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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고딩부부
작가 : 플라다
작품등록일 : 2019.9.8

하나를 안았을 때 반짝이던 하나의 눈동자.
좀 더 보고싶은 그 눈동자가 눈꺼풀에 의해 스르르 감기던 순간.
찬은 다시 한 번 하나의 눈동자가 보고 싶었다. 눈을 뜨고 자신을 보아줬으면 싶었다.
찬이 하나를 안고 보건실로 달릴 때 찬의 심장은 뛰기를 멈춘 것만 같았다. 심장만 멈춘 것이 아니라 세상이 멈춘 것 같았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하나를 안고 달릴 때 오래전 기억하나가 찬에게 떠올랐고, 찬은 두려웠었다.
그 후, 찬은 하나가 괜찮은 걸 여러 차례 확인하고서야 안심을 했다.
“전학생….”
찬은 어쩐지 하루 종일 이름도 모르는 그 여자아이가 신경 쓰였다. 하나의 잔상이 찬에게 오래도록 여운을 남기는 날이었다

 
겁도 없이..
작성일 : 19-09-08 14:30     조회 : 371     추천 : 0     분량 : 67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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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물감을 뿌려놓은 듯 파란하늘에 간간히 눈부시게 흰 구름이 파란 바람을 따라 빠르게 흘러갔다. 바라보며 서 있는 하나의 눈동자에 아름다운 풍경이 가득 찼다.

 

 

 “우와, 학교에 이런 멋지고 조용한 곳이 있다니….”

 

 

 오늘 전학 와 설레는 마음으로 학교를 둘러보던 하나는 건물 옥상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하나는 사실 고등학교 3학년이기 때문에 전학생을 받아주지 않는 학교들 속에서 유일하게 하나를 받아준 학교이니 큰 기대를 하지 않았었는데 횡재중의 횡재였다.

 

 건물높이가 5층이라서 만이 아니라 제국고등학교는 산허리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멀리 보이는 전망이 훌륭했다. 손을 뻗으면 잡힐 듯 빌딩들이 병풍처럼 서 있고, 밑으로 넓은 길과 작아 보이는 건물들이 조각조각 어울려 늘어선 모습이 보기 좋았다.

 

 하나는 이 학교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시골 학교에서는 볼 수 없는 도시의 풍경을 이렇듯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곳이 학교에 있다니 하나는 이 한 가지만 가지고도 이 제국고등학교에 전학 오기를 참 잘했다고 생각했다.

 

 마침 불어오는 바람은 하나가 바라보는 하늘을 태안 앞 바다같이 느끼기에 충분한 바람이었다. 하나는 주변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물구나무를 서 지금 보이는 풍경을 거꾸로 바라보았다.

 

 

 “아아, 바다다.”

 

 

 하나가 바라보는 세상은 갑자기 거꾸로 뒤집어져 파란하늘이 아래로 건물들이 위로 자리를 잡았다.

 

 어제까지 하나는 바다와 함께 살았다. 창을 통해서도 바다가 한 가득이었고, 집밖으로 나오면 그림처럼 바다가 펼쳐져 있는 곳, 그곳에 살았었다. 하루 만에 지겹도록 보던 바다가 이렇게 진한 향수를 불러올 줄 몰랐었다. 이제 하나는 친구들과 바다가 그리울 때면 달려와 향수를 달랠 곳이 생긴 것이다. 하나가 넋 놓고 하늘과 바람과 도시의 풍경에 취해있을 때 아니나 다를까 하나의 꼬봉. 하나를 대장이라 부르는 수혁이 전화를 걸어왔다.

 

 

 하나는 습관처럼 핸드폰 소리를 스피커폰으로 하고 통화를 했다.

 

 

 [대장, 너 없으니까 학교가 재미없어.]

 

 “학교를 재미로 다닐 나이는 아니잖아.”

 

 [대장, 하루밖에 안 됐는데 오래된 것 같아. 보고 싶다.]

 

 

 수혁은 음성은 당장이라도 하나의 곁으로 오고 싶다는 마음을 드러내고 있었다.

 

 

 “나도 보고 싶어.”

 

 [너 서울에서 학교 다닌다고 여기 잊으면 안 돼.]

 

 “무슨 소리야. 잊기는 어떻게 잊어.”

 

 [할머니는 어떠셔?]

 

 “큰 병원에 입원하셨으니까 곧 좋아지실 거야.”

 

 [참, 석철이네 황구 새끼 낳았다.]

 

 “몇 마리?”

 

 [응. 그게 어제 아홉 마리를 낳았는데 오늘 또 한 마리를 낳은 거야. 너무 많이 낳았다고 난리야.]

 

 “진짜 많이 낳았네.”

 

 [그런데 황구가 새끼가 너무 많으니까 새끼가 밖에 나가도 안 챙기고 젖도 안 줘.]

 

 “그럼 안 되는데 새끼 죽지 않게 잘 보살펴줘야 하는데….”

 

 [안 그래도 석철이가 대장이 있었으면 무슨 수를 냈을 거라고 한다.]

 

 “아휴. 니들은 참. 학교 끝나고 분유하고 젖병 사가지고 가서 먹여봐.”

 

 [젖병? 분, 대장! 대장! 지금 선생님 오셨다. 잘 지내고. 연락 자주해.]

 

 

 수혁의 목소리가 쉰소리처럼 잦아들며 이내 전화가 끊겼다.

 

 끊긴 전화를 바라보는 하나는 어제까지 함께 지냈던 친구들과 마을이 갑자기 아련하게 느껴져 코가 시큰해졌다.

 

 

 “어어어이 대장!”

 

 

 아무도 없는 줄 알았던 옥상 한쪽에서 들려오는 시원한 톤의 목소리에 하나가 돌아보았다.

 

 

 “내가 남녀 차별하는 사람은 아닌데 치마 입은 너도 대장이냐? 시파, 어떻게 된 게 개나 소나 다 짱 아니면 대장이야.”

 

 “뭐? 개나 소나 짱? 대장? 초면에 너무 말이 심한 거… 아냐?”

 

 

 목소리와 함께 벤치에 길게 누워있던 찬이 일어나 앉는 모습에 하나의 목소리가 기어들어갔다.

 

 

 “그… 그보다 지… 지금 남의 통화를 엿들은 거야?”

 

 

 하나의 얼굴이 빨갛게 물든 건 통화를 엿들었다는 것보다 좀 전에 물구나무 설 때 교복치마가 뒤집혔을 텐데 혹시 그걸 본 건 아닐까 싶은 마음에 목소리가 흔들렸다.

 

 

 “엿듣긴 누가 엿들어? 동네방네 개새끼가 아홉 마리가 나왔네. 열 마리가 나왔네. 내가 그딴 소리 듣고 싶어 들은 줄 알아?”

 

 “미, 미안해 조용하길래 아무도 없는 줄 알았어.”

 

 “흐. 우리 학교에서 여기가 가장 불꽃 튀는 험난한 곳이라는 것을 모르는 거 보니까 간첩이던가 전학생인가보네.”

 

 “응. 전학 왔어.”

 

 “조용한 걸 기대했다면 다른 곳을 찾아보도록 해.”

 

 “니가 여기 전세 냈어?”

 

 “푸후. 내가? 뭐 하러?”

 

 “그럼. 방해하지 않고, 조용히 있을게.”

 

 “난 상관없지만 네가 힘들까봐.”

 

 “전혀. 난 괜찮아.”

 

 

 하나가 크게 손사래를 쳤다.

 

 

 “배려차원에서 얘기한 건데. 역시 나하고 배려는 안 어울리나보다. 맘대로 해.”

 

 “고마워. 절대 귀찮게 안할게.”

 

 

 조용했던 옥상에 곧이어 왁자하게 남학생들이 몰려오는 소리가 들리자, 순간 찬이 빠르게 하나를 옥상 창고 안에 넣고 문을 닫으며 말했다.

 

 

 “난, 귀찮은 건 딱 질색이거든.”

 

 

 - 쾅

 

 

 계단에서 옥상으로 통하는 문이 거센 발길질에 나가떨어지는 소리를 냈다.

 

 

 “여기야?”

 

 “야, 5반 기찬 나와!”

 

 “좀 조용히 해줄 수 없겠어? 늦게 와놓고 되려 큰 소리야?”

 

 “얘야? 얘가 그 아원고 제일 짱이었다는 애야?”

 

 

 어느 곳, 어느 학교를 막론하고 학교마다 짱이 있게 마련이다. 그리고 서열이 지켜질 때에야 비로소 학교 안에는 그들만의 질서가 생기고 평화가 온다.

 

 하나가 열려진 창고 문틈으로 보니 찬 한 명을 상대로 일곱 명의 학생들이 몰려와 싸움을 걸고 있었다.

 

 

 “부탁하나 하자. 내가 오늘은 수업에 들어가야 해서 빨리 좀 끝냈으면 하는데. 하나씩 덤비지 말고, 한꺼번에 덤비는 게 어때?”

 

 “뭐야? 너 지금 장난해? 우리 god7(갓세븐)이 우스워?”

 

 “흐. 장난은 뭐하러. 하나님이 맙소사다. 나 진짜 바쁘다니까.”

 

 “너 까부는 건 딱 오늘까지다. 야, 다 덤벼.”

 

 

 한동안 god7이 찬을 둘러싸고 죽어라고 발길질과 주먹질을 하는데 찬은 제법 혼자서 잘 싸우고 있었다.

 

 그때, god7 중 한 명이 옆에 놓여있던 부서진 의자를 들고 찬의 뒤통수에 내려치려는 순간이었다.

 

 

 “안 돼!”

 

 

 외마디 비명과 함께 하나가 창고에서 뛰어나와 찬의 등 뒤에서 내리치는 의자를 맞는가 싶은 순간이었다.

 

 그 순간이 하나에게는 영화의 슬로우모션 장면처럼 느껴졌다.

 

 하나가 의자에 맞을 순간에 찬이 몸을 돌려 하나를 감싸안고 돌아 자신의 등으로 의자를 막아냈던 것이다. 그 뒤 하나의 시야가 반으로 접히는 가 싶더니 까맣게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고, 보이지 않았다.

 

 

 하나는 본의 아니게 전학 온 첫날 학교 안의 싸움에 휘말려 보건실 신세를 졌고, 오후가 되어서야 교실에 갈 수 있었다.

 

 하나의 짝꿍이 된 지선은 하나가 얼마나 위험한 장소에 갔었는지 흥분했다.

 

 

 “너, 오늘 우리학교에서 제일 위험한 곳에 간 거야. 다시는 그곳에 가면 안 돼. 네버네버네버. 명심해.”

 

 “전망이 너무 좋던데….”

 

 “사실 우리 학교는 다른 학교에서 받아주지 않는 문제아들을 많이 받는 학교야. 문제아들을 많이 받아주기 때문에 각 학교에서 일진을 하던 아이들이 다 우리 학교로 오는 거야. 그 아이들이 피터지게 일진을 가리는 곳이 바로 그 곳이지. 여학생들은 절대로 거기 가지 않아.”

 

 “아아, 그래서….”

 

 

 하나는 아까 찬이라는 애가 했던 이야기를 이제 조금 이해할 것 같았다.

 

 

 “우리 반에 찬이라는 애 있지?”

 

 “쉿!”

 

 

 지선이 하나의 입을 가리고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니가 그 애를 어떻게 알아?”

 

 “아까 옥상에서….”

 

 “저 뒤쪽에 빈자리가 그 애 자리야. 하나 너 내 얘기 명심해. 주의사항이 하나 더 있어. 절대로 기찬이라는 애랑 가까이 하지마. 아니 졸업할 때까지 아예 알려고도 하지마. 전학 온지 두 달 됐는데 매일 싸우는 건 학교 개교이래 최고기록이야. god7이 가만두지 않을 거야.”

 

 “god7?”

 

 “god7은 우리 학교에서 제일 악랄한 일진 7명인데 걔들이 지금 기찬한테 아주 약이 올라있거든.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곧 다른 곳으로 전학을 갈 확률이 제일 클거야. 이제 관심 뚝! 관심 갖지 마. 알았지?”

 

 “아니, 같은 반 친구인데 왜 그렇게까지 해야하는데….”

 

 “쉿, 이건 공공연한 비밀인데, 찬이 홍방파와 연결이 되어있다는 설이 있어.”

 

 “홍방파?”

 

 “응. 홍방파는 우리나라 거대 조폭인데 거기 조폭들을 이미 초중고에서부터 키운다는 말이 있잖아. 폭력에 마약에 도박, 살인까지….”

 

 “설마, 학생이….”

 

 “내가 차마 이 말까지는 안하려고 했는데….”

 

 “뭔데? 말 꺼냈으면 끝까지 해야지.”

 

 “작년에 아원고등학교에서 집단폭행으로 수영유망주였던 박승하가 수영을 그만둔 거 알지.”

 

 “대충.”

 

 “그것도 다 찬이 작품이라잖아.”

 

 “말도 안 돼.”

 

 

 하나는 자신의 머릿속에서 찬의 얼굴이 무시무시한 조폭의 얼굴로 변하는 상상을 하며 몸서리를 쳤다.

 

 

 “그래? 그럼. 저쪽에 저 빈자리는?”

 

 “아, 그 자리는 황이설 자리야. 황이설 알지?”

 

 “도깨비방망이에서 주인공으로 나왔던 황이설?”

 

 “응. 걔 자리야.”

 

 “어머어머어머. 어떡해. 나 완전 황이설 광팬이야.”

 

 

 하나는 좀 전 찬에 대해 무서워했던 생각을 잊고 황이설이 같은 반 친구라는 생각에 행복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렇게 좋아할 필요 없어. 걔 촬영 때문에 학교에 거의 안 나오니까.”

 

 “그래도, 그래도 언젠가는 학교에 나올 거 아냐.”

 

 “야, 황이설이 학교에 나오면 우리 같은 서민하고 같이 어울리겠냐? 그럴 시간이나 있겠냐구?”

 

 “그건 그렇지. 그래도 내가 황이설과 같은 학교, 같은 반이라니. 미치게 좋다.”

 

 

 하나는 자신의 뒤로 비어있는 이설의 자리를 돌아보며 웃음이 흘러나오는 걸 참지 못했다. 반면 찬의 자리를 보면서는 아까 위험한 순간에 뛰어든 하나를 온몸으로 감쌌던 찬 생각에 뭔가 하나가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이 생겨나는 것을 하나는 그 순간 알지 못했다.

 

 

 고3 수험생인 하나가 갑자기 서울로 이사를 오게 된 것은 할머니의 병이 악화되었기 때문이었다. 하나와 할머니 둘이 살던 시골에는 변변한 병원이 없어서 한 번 병원에 가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기 때문에 미국에 사는 하나의 이모가 할머니와 하나를 위해 서울에 마련해준 집으로 이사를 와 대한병원에 입원을 할 수 있었다.

 

 

 “할머니, 좀 괜찮아?”

 

 “큰 병원이니까 의사들이 핼미 병도 고쳐줄 거여. 걱정 말고 핵교 댕겨. 핵교는 어뗘? 친구는 사귄겨?”

 

 “응. 할머니. 걱정 하지마. 친구 많이 사귀었어.”

 

 “그려. 하나 니는 아무 걱정 말고 대학갈 공부혀. 이모가 등록금이랑은 걱정 말라고 했으니까. 공부혀. 잉?”

 

 “알았어. 할머니.”

 

 “핼미가 니 대학생 되는 거 못 볼지도 물러. 그래서 핼미는 니가 결혼을 빨리 했으믄 싶다.”

 

 “켁. 할머니. 결혼이라니. 나 아직 학생이야. 학생. 고등학생.”

 

 “옛날에는 니 만할 때 결혼해서 애 낳고 살았어. 뭐니뭐니해도 여자는 남자 그늘이 최곤겨.”

 

 “할머니 그런 말 하지마. 징그럽게.”

 

 “내가 살믄 을매나 살것어.”

 

 

 손사래를 치던 하나가 옷소매로 눈물을 훔치는 할머니를 보았다.

 

 

 “할머니. 왜 울고 그래. 할머니가 오래오래 살아서 나 대학가고, 결혼하고, 애 낳는 거 다 봐야지.”

 

 “아휴. 내강아지. 내강아지 불쌍해서 내가 눈을 어찌 감누.”

 

 “할머니. 점점 왜 그래.”

 

 

 하나도 할머니와 함께 눈물을 흘렸다.

 

 

 “할머니, 이 하나 생각해서 빨리 나아. 그럼 되잖아.”

 

 “그럼 되지. 그럼 되지. 이잉. 그럼 되지.”

 

 

 가로등이 빛을 내는 골목 어귀에 긴 그림자가 비틀거렸다.

 

 그림자는 만신창이가 된 듯 천천히 비틀거리며 발작을 떼었고, 겨우 골목을 지나쳐 불이 꺼진 집 앞에 섰다. 그림자의 시선이 불 꺼진 집을 향했다.

 

 

 “시파.”

 

 

 힘을 내어 욕을 뱉어낸 찬이 문을 열고 대여섯 평 남짓한 마당을 지나 비밀번호 키를 누르고 안으로 들어섰다.

 

 찬이 신발을 아무렇게나 벗고 소파에 벌렁 누웠다.

 

 두 달 내내 싸움 좀 한다는 녀석들은 다 찬에게 한판 붙자고 달려들었으니 찬의 몸이 말이 아니었다. 이제 싸움을 좀 쉬고 싶었다.

 

 찬이 주머니에서 신나게 아이돌 노래를 부르고 있는 핸드폰 꺼내들었다.

 

 

 [찬이니? 엄마야. 왜 이렇게 전화를 안 받아. 너 이번에 전학 간 학교에서 엄마한테 전화 왔었어. 담임선생이 아빠한테도 전화를 한 모양이야. 학교에서 정학시키겠다고 하는 거 아빠가 겨우 무마시켰대. 찬아. 이젠 더 이상 옮길 학교가 없어. 졸업이 일년도 안 남았는데 졸업만 하면 안 될까? 엄마 부탁이야. 돈이라면 얼마든지 엄마가 해줄 수 있지만 네가 계속 학교에서 싸움을 하면 엄만 더 이상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어. 내일 아빠한테 가서 잘못했다고 말씀드려. 아빠 화가 많이 나신 거 같아. 제발 이제 싸우지 말아.]

 

 

 전화를 끊는 찬이 혼잣말을 했다.

 

 

 “나도 싸우고 싶지 않은데 … 싸우지 않을 방법이 없어. 시파! 또, 전학을 가야하나?”

 

 

 찬이 학교에 적응을 못하고 전학을 가는 것은 늘 있어왔던 일이었지만 이번에는 어쩐지 그냥 이 학교에 있고 싶어졌다.

 

 갑자기 뭔가 생각을 환기시키듯 아침에 겁 없이 옥상에 올라왔던 그 여학생의 얼굴의 생각났다.

 

 

 “대장? 대장 같은 소리하고 있다. 대장이라더니 싸움도 못하는 게 … 겁도 없이 남자들 싸우는데 끼어들고….”

 

 

 그래도 찬의 위험한 순간에 달려와 대신 맞으려던 그 마음이 가상했다.

 

 기절한 하나를 안으니 억센 뭇매가 찬을 두들겼다. 그때 만약 학생주임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찬이 하나를 보호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찬이 의자에 맞으려는 하나를 구했을 때 반짝이던 하나의 눈동자. 좀 더 보고싶은 그 눈동자가 눈꺼풀에 의해 스르르 감기던 순간.

 

 찬은 다시 한 번 하나의 눈동자가 보고 싶었다. 눈을 뜨고 자신을 보아줬으면 싶었다.

 

 찬이 하나를 안고 보건실로 달릴 때 찬의 심장은 뛰기를 멈춘 것만 같았다. 심장만 멈춘 것이 아니라 세상이 멈춘 것 같았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하나를 안고 달릴 때 오래전 기억하나가 찬에게 떠올랐고, 찬은 두려웠었다.

 

 그 후, 찬은 하나가 괜찮은 걸 여러 차례 확인하고서야 안심을 했다.

 

 

 “전학생….”

 

 

 찬은 어쩐지 하루 종일 이름도 모르는 그 여자아이가 신경 쓰였다. 하나의 잔상이 찬에게 오래도록 여운을 남기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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