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쌍화점: 고려성인주점
작가 : 한계령
작품등록일 : 2019.8.28

'쌍화점에 술을 마시러 갔더니 회회 아비 내 손목을 잡더라~'
쌍화점이란 고려시대에 귀화한 서역인(중동인)들을 위해 상권을 주어 영업을 하도록 한 장소이다.
이들은 밤이면 상점 앞에 심지가 두개인 등잔을 내걸어 쌍화점이라고 했고 이들 서역인들을 회회아비라 불렸다.
쌍화점은 이국적이고 개방적인 영업방침으로 인해 고려의 남녀들의 은밀하고 퇴폐적인 사교의 장소로 인식되었다. 이런 쌍화점에 시대를 거슬러 올라간 청년이 있었으니..

 
4/노예시장
작성일 : 19-09-10 08:41     조회 : 229     추천 : 0     분량 : 4731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4/노예시장

 

 일몰 직후에 올리는 저녁예배인 마그립이 끝나고 대장은 한 상인으로부터 누타만과 내가 야영지를 빠져 나간 사실을 보고 받는다.

 그리고 춘화를 비롯한 여러 가지 물품들이 도난 당 한 사실을 알게 되고 바로 상인들을 풀어 유흥가를 뒤져 한 기방에서 나와 누타만을 찾아낸 것이다.

 

 야영지 공터에 횃불이 밝혀지고 상인들에 의해 개처럼 끌려온 우리는 대장과 상인들 앞에 무릎이 꿇려 졌다.

 

 대장을 비롯한 상인들 모두가 하늘을 향해 외쳐 되었다.

 

  ‘인살라~’

 

 누타만과 나도 겸연스럽게 ‘인살라~’를 따라 복창 했다.

 

 이어 대장이 위엄스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알라 신에 알라신에 의한 알라신을 위한 재판을 한다!’

 

 이슬람의 율법에 의하면 그 누구든 도적질을 하면 죽임을 당하는 중형을 받는다. 거기다 술을 마신 죄 역시 참형을 면치 못한다.

 

 재판은 밤이 세도록 이어졌다. 내가 생각하기도 간단한 판결일 텐데도 이들은 수많은 토론과 질의, 그리고 반론과 논의 끝에 지루한 재판이 끝났다.

 

 재판 결과 누타만에게는 도적질을 한 죄로 참수 죄가 적용 되었고 나 역시 도적질에 동조 한 죄로 손목이 잘려지는 형벌이 내려 졌다.

 

 그러나 그 형벌은 고려의 나랏법에 위배 되니 고려를 떠나 아랍의 영토에 들어서는 즉시 행해지기로 하고 우리는 도망치지 못하게 언덕에 우뚝 선 커다란 나무에 꽁꽁 묶였다.

 

 내가 어떻게 고려를 왔는데 손목이 잘리는 형벌을 받기 위해 다시 고려를 떠나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누타만이 고개를 떨어뜨리며 말했다.

 

  ‘미안하다! 나의 나쁜 버릇 때문에 너까지 벌을 받다니..나야 이깐 목숨 죽으면 되지만 너야 손목이 잘리면 영영 병신이 되는데 정말 큰일이다.’

 

  ‘손목이 잘려도 목숨을 유지되니 다행이다 만 문제는 다시 이 고려 땅을 떠나야 한다는 거야. 시대를 지나쳐 왔지만 여긴 내 조국이고 내 땅이야. 여기서 노예가 되더라도 살고 싶었는데..’

 

  ‘그러니깐 내가 더욱 미안하지.’

 

 누타만은 연신 미안하다고 했지만 그러나 나도 함께 즐겼으니 나에게도 죄가 있는 게 사실이다.

 문제는 어떻게든 이 난관을 빠져 나가야 한다는 건데 도무지 방법이 안 보인다.

 그때 한 상인이 내 곁을 지나갔다.

 그 상인을 보니 번득 생각이 났다.

 

  ‘저 있잖아요?’

 

 손짓하며 상인을 잡아 세웠다.

 상인이 내게 다가오며

 

  ‘뭐가?’

 

 하며 심드렁히 묻는다.

 나는 따지듯 말했다.

 

  ‘저 나를 고려에 데려가 노예로 팔아먹는다고 하지 않았나요?’

 

 이 상인은 바로 사막에서 날 노예로 팔자고 재안한 바로 그 사람이었다.

 상인은 자신이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었나 하는 표정을 짓더니 바로 수긍을 하더니

 

  ‘그렇지만 넌 이제 죄인이이니까 알라의 법으로 손목이 잘리는 형벌을 받아야 하니 노예로 팔수는 없지.’

 

  ‘그건 너무 아깝지 않나요? 차라리 날 그냥 노예로 파세요. 그게 여러모로 이득이잖아요.’

 

 상인은 눈을 끔뻑이더니 바로 대장의 천막으로 달려갔다.

 

  ‘그래! 노예라도 팔리면 난 팔을 잘리는 형벌을 피 할뿐더러 물론 고려 땅을 안 떠나 되.’

 

 내가 안심하는 표정이 되자

 누타만은 되려 더욱 걱정스럽다는 듯

 

  ‘도대체 어쩌려는 거야? 노예가 쉬운 인인지 알아 ? 재수 없어 광산이나 염전으로 끌려가면 평생 중노동에 시달리게 돼.’

 

  ‘그런 막장 만 있으라는 법도 없지. 잘 하면 부잣집 청지기라도 얻어 걸리면 주인 눈에 들어 데릴사위라도 될지 누가 알아?’

 

  ‘거 꿈도 아무지군.’

  ‘아무튼 야무진 꿈이라도 꿔야 이 난관을 이겨 낼 수 있는 거야.’

 

 내가 생각해도 무리한 생각이지만 일단은 그렇게 나 자신을 위로 하는 수밖에 없지 않는가?

 

 다음날, 나는 나무에서 풀려났다. 그러나 다시 몸이 결박 당 한 채 어디론가 끌려가야 했다.

 누타만은 그런 나를 보며 눈물을 흘렸다.

 난 누타만에게 말했다.

 

  ‘우리 속담에 하늘이 무너져도 살아날 길이 있다고 했어. 너도 살아날 방법을 생각해봐. 분명 길이 있을 거야.’

 

  ‘난 틀렸어. 분명 사막에서 죽임을 당해 날짐승의 먹이가 될 거야. 널 만나서 좋았어. 너에게 앞으로 부디 좋은 날이 있기를 알라 신에게 빌게. ’

 

 우리는 그렇게 헤어졌다

 누타만은 끌려가는 나를 말없이 보며 눈물을 흘렸다.

 어디선가 울음소리가 들려 왔다. 바로 날 구해 준 그 어미 낙타가 저만치서 우리를 보며 울고 있는 것이었다.

 나는 그런 낙타의 울음소리를 뒤로 하고 우악스런 상인의 손에 이끌려 노예시장으로 끌려갔다.

 

 정말로 고려에 노예시장이 있으리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 노예시장은 고대 로마를 배경으로 한 영화에서나 아니면 소설과 드라마로 만들어진 <뿌리>에서 아프리카에서 노예사냥으로 잡혀온 쿤타킨타의 이야기 인 줄만 알았다. 그러나 노예시장은 개경의 중심 거리인 남대가(南大街)에 있는 시전 한켠에서 열리고 있었다.

 

 상인들에게 끌려 노예시장에 들어섰을 때 이럴게 많은 수의 노예들이 거래되는 줄 몰랐다. 남자와 여자, 어린아이들도 있었고 고려인이 아닌 거란족이나 말갈족의 부족들도 보였다. 더욱이 놀란 건 곤륜인 이라고 부르는 흑인도 있다는 사실이다.

 

 대학시절 등록금이 부족해 아르바이트로 인력시장을 찾은 적이 있다. 어둠이 벗겨지기 않은 새벽 인력시장이 열리는 한 지하철 역 공터에는 일자리를 찾기 위해 온 일용직 근로자들은 어림잡아 백 여 명이 넘은 사람들이 서성거리고 있었다. 이들은 대부분 조선족 등, 중국인과 동남아 출신 외국인들이었다. 이들은 추운 날씨에 발을 동동 굴리며 오늘 하루 좋은 일당을 받는 행운이 있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잠시 후 승용차와 승합차가 속속 도착하고 이들을 데려갈 사람들이 나타났다. 이들은 근로자 앞에 다가와

 

  ‘목수 있어요?

 

  ‘미장공 두 명!’

 

  ‘잡일 할 사람 구합니다!’

 

 하며 소리치자

 여기저기서 ‘저요! 저요!’ 하고 손을 들었다.

 나도 그들에 지지 않으려고 열심히 손을 들었다.

 그러나 난 좀처럼 뽑히지 않았다.

 겨우 날이 휜 해서야 나는 일당 8만 원짜리 식당에 주방 보조원으로 가기 위해 승합차에 올랐다.

 

 그때가 생각났지만 여긴 일력시장이 아니고 한번 팔려 가면 영원히 종살이를 해야 하는 노예시장이라는 사실이다.

 

 사람들이 빙 둘러선 중앙 단상에 오른 노예들은 구매자들에 의해 입이 벌려 진채 치아를 확인하고 골격과 이목구비 등을 자세히 살피고 여자들 역시 상의가 벗겨져 유방과 유두를 검사하여 아이를 생산 했는지 까지 살피고 있다.

 

 노예의 가격은 가축시장에서 가격대비로 제일 싼 것이 닭. 그리고 오리, 토끼, 다음이 개와 양, 그리고 돼지인데 사람은 돼지 다음의 값으로 거래 된다고 한다. 제일 비싼 가축은 말과 소이다.

 물론 특별한 경우가 있는데 남자가 특출하게 힘이 좋거나 여자가 미모일 경우는 비싼 가격으로 사창가나 첩으로 팔려 나간다고 한다.

 

 이미 거래가 이루어진 노예들은 굴비 엮듯 몸이 묶여 끌려가거나 닭장 같은 철장이 쳐진 달구지에 실려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다.

 

 내 차례가 되자 나는 단상으로 끌려 올라갔다. 날 데려온 아라비아 상인에게 내 소개를 들은 노예상인은 군중들을 향해 소리 쳤다.

 

  ‘아주 귀한 노예요. 저 먼 서천 서역국에서 끌려 온 모양인데 고려 말에 아주 능숙하다오. 머리가 비상하고 수에 밝고 지혜가 있어 점포에 머슴이나 일꾼에 무척 어울릴 것 같은데 닷 냥부터 거래를 시작합니다.’

 

 그러자 한 구매자가 소리쳤다.

 

  ‘우리는 머리 좋은 노예보다 힘이 좋은 노예를 더 선호 하오. 그래야 일을 더 부려 먹을 수 있으니까..’

 

 그 말에 노예상인은 지지 않겠다는 듯.

 

  ‘생긴 거와 달리 힘도 제법 쓰고 잘 보시면 아주 생김생김이 휜출 합니다. 특히 혼자 날밤 지세는 과부들 놀이게 감으로 쓰셔도 좋은 듯싶소이다.’

 

 넉살을 떨며 좌중을 웃겼다.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어디선가 소리가 들려왔다.

 

  ‘여섯 냥이요!’

 

 그러자 다른 쪽에서도 반응이 왔다.

 

  ‘일곱 냥!’

 

 여자의 목소리 이었다.

 그러고 보니 구매자들 틈에 부채로 얼굴을 가린 여인들 몇 명이 서 있는 것이 보였다.

 후미엔 가마에 탄 채 문을 삐끔 열어 놓고 훔쳐보는 상대도 분명 여인인 듯싶지만 그 정체는 알 길이 없다.

 

  ‘여덟 냥!’

 

 이번엔 남자였다.

 

  ‘자! 여덟 냥 나왔습니다. 더 원하는 손님은 없으신지요?’

 

 한 동안 조용하다.

 노예 상인이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나무망치로 단상을 뚜드리려는 순간

 누군가가 소리 쳤다.

 

  ‘열 냥 이요!’

 

 삿갓을 눌러 쓴 사내이다.

 어? 그러고 보니 장삼을 거친 승려 복장이다.

 한손에는 육환장을 짚고 다른 한손에는 염주를 굴리고 있었다.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수근 거리기 시작했다.

 

  ‘허.. 땡중 하나가 탄생 하겠구나’

 

 땡중이라니? 그럼 내가 출가를?

 

  ‘혹시 아나? 나중에 큰 스님이 될지 하하..’

 

 이거 큰일이다. 고려에 와서 머리 깎이고 중이 될 지경에 이르렀으니

 

  ‘오오! 나무아비타불!..’

 

 나는 돼지 한 마리 값에 지나지 않는 엽전 열 냥에 정체불명의 승려에게 팔렸다.

 

 꿈도 좋지? 부잣집 청지기로 팔려가 데릴사위 되긴 다 틀렸다.

 

 엽전 열 냥은 구전 석 냥을 노예상인에게 띠어 주고 일곱량을 챙긴 상인은 나를 보며 겸연스런 표정을 짓더니

 

  ‘널 노예로 팔 생각은 없었는데..네 놈이 원한 일이니 우리로써도 어쩔 수가 없다. 하여간 이제 손목이 잘리는 형벌은 면했고 노예지만 고려에도 살게 되었느니 불행 중 다행이지 않느냐? 이제 어디가든 한 목숨 부지하며 잘 살거라. 뭐 두 번 다시 우리가 만날 일은 없겠지만..그럼 인샬랴~’

 

 그렇게 나를 위로하며 엽전 일곱 냥을 철렁이며 돌아셨다

 

  ‘인살라~’

 

 나도 그 상인을 따라 인살랴~를 외쳤다.

 

 그런데 날 구매한 승려는 어디서 새끼줄을 구해 와 내 몸을 꽁꽁 묶는다.

 

  ‘아니 순순히 따라 갈 건데 이렇게 묶을 필요는 없잖아요?’

 

 내가 투덜거리자

 

  ‘저번에도 비싸게 주고 산 놈을 데려 가다가 도망치는 바람에 놓쳐 버렸거든..’

 

 더욱 나를 꽁꽁 조여 묶는다.

 그렇게 나는 또다시 새끼줄에 묶여 승려를 따라 나섰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5 15/가면무도회 2019 / 10 / 7 257 0 7688   
14 14/고래사냥 2019 / 10 / 3 216 0 5236   
13 13/자운선 2019 / 9 / 30 234 0 5450   
12 12/신장개업 2019 / 9 / 27 244 0 6079   
11 11/이량촌 2019 / 9 / 25 227 0 7783   
10 10/재회 2019 / 9 / 21 251 0 5347   
9 9/문둥이 마을 2019 / 9 / 19 247 0 5497   
8 8/도주 2019 / 9 / 17 225 0 6033   
7 7/ 양수척 2019 / 9 / 15 220 0 8202   
6 6/천리장성 2019 / 9 / 14 245 0 7511   
5 5/타 타 타 2019 / 9 / 12 245 0 6254   
4 4/노예시장 2019 / 9 / 10 230 0 4731   
3 3/무인시대 2019 / 9 / 5 238 0 5664   
2 2/카라반 2019 / 9 / 1 241 0 7013   
1 1/실크로드 2019 / 8 / 28 421 0 7484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