건 강우진의 시민카드였다.

 도시에 살아가는 모든 시민들의 가지고 있는 것으로 개인정보와 전자화폐가 담겨있어 신분증의 역할과 신용카드의 역할을 하는 카드였다.

 본인의 생체정보가 있어야만 사용이 가능한 물건이었고, 박씨 아저씨는 지금 자신의 시민카드에 들어있는 전자화폐의 잔고를 강우진의 시민카드로 옮겨주려 하고 있었다.

 “아니 이걸 왜 전한테 주려는 거예요?”

 “글쎄...? 굳이 이유를 찾자면 네가 죽은 내 아들이랑 닮아서?”

 “...아들이 잘생겼나 봐요?”

 “풉- 뭐 임마? 윽! 헛소리 말고 받아. 힘들다.”

 “...근데 이걸 정말 제가 받아도”

 “으으- 으윽!”

 시민카드를 들고 잠시 망설이는 동안 박씨 아저씨의 몸이 덜덜 떨리더니 피를 토하고, 고통에 찬 신음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아저씨! 아저씨!”

 그런 박씨 아저씨의 모습에 강우진이 놀라 소리치자 의료진이 달려와 박씨 아저씨의 입에 호흡기를 삽관하고, 여러 의료기기들을 매달기 시작했다.

 “헛짓거리 하지 말고 늦기 전에 돈이나 빨리 받아”

 그때 뒤에서 무심하게 느껴지는 말과 함께 튀어나온 손이 강우진의 손을 강제로 잡고 움직여 박씨가 들고 있는 시민카드에 강우진의 시민카드를 갖다 댔고, 두 카드가 겹쳐지자 박씨의 시민카드에 있던 전자화폐 잔액들이 강우진의 시민카드로 이체되었다.

 “뭐하는 거야!”“너야 말로 뭐하는 거야? 박씨 숨 넘어 갈 때 까지 기다릴 참이었어? 니들이 진짜 가족이라도 돼? 신파 찍는 것도 아니고 무슨 말들이 그렇게 구구절절해? 보고 있는 사람 짜증나게”

 “뭐 이 자식아!?”

 차갑게 꽂히는 김반장의 말에 강우진이 발끈하며 그의 멱살을 잡았지만, 이미 심하게 몸이 망가져서인지 목이 졸린 김반장보다 목을 조른 강우진이 더 고통스런 표정이 되었다.

 “놔라 폭행으로 벌금 때려 맞고 깜빵에서 객사하고 싶지 않으면”

 “이런 개새끼! 너도 박씨 아저씨랑 오래 일했잖아!? 그런데 아무렇지도 않아?”

 “미친 새끼. 슬프다고 다 너처럼 질질 짜면서 병신처럼 굴지는 않아. 그리고 여기서 같이 일하다 죽는 사람이 어디 1~2명 이야? 그런 사람들 죽을 때마다 슬퍼하면 여긴 1년 내내 장례식만 해야 돼!”

 김반장이 강우진을 다그치면 손을 뿌리쳤고, 가벼운 뿌리침에도 강우진은 중심을 잃고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래도... 그래도. 한 명쯤은 특별 할 수 있는 거잖아?”

 “그래 그럴 수도 있지, 그래서 어쩌라고? 슬프다고 시체 부둥켜 앉고 쳐 울면 뭐가 달라지냐? 그냥 박씨가 원하는 대로 해줘. 자식 살리겠다고 모은 돈인데 얼마 전에 죽었다더만, 그 돈으로 널 하루라도 더 살리고 싶다고 했으니까 이돈 가지고 가서 하루라도 더 살아. 알겠어? 박씨도 그러길 바라고 너한테 준 걸 테니까.”

 김반장은 그렇게 쏘아붙인 뒤 나가버렸다.

 사실 김반장의 말에 틀린 건 없었다. 강우진도 이곳에서 몇 달 일하는 동안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의 죽음을 경험했다. 개중에는 안면을 튼 사람들도 꽤 있었고, 사적으로 좀 알고 지내던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죽었을 때는 이러지 않았다. 그때는 강우진도 살기 바빴고, 희망이 있었으니까. 어쩌면 오늘 박씨 아저씨의 죽음에 이렇게 감정이입을 하는 건 얼마 전 병원에서 최후통첩과 다름없는 처방을 받았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부쩍 가까워진 자신의 죽음을 느끼다보니 박씨 아저씨의 죽음에서 미래의 자신을 본건지도 몰랐다.

 발작이 와서 숨이 간당간당해진 박씨 아저씨는 의료기기를 주렁주렁 매단 채 의료진에 의해 방역관리소로 이송됐다.

 오염물질에 감염된 사람은 방역관리소의 관리 하에 철저하게 통제되었다.

 방역관리소는 한번 들어온 사람은 방역관리위원회 산하의 화장터에서 화장까지 이루어진 후 가루가 되어야만 가족들에게 돌아 갈 수 있는 그런 곳이었다.

 그곳으로 이송된 이상 박씨 아저씨도 결국 살아서는 다시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김반장과 박씨 아저씨가 떠난 후에도 천막 안에 남은 환자들의 고통에 찬 비명소리는 줄어들지 않았고, 의료진들은 그들을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천막안의 누구도 바닥에 주저앉아 반쯤 넋이 나가있는 강우진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강우의 수포가 터지고 짓무른 상처투성이의 손이 바닥에 고인 피 웅덩이에 닿는 것을 아무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강우진조차도 넋이 나가 자신의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고, 그때 이변이 일어났다.

 박씨 아저씨와 인섹툼의 피가 흘러 바닥에 고인 웅덩이에서 인섹툼의 푸른 피들만이 방울져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 푸른색 핏방울들이 강우진의 손을 향해 슬금슬금 움직이더니 손에 닿는 순간 순식간에 강우진의 몸속으로 빨려 들어간 것이다.

 “억-?!”

 핏방울이 손등의 상처를 통해 몸으로 흡수되는 순간에서야 그것을 느낀 강우진이 그 모습을 모고 놀랐지만 푸른색 핏방울들은 이미 그의 몸속으로 들어간 후였다.

 
작가의 말
 

 오후에 4회 업데이트 할 예정입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30 30. 피난준비 2019 / 9 / 20 244 0 7079   
29 29. 호모 인섹툼 2019 / 9 / 19 233 0 6080   
28 28. 대책회의 2019 / 9 / 18 238 0 6871   
27 27. 정찰 2019 / 9 / 17 231 0 6890   
26 26. 선택 2019 / 9 / 16 255 0 6747   
25 25. 6개월 2019 / 9 / 15 228 0 7644   
24 24. 창고 2019 / 9 / 14 236 0 6334   
23 23. 전투훈련2 2019 / 9 / 13 240 0 6723   
22 22. 전투훈련 2019 / 9 / 13 232 0 8935   
21 21. 해방촌 2019 / 9 / 13 239 0 6067   
20 20. 추방자들 2019 / 9 / 13 244 0 6723   
19 19. 피의 색깔 2019 / 9 / 13 250 0 7195   
18 18. 돌연변이 2019 / 9 / 13 225 0 7096   
17 17. 괴멸 2019 / 9 / 13 221 0 8186   
16 16. 불안감 2019 / 9 / 13 230 0 6651   
15 15. 응급 2019 / 9 / 13 225 0 6977   
14 14. 허인수 2019 / 9 / 13 239 0 6872   
13 13. 사고 2019 / 9 / 13 237 0 7016   
12 12. 주화정 2019 / 9 / 13 246 0 7123   
11 11. 예측 2019 / 9 / 13 225 0 6013   
10 10. 다툼 2019 / 9 / 13 231 0 6140   
9 9. 두통 2019 / 9 / 13 238 0 6152   
8 8. 사망자 2019 / 9 / 13 241 0 6570   
7 7. 첫 전투 2019 / 9 / 13 241 0 7041   
6 6. 손지헌 중대장 2019 / 9 / 13 235 0 6386   
5 5. 입대 2019 / 9 / 13 237 0 9252   
4 4. 호전 2019 / 9 / 12 252 0 10851   
3 3. 박씨 아저씨 2019 / 9 / 12 245 0 9006   
2 2. 일상 2019 / 9 / 11 222 0 7395   
1 1. 프롤로그 - 재앙 2019 / 9 / 11 401 0 7084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