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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로맨스판타지
조잡한 신과 시간의 파수꾼
작가 : 소테
작품등록일 : 2019.9.10

이육사 시인을 좋아하는 조잡한 신 김말순,
복수에 눈이 먼 조잡한 신의 창조물 엠마,
조선 연산조부터 살아온 시간의 파수꾼 도시직,
파수꾼의 기억을 가진 위탁가정 출신의 비서 차원,
네 사람의 얽히고설킨 인연

 
1. 첫 만남
작성일 : 19-09-10 19:26     조회 : 334     추천 : 0     분량 : 3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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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첫 만남

 

 

  나는 배은망덕했다. 나를 살린 신에게 찾아가 신의 멱살을 잡았다. 작은 키-160도 안 되는-의 앳된 여자애가 신이라니, 세상은 위나 아래나 불공평했다.

  "왜 내가 내마음대로 죽을 수가 없지?"

  손목을 긋고, 목을 매도, 머리에 방아쇠를 당겨도 나는 또 다시 살아났다. 심지어 독약을 집어 삼켰는데도 고통만 있을뿐, 눈을 떴다.

  "살고 싶었던 거 아닌가. 살려줬잖아."

  땅꼬마는 내 손을 떼어내고 얼음 잔에 양주를 따랐다. 한 모금 독주를 마시고 나를 공허하게 올려다 보았다. 나는 악물고 있던 이빨을 뗐다.

  "그래, 덕분에 살았어. 이렇게 멀쩡히."

  "그런데 뭐가 문제인지."

  "내가 이렇게 살아 있는데, 왜 우리 부모님은 내 유골함을 끌어 안고 울고 계시는 거야?"

  꼬마 신은 술을 반쯤 비우고 잔을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마시다 남은 잔을 내 손에 쥐어줬다.

  "마셔."

  "야."

  "계산했어. 네가 살아있는 사람으로 사는 게 나을지, 앞으로 사자가 되어 사는 게 나을지. 사자가 나아. 아직까지는."

  "그걸 왜 네가 계산하고 난리야!"

  짜증나.

  "나는 이런 상태로 반백 년을 넘게 살았어. 인생 선배의 충고를 흘려 듣지 마. 그리고 네가 들키면 내가 위험해져. 생명의 은인을 죽일 셈이야?"

  양주를 전부 삼켰다. 쓰다. 써.

  '미안하지만 나는 신이 아니야. 괴물이야.'

  "왜 자신을 괴물이라고 생각해?"

  얼음잔 안에 술을 붓던 손이 미끄러졌다. 테이블 위로 술이 조금 흘렀다. 초록색 병에 담긴 술이 아니라 술 자체가 에메랄드 액체였다.

  "...너 내 머릿속을 읽는구나. 그게 네 능력이구나. 조심해야겠네."

  "능력이라고?"

  "그래, 능력. 아, 저주려나?"

  "저주?"

  "나는 저주라고 생각하는데, 그들은 능력이라고 부르더군. 초능력이든 그냥 능력이든 힘이든 어떻게 불리든 상관없지만."

  "왜 나한테 그런 게 생긴 거야?"

  "죽지 못하는 저주에, 또 다른 저주까지 생기니까 내가 적잖게 원망스럽나 보군."

  "그런 말이 아니라 덤으로 이런 능력을 줬는데 오히려 감사를 해야지. 살려줘서 고맙고, 이 능력을 줘서 고마워. 근데 죽을 수 있는 자유는 안 주나봐."

  내가 비아냥거렸다. 그런데 생명의 은인은 조금의 짜증도 없었다. 반백 년 묵은인내심이라는 건가.

  "아, 잊어버릴 뻔했네. 이제부터 네 이름은 엠마 스미스야. 엠마."

  엠마.

  "그 잔만 비워. 앞으로."

  "앞으로 살아갈 방법을 가르쳐줄게."

  나는 그녀의 생각을 먼저 말했다. 그러고 잔을 비웠다.

  "...내가 만들었지만 기분 나쁘네."

  "나도 썩 기분이 좋은 건 아니더라고."

  사람들 마음 속을 훔쳐 본다는 게, 참 더럽게 슬프고 화가 나는 일이었다. 필터링이라도 거치면 좋을 텐데, 그딴 게 있을리가. 시도 때도 없이 귀를 후벼파는 목소리에 이어폰을 뺄 수 없을지경이었다. 정말 저주인가.

  "괴물이 된 소감치고 나쁘지 않네."

  "나는 괴물이 아니야. 그리고 당신도 완벽한 신은 아니더라도 괴물까지는 아니야."

  신은 입을 열고 잠시 머뭇거리더니 말을 이어갔다.

  "...소리를 차단하는 법을 배워야겠네. 내일부터 훈련을 시작하지."

  "그럼, 듣고 싶은 소리만 들을 수 있게 되는 거야?"

  조금 들떴다.

  "원하던 일인가 보군."

  나는 그녀에게서 들렸던 목소리가 어느 순간 사라진 것에 괜스레 놀랐다. 꼭 신에게 벽이 생긴 것 같았다. 신은 나를 비웃었다. 기분 나쁘지 않게. 그녀는 공허한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

  "신도 괴물도 아닌 나를 무엇으로 정의해줄래?"

  "...조잡한 신."

  반쯤 취기에 젖어 말했다. 신은 피식, 웃었다. 마음에 드는 눈치였다.

 

  1년 뒤

  신과 신이 빚어낸 피조물이 비행기를 타고 있다니. 이상하게 웃음이 터졌다. 옆자리에 앉은 중년 아줌마가 나를 째렸다. 시끄러워 죽겠네, 속으로 중얼거렸다. 여전히 나는 속마음을 읽어낼 수 있는 저주이자 축복을 가지고 있었다. 다만 변한 게 있다면, 지금의 나는 이 능력을 제어할 수 있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수십, 수백의 사람 주파수 소리에 미치는 줄 알았는데. 가르침에 별 재주가 없다는 신은 일찍이 훈련을 끝냈다. 본심이었는지는 몰라도 성장이 빠르다며 작은 칭찬을 덧붙였다. 그녀는 나를 만드신 창조신이었다. 나보다 훨씬 강한 힘을 가진 존재였다. 사실 나도 그녀의 힘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거의 없었다. 내 능력이 꿰뚫지 못하는 벽을 세운다는 정도. 어쨌든 나는 사람들의 소리를 가려서 들을 수 있었다. 바로 옆에 앉아 추파를 던지는 낯선 남자의 속은 굳이 들여다 보지 않아도 됐지만. 일등석에서 갑질 중인 아줌마를 속으로 씹고 있을 스튜어디스의 욕설도 들리지 않았다. 밀폐된 비행기 안에서 평화롭게 사람들을 둘러 보았다. 바에서 맥주 한 병을 마시기 위해 잠시 일어났다. 곧 있으면, 또 다른 신을 만난다. 설렌다. 그는 어떤 힘을 가진 자일까? 맥주를 비우며 땅콩 몇 개를 입에 넣었다. 고소하네.

  "엠마."

  "네."

  손에 묻은 땅콩을 아무 데나 털고 신의 부름에 달려갔다.

  "노파심에 하는 말인데, 그 분들을 찾아갈 생각은 마."

  그 분들은 우리 부모님을 말하는 거였다. 내가 살아있다는 걸 차마 전하지 못하는, 나는 불효 자식이었다. 마지막 모습마저 시신도 아닌 뼛가루였으니까. 입술을 깨물었다. 이내 눈물을 삼켰다.

  "한국에는 몇 년만이세요?"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우리를 주종관계 쯤으로 볼 테지. 하지만 우리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녀는 내가 일하는 회사의 상사이기도 했다.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우리 둘다 긴장하고 있었다. 짐작건대 꽤 오랜 시간, 모국을 찾지 않은 것 같았다. 이럴 때 속을 알면 좋을 텐데. 더 이상 내게 방심하지 않았다. 술을 마시곤 할 때는 들리기도 했다. 자학과 비탄에 빠진 괴로움이.

  "무슨 생각해? "

  신이 블랙 선글라스를 슬쩍 내리며 물었다. 안타깝게도 신에게는 내가 가진 능력이 없었다. 역시 완벽한 신은 아니었다.

  "아무 생각 안 해요."

  거짓말이었다. 내 머릿속은 온통 복수뿐이었다. 애초에 한국땅까지 조잡한 신과 동행한 이유였다.

  조잡한 신처럼 자신의 죽음을 기억하지 못했더라면, 바꿀 수 없는 가정을 해본다. 그랬더라면, 좀 더 아름다운 인생을 살았을지도. 알 수 없는 일이었고, 불필요한 일이었다. 왜냐하면 수천 번 가정따위를 한다고, 내 기억이 사라지진 않으니까. 나는 기억하고 있었다. 내 마지막을. 내가 어떻게 죽었는지. 나의 죽음은, 거룩하거나 아름답지 못했다. 외롭고 아팠다.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신을 찾는 것뿐이었다. 그 날 살려달라고, 신께 기도했다.

  나의 신은 블랙 수트를 입은 굉장히 아름다운 모습으로 나타났다. 하늘에서 내려온 신은 나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태양을 등진 신의 눈동자는 파랗고, 붉었다. 신의 피가 내 상처에 스며들고, 죽어가던 육체에 숨이 돌아왔다.

  신이 내 기도를 들어주셨노라.

  첫 만남이었다. 신과의 첫 만남.

 

 
작가의 말
 

 1화 업뎃 합니다. 댓글과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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