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
여행의 목적
작가 : 랑글렛
작품등록일 : 2019.9.2

임도훈. 33세. 직장을 잃고 소일거리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남자. 어느날 명품 브랜드 지사장의 불륜여행을 대신해 3박 4일 하와이 위장여행을 가게 된다. 그곳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여자, 지성을 보고 반하게 된다.

유지성. 31세. G랜드 그룹의 임원이자 백화점 사장. 세한그룹의 임원과 약혼 뒤 쇼윈도 부부로 지내던 중, 원치 않는 결혼을 하면서 하와이로 신혼여행을 가게 된다. 그곳에서 만나게 된 한 남자. 도훈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게 된다.

3박 4일 하와이 여행에서 펼쳐지는 로맨스의 시작. 그 이후의 이야기.

 
8화. 술에 취한 그녀는 과연
작성일 : 19-09-09 00:23     조회 : 212     추천 : 0     분량 : 7201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요트 투어 일정이 끝난 뒤, 다 같이 선착장에 모여 작별인사를 나눴다. 정말 그리울 거라며 서로 포옹을 나눈 것으로 쿨한 이별이 맺어졌다. 도훈과 지성은 곧바로 차를 탔다. 선착장에서 호텔까지는 30분 정도 걸렸다. 그들은 말없이 바깥의 풍경을 바라보며 드라이브를 즐겼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호텔에 도착했다.

 

 “끝난 건가요? 오늘 일정.”

 

 차에서 내린 지성이 물었다.

 

 “사실 계획한 게 하나 더 있어요. 그런데 이건 지성씨 허락을 받아야 해요.”

 

 도훈의 말에 그녀는 묘한 분위기의 설렘을 느꼈다. 이대로 끝마치기엔 아쉽다는 생각을 하던 차였다.

 

 “뭔데요? 또 하늘을 나는 건 아니죠?”

 

 농담조로 묻는 지성의 말에 그가 흡 하고 입맛을 다셨다.

 

 “사람이 많고 시끄러운 곳인데…… 괜찮겠어요?”

 

 “그게 어딘데요?”

 

 그가 쭈뼛대며 손가락으로 해변을 가리켰다. 정확히 말하면 해변가에 위치한 라이브 바였다.

 

 “가죠, 뭐.”

 

 그녀는 의외로 아무렇지 않다는 듯 그의 제안을 수락했다. 그는 갑자기 바뀐 태도의 그녀가 의아하게 느껴졌지만 좋은 쪽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어쩌면 그에게 더욱 마음을 연 것일지도 몰랐기 때문이었다.

 

 거리로 나가자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일대를 장악하고 있었다. 대부분은 서양 사람이었고 중국인이나 한국인들도 종종 보였다. 지성은 북적대는 곳에 오자 초조한 듯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확인한 그는 일부러 그녀를 데리고 도로를 빠져나와 백사장으로 걸었다. 라이브 바에 가까워질수록 음악소리가 크게 들렸다. 아직 이른 시간이다 보니 신나는 음악보다는 잔잔한 분위기의 음악이 술집이 나열된 주변에 울려 퍼졌다. 그들은 얼마안가 입구에 다다랐다.

 

 “들어갈까?”

 

 그가 반말로 서두를 열었다.

 

 “혹시 문제 생기면 오빠한테 말하고.”

 

 그는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그녀를 보며 말했다. 혹시나 불편함을 느낄지 모를 그녀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함이었다. 그녀는 황당해 하는 표정으로 소름끼친다는 듯이 팔뚝을 쓸어내렸다.

 

 “닭살 돋아. 지금 그런 말 하면서 말 놓은 거에요?”

 

 그는 더욱 능청스러운 표정으로 두 팔을 쫙 펼쳤다.

 

 “내가 오빠잖아.”

 

 그는 장난스러움을 유지하며 그녀의 팔목을 잡아끌었다. 두 사람은 야외의 한적한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실내는 사람이 꽤 많았으나 야외는 아직 듬성듬성 빈자리가 있었다.

 

 “맥주? 위스키? 보드카? 어떤 거 마실래?”

 

 “계속 반말로 하실 건가 보죠?”

 

 그녀가 실눈을 뜨고 그를 쳐다봤다. 그는 백치 같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콧바람을 내며 웃었다.

 

 “제일 독한거로.”

 

 그녀의 말에 그가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메뉴판을 훑었다. 한 병을 시키기엔 과하다는 생각이 들어 샷잔 8개 세트를 주문했다. 그는 동시에 흥미로운 생각이 들었다.

 

 “술 잘 마시나 보네?”

 

 “한 번도 취한 적 없거든.”

 

 그녀가 눈썹을 올리며 잘난 체를 했다. 사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지금껏 취할 만큼 술을 마실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취하면 내가 업어갈게.”

 

 그가 음흉한 표정을 지으며 썩소를 지었다. 그러자 그녀가 눈에 힘을 팍 주며 그를 매섭게 쳐다봤다.

 

 “절대 그럴 일 없으니까 꿈도 꾸지 마. 변태야. 소문이 사실이었구나?”

 

 그는 소문이란 말에 잠시 최태호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는 잔뜩 삐진 표정으로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너랑 안 놀아.”

 

 그의 농담에 그녀가 푸하하 소리를 내며 폭소를 터뜨렸다. 그녀가 그렇게 크게 웃어 보인 것은 처음이었다. 그녀의 웃음소리가 잦아들자 점원이 술을 가지고 왔다. 나무로 만들어진 받침대에 데킬라가 담긴 샷잔 8개가 정갈하게 담겨 있었다. 그는 주문을 하며 생각했던 흥미로운 제안을 그녀에게 건넸다.

 

 “우리 내기할래? 각자 네 잔씩 제일 늦게 마신 사람이 앞에 나가서 노래 부르기.”

 

 “나 노래 잘 못해.”

 

 “그러니까 내기지. 시작!”

 

 그가 다짜고짜 소리치며 잔을 들어올렸다. 그녀는 별로 내키지 않았지만 갑자기 불타오른 승부욕에 연속으로 네 잔을 들이켰다. 그리고선 그를 향해 가소롭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는 이제 막 한 잔을 들이켜고 헛기침을 하던 중이었다. 그가 입 꼬리가 씨익 올라갔다.

 

 “어차피 너가 부를 거였지!”

 

 그녀가 당했다는 듯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웃으며 고개를 연신 끄덕거렸다.

 

 “노래로 여자 꾀고 다녔나보죠?”

 

 그녀의 말에 그가 토라진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누구한테 직접 불러준 적은 없어.”

 

 그는 그녀를 뒤로하고 곧장 무대로 다가갔다. 기타 연주를 하고 있는 밴드 멤버에게 가서 귓속말을 하더니 이내 보컬이 넘겨준 마이크를 건네받았다. 그녀는 속이 조금 울렁거렸지만 괜찮은 척 하며 무대를 바라봤다.

 

 “실례가 안 된다면 저기 내 여자 친구를 위해서 노래를 불러도 될까요?”

 “If you would please excuse me, Can I sing for my girlfriend over there?”

 

 도훈이 낮게 깐 목소리로 마이크에 대고 말했다. 그는 지성이 앉은 방향을 손으로 가리켰고 주위에 있던 모든 사람이 동시에 그녀를 쳐다봤다. 그리고는 환호를 터뜨렸다. 그가 신청한 음악의 멜로디가 재생됐다. 에드 시런의 퍼펙트(Ed Sheeran – Perfect)였다. 그녀도 평소에 자주 듣던 노래였다. 그가 노래를 시작했다. 중저음의 매력 있는 목소리가 바 안을 울렸다. 그의 얼굴에서 장난기가 사라지고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노래를 이어갔다. 마치 시를 읊는 듯한 진지함이 느껴졌고, 정말 가수가 된 것처럼 진중한 자세가 돋보였다. 그녀는 테이블에 턱을 괸 채 그의 노래를 감상했다. 농담으로 한 소리였지만 정말 노래로 여자를 꾈 수도 있을 법 했다. 노래가 끝이 나자 여기저기서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그녀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다가오는 그를 멀거니 응시했다. 일어서서 끌어안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그러나 그가 먼저 와서 하이파이브를 하자며 손바닥을 내밀었다. 그녀는 얼떨결에 그와 손바닥을 마주쳤다.

 

 “어땠어?”

 

 “응? 응…… 좋았어.”

 

 “어디 아픈 거 아니지?”

 

 그가 그녀를 심각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그녀의 양 볼이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녀는 약간 어지러운 듯 머리를 흔들어댔다.

 

 “취한 것 같은데…….”

 

 “제임스! 소피!” “James! Sopie!”

 

 어디선가 갑자기 나타난 헨리와 루시가 그들을 놀라게 했다.

 

 “지나가던 길에 제임스가 노래 부르는 것을 봤어요. 굉장히 잘 부르던데요?”

 “Pass the way, I saw James singing. You sang very well?”

 

 루시가 흥분하며 말했다. 옆에 있던 헨리가 도훈을 향해 엄지를 치켜세웠다. 지성의 눈이 살짝 풀린 채로 그들을 응시했다.

 

 “우린 저쪽에 핫한 술집이 있다고 해서 가는 중이었어요. 같이 갈래요? 우린 가서 춤추고 놀거에요.” “"We were on our way because there was a hot bar over there. Do you want to come with us? We're going to dance."

 

 헨리가 시내가 있는 쪽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도훈이 지성을 쳐다봤다. 어쩐지 취한 듯 몽롱해보였다. 데킬라 네 잔을 연속으로 마시더니……. 그는 괜한 짓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자!” “Let go!”

 

 고개를 좌우로 흔들던 지성이 갑자기 소리쳤다. 그녀는 이내 히죽히죽 웃기 시작했다. 그는 뭔가 불안한 징조를 느꼈다. 그러나 그녀는 결심한 듯 눈에 힘을 주고 시내 방향을 가리키며 비틀거리며 걷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의 몸을 주체하지 못하는 그녀의 어깨를 부축했다. 어쩌면 오늘 어떤 사단이 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

 

 

 헨리와 루시가 말한 바는 그들이 원래 있던 곳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 들어가기 전부터 빠른 리듬의 유명한 팝송들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입구에서부터 사람들로 북적였다. 도훈은 지성의 상태가 조금 우려됐다. 그러나 그녀는 단호하게 바 안으로 진입했다. 비틀거리던 걸음은 조금 나아졌으나 어쩐지 걱정을 떨칠 수가 없었다.

 

 “들어와요! 깊숙이 들어가야 해요!” “Come on in! We have to go deep!”

 

 헨리의 손짓을 따라 들어가자 본격적으로 춤을 추는 무대가 나타났다. 저마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몸을 흔들며 노는 인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갔다. 입구보다는 조금 덜 번잡했다. 쿵쾅거리는 스피커의 음향을 따라 가슴이 두근두근 댔다. 그는 지성이 있는 방향을 쳐다봤다. 그녀는 어느새 테이블 탁구를 하는 서양인들 틈으로 들어가 있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취해보였던 그녀는 묘하리만치 진지한 표정으로 탁구 내기를 하고 있었다. 정말 그가 알던 여자가 맞는지 헷갈릴 정도였다.

 

 “헤이.” “Hey.”

 

 헨리가 다가와 그에게 맥주를 건넸다. 그는 곧바로 한 모금을 마셨다.

 

 “네 여자친구가 취한 것처럼 보이네. 아깐 되게 조용했는데.”

 “Your girlfriend looks drunk. She was very quiet.”

 

 “그러게. 어쩌면 저 모습이 진짜일수도 있어.” “Yeah. Maybe that figure is real her."

 

 그는 취하면 본성이 나온다고 하는 속설을 떠올렸다. 말수가 적고 어딘가 차가워보이던 지성의 첫인상은 어쩌면 사회적인 가면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은 그녀의 진실 된 모습은 저렇게 활발한 여자일지도 모른다고.

 

 “맞다. 바로 어제 만났다고 그랬지! 석양이 질 때 우린 너네만 쳐다봤어. 키스할 줄 알았는데! 포옹이라니. 굉장히 실망했다고!”

 "That's right. You and her met just yesterday! We only looked at you when the sun set. I thought you guys were gonna kiss! just hug. I was so disappointed!"

 

 도훈이 웃으며 헨리의 장난기 섞인 말을 들었다. 루시가 그들에게 다가와서 단상 위로 올라가자고 졸랐다. 그녀는 남자들을 이끌고 먼저 단상으로 올려 보낸 뒤, 곧바로 지성을 데리러 갔다. 지성은 내기에서 진 듯 테이블 위에 올려져있던 맥주잔을 차례대로 마시고 있었다. 그런 지성을 루시가 빼내어 왔다.

 

 “이봐, 소피. 정신 차리고 네 남자친구한테 안겨.” “Hey, Sophie, wake up and hold him in the arms”

 

 소피는 무책임하게 지성을 도훈에게로 밀어 넣었다. 지성은 게슴츠레하게 풀린 눈으로 도훈을 쳐다봤다. 그녀가 갑자기 그를 확 끌어안았다.

 

 “여기 있었네. 귀여운 녀석.”

 

 그녀는 코맹맹이 소리로 말하며 그의 가슴께에 얼굴을 묻었다. 그렇게 정신을 잃은 듯한 상태로 있다가 갑자기 고개를 들고 온몸을 좌우로 흔들었다. 완전히 취한 게 분명했다. 농담으로 그녀에게 업고 간다고 했던 말이 현실이 되어가고 있었다. 헨리와 루시는 무아지경이 된 지성에게 신경을 끈 채 열렬하게 춤을 췄다.

 

 “헨리! 우린 이제 가봐야 할 것 같은데?” "Henry! I think we should go now?"

 

 그가 소리쳤다. 그러나 음악소리가 큰 탓에 헨리는 듣지 못한 것 같았다.

 

 “어딜 가!”

 

 그를 붙잡은 채 몸을 흔들던 지성이 갑자기 소리쳤다. 그녀의 흔들리는 눈망울이 그의 눈을 바라봤다. 무슨 말을 하려는 듯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갑자기 그에게 키스를 했다. 그는 입술이 포개진 것도 모자라 뻐금뻐금 물어대는 그녀를 놀란 눈을 하고 쳐다봤다. 그녀의 두 눈은 잠에든 것처럼 편하게 감겨있었다. 오로지 입술만 열성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이거 봐!” “Look at this!”

 

 옆에 있던 루시가 그 광경을 목격하고는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어댔다. 그는 말리고 싶었지만 이미 키스를 퍼붓는 그녀에게 잠식되어 있었다. 이젠 정말 모르겠다. 그는 포기를 한 채 눈을 감았다. 독한 알코올 향이 느껴지는 입술의 감촉에 최대한 집중했다. 어색하지만 황홀한 감각에 젖어들었다. 미숙하고 투박한 움직임이었지만 농염했다. 얼마나 지속되었는지 모를 정도의 시간이 지났다. 그녀가 입술을 떼고서 그의 품을 찾아들었다. 그가 눈을 뜨자 헨리가 괴상한 표정을 하고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루시는 악마 같은 얼굴로 웃으며 서있었다.

 

 “이봐들, 신경 꺼줬으면 좋겠어.” “Hey guys, Please move out of my way.”

 

 “이미 다 찍었어!” “I've already taken pictures!”

 

 루시가 휴대폰 화면을 그에게로 들이밀었다. 그와 그녀가 열성적으로 키스하던 장면이 그대로 사진에 찍혀 있었다. 그는 순간 민망해졌다.

 

 “어디 올릴 생각은 꿈에도 하지 마.” “Don't even think about uploading it up.”

 

 “걱정 마! 여기 네 페이스북 아이디를 입력해. 나중에 사진을 보내줄게.”

 “Don't worry! Enter your Facebook ID here. I'll send you a picture later.”

 

 그는 한 손으로 품에 안긴 지성을 받친 채 다른 손을 뻗어 루시의 휴대폰 액정을 두들겼다.

 

 “우린 이만 갈게. 좋은 시간 보내.” “We'll go first. Have a good time.”

 

 “그건 우리가 할 소리!” “That's what we're going to say!”

 

 그는 헨리와 루시에게 작별인사를 하고는 그녀를 번쩍 안아들었다. 어느덧 인산인해가 된 술집을 헤치고 나갔다. 그녀는 잠에 든 듯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는 아기같이 곤히 잠든 그녀를 쳐다봤다. 그 모습이 너무나 귀여웠다.

 

 

 *

 

 

 그는 지성을 안아 든 채 자신의 방으로 데리고 갔다. 그녀의 어깨에 걸려있던 핸드백이 보이질 않았다. 어딘가에 떨어뜨린 게 분명했다. 그는 그녀를 그대로 침대에 눕혔다. 아무렇게나 헝클어진 그녀의 머리를 손으로 다듬었다. 그는 가만히 누워있는 그녀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처음 그녀를 보았을 때 매료되었던 아름다운 얼굴이 그의 바로 앞에 놓여있었다. 갑자기 그녀가 말했던 로미오와 로잘라인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단순히 아름다움에 반한 걸까. 혹은 그 내면까지 사랑하게 된 걸까. 그는 전자와 후자가 다 해당된다고 굳게 믿었다. 그저 외모만 탐하고 싶다는 속셈이 아니라, 그녀와 대화를 하고 서로의 감정을 공유하고 싶었다.

 

 “난 사실…… 지성씨가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

 

 그는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조심히 되뇌었다. 벌써 이틀째 밤이 지나가고 있었다. 이제 내일이면 그녀와 함께하는 마지막 날이 될 터였다. 그는 슬픈 생각에 눈물이 차올랐다. 그의 뺨을 타고 흘러내린 눈물이 그녀의 감긴 눈 위로 떨어졌다. 그녀가 서서히 눈을 떴다. 몽롱한 눈빛을 하고서 그를 쳐다봤다. 손을 뻗어 그의 뺨을 쓸었다.

 

 “나……, 너…….”

 

 그녀는 외마디 목소리를 내고는 다시 눈을 감았다. 그는 눈물을 멈추고 그녀의 목까지 이불을 덮어주었다. 그녀가 하려던 말은 뭐였을까. 그는 궁금해졌다. 어떤 말이 되었든, 그와 생각이 같았으면 하고 바라게 됐다. 나는 널 사랑한다. 너와 언제이고 같이 있고 싶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5 15화. 재회 再會 2019 / 9 / 15 193 0 6054   
14 14화. 크리스마스엔 네가 올까요 <2부> 2019 / 9 / 15 211 0 8366   
13 13화. 크리스마스엔 네가 올까요 <1부> 2019 / 9 / 15 206 0 6141   
12 12화. 여행의 후유증 2019 / 9 / 15 216 0 6300   
11 11화. 모든 것이 제자리로 2019 / 9 / 15 206 0 7397   
10 10화. 화양연화 花樣年華 2019 / 9 / 10 202 0 7821   
9 9화. 우리 서로 말할 수 없는 것 2019 / 9 / 9 205 0 8571   
8 8화. 술에 취한 그녀는 과연 2019 / 9 / 9 213 0 7201   
7 7화. 사랑한다면 해야 할 최선의 행동 2019 / 9 / 7 207 0 8649   
6 6화. 사랑한다면 하와이로 떠나라 2019 / 9 / 6 203 0 5362   
5 5화. 귀엽다. 미칠 듯이. 2019 / 9 / 6 207 0 5872   
4 4화. 내겐 너무나 특별한 만남. 2019 / 9 / 3 218 0 6827   
3 3화. 알로하~ 하와이! (Aloha~ Hawaii!) 2019 / 9 / 2 206 0 6552   
2 2화. 나 홀로 신혼여행 2019 / 9 / 2 210 0 2931   
1 1화. 정체모를 고수익 아르바이트의 정체?! 2019 / 9 / 2 358 0 4554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