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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푸른성
작가 : NO301
작품등록일 : 2019.9.2

운명 싱대에 대한 이야기

 
4.
작성일 : 19-09-06 16:26     조회 : 267     추천 : 0     분량 : 3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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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연은 자신이 본 것을 환상이거나 헛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전혀 알 수가 없었고 그 날 이후 호연은 죄책감에 시달렸다. 결혼할 상대였던 상대와는 그 날 이후로 완전히 연락을 끊어 버렸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상대 역시 그런 호연에게 미련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는 한달 뒤 다른 남자와 결혼을 했다. 호연은 그 소식을 건너 건너로 들었지만 아무 감흥도 느껴지지 않았다.

 단지 호연은 자신이 비 인간적인 행위를 했다는 사실이 부끄럽고 참혹스러운 기분에 괴로웠다.

 어디에도 말할 수 없는 경험을 했고 그것은 미친 놈이란 설명으로는 부족했다.

 

 그러나 그 날의 그 경험은 점점 더 그의 머리 속을 지배해갔다. 마치 마약과 같았다. 한동안은 사람들의 손목만 봐도 마른 침을 집어 삼켰다. 환자의 손이라도 스칠 때면 스스로가 화들짝 놀라 뒷걸음을 칠 정도였다. 자신의 앞에서 유유히 사람들의 손목에서 혈관을 빼내 그것을 맛보는 기쁨을 보면서 그저 풀 수 없는 욕구에 괴로워할 뿐이었다.

 결국 기쁨이 있는 곳은 피하기 시작했고 결국 학교에도 나가지 않게 됐다. 호연은 해가 뜬 반나절은 자신의 하숙집에 처박혀 있다 밤이 되면 거리로 튀어 나와 거리를 쏘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외진 거리에 취해 쓰러진 취객을 발견했다. 호연은 홀린 듯 그에게 다가가 그의 옆에 쭈그리고 앉아 한참을 그의 얼굴을 살폈다. 취객은 완전히 정신을 잃고 깊게 잠들어 있었다. 호연은 그의 손목을 잡아 정신 없이 문지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리 비비고 해봐도 혈관이 나오기는커녕 자신의 손가락이 아플 뿐이었다. 그러자 취객이 몸을 움찔하더니 알아 들을 수 없는 혼잣말을 하며 손을 뿌리쳤다.

 호연은 그대로 뒤로 넘어졌다. 그리고 참을 수 없는 분노와 억울함이 가슴 깊은 곳에서 뜨겁게 일렁였다. 호연은 그대로 병원으로 향했다. 그의 이성은 이미 한계점을 넘어서 있었다. 오늘 자신이 죽거나 그 괴물에게 방법을 알아내거나 둘 중의 하나로 결판을 지을 각오였다.

 저녁 시간이라 병원은 응급실로 들어가는 통로 외에는 열려 있지 않았다. 호연은 애써 자연스럽게 행동하며 그 안을 통과해 지나갔다. 응급실은 워낙 외부인이 많은 공간이라 호연에게 일일이 신경 쓰는 사람은 없었다.

 [나 찾으러 온 거야?]

 호연은 그만 그대로 몸이 굳어졌다. 그리고 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기쁨이 어떤 환자의 침대에 선 채 호연을 보고 있는 게 보였다. 환자는 교통사고 환자로 기쁨이 있는 주변엔 이미 응급의 둘과 간호사 셋이 환자를 치료하고 있는 위급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호연의 온 신경은 기쁨으로만 쏠려 있었다. 기쁨은 유유히 그들 사이를 빠져 나와 호연에게 다가와 위 아래를 훑어 보고는 그의 어깨를 가볍게 툭툭 쳤다.

 [꼴이 말이 아니네? 잘 먹고 다니는 거야?]

 […]

 [여긴 좀 그렇지? 밖으로 나가자]

 기쁨은 앞장서 응급실을 빠져 나갔다. 호연 역시 그 뒤를 따랐다.

 

 기쁨은 병원 옆으로 있는 작은 공원으로 들어가 벤치에 앉았다. 밤 시간이라 공원은 불빛도 거의 없어 컴컴했다. 호연은 조금 떨어진 곳에 앉았다. 어두웠지만 기쁨은 스스로 발광이라도 하는 것처럼 또렷하게 보였다.

 기쁨이 스스로의 손목을 다른 손으로 비비기 시작했다. 그러자 붉은 혈관이 허공을 향해 쭉쭉 뻗어 나오기 시작했다. 기쁨은 마치 그것을 조련이라도 하는 양 맨 끝을 잡아 앞 뒤로 움직여 보였다.

 [우린 이걸 붉은 실이라고 불러]

 [붉은 실?]

 그 순간 기쁨이 붉은 실이라고 부른 그 혈관을 제 스스로 물어 뜯어 씹어 먹기 시작했다. 그때의 기쁨의 눈은 허공이 아닌 무언가 다른 것을 응시하는 것인 양 힘이 들어가 있었다. 호연은 홀린 듯 기쁨의 옆으로 다가와 그가 물어 뜯고 있는 붉은 실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절로 마른침이 꿀꺽 삼켜졌다. 당장 죽어도 좋으니 딱 한 번만 자신도 그것을 씹어 그 육즙을 느끼고 싶었다. 호연은 그만 무릎을 꿇고 기쁨의 손을 꽉 움켜 잡았다.

 기쁨은 그런 호연에게 자신의 붉은 실을 내밀었다. 호연은 그대로 제 입으로 그것을 집어 넣고 당장이라도 그것을 끊어 버릴 듯이 잘근잘근 씹어 그 즙을 빨기 시작했다. 그 순간 그의 눈 앞에 다시금 신생아실의 풍경이 펼쳐졌다. 그런데 이번에는 좀 더 뚜렷한 그림이었다. 간호사가 안아 자신 앞에 데려온 아이의 얼굴도 확실하게 보였다.

 [다 네 덕분이야]

 형균이 역시 옆에서 있었다. 처음에 본 장면과 큰 틀은 바뀐 게 없었다. 하지만 여전히 형균이 왜 고마워하는지 호연은 영문을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이 아이가 무엇을 의미하는 지도 역시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순간의 기분은 미칠 듯이 황홀했다.

 기쁨이 제 손목을 다시 문지르자 붉은 실은 호연의 입에서 슥-하고 빠져 나오더니 다시 손목 속으로 사라졌다. 호연은 그대로 다리 힘이 풀려 바닥에 주저 앉았다.

 

 호연은 한 동안 흥분되고 격양된 기분 상태로 움직임도 없이 멍하니 있었다. 기쁨은 팔짱을 낀 채 아무 움직임이 없었다. 호연은 기쁨의 그런 냉정한 태도가 의아했다. 이런 황홀한 기분에 어떻게 저렇게 의연하게 있을 수 있는지 신기할 따름이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호연이 다리에 힘이 들어오고 벤치에 제대로 앉게 됐을 때 어스름하게 해가 뜨기 시작하고 있었다.

 [당신 정체가 뭡니까]

 [글세. 인간은 아닌 건 알겠고. 뭐라고 해야 하나? 인간들이 부르는 거면 큐피트 같은 거에 가깝겠네요]

 [큐피트?]

 [다른 거라면 관계 없던 사람들한테 화살을 쏘는 게 아니라. 원래 연결 돼 있는 사람들을 만나게 도와준다는 거죠. 엄청 로맨틱하죠? 그래서 내 이름도 기쁨이에요. 서로에게 기쁨이 되라고 내 이름도 그렇게 지어졌죠]

 기쁨은 제 이름을 말하면서 꽤나 흡족한 듯 입 꼬리가 올라갔다.

 […]

 [이 일을 하기 위한 에너지는 연결되지 못한 자들의 붉은 실에서 얻어내죠. 그들은 나 같은 것들의 에너지로 쓰이는 통증으로 평생 누군가를 갈망하게 되죠. 심한 경우 미치기도 하고 살인도 일어나지만 불가피한 일이죠]

 […]

 [자 이제 설명은 이걸로 된 거 같은데?]

 [잠깐만요. 그 전에도 그랬고 방금 전에도 같은 무언가가 보였는데. 무슨 의미 인 거죠?]

 [어떤 게 보였는데요?]

 […신생아실이 보였어요. 그리고 제 친구, 권형균이 옆에 있었고. 간호사가 아이 하나를 안아 보여줬어요. 친구가 나한테 고맙다는 말을 했는데 이유는 모르겠어요]

 [흔히는 운명의 상대가 보인다고 하는데. 그 아이가 어쩌면 당신의 운명의 상대일지도 모르죠]

 [네? 이제 태어난 아이처럼 보였는데]

 [그날 봤죠? 연결되는 거. 그걸 해보면 알 수 있죠. 운명이라면 서로 연결되니까]

 [그럼 스스로도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기쁨은 대답 없이 갑자기 웃음을 터트렸다.

 [뭐가 우습죠?]

 [아. 미안해요. 만약 내가 그걸 알려주면 당신은 뭘 해줄 건데요?]

 [,…뭐든. 뭐든지요]

 [뭐든지?]

 호연은 기쁨을 똑바로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문젯거리가 하나 있긴 한데. 당신이라면 도와줄 수도 있겠네요]

 기쁨은 벌떡 일어나 호연을 향해 말을 이어갔다.

 [가죠]

 [어디로요?]

 [한강이요. 자세한 내용은 가면서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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