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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초월의시간
작가 : meOh
작품등록일 : 2019.8.19

'너를 만날때까지의 그 사이의 시간을 초월중이다.'
<오초월>은 불로불사 마녀라는 자신의 존재를 숨기고 강남에서 카페를 운영한다. 어차피 지나가는 사람이라 여기며 남에게 정을 주지않고 시간을 보내는 중에 카페 알바생의 친구 <지 환>을 만난다. 그를 기다려왔던 초월과 아무것도 모르는 환, 그 두사람의 네번째 인연이 시작된다.

 
3화
작성일 : 19-09-09 00:30     조회 : 198     추천 : 0     분량 : 5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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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집에 도착해 차고에 주차를 하고 집에 들어섰더니 언니 영월이 거실 소파에 앉아 며칠 전 본인이 죽인 연쇄살인범에 대한 뉴스를 보고 있었다. 언니는 여전히 TV에 시선을 고정한 채 내게 인사를 건넸다.

 

 

 “왔어?”

 

 “응. 웬일이야?”

 

 “할머니 잔소리 피하러왔어.”

 

 “그러니까 사고 좀 치지 마. 죽이기까지 할 필요는 없었잖아.

 그냥 잡을 수 있게 증거나 좀 흘려주면 경찰이 알아서 할 텐데.”

 

 “경찰한테 잡히면 어떤 벌을 받는데?

 그렇게 사람을 많이 죽여 놓고도 감옥에서 조금 살다 나와서 아무렇지 않게 살아갈 텐데.

 그게 무슨 벌이야?”

 

 “에휴... 이번이 처음도 아닌데.. 할머니도 익숙해질 때가 됐는데.”

 

 “아니~ 이번 일 때문에 그런 게 아니라 얼른 인간남자 만나서 대를 이으라잖아.

 지금시대가 어느 땐데.”

 

 

 아... 그 잔소리라면 나에게도 낯설지 않은 얘기다. 언니의 옆에 풀썩 기대앉아 테이블에 두 다리를 걸쳤다. 곧 나한테도 전화 오겠네... 천장을 멍하니 쳐다보다 입을 뗐다.

 

 

 “언니는 누구 만날 생각 없어?”

 

 “누굴 만나. 인간은 하찮은 생명주제에 욕심이 너무 많아. 도움을 줘도 조금만 지나면 그게 당연한 줄 알고 본인의 욕망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서슴지 않고 하지. 본인과 조금이라도 다르다고 생각되면 배척시키고 괴롭히고. 이제 인간이라면 치가 떨려.”

 

 “안 그런 사람도 많아.”

 

 “그걸 어떻게 믿어? 그렇게 보이다가도 금방 이면을 보이는 게 인간이야.

 ...너, 아직도 그 인간 기다리는 거야?”

 

 “...”

 

 “인간은 믿을 게 못 돼. 너도 그만해. 결국 상처 받는 건 너야.”

 

 

 이미 만났어. 언니... 언니한테는 최대한 늦게 알리는 게 낫겠다. 탁자에서 발을 내리고 탁자위에 있던 두 빈 유리잔 중 하나를 언니에게 건네고 나머지 하나를 들어 언니에게 건넨 유리잔에 짠 소리를 내며 부딪치는 순간 두 잔에 맥주가 두 유리잔에 차올랐다. 나와 언니는 말없이 맥주를 비웠다.

 

 

 

 “내일 집에 있을 거야?”

 

 “아니 볼 일 있어서 나갔다 올 거야. 넌?”

 

 “뉴스 잠잠해질 때까지 조용히 있지?

 난 내일 카페 나가봐야 할 것 같아. 새 알바생 도와줘야 해서.”

 

 “다른 알바생 시키면 되지. 뭐 하러 네가 해.”

 

 “아... 카페가 바빠서 다른 애들이 도와줄 시간이 없어.

 언니야 말로 딴 짓 좀 그만하고 본인 일 좀 해.

 뭐 인간의 도움 필요 없이 대를 이을 수 있는 법을 찾고야 말겠다며.”

 

 “하고 있어. 그게 뭐 말처럼 쉬운 것 같아? 후... 나 먼저 자러간다.”

 

 

 

 먼저 들어가겠다며 방으로 향하는 언니에게 잘 자라는 말을 건네고 나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개운하게 씻고 방에 있는 테라스로 나와 숲을 보며 바람을 쐤다. 지환을 만나는 시간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이번 생은 나를 만나기 전까지 어떻게 살아왔을까. 지환의 생각이 머리에 가득 찼다. 침대 옆 협탁 서랍에서 은색 회중시계를 꺼냈다. 회중시계의 뚜껑을 여는 부분의 톱니바퀴처럼 생긴 부분을 위로 잡아당겨 돌려서 시계 침을 열한시까지 맞추니 째깍째깍 시간이 두 배속으로 빨리 흐르기 시작했다. 창문너머로 바쁘게 움직이는 밤하늘을 보면서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다.

 

 

 

 오전 열한시. 침대에서 일어나자마자 씻고 나갈 준비를 했다. 요우에게 오늘은 집에 있으라 말하며 차고로 향했다. 가는 길에 주말이라 평소보다 더 바빠서 끼니를 챙기지 못했을 호를 위해 햄버거를 사들고 카페로 가니 호가 두 팔을 벌려 환영했다.

 

 

 

 “먹고 와. 그동안 내가 가게 볼게.”

 

 “어. 땡큐~”

 

 “빨리 먹고 와.”

 

 “이 정도면 악덕이야~악덕.”

 

 

 

 신난 발걸음으로 햄버거 봉투를 들고 스태프 룸으로 들어가는 호를 보고 피식 웃음을 흘리곤 손님의 주문을 받기 시작했다. 바쁘게 일을 하다가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들이키며 잠깐 숨 돌리는 중에 종소리가 들리자마자 다시 일어나 손님을 맞으려 계산대 앞에 섰다. 어서 오세요. 출입문 쪽을 바라보니 현담묵이 계산대로 걸어오고 있었다. 그는 주위의 이목을 끄는 외형을 갖고 있었다. 창백한 피부에 피로 물든 듯 빨간 입술의 현담묵이 진한 갈색 긴 머리를 찰랑거리며 다가왔다.

 

 

 

 “오랜만이야? 딸기주스 한잔 줘.”

 

 “어쩐 일이야. 여기까지.”

 

 “할 얘기가 있어서. 저기 앉아있을게. 주스 가지고 와.”

 

 

 

 현담묵은 주문을 마치고 빈자리를 찾아 다리를 꼬고 앉아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햄버거를 먹고 잠시 쉬다 나온 호에게 일을 맡기고 다 만든 주스를 쟁반에 담아 들곤 현담묵이 앉은 탁자에 탁 소리가 나게 놓은 뒤 맞은편에 앉았다.

 

 

 

 “50년 넘게 머리카락 한 올 안보이더니 무슨 할 말이 있어서 여기까지 온 거야.”

 

 “왜~? 내가 좀, 보고 싶었나봐? 이 잘난 얼굴 좀 자주 보여줄걸 그랬나봐.”

 

 “그런 소리하려고 몇 십 년 만에 나타난 거 아니잖아. 본론만 말해.”

 

 “흐음~ 재미없는 건 여전하네.”

 

 “본론.”

 

 “아니, 별건 아니고 오늘 새벽에 시간이 좀 빨리 간 것 같아서~”

 

 “근데.”

 

 “너지? 시간 건드린 사람.”

 

 “...그게 나면 뭐?”

 

 “이상하잖아~ 몇 십 년 동안 한 번도 그런 적 없었으면서 그랬다는 게.

 그리고, 네가 시간 돌리는 게 무슨 의미가 있어? 불로불사면서.”

 

 “그래서.”

 

 “그래서 내 말은, 네가 죽고 못 사는 그 인간이 또 환생해서 너를 만났나 해서.”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인데.”

 

 “흐흥 완전 상관있지! 이 재미없는 인생, 너 갖고 노는 재미로 사는데.

 널 내 손바닥에 둘 수 있는 그 약점이 생기는 거잖아.”

 

 

 

 끈질기고 영악한 현담묵을 보고 있자니 피가 차게 식는 기분이다. 어쩜 이렇게 한결같을 수 있는지... 지환을 만난 건 어떻게 귀신같이 알아채고 왔는지. 얄밉게 낄낄대며 빨대로 빨간 딸기주스를 마시는 현담묵이 꼭 빨간 피를 마시는 것 같아 보인다. 그런 현담묵을 무표정한 얼굴로 보며 대꾸했다.

 

 

 

 “그런 시답잖은 얘기할거면 가. 바빠.”

 

 “그래. 바빠 보이네. 조만간 또 봐~”

 

 

 

 현담묵이 턱을 받치고 있던 손을 들어올려 까딱이고선 의자에서 일어나 또각또각 소리를 내며 걸어가 출입문을 열고 나갔다. 나와 그가 대화하는 모습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고 있던 호가 내 옆으로 다가왔다.

 

 

 

 “뭐야. 쟤가 여기 왜 온 거야?”

 

 “...”

 

 “ 현담묵 벌써 알아챈 거야? 귀신같다.. 근데 그럼 예지환이 서부용인 것도 눈치 챈거야?”

 

 “나랑 예지환 사이에 뭐가 있었다고... 어떤 수로 현담묵이 눈치를 채.”

 

 “그래도 조심해. 현담묵이 눈치 채는거 시간문제 같다.”

 

 “응. 아무래도 오늘은 예지환 만나면 안 될 것 같다.

 네가 예지환 일 좀 봐 줄 수 있어? 오늘까지 수습기간이라서.”

 

 “아 좀 피곤하긴 한데... 뭐, 그래. 내가 이 불쌍한 마녀를 도와줘야지 누가 도와줘.”

 

 “고맙다. 조만간 부사장으로 승진시켜준다.”

 

 “오... 별론데. 일 하는 시간으로 봤을 때는 벌써 내가 사장이야.”

 

 “원래 사장은 일 많이 안하는 거야. 특히 이렇게 취미로 일하는 사장은.

 그럼 부탁해. 나 먼저 간다.”

 

 

 

 뭐, 나는 취미로 일하는 거 아닌 줄 아나봐... 중얼거리는 호를 뒤로하고 무거운 마음으로 카페를 나왔다. 내가 생각이 짧았다. 괜히 시가을 빨리 돌려가지고... 예지환을 만나서 기분이 너무 들떠있는 바람에 예민하고 눈치 빠른 현담묵을 간과하고 있었다. 예지환은 나를 만나기만 했을 뿐인데 벌써 그는 본인도 모르게 위험한 상황에 놓이고 있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금세 집에 도착했다. 침대에 멍하니 앉아 있다가 뒤로 누워 눈을 감았다. 이제 현담묵이 내 주위를 맴돌며 나를 주시 할 것이 분명했다. 그가 아직 예지환이 서부용이라는 것은 모르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여겨야겠다. 내가 기다리지 않았으면 나 같은 마녀랑은 엮이지 않고 잘 살아갔을까. 엄마 말대로 지금이라도 놔줘야 하는 걸까. 가슴이 답답해져 눈을 떴다. 요우가 가슴팍에 올라앉아 갸릉거리고 있었다. 요우, 내려와... 내말에 요우가 누워있는 내 옆으로 내려왔지만 답답했던 가슴은 여전하다.

 

 

 

 “어, 왔어?”

 

 “응. 어제 예지환 잘 했지?”

 

 “어. 똘똘하더라. 여전히.”

 

 “...”

 

 

 흐릿한 미소를 머금고 스태프 룸으로 들어가 짐을 놓고 나와 앞치마를 매곤 디저트를 만들러 조리실로 들어갔다. 반죽에 초록빛 약물을 한 방울 떨어뜨린 다음 반죽을 하고 오븐에 넣었다. 내 집 마당에서 키우던 약초로 이모가 만들어 준 스트레스를 완화해주는 약물이다. 다 만들어진 디저트들에 마무리로 주술을 걸고 갖고 나와 쇼케이스 하나하나 순서대로 넣었다.

 

 

 

 “다 만들었어?”

 

 “응. 하나 먹어봐. 잘 됐나.”

 

 “오케이.”

 

 

 

 나의 말에 호가 쇼케이스에서 연꽃모양 마카롱을 하나 꺼내 물었다. 음, 역시 네가 잘 만들긴 해. 고생했다. 앉아서 쉬어. 호의 말을 듣고 앞에 놓인 아이스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마시며 앞치마를 풀고선 빈자리를 찾아 앉았다. 주위를 둘러보니 월요일이다 보니 비교적 한산했다. 한숨 돌리고 시계를 보니 12시. 시간을 확인함과 동시에 정욱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호 형, 사장님! 저 왔습니다.”

 

 “어. 왔어? 나 퇴근 준비 해야겠다.”

 

 

 호와 정욱이 나란히 스태프룸에 들어갔다가 금방 나왔다. 나 퇴근한다. 호는 손을 휘휘 저으며 출입문으로 향하고 정욱은 그런 호에게 인사를 하고선 앞치마를 두르며 내게 걸어왔다.

 

 

 “사장님, 연준이 누나 마지막으로 일했던 날 진상손님 멋있게 퇴치 하셨다면서요?”

 

 “누가 그래?”

 

 “연준이 누나랑 카톡했어요.”

 

 “...”

 

 “아, 이번 주말에 연준이 누나 송별회 겸 지환이 환영회 해요!”

 

 “카드 줄 테니까 너네끼리 회식 해.”

 

 “아잇. 항상 저희 회식할 때 안 오셨잖아요. 연준이 누나 마지막 회식인데...”

 

 “...토요일에 하는 걸로 하고 다른 알바생들한테는 네가 전해.

 그리고 이만 가서 일해. 냉장고에 아이스크림 있으니까 하나 꺼내먹고.”

 

 

 

 넵. 목적을 달성한 정욱이 가벼운 발걸음으로 주방의 냉장고로 향했다. 정욱이 자리를 뜨니 고요해진 분위기에 만족하며 책을 펼쳤다. 한참 책을 보다가 바빠 보이는 정욱을 도와 음료를 만들고 있는데 지환이 들어와 인사를 건네곤 앞치마를 둘렀다.

 

 

 

 “사장님, 제가 할게요!”

 

 “아냐. 손님 온다. 가서 주문 받아.”

 

 “아 넵.”

 

 

 

 한참 손님이 몰려 바쁘게 움직이다가 손님이 뜸해져 지환과 나는 잠깐 쉬는 시간을 가졌다. 지환이 바닥에 앉아있는 요우의 앞에 쪼그리고 앉아 쓰다듬다가 손에 걸린 요우의 목걸이에 쓰여져있는 글자를 바라봤다.

 

 

 

 “뭐라고 써져있는 거지?”

 

 “요우. 빛날 요에 벗 우.”

 

 초월의 말에 지환이 뒤를 돌아 그녀를 바라보다 미소를 지으며 다시금 요우의 이름을 부르며 쓰다듬었다. 요우도 기분이 좋은지 지환의 손바닥에 머리를 부볐다. 요우를 쓰다듬다가 뭔가 익숙한 느낌이 들어 고개를 갸웃하는 지환을 보며 초월은 미소를 짓고는 과거를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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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용이 연꽃이 활짝 피어있는 연못가에서 연꽃을 구경하다 혼자 앉아서 햇빛을 쬐고 있는 고양이를 보곤 다가가 쪼그려 앉았다. 자세히 보니 고양이 목에 목걸이가 걸려있는 것을 발견하고 목걸이에 써져있는 글자를 살펴보기 위해 한걸음 더 앞으로 다가갔다.

 

 

 

 “남의 고양이한테 뭐하는 거야?”

 

 “아, 이 고양이 주인이에요? 목걸이에 써져있는 글자를 보려고...”

 

 “요우, 빛날 요에 벗 우.”

 

 “아아 요우~ 고양이가 정말 예뻐요. 만져 봐도 돼요?”

 

 

 

 반짝이는 눈으로 올려다보며 말하는 그의 모습이 아름다워 초월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인간이 원래 이렇게 아름다운 존재였던가... 어쩐 일인지 요우도 부용의 손길을 가만히 받아들이고 있었다. 요우의 이름을 부르며 쓰다듬다가 멈추곤 다시 초월을 올려다보곤 물었다.

 

 

 

 “그쪽은 이름이 뭐에요?”

 

 “... 초월. 오초월.”

 

 “예쁜 이름이네요. 저는 부용이에요. 서부용.”

 

 “너도... 예쁘네.”

 

 

 

 초월은 부용의 이름이 예쁜 건지 부용이 예쁜 건지 본인도 분간하지 못한 채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미소를 짓는 그를 보며 그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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