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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고딩부부
작가 : 플라다
작품등록일 : 2019.9.8

하나를 안았을 때 반짝이던 하나의 눈동자.
좀 더 보고싶은 그 눈동자가 눈꺼풀에 의해 스르르 감기던 순간.
찬은 다시 한 번 하나의 눈동자가 보고 싶었다. 눈을 뜨고 자신을 보아줬으면 싶었다.
찬이 하나를 안고 보건실로 달릴 때 찬의 심장은 뛰기를 멈춘 것만 같았다. 심장만 멈춘 것이 아니라 세상이 멈춘 것 같았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하나를 안고 달릴 때 오래전 기억하나가 찬에게 떠올랐고, 찬은 두려웠었다.
그 후, 찬은 하나가 괜찮은 걸 여러 차례 확인하고서야 안심을 했다.
“전학생….”
찬은 어쩐지 하루 종일 이름도 모르는 그 여자아이가 신경 쓰였다. 하나의 잔상이 찬에게 오래도록 여운을 남기는 날이었다

 
미성년도 결혼합니다
작성일 : 19-09-08 14:51     조회 : 204     추천 : 0     분량 : 8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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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화.. 음하하핫, 결혼으로부터 얻는 자유!

 

 

 

 찬은 어릴 적 아버지로부터 직접 고아원에 보내졌다. 아버지의 외도로 인해 부부는 이혼 전 극심한 전쟁을 치르고 있었고, 그때 그들은 남매 중 하나씩 각각 데리고 헤어졌다. 찬의 아버지는 그때 찬을 잠시 고아원에서 지내도록 했지만 그것이 찬에게 얼마나 큰 상처로 남게 될지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찬은 탐스러운 긴 머리칼을 가진 한 아이를 만나기 전까지 고아원에서 입을 닫고 마음의 문을 닫고 있었다.

 

 찬에게 말을 붙여오는 아이가 있다면 찬은 거칠게 주먹다짐을 벌이거나 음식을 상대에게 엎어버리기 일수였다. 그렇게 자기도 모르게 자기방어를 하고 있던 찬에게 밝게 다가오던 여자아이. 그 아이는 고아원이 있는 마을에 사는 아이였는데 찬이 거칠게 나오면 나올수록 찬에게 친절했고, 밝았다. 찬은 자기가 못되게 굴어도 다정한 그 아이가 어쩌면 바보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도 내심 그 아이를 좋아했다. 그 아이 때문에 그 아이와 있는 시간이 즐거우면서 찬은 일부러 안 그런 척 했고, 일부러 골려주곤 했다. 그런데 그 어느 하루 그 아이가 못 보던 노란머리핀을 양쪽에 꽂고 다른 날과 달리 조용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찬은 그 아이가 웃지 않는 것이 싫어 그 아이의 머리핀 한쪽을 빼앗아 부숴버렸다. 찬은 이번에도 그 아이가 괜찮다고 할 줄 알았는데 아이는 돌아가신 엄마가 남긴 물건이라며 부서진 머리핀을 안고 슬프게 울고 또 울었다.

 

 

 “엄마가 너무 보고 싶어서 아껴둔 머리핀을 한 건데….”

 

 

 찬은 그 아이는 고아원생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 아이에게 부모가 없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을 못했었다.

 

 찬은 미안한 마음에 부서진 머리핀을 고쳐주려고 빼앗아 달아났는데 그것이 그 아이와의 마지막이었다. 그날 찬의 아버지가 고아원으로 찬을 데리러 왔을 때 찬은 울고불고 가지 않겠다고 울었다. 찬은 그 아이에게 미안해서 그 아이의 머리핀을 고쳐 돌려주지 않고는 떠날 수 없었는데 찬의 아버지는 막무가내로 찬을 서울로 데리고 왔던 것이다.

 

 얼마 뒤 찬은 아버지의 눈을 피해 발이 부르트도록 걷고 길을 물으면서 며칠을 걸었는지 모르게 먹지도 못하고 겨우겨우 고아원을 찾아왔지만 그 아이를 만나지 못했다.

 

 고아원 원장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달려온 아버지는 호랑이 같은 얼굴로 찬을 호되게 몰아붙였고, 찬은 며칠 동안 병원에 입원을 해야 했었다.

 

 찬은 이미 희미해진 그때의 기억을 떠올려보았다. 그 아이의 이름도 생각나지 않았고, 얼굴도 기억나지 않지만 그 탐스러운 긴 머리칼만은 또렷이 기억했다.

 

 

 “바보같이….”

 

 

 찬이 고아원에 있는 동안이 가장 행복했다는 것은 그 아이와 함께였기 때문이고 그 아이에 대한 마음은 미안함이었다.

 

 침대에 벌렁 누운 찬은 지금처럼 돌려주지 못한 머리핀을 만지작거리는 것이 오랜 습관이 되었다. 노란머리핀에 붉은 실로 엮여진 팔찌가 둘둘 묶여 있는 것은 찬이 초등학교 때 여행 갔던 대만에서 사온 걸로 붉은 팔찌를 서로 나눠가진 사람들은 절대로 헤어지지 않고 언젠가는 다시 만나게 된다는 전설을 믿고 싶어서였다. 찬의 팔목에도 같은 붉은 팔찌가 묶여 있었다.

 

 

 “울지마. 소녀….”

 

 

 울고 있는 것은 소녀가 아니라 찬 자신이었다.

 

 찬은 언제나처럼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로 시작되는 들장미 소녀 캔디를 휘파람으로 불고 있었다. 이 노래는 찬의 어머니가 즐겨 부르던 노래였는데 찬이 휘파람으로 불었다.

 

 오늘처럼 남모르게 찬이 눈물을 흘릴 때면 그 소녀의 노란머리핀이 찬에게 위로가 되어 이제 찬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물건이 되었다.

 

 노란머리핀이 된 그 소녀는 아직 어린 소년에 머물러 있는 찬을 위로했다.

 

 이런 숨 막히는 생활에 찬은 질식할 것만 같았다.

 

 찬은 한시라도 빨리 부모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롭고 싶었다.

 

 찬의 가족구성원은 복잡했다. 찬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이혼하면서 찬은 아버지가, 찬의 여동생 선은 어머니가 데리고 친권과 양육권을 가졌다. 현재 아버지에게는 새어머니와 새어머니가 낳은 남동생이 있었고, 어머니에게는 선과 어머니의 남편, 그리고 찬보다 스무 살 이상 많은 형들과 누나가 있었다.

 

 세상 사람들은 찬의 아버지와 찬의 어머니에게 존경과 찬사를 보냈다. 그렇지만 그들 속에 섞이지 못해 뛰쳐나온 찬은 아버지에게도 어머니에게도 짐과 같은 존재에 불과했다. 어머니의 눈물도 찬에게 싫기는 마찬가지였다.

 

 

 “내가 결혼이라도… 한… 다… 면…??”

 

 

 여러 가지 생각을 하던 찬의 머릿속에 결혼이 떠올랐다.

 

 머리를 갸웃 거리던 찬이 핑거스냅으로 ‘딱’ 하며 경쾌한 소리를 냈다.

 

 

 “빌딩!”

 

 

 찬의 이름으로 되어 있는 빌딩을 지금은 찬의 어머니가 관리를 해주고 있지만 찬이 결혼을 하게 되면 찬에게 모든 권리를 넘겨주기로 했던 것을 기억해냈다.

 

 

 “그래 그거야, 부모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지는 방법!”

 

 

 찬은 행복한 마음으로 자신과 결혼을 해도 좋을 만한 얼굴을 한 사람, 한 사람 떠올려보았다.

 

 

 “조물주 밑에 건물주였어. 내가. 오 찬란하다.”

 

 

 제일 처음 떠오른 사람으로는 부모님이 모두 좋아할 황이설.

 

 

 “아냐아냐. 이설은 내 스타일이 아니기도 하지만 내 일거수일투족을 부모님께 보고서 쓰듯 보고할 거야 안 되지 안 되지.”

 

 

 찬이 생각해선 안 될 것을 생각한 듯 고개를 세차게 흔들어 머릿속 생각을 털어버렸다.

 

 사실, 찬이 처음 생각한 얼굴은 하나였지만 하나의 이름을 모르기 때문에 후순위로 밀렸던 것이고 지금 온통 찬의 머릿속에는 하나의 얼굴이 둥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다음날 하나는 등굣길에 간밤에 할머니와 나눈 대화를 생각하며 걸었다.

 

 

 “할머니, 나는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랑 결혼하고 싶어.”

 

 “그게 누군데?”

 

 “누구? 아직 누구 생각해 놓은 사람은 없어. 그렇지만 꼭 사랑하는 사람하고 결혼할거야.”

 

 “이 핼미 소원인데 핼미가 니 서방 못 보고 죽으면 으떡헐라고.”

 

 “할머니 협박 하지마.”

 

 “하나야. 이 핼미 얼마 안 남았어….”

 

 

 고개를 푹 숙이고 학교로 향해 걷는 하나는 갑자기 할머니와 인생 사이에서 갈등이 깊었다.

 

 하나의 로망은 잘 생기고 키 큰 남자와 썸을 타고 대신 죽을 수도 있을 깊은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고, 그 사람을 닮은 아이들을 낳고 사는 그런 것이었는데 갑자기 고3에 대학이 아니라 결혼을 고민해야 하다니….

 

 하나는 생각만으로도 너무 불행한 삶이 될 것 같아 자신도 모르게 길에서 고함을 지르고 말았다.

 

 

 “이건 말도 안 돼!”

 

 

 지선이 하나를 발견하고 걸어오다가 하나의 고함에 깜짝 놀라 물었다.

 

 

 “아휴, 깜짝이야. 뭐가 말도 안 되는데?”

 

 “지이서언아아아!”

 

 

 하나가 지선의 목을 끌어안으며 엉엉 우는 소리를 내었다.

 

 

 “하나야.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지선아, 나 결혼해야 돼!”

 

 

 지선이 하나의 이마와 자신의 이마를 짚었다.

 

 

 “열은 없는데….”

 

 “아직 꿈 꾸냐? 아님 며칠 전 충격이 아직도 남은거야? 우리 고3이야. 고3. 입시생! 잡생각 할 틈 있으면 수학공식 하나라도 더 외우라고! 빨리 가자!”

 

 

 지선이 하나의 말은 들을 필요 없다는 듯 하나의 팔을 잡아끌고는 교실로 향했다.

 

 

 하나와 지선이 들어가려는 3학년 5반 앞 복도에 아이들이 바글거렸다.

 

 

 “뭐야? 3학년 5반에 무슨 구경거리라도 났어?”

 

 

 지선이 하나의 손을 잡고 아이들 틈을 비집고 교실 문 안을 들여다보았다.

 

 자체발광이 이런 걸까? 황이설이 앉아 있는 자리에 환한 빛이 한 가득했다.

 

 하나가 두 손을 모으고 황이설을 이설님이라며 황홀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을 때 어디선가 들려오는 공포의 목소리가 있었다.

 

 

 “이봐, 전학생, 정신 줄 놓지마!”

 

 “힉!”

 

 

 겁에 질려 자동으로 올라간 하나의 어깨를 잡고 찬이 개구쟁이처럼 흔들어 하나의 몸이 정신없이 흔들렸다.

 

 

 “아, 놔.”

 

 

 하나가 얼결에 냅다 주먹을 휘둘렀을 때 민첩한 찬이 고개를 뒤로해 하나의 주먹을 피했다.

 

 

 ‘미쳤어. 미쳤어.’ 하나가 이 상황을 수습할 수 없을까봐 가슴을 졸였다.

 

 “와하하하하하. 이야, 전학생. 너 매력 있어. 이런 경우에 주먹이라니. 하하. 예측불허 전학생.”

 

 

 찬이 기분 좋은 웃음을 흘렸다.

 

 그 사이 하나가 냉큼 자리에 가서 앉아 개미 목소리만한 소리로 궁시렁 거렸다.

 

 

 “예측불허는 너라고, 기찬!”

 

 “다 들린다. 전학생!”

 

 

 ‘아이고 두야.’ 하나가 몸을 움츠리고 고개를 돌려 동태를 살피는데 뒷자리로 딱 자리를 바꿔 앉은 찬과 시선이 마주쳤다.

 

 

 “힉, 기찬.” 소리를 내며 손으로 입을 막았다.

 

 “그래 나 기찬이다. 근데 뭘 그렇게 놀래? 내가 전염병 환자라도 되냐?”

 

 “아니, 아니 그런 뜻이 아니라.”

 

 

 하나는 어쩐지 자꾸 찬과 엮이는 것이 불안했는데 이제 찬이 하나의 뒷자리에 앉았던 친구를 겁박해 자리까지 바꿔 앉았으니 앞으로 고생길이 훤했다.

 

 

 “황이설이 그렇게 좋냐?”

 

 

 찬은 아무렇지 않은 듯 아주 친한 듯 하나에게 물었다.

 

 

 “응. 좋아. 아쭈우우우 좋아.”

 

 

 하나가 속으로 ‘베에에에.’ 혀를 내밀 듯 말하고는 고개를 돌려 앉았다.

 

 

 “그럼 가서 말해. 좋아한다고!”

 

 

 하나의 황이설에 대한 사랑은 하나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였다. 하나는 엄마가 죽고 얼마 후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신 씩씩한 고아 역을 맡은 이설을 보고 그때부터 자신도 극중 이설이 맡은 역처럼 씩씩하게 살려고 노력하며 이설을 자신의 롤모델로 여겼던 것이다. 전학 오기 전 하나는 반대하는 할머니 모르게 학교 연극동아리 반에서 연기를 배우던 중이었다.

 

 인기 드라마의 주인공 역을 맡은 황이설이 오랜만에 학교에 등교를 한 날이니 이설을 보기 위해 학교 안의 아이들이 모두 5반 앞 복도로 몰려들었다. 이설은 여배우 조미홍의 딸로 아역 때부터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받고 살아왔기 때문에 이런 시선쯤 늘 겪는 일이라 아무렇지 않은 듯 여유 있는 표정이었다.

 

 

 “전학생, 인사하려면 입가에 침 좀 닦지 그래.”

 

 “우쒸.”

 

 

 찬이 하나의 손을 잡고 이설의 앞에 하나를 세웠다.

 

 찬이 하나의 손을 잡고 있는 것에 이설의 표정이 보이지 않게 일그러진 것을 아무도 보지 못했다.

 

 

 “찬아, 오랜만이야.”

 

 

 학교에 잘 나오지 않는 이설이 전학 온지 얼마 되지 않은 찬을 어떻게 알고 아는 척을 하는지 반 아이들 모두 의외라는 듯 찬과 이설을 보았다.

 

 

 “응. 오랜만이야.”

 

 

 거기다 찬도 이설에게 오랜만이라고 인사를 했으니 그렇다면 서로 알고 있는 사이라는 것이 되는데….

 

 하나의 머릿속이 엉켰다. 천하제일의 깡패 같은 찬과 인기배우 황이설은 어느 면으로 봐도 서로 알고 지낼 사이가 아니었다.

 

 

 “여기 우리 반 전학생이야. 이름이… 야, 전학생 너 이름이 뭐냐?”

 

 

 찬이 이번엔 하나의 양어깨를 잡고 이설을 향해 말했다.

 

 

 “난, 하나야. 오하나!”

 

 

 하나가 상기된 표정으로 자신이 이설님으로 생각하는 이설에게 말했다.

 

 

 “응. 내 이름은 알지?”

 

 “그… 그럼. 나 네 팬이야, 네가 나오는 드라마, 영화는 빼놓지 않고 다 봤어.”

 

 “고마워.”

 

 “그리고, 여기로 전학 오기 전까지 나도 연극반에서 활동했어.”

 

 “어머, 그래?”

 

 “나도 너처럼 멋진 연기자가 될 거야. 내 꿈이야.”

 

 “풋. 라이벌이 여기 있었네.”

 

 “무… 무슨 라이벌이라니? 당치않아.”

 

 “어쨌든 잘 해봐.”

 

 

 하나가 이설과 인사를 하고 자리로 돌아와 기분이 하늘을 나는 듯 행복한 표정이 되어 있을 때 차마 이설에게 가까이 가지 못하는 반 아이들이 하나의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황이설 어때? 무슨 얘기했어? 완전 예쁘지.”

 

 

 지선은 다른 아이들과 달리 고개를 갸웃거렸다.

 

 

 “의외네. 저 기찬이 황이설과 아는 사이라니… 이상해. 이상해.”

 

 “이상하긴 뭐가 이상해.”

 

 

 이설에게 자기를 소개한 하나는 마냥 기분이 좋았다.

 

 

 찬과 이설은 한동네에 살았고, 양쪽 부모가 다 아는 사이라 어려서부터 알고지내는 사이였다.

 

 이설은 찬과 함께 유치원, 초, 중, 고를 함께 다녔다. 유치원 때 찬은 운동이면 운동, 노래면 노래, 그림이면 그림, 악기까지 못하는 게 없는 아이였다. 그때부터 이설은 찬을 좋아했고, 찬이 부모님 때문에 속앓이를 하는 것을 엄마를 통해 알고 있었지만 그런 것은 이설에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여자에게 관심이 없는 찬이 아무 볼품도 없어 보이는 여자애를 자신에게 소개한 것에 기분이 상했다. 찬이 여자아이를 가까이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설은 그것에 마음이 상했다.

 

 

 “찬아, 지금 이름도 모르는 애를 나한테 소개한 거야? 거기다 여자애를? 너 많이 변했다.”

 

 “내가 변하긴 뭘 변해. 늘 똑같지. 근데 넌 무슨 바람이 불어서 학교에 온 거냐?”

 

 

 찬은 혹시나 엄마의 부탁을 받고 자신의 동태를 살피러 학교에 온 것일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학교 같은 거 나한테 의미 없지만 고3이니까… 대학 가야지.”

 

 

 이설은 찬에게 말 한 것과 달리 마음속에서는 ‘찬, 네가 우리학교로 전학을 왔다고 해서 너하고 함께 학교에 다니고 싶어서 왔어.’라고 말하고 있었지만 이설은 자신이 찬을 먼저 좋아한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후, 황이설 안 받아주는 대학도 있겠냐?”

 

 “장난 아냐! 나.”

 

 “그래그래. 황이설은 팬들 기대 저버리면 안 되지.”

 

 

 찬의 시선이 마냥 들뜬 표정을 하고 있는 하나를 향했다.

 

 

 “넌, 안가? 아저씨 병원 이어야지.”

 

 

 - 타악

 

 

 이설의 말에 찬이 무서운 얼굴로 이설의 책상을 손바닥으로 내리치자 큰 소리가 났다.

 

 

 “이설, 내가 경고하는데 아무리 너라도 내 얘기, 우리 집안얘기 하는 거 내가 안 참는다.”

 

 “미… 미안해 찬아, 알았으니까 그런 무서운 얼굴 하지마. 내가 실언했어.”

 

 

 이설은 찬이 가족 얘기하는 걸 싫어한다는 걸 알면서 하필 이럴 때 찬이 싫어하는 얘기를 꺼낸 자신을 자책했다.

 

 

 찬이 무서운 얼굴이 되어 하나의 뒷자리에 앉자, 하나와 주변의 친구들이 두려움에 떨었다.

 

 하나는 이 학교에서의 생활이 한편으로는 기쁘고, 한편으로는 쉽지 않을 것 같은 불안감을 떨칠 수 없었다.

 

 찬은 학교에서만이라도 아버지를 비롯한 가족의 그늘에서 벗어나고 싶었는데 찬의 가족사를 모두 알고 있는 이설과 같은 학교를 다니는 것이 달갑지 않았다.

 

 

 이설은 반 아이들의 환대 속에서 하루를 보냈지만 정작 자신이 좋아하는 찬에게 찬밥대접을 받아 별로 기분이 좋지 않았다.

 

 

 ‘찬, 너 나중에 후회할거야. 찬 앞에 앉은 저 계집애는 평민 같은데 왜 네가 신경을 쓰고 그래.’

 

 

 찬은 어제 자신이 했던 생각, 결혼! 그것도 사실은 계약결혼! 계약결혼에 대해서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하는 중이었다. 이미 찬은 마음속으로 상대를 정해두고 있었지만 정작 찬 자신이 알지 못해 생각이 상대의 주위를 배회하고 있었다.

 

 ‘여자는 무조건 예뻐야 돼. 그리고 절대 뚱뚱해서는 안 돼. 공부를 못해도 곤란해. 그건 센스가 없을 수 있다는 거니까. 집안은? 나와 결혼을 할 거라면 좋아야… 아니지 좋아선 안 되지… 나를 통제하려고 들면 곤란하니까. 그보다….’

 

 찬의 생각의 끝자락에 아버지의 얼굴이 떠올랐다.

 

 

 ‘아버지… 찬의 아버지는 찬의 결혼 상대라면 아주 좋은 집안을 원할 것이다.’

 

 

 찬은 아버지가 뒷목 잡을 상대를 생각하니 웃음이 번져 나왔다.

 

 ‘하하하하하하. 이 무슨 즐거운 상상인가? 아버지가 뒷목 잡을 상대. 부모로부터 자유로운 고아. 대체로 예쁜 얼굴과 빠지지 않을 몸매. 아니 몸매는 좀 시원치 않고 마른편이지만 대충 봐줄만 하고….’

 

 찬의 생각은 점점 찬이 생각했던 상대의 모든 조건에 맞춰갔고, 그 조건을 모두 갖춘 여학생을 발견했다고 생각했다. 상대는 바로 지금 찬이 그 뒷모습을 보고 있는 오. 하. 나.

 

 어제 찬은 분명 하나할머니가 하나를 빨리 결혼시키고 싶어 하는 것을 들었으니 하나 쪽은 별 문제 될 것이 없었다.

 

 ‘음하하하하하하하. 다 죽었어!’

 

 

 찬이 수업시간 내내 하나의 등짝을 상대로 혼자 별별 상상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처럼 이설은 많이 달라진 찬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 띠리리리리링

 

 

 종일토록 찬은 빨리 수업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그것은 바로 하나와의 결혼을 서두르기 위해서였다.

 

 

 “오하나!”

 

 

 찬이 하나의 이름을 부르자 놀란 하나의 어깨가 들썩거렸다.

 

 

 “아휴, 깜짝이야!”

 

 “너 오늘 나하고 같이 가!”

 

 “어… 어딜?”

 

 “병원!”

 

 “병원?”

 

 “너 할머니 병원에 가야하잖아. 내가 태워준다고!”

 

 “아냐. 됐어. 내가 알아서 갈게.”

 

 “태워준다고 할 때 가자!”

 

 

 찬이 하나의 목을 잡고 끌었다. 누가보아도 그것은 하나가 찬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모습이지만 이설의 눈에는 찬이 하나를 좋아하는 것처럼 보였다.

 

 

 “찬, 나 좀 방송국에 데려다 주면 안 돼? 오늘 학교 오느라고 매니저 오빠도 없는데.”

 

 

 이설의 말에 찬보다 먼저 하나가 대답했다.

 

 

 “그래. 찬, 우리 이설님 좀 데려다 줘.”

 

 

 찬이 하나의 머리를 쳤다.

 

 

 “야, 황이설이 이설님이면 오하나 너는 하나님이냐? 오! 하나님!”

 

 

 찬이 두 손을 모아 기도하는 흉내를 냈다.

 

 

 - 삐약삐약삐약 (병아리들이 배꼽을 잡고 웃으며 넘어졌다)

 

 

 “그게 그렇게 되나?”

 

 

 이설이 찬의 대답을 기다렸는데 찬의 대답은 이설과 하나의 예상을 빗나갔다.

 

 

 “어쨌든, 나 오늘 하나 할머니하고 얘기할게 있어. 아주 중요한 얘기야!”

 

 “야, 기찬 니가 우리 할머니하고 할 얘기가 어딨어? 니가 우리 할머니를 어떻게 알고?”

 

 

 찬이 하나의 목을 잡고는 아무렇게나 하나를 끌고 교실을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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