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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해류뭄해리
작가 : 분홍떡볶이
작품등록일 : 2016.9.30

마법사, 인간, 엘프, 호빗이 공존하는 세상.
사건 해결을 위해 마법사와 인간, 엘프, 호빗이 한 사무소에 모였다.
팬들은 이 4인방을 '해류뭄해리'라고 부른다

 
1화 : 꽃봉오리
작성일 : 16-09-30 20:00     조회 : 378     추천 : 0     분량 : 5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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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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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커피 마셔요? 애기라서 안 되나? 그럼 녹차? 물?”

 

 

 문을 열고 들어온 손님은 긴 생머리의 여고생이었다. 여기서 고등학생이라 단정 지은 이유는 그녀가 입고 있는 교복이 사무실에서 꽤나 떨어진 고등학교의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 학교엔 해류뭄해리 열성팬이 있었는데 매번 그 교복을 입고 사무실에 선물을 놓고 갔기에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한시후의 팬이지만 말이다.

 

 여자의 등장에 자칭 매너남인 라온의 목소리가 한 톤 더 느끼해졌다. 라온은 팬이든, 의뢰인이든 학생이 오면 애기라고 지칭했다. 아무리 본인보다 어려도 그렇지 엄연히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은, 어쩌면 진행 중일지도 모르는 학생에게 애기라니.

 

 언제 들어도 적응 되지 않는, 아니 적응하고 싶지 않는 느끼함이었다.

 

 

 “아…. 저, 물이요.”

 

 

 소녀는 어색한지 가방끈을 매만지며 대답했다. 화장기 없는 얼굴과 길게 늘어뜨린 생머리에서 꾸밈없는 그녀의 성격이 돋보였다. 무릎을 반쯤 덮은 치마 길이엔 수선한 흔적이 전혀 없는 것을 보아 모범생 타입인 것 같았다.

 

 자칫 촌스러울 수 있는 생김새에도 그녀의 나이 때문인지, 분위기 때문인지 수수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여기 앉아요.”

 

 

 설리아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도도는 어느새 한시후를 깨우러 가고 없었다.

 

 

 “물 나왔습니다~.”

 

 

 과장되게 밝은 모습을 한 라온이 물을 소녀에게 건넨 후 옆에 앉았다. 생글생글 웃으며 부담스럽게 쳐다보는 라온에 소녀는 ‘감사합니다.’라고 작게 내뱉었다. 설리아는 자연스럽게 그의 귀를 잡아당기며 소녀와 떨어트려 놓았다.

 

 

 “즉즉 흐르.(작작 해라.)”

 

 “아아악!”

 

 

 앞니를 붙인 채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설리아에 라온은 비명만 외칠 뿐, 힘없이 소녀의 반대편으로 밀려났다.

 

 

 “어휴.”

 

 

 언제 나왔는지 라온의 뒤통수를 신문지로 가볍게 내려 친 시후가 소녀의 맞은편에 앉아 다리를 꼬았다. 그는 TV에서 막 나온 듯, 인터뷰 때와 똑같은 모습이었다.

 

 살짝 늘어진 흰 티에 진회색의 추리닝 바지를 입은 그는 하품을 하며 뒤통수를 두어 번 긁었다. 새까만 머리카락이 덥수룩하게 그의 이마를 덮고 있었다. 그런 그를 새침하게 노려보던 라온은 이내 생각했다.

 

 잘생겼다. 씨발.

 

 

 “안녕하세요.”

 

 

 소녀는 마시던 물을 탁자 위에 놓고는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김지…현? 씨.”

 

 

 소녀의 왼쪽 가슴에 붙어있는 명찰을 흘깃 보며 시후가 대답했다. 둘이 인사하는 사이 도도는 짧은 다리로 총총 걸어와 자신의 맞춤형 소파에 폴짝 뛰어 올라 앉았다. 도도의 몸집에 4배는 되어 보이는 버건디 색의 소파였는데, 도도가 앉을 때면 더욱 몸집이 작아보였다. 사실 도도의 성격을 안다면 꽤나 웃음이 나올 장면이었는데, 소파를 무척 아끼는 도도에게 이런 말을 했다간 목숨을 부지하기 어려울 것이므로 그 누구도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그래서요.”

 

 “네?”

 

 “여기 온 용건을 말씀하셔야죠. 김지현 씨.”

 

 “아-. 네!”

 

 

 용건을 말하라는 시후의 말에 지현은 물을 한 모금 크게 들이켰다. 하지만 긴장한 탓인지 그녀의 입술은 이내 메말라 갔다. 한동안 혀로 입술을 축이며 긴장한 모습을 비추던 지현은 무언가 결심 했다는 듯 쉼 호흡을 한 후 말을 시작했다.

 

 

 “저희…. 어머니, 어머님이, 아니 어머님께서…. 후….”

 

 

 큰 다짐이 필요해 보였다. 이내 그녀는 두 눈을 질끈 감더니 큰 소리로 말했다.

 

 

 “살해 당하셨어요!”

 

 

 마치 ‘2020년에 지구가 멸망해요!’처럼 엄청난 말을 뱉었다는 듯이 그녀는 두 눈도 입술도 굳게 닫은 채, 그들의 반응을 기다렸다.

 

 

 “그래서요”

 

 

 그녀의 예상과 달리, 매우 무미건조한 반응이 돌아왔다.

 

 

 “네?”

 

 “그래서요? 라고 했습니다.”

 

 “‘그래서’라니요?”

 

 “하….”

 

 

 시후는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의뢰인들은 크게 두 가지 분류로 나올 수 있다. 첫 번째는 무덤덤하게 사건을 의뢰하는 경우. 이 경우 시후가 선호하는 의뢰인이다. 선호라고 하기도 그렇고 그냥 후자보다 더 나은 경우?

 

 두 번째는 방금 이 의뢰인처럼 자신의 사건이 세상 최대의 미스테리이며, 가장 큰 사건인 것처럼 구는 경우이다. 특히 살인사건의 경우 피해자의 유족들은 간접적으로도 체험하기 힘든 상황에 자신의 사건이 그 누구에게도 엄청난 사건이리라 생각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러나 우리가 누군가. 일주일에 한번 이상 시체를 보는 우리에게 ‘살인사건 이에요!’는 ‘나 감기 걸렸어!’랑 다를 바 없는 말이다. 누군가에게 큰 상처를 이런 식으로 표현하는 것이 미안하지만, 어쨌든 그 정도로 살인사건은 우리에게 무덤덤하다는 뜻이다.

 

 

 “끝인가요?”

 

 

 미간을 찌푸리며 두 눈을 감은 시후가 말했다. 엄지와 검지로 관자놀이를 짓누르며 말하는 시후의 목소리엔 미세한 짜증이 담겨 있었다. 물론 우리는 그가 최대치로 짜증을 억누르고 있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저 표정에 겁먹지 않을 의뢰인이 대체 어디 있으랴.

 

 저 놈의 자식은 매일 친절이란 단어를 주입시켜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무슨 말씀이신지.”

 

 “장례식장에 초대하려고 찾아 오신건가요? 어머니께서 살해 당하셨다는 게 끝인가요? 굉장히 유감이네요. 위로를 들으러 오신건가요?”

 

 

 무표정한 얼굴로 쏘아붙이는 시후에 설리아는 그의 팔소매를 잡아당기며 ‘그만해.’하고 읊조렸다.

 

 

 “하하. 죄송해요. 저희에게 살인사건은 그다지 놀랄 일이 아니라. 당황하신건 이해해요. 그런데 사건 내용을 말씀해 주셔야 저희가 도움을 드릴 수 있어요.”

 

 

 놀라 입을 다물지 못하는 의뢰인을 향해 설리아는 눈웃음을 지으며 상냥하게 달랬다.

 

 

 “맞아요. 저 자식 생긴 거에 비해 덜 무섭게 말할 뿐이니까. 놀라지 마요. 생긴 거에 비해 너무 상냥하게 말해 당황했죠? 저보면서 편하게 말해요.”

 

 

 틈을 놓치지 않고 라온이 말했다. ‘뭐 임마?’ 자신을 노려보는 시후에 라온은 ‘베~’하며 혀를 내밀어 약 올렸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도도가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철이 언제 들려고.

 

 

 “아, 네. 죄송합니다. 경황이 없어서. 저는 살해 당하셨다는 말을 꺼내기도 굉장히 힘들었거든요.”

 

 “당연하죠.”

 

 

 라온은 시후를 향해 여전히 약 올리는 표정을 하며 소녀의 말에 맞장구 쳤다. 도도는 사건을 듣게 닥치라는 눈빛을 보냈다.

 

 

 “저희 어머니께서는 귀금속 디자이너세요. 인간이시지만 미적 감각이 뛰어나서 특히 엘프 분들에게 인기가 많았죠. 작년부터는 꽤 높은 매출이 안정적으로 나오고 있다고 들었어요. 기분이 굉장히 좋아 보이셨거든요.”

 

 

 지현은 시선을 아래로 둔 채,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

 

 

 “지금 아버지께선 새아버지세요. 2년 전 저희 어머니께서 재혼하셨거든요. 친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전혀 없는데, 그냥 인간인 걸로만 알아요. 알코올 중독자셨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어머니와도 사이가 매우 안 좋았다고….

 

 그런데 어머니께선 저 때문에 이혼하지 못하셨다고 해요. 당시, 어머니께선 경제적 능력이 전혀 없으셨거든요. 하지만 4년 전, 아버지께서 차 사고로 돌아가시면서 보험금을 타게 됐고 그걸로 지금의 가게를 차렸다고 했어요. 지금의 새아버지도 그 때 당시 손님으로 만났고요.

 

 사람들은 아버지께서 우리 어머니의 재산을 노려 재혼했다고 하지만, 전혀 아니에요. 물론 새아버지께서 직장이 없으시긴 하지만, 어머니께선 가게를 내고 3년 동안은 매출이 힘들었거든요. 그때 묵묵하게 곁을 지켜준 게 지금의 새아버지에요.”

 

 

 그녀는 어머니 일을 회상하기 힘든 지, 말을 하는 중간 중간에 미간을 찌푸리기도 했고, 깊게 숨을 내쉬기도 했으며, 물을 마시며 목을 축이기도 했다. 그러나 말을 멈추지는 않았다.

 

 

 “새 아버지는 뭐랄까, 정말 잘 해주세요.”

 

 

 그녀는 잘에 매우 힘을 실어 말했다. 어딘가 목소리가 떨리는 것 같기도 했다.

 

 

 “가정적이신 분이죠. 어머니와 결혼 후, 변치 않고 상냥했어요. 어머니께서 돈을 많이 벌게 됨에 따라 성격이 조금 신경질 적으로 변하셨는데, 전혀 짜증내지 않고 다 받아주셨어요. 감사했죠. 제가 그동안 꿈 꿔왔던 아버지였어요.

 

 아버지가 없는 오랜 시간동안 저는 화목한 가정을 부러워했는데, 새아버지와의 만남으로 어느 정도 이루어진 셈이었죠. 이제 경제적인 부분도 해결되었으니, 저의 오랜 바람이 이뤄질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어요.”

 

 

 그녀는 숨을 고른 채 말을 이었다.

 

 

 “저희는 본래 매주 금요일에 같이 식사를 해요. 그런데 제가 고등학생이 되면서 많이 바빠졌고, 어머니께서도 집에 들어와 계시는 시간이 줄어듦에 따라 자연스레 식사를 함께하지 못하는 시간이 많아졌어요.

 

 그런데, 그날은 웬일인지 어머니께서 먼저 식사를 같이하자고 하셨어요.”

 

 

 사건 당일의 얘기가 나오자 그녀의 목소리가 한 톤 높아졌다.

 

 

 “사실 어머니께선, 근래 두 달 동안 저에게 계속 짜증을 내셨어요. 이유 없이요. 바빠져서 힘드신가보다 했지만, 많이 낯설었어요. 새아버지께도 계속 짜증을 내셨지만 저에게 유독 심했어요. 그래서 어머니랑 매일 싸우기만 했는데, 그날 어머니께선 굉장히 자상하시고 상냥하게 말씀하셨어요. 이제 화해하겠구나 싶었는데….”

 

 

 그녀의 목소리에서 울음이 담겨 나왔다. 라온은 그녀의 빈 컵에 물을 더 따라 가져다 주었다. 물을 받아든 그녀는 한 모금 마신 후, 호흡을 정리하고는 말을 이어갔다.

 

 

 “학교에서 돌아왔을 때, 굉장히 맛있는 냄새에 들뜬 기분으로 문을 열었을 땐 새아버지께선 부엌에서 요리를 하고 계셨어요. 어머니께서 안방에 있으니 가서 같이 기다리라 했죠.

 

 안방으로 달려가자 이제 막 들어오신 듯 어머니께선 화장대에 앉아 저를 반갑게 맞이해 주셨어요. 엄청 오랜만의 미소였어요. 침대에 앉아 간만의 대화를 이어갔어요. 어머니께서도 밝은 미소로 답해주었고요.

 

 새아버지께서 시간이 조금 더 걸릴 지도 모른다면서 식전 차와 쿠키를 가져와 화장대에 두고는 다시 나갔어요. 모녀간의 대화를 방해하지 않겠다고요. 화장을 지우는 어머니 대신 저는 쿠키를 집어다 입에 넣어 줬어요. 대화를 이어가다 어머니께선 교복을 갈아입고 저녁 먹을 준비를 하고 오라 하셨어요.

 

 제 방으로 돌아가 교복을 갈아입는데 쿵하는 소리가 들리더라고요. 안방에서 나는 소리란 것을 깨닫고 문을 열었을 땐….”

 

 “어머니께서 쓰러져있었군요.”

 

 “…네.”

 

 

 그녀의 목소리는 울먹임에 가까웠고, 눈엔 눈물이 맺혀 있었다. 고등학생이 자신의 어머니의 죽음을 목격한다는 것은 상상 이상의 고통이었을 것이다.

 

 

 “사인은요?”

 

 “독살이라고 들었어요.”

 

 “독은 어디에서 검출 됐나요.”

 

 “쿠키랑 찻잔 손잡이, 그리고….”

 

 “그리고?”

 

 “제 손에 묻어 있었어요.”

 

 

 그녀는 손을 떨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손을 바라보며 시후가 말했다.

 

 

 “범인으로 몰렸겠군요.”

 

 “네. 다행히 새아버지께서 쓰러진 어머니를 제가 일으켜 세웠을 때 묻었을 것이라고 변호 해주셨어요. 경찰 역시 살인에 쓰인 독극물 용기도 찾지 못했고, 제 손에 독이 묻었다 한들 범인으로 단정 짓기엔 증거가 부족해 체포하지 못했고요. 그러나 그 사람들은 절 범인으로 여기고 있어요. 거기에 초점을 맞추고 수사 중이라고요!”

 

 

 그녀는 울기 직전의 목소리로 내뱉었다.

 

 

 “전…. 진짜 아닌데….”

 

 

 결국 흘러내린 눈물에 그녀는 숨죽여 울고 있었다. 라온은 휴지를 건네며 그녀를 달랬고 설리아와 도도는 그런 그녀를 안쓰럽게 쳐다보았다. 시후는 무표정으로 팔짱을 낀 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겠죠.”

 

 

 잠깐의 침묵이 흐른 후, 시후가 내뱉은 첫 말이었다. 그런 그의 말에 그녀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시후는 바지 주머니에 손을 꽂으며 자신을 올려다보는 그녀를 무심히 쳐다보았다.

 

 

 “가시죠.”

 

 “어디를요?”

 

 “사건 현장이요. 제 추리를 입증할 증거는 다 거기에 있을 테니까요. 진범을 찾을 단서도요.”

 

 “제 말을 믿어 주시는 거예요?”

 

 “범인이 미치지 않고서야. 제 발로. 그것도 제가 있는 사무소에 찾아오지 않죠. 완벽한 범죄를 저지르지 않고서는 말이죠. 아, 물론 완벽한 범죄는 없지만. 그 쪽이 범인이라면 이렇게 찾아 올 리가 없죠. 다 털릴 텐데요.”

 

 

 마지막 말을 자신감 있게 내뱉은 그는 입 꼬리를 씩 올리며 미소를 보였다. 그 미소엔 어떠한 악의도 없었다. 그저 자신에 대한 믿음만 가득 담겨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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