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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하늘에서 떨어진 소원
작가 : 휘루
작품등록일 : 2019.8.29

"소원성취부 '별이 쏟아지는 밤'에서 나왔습니다. 39312번 고객님, 당첨되셔서 소원을 이룰 수 있게 되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소원 없는데요."

"네? 분명, 접수 되셨는데..."

태루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눈 앞의 여자를 쳐다보았다. 소원이 없다고? 서류를 내려다뵈 분명 무언가 소원이 접수가 되어있었다.

"별똥별에 소원을 빌지 않으셨나요?"

"안 빌었는데..."

태루는 눈을 깜빡였다. 의뢰인의 소원을 들어줘야만 돌아갈 수 있는데...
과연, 태루는 소원을 이뤄주고 돌아갈 수 있을까?

<<소원을 이루어주는 천구(별똥별)와 소원없는 여자의 이야기>>

 
2. 어서와, 농사는 처음이지? (1)
작성일 : 19-09-07 18:14     조회 : 261     추천 : 0     분량 : 47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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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루는 자신의 손에 들린 철제기구와 아이컨택을 시도했다. 삼각형의 넙대대한 부분과 날카로운 끝부분, 여리여리하게 보이면서도 단단한 나무와의 이음새부분, 그리고 묵직하게 그립감 좋게 잡히는 손잡이-

 

  “이 요상하게 생긴 물건은 무엇입니까?”

 

  “하늘에서 온 정령님은 호미를 모르나보네요?”

 

  “지상의 물건들은 책으로 배웁니다만 이건 처음 봅니다.”

 

  신기한 듯 호미를 요리조리 바라보던 태루의 눈에 빛이 났다.

 

  “게다가 이 바지! 통풍도 잘 되고 신축성도 있어서 일하기에 최적화 된 옷이군요. 천구들은 항상 정장을 입고 일을 하기 때문에 이런 옷은 처음 입어봅니다. 지상의 사람들의 과학이 많이 발달해있는 것은 알았지만 이렇게 옷에까지 그 영향이 끼쳐있는 것은 몰랐습니다.”

 

  인수는 황당한 얼굴로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감탄하고 있는 태루를 향해 놀라움을 표현했다. 몸빼바지를 저렇게 마음에 들어 할 줄은 몰랐는데...

 

  “혹시, 비싼 옷 아닙니까?”

 

  “아뇨... 그거 싸구려예요.”

 

  시장에서 단돈 5천원에 구입한 시골의 필수품 몸빼바지가 저렇게 찬사를 받다니... 과학의 산물? 몸빼바지가 그렇게 대단한 바지였어?

  태루는 바지가 마음에 드는지 다리를 요리조리 움직이며 계속해서 감탄사를 자아냈다.

 

  “그럼 이 호미라는 건 어디에 쓰는 겁니까?”

 

  “땅 팔 때요.”

 

  태루는 앞으로 자신에게 어떤 일이 닥칠지 알지도 못한 채, 인수가 입혀 놓은 몸빼바지와 손에 들려준 호미를 보고 연신 감탄사를 내뱉었다.

 

  “이것도 신으세요.”

 

  “이건 비오는 날 신는 게 아니었습니까?”

 

  인수가 내민 남색 장화를 보고 태루가 고개를 갸웃했다.

 

  “원래 몸빼바지 입을 땐 이거 신는 거예요.”

 

  거짓말- 이었지만 태루가 알 리가 없었다. 태루는 눈을 반짝이며 구두를 벗고 장화를 신었다.

 

  “하늘에서는 비 올 일이 없어서 이런 것도 처음 신어 봅니다. 느낌이 새롭네요.”

 

  정말 물에 젖지 않는 신발이냐면서 눈을 빛내는 태루의 모습에 인수는 약간 죄책감이 들었지만 그렇다고 태루를 마냥 가만히 두고만 볼 수는 없었다.

  며칠 전, 인수는 태루에게 그 어떤 소원이라도 빌어보려고 무던히도 노력하였으나 그 노력들은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 규정에 맞지 않는 소원이거나 이룰 수 없는 불가 소원이어서 소원을 비는 것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때문에 같이 생활하다보면 분명 인수가 무언가 소원을 빌만한 건덕지를 찾아내지 않겠느냐는 파란의 의견을 수용하여 태루는 인수의 집에서 식객노릇을 하고 있었다.

  그렇다. 식객이다-

  주민등록을 갖고 있지 않은 태루는 지사에서 일을 찾을 수 없었다. 물론 하늘의 정령인 천구로 현재, 인수의 옆에서 근무를 하고 있는 것은 맞으나 인수가 보기엔 밥을 축내는 식객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저...”

 

  인수의 분위기를 가만히 살피던 태루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죄책감을 느끼면서 아이처럼 기뻐하는 인수의 분위기가 신경쓰였던 모양이었다.

 

  “혹시, 이 옷과 장비들은 어떤 일을 하기 위한 준비입니까?”

 

  PPT를 하면서 자신을 유능한 천구라고 소개했던 것이 떠올라 인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유능하다더니 머리는 잘 돌아가는 모양이었다.

 

  “농사 지어본 적 있어요?”

 

  “농사라면 작물을 키우고 수확하는 행위를 말하는 것 맞습니까?”

 

  태루가 다시금 눈을 빛냈다. 하늘에 있었을 때는 굳이 농사를 짓는 이는 없었다. 그럴 필요가 없었다. 하늘에서는 저절로 작물이 자라나니까.

  먹을 것을 위하여 직접 노동을 해야 한다는 개념 자체가 없던 태루에게는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그럼 전 지금부터 그 농사라는 걸 하게 된다는 것 맞습니까?”

 

  “맞아요.”

 

  마치 엄마아빠를 따라 주말농장에 온 아이 같은 모습에 인수는 또다시 죄책감을 느꼈다.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잡초를 뽑아야 하는 농부의 그 땀방울의 의미를 이 순진무구한 정령에게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 어쩐지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그는 식객이였다. 게다가 1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녀의 옆에만 가만히 두는 것도 왠지 불쌍했기에 하나씩 경험을 시켜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며 스스로를 다독인 인수는 태루에게 챙이 넓은 밀짚모자를 건네며 손짓했다.

  밀짚모자까지 챙겨쓰니 그녀가 아무거나 던져준 박스티에 몸빼바지, 장화, 호미... 영락없는 농부였다.

 

  “따라오세요.”

 

  “이건 허수아비들이 쓰는 모자죠?”

 

  “...”

 

  인수는 더 이상 답하지 않았다. 저 아이 같은 천진난만하고도 해맑은 미소가 조금 있으면 일그러질 것이라는 생각에 양심이 조금 아려왔다. 그런 인수의 속을 모르는 것인지 태루는 새로운 경험이란 것에 잔뜩 흥분해 있었다.

  인수는 태루를 데리고 집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자신의 텃밭으로 그를 데리고 갔다. 텃밭이라고 하기엔 땅이 컸지만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어쨌든 그녀의 밭엔 여러 작물들이 살아 숨 쉬고 있었다. 당근, 가지, 오이, 고추... 자주 먹는 것부터 시작하여 시기를 기다리고 있는 고구마와 콩까지.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굳건하게 그녀를 맞이했다.

 

  “지금부터 여기부터 저 끝까지 풀을 맬 거예요.”

 

  “여기 있는 것들을 다 뽑는다는 말입니까?”

 

  “농작물은 건들지 말고 잡초만요.”

 

  인수는 그렇게 말하고는 돌아서려다 돌연 태루에게 바짝 다가서며 말했다.

 

  “여기 있는 잡초를 전부 없애주세요.”

 

  “...”

 

  사내는 계속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것인지 카드를 꺼내 한 번 보고는 어깨를 으쓱였다.

 

  “카드가 멀쩡한 것을 보니 진짜소원이 아닌 것 같습니다. 다른 소원을 말씀하세요.”

 

  인수는 입을 삐죽였다. 아니 그러니까 진짜 소원이 대체 뭔데? 내가 그냥 들어달라고 하면 아무거나 들어주면 되는 거 아냐? 소원을 들어준다는 건지 만다는 건지-

  태루는 쪼그리고 앉아 풀을 뽑았다.

  뿌득- 거리는 소리와 함께 뿌리는 땅에 그대로인 채 윗 풀만 끊기자 인수는 한숨을 내쉬며, 그의 옆에 앉아 호미로 땅을 파서 뿌리를 뽑아냈다.

 

  “봤죠? 뿌리까지 확실하게 뽑아야 해요?”

 

  “이 행위에는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주변의 잡초들이 농작물로 가는 영양분을 뺏어가지 않게 하는 거예요. 잡초가 많이 자라면 자랄수록 농작물들이 잘 자라지 못하거든요.”

 

  “밥을 못 뺏어먹게 하라는 거군요. 알았습니다.”

 

  태루가 뭔가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은 군인의 모습처럼 비장하게 답했다. 인수는 그 모습이 조금은 불안하지만 꽤나 믿음직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는 저 쪽 끝에서 할 테니까 여기서부터 저기까지 하면 돼요. 알았죠?”

 

  “알겠습니다.”

 

 

 *

  햇빛은 공평하다.

  닿는 그 모든 곳에 자신의 그 강렬한 뜨거움을 전한다. 특히나 일하는 이들에게 쏟아지는 햇빛은 몇 배나 더욱 뜨겁다. 일할 때만큼은 구름에 좀 가려져도 상관없으련만. 안타깝게도 태양은 그들을 응원이라도 하려는 듯 더욱 더 강렬해지기만 한다.

  그런 더위를 얼마쯤 상대하고 있었을까? 인수는 열심히 뽑아대던 잡초에게서 눈을 떼고 태루를 바라보았다.

 

  “태루씨, 다 했......?”

 

  돌연 몸이 굳어버리는 것만 같았다.

  태루는 밭고랑에서 고개를 박고 미동도 없이 엎어져 있었다.

 

  “태루씨! 괜찮아요? 태루씨!”

 

  서둘러 몸을 일으켜 세우니 몸이 뜨거웠다. 태루를 깨우며 몸을 흔드는 데도 태루는 호미를 꼭 쥐고 있었다.

 

  “이봐요, 태루씨! 태루씨!”

 

  “무슨 일이야?”

 

  길을 지나가던 파란이 인수의 비명에 가까운 외침에 서둘러 달려왔다.

 

  “태루씨 좀 나한테 업혀줘.”

 

  “괜찮겠어? 안 무거워?”

 

  파란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인수를 살피며 태루를 업혀주었지만 인수는 대답하지 않고 집으로 냅다 뛰었다. 이상할 정도로 태루가 무겁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 가벼웠다. 정령이라고 하더니 건장한 성인 남성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가벼웠다. 마치 어린 아이를 업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태루씨, 정신 좀 차려 봐요.”

 

  병원에 갈 수는 없었다. 태루는 사람이 아니다.

  하늘에서 온 정령이 많이 아파요, 고쳐주세요. 선생님- 이라고 병원에 설명할 수 없었다. 그녀는 단 한번도 하늘에서 온 정령이 자신의 소원을 들어줬다고 들은 적이 없었다. 태루의 존재를, 하늘에서 온 천구의 존재를 아는 사람이 있었다면 TV에 한 번쯤은 나왔어야 했다.

  이번 소원의 당첨 주인공은 누구입니다! 이런 방송이 하나쯤은 있어야 정상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방송을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었다. 그녀가 세운 가설에 따르면 그 말인 즉, 사람들은 천구가 돌아가면 그들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런 그를 데리고 병원에 갈 수 없었다. 게다가 병원에 데려간다고 해서 사람을 치료하는 의사가 천구를 치료할 수 있을 리 만무했다. 천구가 사람과 똑같은 신체구조를 갖고 있으면 모를까-

 

  “이렇게 가벼운데 사람이랑 같을 리가 없지.”

 

  인수는 살짝 이를 갈았다. 사랑하는 할머니가 자신에게 애물단지를 보낸 것만 같아 속이 상했다. 왜 이 사람을 자기한테 보냈는지, 대체 어떤 소원을 빌라고 그런 소원을 빌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괜찮아?”

 

  태루를 침대에 눕히자, 파란이 뒤에 따라 들어오며 물었다.

 

  “정선생님을 불러 올까? 사람 약이 이 사람한테도 들을까?”

 

  “괜히 약 먹였다가 더 크게 아플지도 모르니까 우선은 열만 식혀주자.”

 

  빨갛게 익어 열을 내고 있는 태루의 모습은 정말이지 안쓰러웠다. 원래라면 소원을 들어주고 정상적으로 돌아갔을 정령이 인수를 만나 소원을 이뤄주지 못했다는 것 하나 때문에 돌아가지 못하고 이렇게 알지 못하는 곳에서 아파하는 것이 인수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녀는 빠르게 수건을 적셔 머리에 얹어주고 체온계로 열을 쟀다.

 

  “그런데 정령 평균 온도도 우리랑 같을까?”

 

  태루에게 옷과 이것저것을 건네줄 때, 그는 이렇게 뜨거운 체온을 갖고 있지 않았다.

 

  “우리랑 같은지는 모르겠는 데, 적어도 아까 이렇게 뜨겁지는 않았어.”

 

  죄책감이 들었다. 이렇게 땡볕에 두는 게 아니었는데-

  인수는 태루의 옆에 앉아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제발 일어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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