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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미운 왕자 새끼
작가 : 어사화
작품등록일 : 2019.9.1

인간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달의 뒷면 지하의 깊은 바다 속에는 아름다운 용국이라는 나라가 있다. 그러나 이 나라의 종족을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남성, 왕자 천마가 병에 걸려 혼인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지금 그의 유일한 치료법은 생김새가 비슷한 천천 대군의 몸에 그의 뇌와 생식 기관을 이식하는 것 밖에는 없다. 여왕과 국서는 어쩔 수 없이 허락을 하고 천마의 호위병정 다니엘이 천천을 잡으러 인간 세상으로 오게 되는데 그 때부터 일이 꼬여 버렸다.
해외 파병 근무를 나갔던 천재 의사가 휴가 중에 사랑했던 사람과의 꽃잠을 이룬 다음 날 실종이 되었다. 그의 연인이었던 윤슬은 6개월을 그를 찾아 헤맸지만 끔찍한 소문만 들릴 뿐 그의 흔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그러던 어느 날, 술에 취해 비틀거리던 그녀 앞에 그가 나타났다. 다른 여자와 결혼을 한다고! 이런 씨 발라서 뻐꾸기에게 던져 줘 버릴 새끼라고 욕을 한 바탕 들이붓고는 정신을 잃었는데 꿈 속에서 그가 타 준 치유꽃이란 전설의 꽃의 꿀물을 마시고 난 뒤부터 그에 대한 기억만 모두 사라졌다. 정신과에서는 해리성 기억 상실이라고 하고, 주위 사람들은 불쌍하다고 했다.
한국 병원에서의 스카웃 제의를 받고 옮긴 병원에 삼신 할매가 천년 묵은 산삼을 먹어가며 삼일 낮밤을 빚어낸 듯한 조각 미남의 해외 파병 군의관 출신 병원장이 새로 취임을 하는데, 이 남자 어딘가 낯설지가 않다. 거기다 이 남자와 계속 엮이는 걸 보니 그냥 스쳐 지나갈 인연은 아닌 것 같은데.......

 
동 트기 전의 어둠을 닮은 그녀.
작성일 : 19-09-08 20:14     조회 : 236     추천 : 0     분량 : 64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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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 세상 대한민국 어느 도심의 길 가. 새벽녘.

 

 ♬나를 버리고 가신 놈은 십리도 못 가서/ 기필코, 반드시/ 발병나라~♬♪

 

 윤슬이 발아래로 도심의 야경을 밟으며 음정, 박자, 가사 무시한 민요 가락을 구슬프게 읊조렸다.

 

 지대가 높아 도심의 야경이 그대로 보이는 성곽길과 맞닿은 마을길을 따라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마을길 끝에서 그런 그녀를 유심히 쳐다보는 한 남자의 예리한 눈빛.

 

 163cm정도의 키에 허리까지 내려오는 숱 많고 긴 머리스타일, 화장기 없는 얼굴인데도 이목구비에 예쁨이 철철 흘러넘치는 걸 보니 저 여자가 맞는 거 같았다.

 

 넘어질 거처럼 비틀거리며 걷는 윤슬의 그림자에게로 길고 건장한 몸집을 가진 또 다른 그림자가 성큼성큼 다가가 겹쳤다.

 

 발걸음을 멈춰 선 윤슬.

 

 “누구야? 다 덤벼! 내가 이래봬도 검도 6단이야!”

 

 때마침 둘 사이에 서 있던 가로수를 새벽바람이 건드리고 지나가니 낙엽이 우수수 떨어져 내렸다.

 

 윤슬은 보란 듯이 가방을 죽도 잡듯 잡더니 날리는 낙엽들을 향해 있는 힘을 다해 휘둘렀다.

 

 그녀를 막아 선 그림자가 비틀거리는 그녀를 잡아주려다 멈췄다.

 

 넘어질 것 같으면서도 넘어지지 않고 중심을 잘 잡았기 때문이었다.

 

 “죽도만 있었어도 내가 혼구녕을 내 주는 건데 너 오늘 재수 좋은 줄 알아. 그런 줄 알고 얼른 비켜!”

 

 윤슬은 거들먹거리며 자신을 막아선 그림자에게 오른손으로 비키라는 제스처를 했다.

 

 하지만 그녀를 막아 선 그림자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아이 씨~ 어떻게 생겨 먹은 작자이기에 사람 말을 씹어?”

 

 그녀가 그 때서야 게슴츠레 치켜뜬 눈으로 그 그림자의 얼굴을 쳐다봤다.

 

 그리고는 멈칫했다.

 

 “어?.....어! 이 사람 내가 아는 사람인데!”

 

 조금 전까지만 해도 연체동물처럼 흐물거리던 그녀가 갑자기 척추를 일자로 꼿꼿이 세운 인간이 되어 순식간에 그의 코앞까지 얼굴을 들이밀었다.

 

 코끝을 찡하게 찌르는 그녀의 술 냄새에 그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뒤로 젖혔다.

 

 그녀의 숨결에 섞여 나오는 알코올 입자만으로도 자신의 건강에 굉장히 해로울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분명 맞는데..... ”

 

 그녀는 뒤로 한 발짝 물러서서 게슴츠레한 눈빛으로 다시 한 번 그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어보았다.

 

 그러더니 검지로 그의 얼굴과 몸을 딱딱 집으며

 

 “저 판타스틱한 얼굴이며, 저 어메이징한 몸매며, 내가 좋아했던 체취까지...... 딱 나를 버리고 가신 배신자 새끼가 분명한데.....”

 

 뭐? 배신자 새끼?

 

 딱 봐도 대여섯은 어려 보이거만 웃어른한테!

 

 이런 막돼먹은 아래 사람을 봤나!!!!!

 

 그가 짝다리에 팔짱을 끼고, 오른쪽으로 고개를 기울이며 심기 불편하다는 눈빛으로 그녀를 쏘아보았다.

 

 “어머~ 싸가지 없는 저 자세! 조거 조거 배신자 새끼, 트레이드 마크인데.......”

 

 윤슬이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몸을 좌우로 흔들며 웃었다.

 

 나 참, 이런 여자 때문에 내가 여기까지 온 거야?

 

 그녀를 보는 그의 눈빛이 더 사나워졌다.

 

 눈을 가린 손가락을 벌리더니 그 사이로 그런 그를 본 그녀는,

 

 “저 재수 없는 눈빛도 너무 좋아, 배신자 새끼 너는 영원히 헤어 나오지 못할 개미지옥이야!”

 

 윤슬은 미친 듯이 웃으며 발까지 동동 굴렀다.

 

 천마가 종잡을 수 없는 그녀의 감정적인 행동에 슬슬 짜증이 날 무렵.

 

 그녀가 고개를 흔들고 두 손으로 뺨을 찰싹찰싹 때렸다.

 

 “내가 드디어 미쳤구나! 이거 완전 미친 거 맞아!”

 

 오~ 이제야 정신이 좀 돌아오는 모양이군!

 

 “그 놈은 저~어기 지구 반 바퀴를 돌아야 있는 ♪밤바야~♪, 그 아프리카 어딘가에서 죽었는지 살았는지 아직 소식도 없는데...... 교수님일 리가 없지! 휴우~”

 

 그녀는 그새 풀이 죽어 한숨을 내쉬었다.

 

 “제가 실례했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녀가 90도로 허리 굽혀 인사를 하고 그를 지나쳐 갔다.

 

 이제 완전 정신을 차린 거 같으니 이야기가 통하겠지?

 

 그가 그녀의 손목을 잡아챘다.

 

 그녀가 긴장된 표정으로 그를 쳐다봤다.

 

 “강 윤슬?”

 

 그녀의 미간에 주름이 졌다.

 

 어, 내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도 똑같잖아.

 차갑고 건조하지만 그 속은 따뜻한.......

 

 윤슬은 그의 얼굴을 다시 한 번 올려다봤다.

 

 윤슬과 눈이 마주친 그가 윤슬의 잡은 손을 놓았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의구심이 들었는데 내가 제대로 찾아 온 거 같군!”

 

 “진짜 내가 사랑하던...... 아니아니..... 하버드대 제 담당 교수였던 강 철인 교수님 맞아요?”

 

 윤슬이 눈을 꼭 감았다가 다시 뜨면서 진지하게 물었다.

 

 몸이 떨리는 것 같기도 했다.

 

 “그러니까...... 이 몸은 그 쪽이 사랑한 강 철인씨가 맞고, 이 머릿속과 거기...... 그러니까 나한테 중요한..... 어쨌든 아니고......”

 

 그는 그녀에게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많은 생각을 했지만 그녀가 납득할만한 방법을 찾을 수가 없었다.

 

 다행히 그녀는 그의 말에는 별 의미를 두지 않으며 이미 확신한 듯 그를 바라보는 눈빛이 따뜻해졌다.

 

 “배신자, 안녕!”

 

 로봇처럼 손을 각지게 흔들며 인사를 했다.

 

 갑자기 귀여워진 그녀의 모습에 그는 피식 웃었다.

 

 하지만 그녀의 표정은 돌처럼 굳어졌다.

 

 그가 웃는 게 싫은 듯이.

 

 그녀도 그럴 것이,

 

 그의 생사도 모른 체, 매일 밤 이렇게 술에 의지하지 않으면 걱정과 그리움에 살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이렇게 멀끔하게 나타나서는 남의 속도 모르고 웃다니......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어 오르는 걸 온 힘을 다해서 꾹꾹 눌렀다.

 

 “근데 배신자 너는, 오늘도 어떻게 이렇게 싸가지가 없냐? 그럴 땐 이게 약이지!”

 

 그러면서 윤슬이 그에게 바짝 다가섰다.

 

 그녀에게서 강렬히 뿜어져 나오는 쌔한 기운이 그를 덮쳤지만, 미처 대처하기도 전에 그녀는 그의 정강이를 걷어차고 있었다.

 

 눈앞에 별이 다섯 개쯤 반짝였다.

 

 너어~ 내가 누군지 알고 감히!

 

 걷어차인 정강이처럼 그의 얼굴도 붉으락푸르락 했다.

 

 그는 용국 왕자의 품위를 위해 참으려고 몸을 꼬아 봤지만 정강이가 너무 아파 참을 수가 없었다.

 

 그도 모르게 허리를 굽히고 손으로 정강이 뼈를 쓰다듬었다.

 

 “그래, 사람이 인사를 했으면 답례는 해야지...... 참 잘했어요.”

 

 윤슬은 그의 뒤통수를 손으로 쓰다듬더니 엉덩이까지 토닥거렸다.

 

 “야아! 이게 진짜 보자보자 하니까.”

 

 그는 후회가 물밀 듯이 계속 밀려왔다.

 

 내가 왜 이런 여자 때문에 위험을 무릅쓰고 여기까지 온 건지.......

 

 그냥 그 분이 부탁한 것만 들어주고 가면 되는데, 왜 이런 시련을 당하고 있어야 하는 건지.....

 

 하지만 그녀가 그런 그의 마음을 알 리 없었다.

 

 그가 화를 내든지 말든지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가 표독스런 눈빛을 하고 계속 그에게 잔소리를 해댔다.

 

 “그리고 너어~ 연락을 못하면 꿈에라도 자주 놀러 오고, 그래야 될 거 아냐? 어떻 게 한 번도 안 올 수가 있어? 내가 너를 얼~마나 그리워하고 걱정하고 있는지 알면서? 어?”

 

 “이런 꼴 볼까 겁이 나서 못 왔다. 왜?”

 

 그가 신경질적으로 답하며 쏘아보았다.

 

 “오옹~ 고랬어?”

 

 윤슬은 팔을 배배 꼬아가며 실실 웃었다.

 

 인간은 다 이런 건가? 이상해.

 쓰앵님의 말씀이 옳았어.

 인간 세상은 위험해.

 

 그는 그녀와 이런 상태로 더 있었다가는 그 분의 은혜를 원수로 갚을까 봐 서둘러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그녀의 어깨를 잡고 흔들었다.

 

 “정신 좀 차려 봐요, 강 윤슬씨!”

 

 “강 윤슬씨? 나? 나 정신 말짱한데! 너가 배신잔 거 단번에 알아 봤잖아.”

 

 맞는 말 같기도 하고......

 

 “그래요, 정신 말짱할 때 내가 하는 말 잘 들어요.”

 

 그는 그녀를 더 이상 상대할 힘이 없었다.

 

 “말해 봐.”

 

 “나 이제 가 봐야 해요. 마(하는데)”

 

 윤슬이 그의 말을 싹둑 잘라 먹었다.

 

 “또 어디 가게? 온 지 얼마나 됐다고 또 간대?”

 

 “그게 아니라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는데, 그게......”

 

 윤슬은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

 

 손으로 그의 입을 막고는 그를 바라봤다.

 

 혹시........ 진짜........ 죽었다는 건가?

 그래서 이생에서 마지막으로 인사를 하러 왔다는 건가?

 안 돼! 하지 마!

 

 “다른 여자랑 결혼이라도 하는 거야?”

 

 머릿속에서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다른 말이 자신도 모르게 입 밖으로 툭 튀어 나와 버렸다.

 

 윤슬의 손을 떼어낸 그는,

 

 “어, 곧 하겠지.....”

 

 갑자기 훅 들어오는 그의 대답에 윤슬은 머리가 어질어질 했다.

 

 어라? 이게 아닌데.

 죽은 게 아니고 결혼한다고 말하러 왔다고?

 

 그녀의 눈에 순식간에 눈물이 충전됐다.

 

 그가 그녀의 얼굴을 살폈다.

 

 “내가 결혼한다는데 그 쪽이 왜 울상이야?”

 

 윤슬이 눈을 치켜뜨며 그를 타 죽이려는 듯한 눈빛으로 째려봤다.

 

 천마는 일단 그런 윤슬의 눈을 피했다.

 

 “결혼한다고? 근데 왜 내가 우냐고? 와아~ 뭐야? 이 인간! 완전 미친 개 돌 아 이 뻐꾸기 쓰레기 꼴통 사기꾼 새끼 아냐? 너, 언~ 년이랑 바람피운다고 그 동안 숨어 있었냐?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년이랑 바람을 피웠기에 흔적도 안 남겼냐고?”

 

 그녀의 눈빛에 서슬 퍼런 증오심과 눈물이 서렸다.

 

 아~ 맞다. 저 여자는 내가 그 분인 줄 알고 있지!

 

 “미안, 내가 하려는 말은 그게 아니고(하는데)”

 

 그녀가 말을 싹뚝 잘랐다.

 

 “그래, 너 같이 잘난 놈이 나 같이 후줄근한 여자를 사랑했다는 거 자체가 기적이었어. 사실 그 동안 불안하긴 했어. 우리 사랑의 유효기간이 너무 긴 거.......”

 

 그녀가 말을 잇지 못하고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하고 싶다.

 미치도록 하고 싶다.

 그 분이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여자에게 하지 말라던 그 말을 하고 싶어 미칠 것 같았다.

 

 그의 얼굴에 괴로움이 묻어 나왔다.

 

 “허, 그 표정은 뭐야? 네가 지금 나보다 더 힘들어?”

 

 잘 버티던 그녀가 무너져 내렸다.

 

 바닥에 주저앉아 대성통곡을 했다.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이 뻐꾸기 쓰레기 같은 놈이 나를 버리고 가신 줄도 모르고 벨도 없이 찾아다니다 제가 발병 나게 생겼습니다.”

 

 “아니, 그게 아니고!”

 

 천마가 쪼그리고 앉아 그녀를 달래보려 했지만 불난 집에 휘발유를 뿌리는 격이었다.

 

 “됐어, 가! 씨 발라서 뻐꾸기에게 줘도 아까울 쓰레기 새끼야!”

 

 그녀는 동네가 떠나가라 울며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예상도 못했던 일에 그는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녀 옆에 앉아서 욕을 하면 듣고, 때리면 때리는 대로 맞고......

 

 아무리 인간의 사랑이라는 감정을 배워보려, 익혀보려 노력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는지 누가 좀 가르쳐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거 하나는 알고 있었다.

 

 도망치면 안 된다는 것을.......

 

 한참을 울고, 욕하고, 때리던 그녀가 지쳤는지 바닥으로 쓰러졌다.

 

 천마가 급히 그녀를 안아 올렸다.

 

 “정신 좀 차려 봐요.”

 

 그녀를 흔들어 깨웠다.

 

 그녀가 천천히 눈을 떴다.

 

 그녀는 그를 한 동안 응시하더니 손을 들어 그의 얼굴에 갖다 댔다.

 

 “나 아닌 다른 사람과 결혼하지 마세요. 사랑합니다, 강 철인 교수님......”

 

 그녀가 더 깊이 그의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그는 그녀의 눈물이 자신의 몸에 슬금슬금 스며들어 오자 심장이 내려앉는듯한 아픔을 처음으로 느꼈다.

 

 이 아픔은 논자의 시리즈에서 배웠던 인간의 본능적인 감정보다 더 아름답고 치명적인 유혹이었다.

 

 *

 *

 

 동 트기 전 어둠의 새벽.

 

 천마의 등에 업힌 윤슬이 가리킨 곳은, 나지막한 골목길을 따라 들어서 있는 집들 가운데 돌담장 위로 예쁜 꽃이 피어 있는 집이었다.

 

 이 눈을 감고도 찾아갈 만큼 이 발이 수 십 번을 오갔을 이 길을,

 그는 지금 그녀의 안내를 받아 겨우 찾아가고 있었다.

 

 목재 대문을 열고 들어가니 작은 꽃나무 몇 그루와 테이블이 놓여있는 소담한 마당이 나오고, 멋스런 기와와 서까래, 방 앞으로 나와 있는 길고 좁작한 마루가 먼저 눈에 들어오는 한옥이었다.

 

 다행히 마루를 짚고 올라서 문을 여니 바로 침대가 놓여 있는 방이 나왔다.

 

 침대에 그녀를 눕히고 이불을 덮어 줬다.

 

 처음 봤을 때보다 더 안쓰러워진 얼굴이었지만 여전히 예뻤다.

 

 가슴에서 뻐근한 통증이 올라왔다.

 

 그녀를 보는 그의 마음이리라!

 

 천마는 죄책감에 더 이상 그녀를 볼 수가 없었다.

 

 돌아서 나오려는데 그녀가 천마의 손을 잡았다.

 

 “가지 말고 내 옆에 있어줘요.”

 

 천마가 그녀를 봤다.

 

 언제 눈을 떴는지,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알았어요. 안 갈 테니까 얼른 자요.”

 

 그녀는 고개를 한번 갸우뚱 하더니 다시 눈을 감았다.

 

 그를 잡은 그녀의 손아귀에서 힘이 풀리자 그가 조심스럽게 자신의 손을 빼냈다.

 

 그리고 그녀의 손을 이불 속에 넣어 주었다.

 

 잠들어가는 의식 속에서도 그를 붙잡는 그녀를 보니 쉽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뭐라도 해 주고 가고 싶었던 그는 깊은 고심을 하며 그녀의 집 안을 살펴봤다.

 

 고풍스런 집 외부와 달리 집 내부는 현대적으로 리모델링하여 방 한칸, 거실 겸 작은 부엌 한칸, 욕실 한칸으로 원룸처럼 소박하게 이루어져 있었다.

 

 하지만 밖의 새벽 빛깔과 비슷한 스탠드 조명 아래로 보이는 집안의 바닥은 헐.......

 

 곳곳에 옷가지들이 널려 있고, 소주병과 맥주 캔들도 쓰러져 있었다.

 

 먹다 만 과자 부스러기와 봉지, 음식물, 의학 서적들과 잡지들, 각종 쓰레기들 등등도 있어야 할 제자리가 어딘지를 잊은 채 바닥에 뒹굴고 있었다.

 

 동물들이 사는 우리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충분히 지저분했다.

 

 천마는 한숨을 쉬었다.

 

 그나마 그녀가 이 집에서 깨끗해 보이는 침대 위에 누워 있다는 게 참으로 다행스럽게 느껴졌다.

 

 도대체 저 여자는 이 남자와 어떤 사랑을 한 것일까?

 

 어떤 사랑을 했기에 이렇게 힘들어 하는 것일까?

 

 천마는 문득 궁금해졌다.

 

 그는 그녀의 이마에 손을 대고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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