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
여행의 목적
작가 : 랑글렛
작품등록일 : 2019.9.2

임도훈. 33세. 직장을 잃고 소일거리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남자. 어느날 명품 브랜드 지사장의 불륜여행을 대신해 3박 4일 하와이 위장여행을 가게 된다. 그곳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여자, 지성을 보고 반하게 된다.

유지성. 31세. G랜드 그룹의 임원이자 백화점 사장. 세한그룹의 임원과 약혼 뒤 쇼윈도 부부로 지내던 중, 원치 않는 결혼을 하면서 하와이로 신혼여행을 가게 된다. 그곳에서 만나게 된 한 남자. 도훈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게 된다.

3박 4일 하와이 여행에서 펼쳐지는 로맨스의 시작. 그 이후의 이야기.

 
10화. 화양연화 花樣年華
작성일 : 19-09-10 23:03     조회 : 202     추천 : 0     분량 : 7821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밤이 어둑해지고, 별장 마당에선 파티가 시작됐다. 마당 한 가운데 서있는 두 그루의 반얀트리에 밧줄을 엮어 세운 작은 천막 아래로 사람들이 모였다. 이안과 몇 명이 함께 음식을 만들어 내왔고, 도훈과 헨리가 그릴에 해산물과 바비큐를 구웠다. 식사를 시작한 사람들은 샴페인, 맥주를 곁들여 마셨다. 나이가 많아 보이는 한 미국인 남자가 파티 내내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불렀다. 돈 맥클린의 빈센트(Don Mclean - vincent) 와 같은 올드 팝송이 이어졌다. 하늘은 비가 조금씩 내렸다 그쳤다는 반복했다.

 

 “한국에서는 많이 바빠?” “Are you busy in Korea?”

 

 루시가 지성에게 물었다. 그녀는 도훈의 품에 안긴 채 샴페인을 한손에 들고 홀짝이며 대답했다.

 

 “그런 편이지.” “That's how it is.”

 

 “무슨 일을 하는데?” “What do you do?”

 

 헨리가 물었다.

 

 “부자야.” “Rich”

 

 루시가 대신 대답했다.

 

 “좋은 직업이네.” “That's a good job.”

 

 도훈의 표정이 무표정하게 변해갔다. 그녀의 직업을 정확하게 알고 있진 않았지만 분명 꽤 높은 직급일거라 예상하고 있었다. 그녀의 품위, 옷차림, 행동만 봐도 당연한 것이었다.

 

 “너는 무슨 일을 해?” “Than, What do you do? James.”

 

 헨리가 이번엔 도훈에게 질문했다.

 

 “그녀와 비슷해.” “Same like her.”

 

 그는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어느새 거짓말을 하는 데 익숙해져있었다.

 

 “끼리끼리 만났네.” “Like attracts like.”

 

 “그러게. 동화는 아니구나.” “Right. It's not a fairy tale.”

 

 “어떤 동화를 기대했는데요?” “What fairy tale did you expect?”

 

 옆에 있던 이안이 끼어들며 말했다.

 

 “평범한 남자와 부자인 여자의 만남?” “A meeting between an ordinary man and a rich woman?”

 

 루시가 농담조로 말했다. 그러나 도훈은 눈이 번쩍해지며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그게 가능할까?” “Is it possible?”

 

 도훈이 질문을 던졌다. 내심 지성이 대답하기를 바랐다. 그러나 대답을 한 것은 루시였다.

 

 “로맨틱하지만, 현실적으론 꽝이지.” “It's romantic, but realistically it's a fail.”

 

 헨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 표시를 했다. 도훈은 곁눈으로 지성을 계속 응시했다. 하지만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안이 대신 말을 꺼냈다.

 

 “내 경험상, 사랑에 돈은 필수불가결하지 않아요. 돈이 많다고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고. 더 사랑하는 마음이 생겨나지도 않죠. 중요한 건 감정이에요.”

 “In my experience, money is not essential to love. Money doesn't make you a better person. don't even get to love anymore. It's emotions that matter.”

 

 지성이 이안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숙였다. 결국 그녀는 대답하지 않을 생각인 듯 보였다. 그는 포기하고서 이어지는 이야기에 집중했다. 그때 지성이 고개를 들며 말했다.

 

 “어떤 경험이었어요?” “What was your experience?”

 

 모두의 시선이 이안에게로 집중됐다.

 

 “내 부인에 관한 경험이요.” “Experience with my wife.”

 

 “부인이 있었어요? 그녀는 어디 있어요?” “Did you have a wife? Where is she?”

 

 헨리가 재잘대는 목소리로 물었다.

 

 “하늘나라에 있겠죠, 지금쯤? 당찬 여자여서 승진을 했을 거에요.”

 “It must be in heaven, right now. She must have been promoted because she's a great woman.”

 

 이안이 거리낌 없이 대답하자 분위기가 갑자기 엄숙해졌다.

 

 “미안해요.” “I’m sorry.”

 

 “괜찮아요. 벌써 8년 전 일이에요.” “It's okay. It's been eight years.”

 

 “그녀에 대해 얘기해줄 수 있어요?” “Can you tell me about her?”

 

 지성이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그녀는 누군가의 사랑이야기를 듣는 것에 호기심이 깊어져있는 상태였다. 그게 그녀가 느끼는 감정을 설명해줄 것만 같았다.

 

 “그녀는 굉장히 아름다웠어요. 처음, 그녀를 오아후의 카일루아 해변에서 만났는데, 금발의 머리에, 마르고 탄탄한 몸매……” “She was very beautiful. First, I met her at Kaylua Beach in Oahu, She has blond hair, and skinny, gorgeous body……”

 

 “그녀의 외모에 반한 거네요.” “You're in love with her looks.”

 

 “맞아요. 처음엔 다 그렇게 시작하죠. 난 그녀를 처음 본 순간 반하게 됐고, 바다에 들어가려는 그녀를 붙잡고 다짜고짜 사랑한다고 했어요. 그땐 어렸거든요.”

 

 “젠장!” “Shit!”

 

 이안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헨리와 루시가 호들갑을 떨었다. 이안은 아랑곳 않고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대화를 이어갔다.

 

 “그녀의 대답이 더 신선했어요. 그녀는 말했죠. “나도 사랑해요.” 장난이었겠지만 그 쾌활한 미소에 완전히 중독됐어요. 곧바로 저녁 식사를 제안했죠. 그랬더니 자기 집으로 나를 초대했어요. 그녀는 이곳, 하와이에 살고 있었죠. 얼떨결에 그녀의 집에 들어갔고, 그녀가 준비한 음식을 먹고 바로 저기 있는 작업실로 날 데려갔죠. 그녀는 장신구 만드는 일을 했거든요.“

 

 이안이 마당 한편에 있는 허름한 오두막을 가리켰다.

 

 “이럴 수가. 여기가 그녀의 집이군요?” “Oh, God. This is her house, isn't it?”

 

 “맞아요. 원랜 훨씬 작았는데, 결혼을 하고나서 새로 지었어요.”

 “That's right. It was much smaller, but I built it after I married.”

 

 “어쩐지. 남자가 장신구를 만드는 게 조금 특이하긴 했어요.”

 “I knew it. It was a little unusual for a man to make jewelry.”

 

 “원래는 그녀의 일이었죠. 그녀는 작업실에 데려가선, 나를 위한 목걸이를 만들어줬어요.”

 “It was her job. She took me to the studio and made me a necklace.”

 

 주위의 시선이 일제히 이안의 목으로 이동했다. 그의 목에는 여러 가지 원석과 조개껍질로 만든 수제 목걸이가 걸려 있었다.

 

 “그리곤 10달러를 달라더 군요.” “Then she asked for 10 dollars.”

 

 “영업을 당했군요.” “You've been raped”

 

 “상관없었어요. 난 이미 그녀에게 빠져있었고, 100달러라도 흔쾌히 줬을 거에요. 나는 주머니에서 돈을 꺼냈고, 그녀에게 건넸죠. 그러더니 그녀가 “이걸로 맥주 마시러가죠?”라고 하더군요.”

 

 “사랑스러워라.” “That’s so lovely.”

 

 “우린 자연스럽게 사랑을 했고, 난 일이 있었지만 한 달에 한 번 씩은 꼭 이곳에 왔어요.”

 “We were naturally in love, and I came here once a month, even though I had a job”

 

 “무슨 일을 하는데요?” “What do you do?”

 

 “펀드 매니저에요.” “I'm a fund manager.”

 

 이안의 의외의 직업에 모두가 놀랐다. 그는 쑥스러운 듯 허공에 손을 저었다.

 

 “그녀를 위해 모든 걸 투자했어요. 집을 새로 짓고, 그녀와 결혼을 했죠. 일을 관두고 하와이에서 살 작정이었어요. 애를 낳아서 기르는 상상도 했죠. 그런데, 어느날 전화가 왔어요. 병원이었죠. 그녀가 서핑을 하다가 물에 빠져 죽었다고요. 그리고 덧붙이더군요. 그녀는 임신을 한 상태였어요.”

 

 이안의 가슴 아픈 사연에 모두가 슬픈 표정으로 조의를 표했다.

 

 “이 집이 다 지어졌을 때 쯤 발생한 일이었죠.”

 “It happened around the time this house was built.”

 

 “비극이네요.” “It's a tragedy.”

 

 “비극이지만, 추억이죠. 지금도 한 달에 한 번은 이 집에 와요. 이렇게 파티를 하기도 하고, 온종일 작업실에 앉아서 장신구를 만들기도 하죠.”

 

 “생각이 많이 나겠어요.” “You miss her a lot.”

 

 “그 후로 다른 사람도 몇 번 만났는데, 잘 안됐어요. 헤어진 빈자리는 다른 사람이 채워줄 수 없었죠. 상처는 사라지질 않고 남아요.”

 

 

 *

 

 

 기타 소리가 잦아들고 주위가 조용하게 무르익었다. 헨리와 루시는 달콤하게 스킨십을 나누었다. 도훈은 조용히 그녀의 어깨를 만지작거렸다. 이안이 흐뭇한 표정으로 둘의 모습을 지켜봤다.

 

 “당신들, 한국인 커플에게 선물을 하나 해줄게요. 따라와요.”

 “I'll give you a present for a Korean couple. Come with me.”

 

 이안이 도훈과 지성을 오두막으로 이끌었다. 작업실은 조그만 골방 같은 구조였다. 어두운 조명아래 작업대 하나뿐이었고, 작은 테이블 위에 장신구 재료들이 깔끔하게 배치되어 있었다.

 

 “재료를 골라봐요.” “Pick the ingredients.”

 

 “뭘 만들어주실 건데요?” “What are you going to make for me?”

 

 지성이 포근한 목소리로 물었다.

 

 “음…… 팔찌요.” “Um…… the bracelet.”

 

 “공짜에요?” “Is it free?”

 

 도훈이 짓궂게 물었다.

 

 “여자 분한텐 그냥 줄 거에요. 하지만 당신은, 20달러를 내요.”

 “I'll give it to a woman for free. You pay 20 dollars.”

 

 도훈이 두 팔을 벌리며 당혹스러움을 표현했다. 이안이 크게 웃었다.

 

 “농담이에요. 두 분 다 선물로 드리죠.” “I'm kidding. I'll give you both as a gift.”

 

 이안이 작업대에 앉았다. 도훈과 지성은 테이블에 올려진 상자들에서 재료를 골랐다. 수많은 재료들 중 동그란 원석들이 가장 눈에 들어왔다. 우주의 행성들이 연상되는 무늬의 돌들이었다. 지성이 먼저 분홍빛이 나는 열 몇 개의 원석을 골라 이안에게 건넸다. 이안은 재료를 건네받고선 곧바로 작업에 들어갔다. 많이 해본 듯한 능숙한 손놀림이었다.

 

 “만난 지 이틀밖에 되지 않았다면서요?”

 “I heard you've only been seeing each other for two days?”

 

 “삼일 째에요.” “Three days.”

 

 “루시가 운명 같은 만남이라고 말하더군요.” “Lucy said it was a fateful meeting.”

 

 “루시는 그냥…….” “Lucy just…….”

 

 “나도 알아요. 과장했겠죠.” “I know. She must have been exaggerating.”

 

 이안이 웃으며 말했다. 기계를 이용해 원석에 구멍을 내고 줄에 하나씩 연결을 했다. 이음새마다 고리를 하나씩 끼워 더욱 화려한 느낌을 가미했다. 그녀의 팔찌가 순식간에 뚝딱 완성됐다. 이안이 완성된 팔찌를 지성에게 건넸다.

 

 “하지만 둘이 사랑하는 건 과장이 아니겠죠?” “But it's not a exaggeration that love of yours?”

 

 이안은 연극배우처럼 준비된 멋진 대사를 내뱉었다. 지성은 어쩐지 그의 말들이 죽은 부인과 함께한 시간을 통해 숙성된 듯한 느낌이 들어 마음이 애틋해졌다. 그녀는 말없이 웃어보였고, 재료를 고른 도훈이 뒤이어 이안에게 건넸다.

 

 “전엔 사랑의 기회가 얼마든지 올 것 같았어요. 하지만 사실 그런 기회는 많지 않더군요. 올 때 꽉 잡아야 해요.”

 

 이안은 도훈의 팔찌를 연속으로 제작했다. 그녀는 선물 받은 팔찌를 손목에 걸고 조명아래 비춰보았다. 원석들이 빛을 받는 방향대로 반짝였다. 도훈의 것은 그녀의 것보다 조금 더 진한 느낌의 분홍색 원석들로 이뤄져 있었다. 이안이 완성된 도훈의 팔찌를 건넸다. 두 사람은 나란히 팔찌를 조명아래 비췄다.

 

 “내가 선물하는 ‘절대반지’에요. 무슨 일이 있어도 항상 차고 다녀요.”

 

 이안이 미소를 흘리며 오두막을 나갔다. 그와 그녀는 조명아래 서로를 마주봤다. 어떤 말도 필요하지 않을 만큼 아름다운 순간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화양연화 같은 하와이에서의 휴가가 점점 끝을 바라보고 있었다.

 

 

 *

 

 

 늦은 시각, 모두와 작별을 한 후 도훈과 지성은 호텔로 돌아왔다.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하루는 이제 몇 시간을 남겨두지 않고 있었다. 그들은 서로의 방에 도착하기 전까지 맞잡은 손을 놓지 않고 있었다. 도훈의 표정은 점점 얼음이 되어갔다. 결국 말을 꺼내지 못한 채 종착지에 다다르고 말았다. 그는 내색할 수 없는 자책감에 빠졌다. 그들은 스위트룸이 있는 층 복도에 도착했다.

 

 “벌써 삼일이 지나갔네.”

 

 그녀가 그를 마주보며 말했다.

 

 “그러게…… 어땠어?”

 

 “좋았어.”

 

 그녀가 흡족한 말투로 말했다. 그는 눈을 마주치기가 어려운 듯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우리 서로 연락처도 없네……”

 

 그가 기어들어가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연락처를 받아도 결국 연락하지 못할 것이었지만, 어떤 미련이 잠식되어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왔다.

 

 “당신 사무실 어딘지 알고 있어. 내가 찾아갈게.”

 

 그녀가 높낮이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그녀를 갑자기 확 끌어안았다. 이게 정말 마지막 순간이라는 것이 믿고 싶지 않았다. 그녀가 알고 있는, 그녀가 찾게 될 사람은 진짜 ‘그’가 아니었기에. 결국 이 순간이 그녀와의 마지막이었다. 말할 용기는 결국 생기지 않았다.

 

 “응. 꼭 다시 만나자.”

 

 그의 목소리가 울먹이는 것처럼 떨렸다. 포옹을 마친 그의 눈시울이 벌겋게 충혈 되어 있었다.

 

 “다신 못 만날 것처럼 하네. 나 피할 거야?”

 

 그녀가 겁을 주듯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의 눈망울이 눈물로 가득 차 넘칠 듯이 흔들거렸다. 그는 피곤한 척 하며 두 손으로 눈을 문질렀다.

 

 “그럴 리가. 내가 널 얼마나 좋아하는데…….”

 

 그는 마지막 순간을 어떤 말로 장식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어떤 미사여구도 떠오르지 않았고, 준비하지도 못했다. 어떤 말과 어떤 행동으로도 최선이 되지 못할 것 같았다. 헤어짐을 쿨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딴 세상 사람들의 이야기 인 것 같았다.

 

 “갑자기 너무 피곤하다. 미안해. 먼저 들어갈게. 조심히 가고.”

 

 그가 급하게 돌아섰다. 그가 발을 떼자 그녀가 그의 팔을 붙잡았다. 그녀는 그의 등에 대고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무책임하네. 꼭 내가 먼저 말해야겠어?”

 

 그녀의 말에 그가 돌아섰다.

 

 “오늘은 내 방에서 자.”

 

 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그녀의 입술로 직행했다. 그녀는 룸키를 꺼내 방문을 열었다. 격렬한 키스가 오고갔다. 불을 킬 새도 없이 성급한 움직임이 이어졌다. 그가 셔츠를 벗었고, 그녀의 원피스 어깨끈을 잡아 내렸다. 그녀는 두 팔로 그의 목을 휘감았다. 그의 뒷목으로, 그녀의 손목에 걸린 팔찌의 부드럽고 차가운 질감이 느껴졌다. 그는 그녀의 허벅지를 받치며 번쩍 안아들었다. 그녀의 머리카락에서 좋은 냄새가 났다. 냄새는 코로 들어와 입속까지 번졌다. 그녀의 볼이 그의 얼굴에 스치고, 눈썹이 코끝에 닿았다. 그의 흥분한 숨소리가 그녀의 귓가를 간질였다. 그는 그녀를 안은 채 천천히 침대로 다가갔다.

 

 

 *

 

 

 그녀가 눈을 떴을 때, 그는 이미 떠나고 없었다. 그녀는 아침 햇살에 닿아 빛나는 팔찌를 멍하니 바라봤다. 어젯밤 이안이 말했던 사랑의 기회라는 단어가 그녀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동시에 그가 언제나, 항상 이라고 대답했던 장면이 눈앞에 그려졌다. 그녀는 베게에 얼굴을 묻었다. 참을 수 없는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나왔다.

 

 그녀는 다시 원래의 삶으로 돌아가야 한 다는 것을 직시했다. 평소라면 아무렇지도 않았을 테지만, 지금 이 순간은 괴롭고 힘들었다. 전과 같은 평정심을 유지하며 일상을 버텨낼 수 있을 거란 자신이 없었다. 너무나도 짧은, 행복한 순간이었다. 그녀는 그를 다시 볼 수 없을 거란 직감이 들었다. 그가 눈물을 떨어뜨리며 속삭였던 말, 무언가 숨기고 있는 듯한 그의 표정, 자신감 없었던 그의 말투에서 그녀는 느낄 수 있었다. 그가 ‘최태호’가 아니라는 사실을.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5 15화. 재회 再會 2019 / 9 / 15 194 0 6054   
14 14화. 크리스마스엔 네가 올까요 <2부> 2019 / 9 / 15 212 0 8366   
13 13화. 크리스마스엔 네가 올까요 <1부> 2019 / 9 / 15 206 0 6141   
12 12화. 여행의 후유증 2019 / 9 / 15 216 0 6300   
11 11화. 모든 것이 제자리로 2019 / 9 / 15 206 0 7397   
10 10화. 화양연화 花樣年華 2019 / 9 / 10 203 0 7821   
9 9화. 우리 서로 말할 수 없는 것 2019 / 9 / 9 206 0 8571   
8 8화. 술에 취한 그녀는 과연 2019 / 9 / 9 213 0 7201   
7 7화. 사랑한다면 해야 할 최선의 행동 2019 / 9 / 7 208 0 8649   
6 6화. 사랑한다면 하와이로 떠나라 2019 / 9 / 6 204 0 5362   
5 5화. 귀엽다. 미칠 듯이. 2019 / 9 / 6 208 0 5872   
4 4화. 내겐 너무나 특별한 만남. 2019 / 9 / 3 219 0 6827   
3 3화. 알로하~ 하와이! (Aloha~ Hawaii!) 2019 / 9 / 2 206 0 6552   
2 2화. 나 홀로 신혼여행 2019 / 9 / 2 211 0 2931   
1 1화. 정체모를 고수익 아르바이트의 정체?! 2019 / 9 / 2 360 0 4554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