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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브래지어 끈이 내려갔다
작가 : 청사진
작품등록일 : 2019.9.1

나이 서른하나, 브래지어 끈이 내려갈 일이라고는 브래지어 줄이 기분 나쁘게 쓱 한쪽으로 말려 내려갈때 말고는 없다! 단호하게, 없다! 그냥 제기랄, 없다! 그렇다, 아무것도 없던 적막한 인생에 구원처럼 나타나 한 줄기 빛처럼 살포시 브래지어 끈을 잡아당겨 줄 그러한 운명 같은 상대를 만났을 때 벌어지는 사소하고도 기막힌 사랑 이야기이다! 브래지어 끈이 내려가는 순간,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5. “... 그쪽 번호가 뭐야?”
작성일 : 19-09-05 19:26     조회 : 270     추천 : 1     분량 : 8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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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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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추어뒀던 미모가 왜 이렇게 훤칠한건데? 대체 왜 여태까지 그 고운 얼굴을 눈까지 닿는 머리칼로 휘덮고 다녔대? 그동안 위장술로 미모를 숨겨서 다녔던 게냐? 묻고싶을 만큼 근사해져서 돌아 온 그 자식을 넋 놓고 바라보는데 그 녀석이 나를 향해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아닌가.

 

  “빨리온다고 달려왔는데 너무 늦었지? 오늘... 어찌됐든 고마워. 그쪽... 덕분에 순조롭게 오디션도 보고...”

 

  뭐냐, 그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른 전혀 일관성 없고도 진정성 묻어나는 말투는... 뭐야... 머리 하나 바꿨다고 그 사이 왜 이렇게 청순청순 열매를 먹은 듯 청순해진건데??

 

  녀석은 그러더니 주머니를 뒤젂여 옥수수 매대를 지켜줬던 오늘치의 아르바이트비라도 자신이 챙겨 주겠다며 뒤젂거리고 있었다. 나는 그런 행동에 얼른 이렇게 말을 꺼내었다.

 

  “됐어. 정 마음에 걸리면 옥수수나 좀 챙겨주던지...”

 

  시급대신 남아 있던 옥수수를 가져가겠다고 말한것에는 사실... 저 녀석은 모르지만 내 나름의 음흉하고 계획적인 이유가 있었다! 그것은! 옥수수 매대를 지키며 나름 그려 본 나의 다이어트 계획 때문이었다!

 

  나는 종명이를 만나기 전까지 지옥의 단기 다이어트에 들어가기로 결심하였다!!! 이래봬도 내 단짝친구 유미는 세상의 모든 다이어트를 꿰고 있는 엄청난 다이어트 종결자인데 그 중에서도 한가지 음식만을 꾸준히 섭취해 살을 뺀 일명 원푸드 다이어트의 성공자였다! 그래서 나 또한, 종명이를 만나기 전까지 단기 원푸드 다이어트에 돌입하고자 굳게 마음을 먹었다! 이름하여, 마약 옥수수 다이어트 되시겠다! 종명이를 만나기 전까지 맨날 마약 옥수수를 사다 먹어서 기필코 옥수수라면 치가 떨리며 질려 올 만큼 먹어 살을 빼고 말리라! 뭐, 이 집 마약 옥수수가 맛이 끝내줘서 옥수수를 선택한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그저 나는 오로지! 종명이를 보기위해... 옥수수를 택했을 뿐이라며! 내심 마음을 활활 불태우며 합리화하고 있었다. 옥수수는 살이 안찔거라는 얄팍한 기대감과 함께...

 

  그런데 이노무 시키, 내 마음과는 달리 이게 무슨 상황이더냐 싶게 본인을 생각해 돈을 안 받겠다고 말한것인줄 알았던지! 약간 뺨이 붉어지더니 그 까칠한 얼굴로 무심한 척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아닌가!

 

  “... 저기... 그쪽 번호가 뭐야? 내가 이번에 하는 공연 방청권이라도 그럼 넣어줄게. ”

  “방청권?”

  “오늘 오디션 본게 잘돼서 음악프로그램 신인 소개코너에 서게됐거든. 뭐... 나름 고마우니까 생각해서 별도로 주려던거야!... 뭐! 싫음 말든가!”

 

  나는 손에 쥐고 있던 휴대폰을 그 녀석에게로 빠르게 틱 내밀었다.

 

  “그래, 뭐 그러던지. 할 일도 없는데.”

 

  그리고는 봉다리 가득 든 마약옥수수를 바리바리 챙겨서는 그렇게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그리고는 그 날 밤! 소파에 드러누워 엄마와 아빠와 다 같이 행복하게 옥수수를 맛나게 뜯었다! 아, 이 맛이야! 이놈의 마약옥수수!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을 것만 같은 마약같은 맛!

 

  나는 마약 옥수수를 뜯다가 휴대폰으로 웹서핑을 즐기던 중 덜컥, 요런 문구가 크게 붙은 공모 기사 하나를 보게 되었다!

 

  《여러분의 속옷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생겨난지 얼마안된 신생 속옷 브랜드에서 이름도 알릴 겸 매일같이 속옷 착용을하며 불편했던 점이나 또는 이런 속옷이 개발된다면 좋겠다하는 공모전을 받고 있는 것이었다. 상금의 규모도 꽤나 컸고, 또 상을 받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그 회사에서 함께 일하며 공모전에서 제안한 속옷을 함께 만들 수 있는 기회까지 더불어 주어진다고 크게 적혀있었다.

 

  나는 심심풀이 땅콩식으로로 속옷착용을하며 부단히도 느껴졌던 불편함을 솔직하며 진솔하게 이렇게 적어 제출하여보았다.

 

  《모두가 반듯함을 원하는 시대! 그런 시대는 가라, 이제 짝짝이 가슴을 훤히 드러내는 시대가 올 지어니! 숨어있는 짝짝이가슴 동지들이여 들고 일어나자!!!》로 시작하는... 내 삼십일년의 짝짝이 가슴 인생이 농축된 글이었다!

 

  나는 옥수수를 좀 더 뜯다가 그 날 밤, 또 이 닦기가 귀찮아져 스르르 이를 닦지 않고 잠들었다... 그리고 다음 날! 그 까칠까칠 고슴도치 녀석이 전날 밤 내가 잠들어 있을 때 보내온 공연방청권을 보게 되었다. 뭐가 이렇게 빨라? 공연은 당장 내일 모레 열리는 일정이었다!

 

 ******************************

 

  공연을 보러 가서 무대를 처음 보았을 때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아니, 무슨 다들 무슨 머리색 가지고 이렇게 장난을 쳐놓은 거야? 싶었다.

 

  드럼 치는 귀엽게 생긴 애는 분홍머리, 리더라고 불리는 맏형이며 동시에 교회오빠 이미지 묻어나는 건반 치는 애는 녹색머리, 사막여우를 닮은 기타치는 애는 주황머리, 고양이같이 퇴폐미 줄줄 흐르게 생긴 보컬이라는 애는 빨강머리, 그리고 마지막으로 걔... 베이스 치는 걔... 정확히 말하면 마약 옥수수 집의 후계자이며, 분명 처음 봤을 때는 세상 까칠한 고슴도치 녀석이었는데! 이제사 알고 보니 댕댕미 가득 넘치는 털복숭이 강아지같은 검정머리 싸가지 녀석이 거기 서 있었다!

 

  밴드 이름은 무려 ‘청정구역’이라는데... 대체 어디가, 어느 부분이, 어느 찰나적인 그 느낌적 느낌이, 청정하다는 거야? 묻고 싶었지만 꾹하고 그러한 질문을 억누르며 나는 무대를 지켜보게 되었다.

 

  원래 다른 유명한 탑밴드가 무대에 오를 예정이었다는데 일정이 안되어 갑작스레 신인밴드 소개코너로 대체밴드로 무대에 올랐다는 ‘청정구역’ 밴드는 인지도가 적은 탓인지 뒤이어 나올 남자아이돌 무대에 밀려 마치... 주문한 중국집 배달음식에 살포시 껴있는 군만두처럼, 화장품가게에서 결제 후 받는 증정용 샘플처럼... 그렇게 컴백하는 아이돌 무대를 보러 온 팬들에게 둘러쌓인채... 다들 관심조차 주지 않는 ‘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분위기의 밴드였다...

 

  나 또한 사실 내심 속으로 아싸! ‘청정구역’ 밴드니 뭐니 관심이 간다기 보다! 이 참에 보기힘든 남자아이돌 컴백무대를 두 눈으로 다 보는구나!!! 횡재다! 싶을 뿐 이었다.

 

  그렇게 무대를 챙겨보고 공연장 밖에서 파는 아이돌 굿즈용품들도 찬찬히 살펴보다가 터덜터덜 지하철에 올랐는데 때마침 그 싸가지도 짐을 챙겨 밴드 멤버들과 지하철에 오르고있던 모습이 보였다. 뭐야? 지하철을 타고 가나? 짐도 많아보이는데... 다들 손과 어깨에 짐을 한가득 든 채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도 나름 공연표도 주고 초대도 해주었는데 인사나 할까? 싶어져 다가갔는데 얼결에 도착한 지하철에 맞추어 나는 ‘청정구역’멤버들과 우르르 지하철 같은 칸에 탄 채 동네로 향하는 모양새가 되고야 말았다. 그런데 어째 죄다 다가가기 어렵게 파워풀하게 생겼네싶던 첫 인상과는 달리 이야기하고 있는 걸 들어보고 있으니 세상 이런 순진이들이 없었다.

 

  “아씨, 형, 나 아까 손이 떨려서 드럼 슬쩍 엇나가게 쳤잖아요...”

  “야, 괜찮아... 나도 슬쩍 건반 절었는데... 뭘.”

 

  폭폭 한숨쉬며 공연이 끝났지가 언제인데도 아까의 무대에 빠져 허우적거리던 그 놈들 사이 파묻혀있던 검정머리 싸가지가 그제야 날 발견했던지 ‘어?’하는 탄성을 내질렀다. 그러자 그제야 밴드멤버 중 하나가 나를 빤히보며 물어왔다.

 

  “그런데 이분은 누구?”

  “저... 그게...”

 

  내가 말을 이으려는데 건반치는 리더 형이라는 녹색머리 놈이 이렇게 대뜸 말하는 것이 아닌가.

 

  “아, 현석이 친구? 그 공연표 무료로 준다던 친구구나? 그나저나 오늘 우리 연주 어땠어요?”

 

  친구 아니고 인질이다. 요노무 자식들아!

 

  목을 길게 빼고 마른 침까지 꿀꺽 삼켜가며 오늘의 무대 소감을 기대어리게 묻는 그 놈들을!! 향해 나는 정작 친구가 아닌데요... 라고 말하지 못하고... ‘오늘 무대 멋졌어요’라며 제일 그럴싸하고 공식적이며 속이 빤히 보이는 말을 슬쩍 건네었다... 그런데 이 알록달록 머리색깔의 녀석들! 정말 그 파워풀한 첫 인상과는 달리 어딘가 사람 마음을 편하게 풀어지게 하는 것이... 나는 얼마 후... 자연스레 그 녀석들과 내려야 할 역에 내려 지하철을 빠져나와서는 지하철 개찰구 쪽에 편의점으로 가서 그 녀석들과 함께 아이스크림을 고르고 있었다... 뭐야? 이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기승전 아이스크림은?

 

  조스바, 스크루바, 메가톤바, 누가바, 옥동자를 짚어 하나씩 입에 물고 쭉쭉 빨아먹기 시작한 녀석들은 나는 레이디퍼스트라며 큰 마음먹고 무려... 몇백원 더 비싼 콘아이스크림을 사주었다... 다들 머리색깔만큼이나 아이스크림 취향도 제각각이구먼! 우리는 그렇게 편의점 의자에 쭈르르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게 된 것 이었다... 보컬 요염 퇴폐미를 풍기는 빨강머리 놈이 순간, 아이스크림을 먹다가 이렇게 말하였다.

 

  “그나저나 우리도 슬슬 유명해지면 리더 형 혼자 스케쥴 정리하기 힘드니까 매니저가 필요하지 않을까?”

 

  스크루바를 먹어 입술이 더욱 새빨게진 그 검정머리 옥수수집 후계자놈이 그러자 이렇게 되받아쳤다.

 

  “매니저 뽑으면 돈 너무 많이 들지 않아? 교통수단도 그냥 지금처럼 앞으로도 지하철타고 다니고 할껀데 굳이 매니저 뽑을 필요가 있을까?”

 

  분홍머리 막내녀석이 마지막으로 야망미 묻어나게 그 말을 모두 상쇄시키듯 이렇게 툭, 말하는 것 이었다.

 

  “그래도! 매니저가 있어야 폼이 나죠! 밴드는 폼인데!!! 우리가 돈이 없지 폼이 없습니까!”

  “우이씨, 누가 몰라? 그냥 스케쥴 있을 때만 함께 하는 매니저가 있으면 좋을텐데...”

 

 그렇게 대화가 어정쩡하게 끊겼는데 이상하게 엮여 꼬이듯 그 자리에 앉아있던 내가 이렇게 슬쩍 그들을 향해 말하고 있었다. 아주 자연스레...

 

 “저기... 껴들어 미안한데요... 스케쥴 있을때만 함께하면 되는거라면 저는 혹시 어때요...? 직업이 나름 백수라 한가한데... ”

 

  그제야 마약 옥수수집 후계자 녀석이 잔뜩 흥분해 밴드멤버들에게 이렇게 나를 소개하는 것이 아닌가!

 

 “맞아, 여기 전업백수야!!! 여기있는 우리 중에 제일 한가해!!!”

 

  이놈, 은근히 나를 맥이려는 못된 심보가 있는 것은 아닐까?... 싶었지만 뭐 맞는 말이었다... 밴드멤버들 모두가 일순간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뭐야, 여기서도 백수는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인건가? 그런데 일순간 정적을 깬 리더라는 녹색머리가 나를 향해 대뜸 이렇게 말하는 것 이었다...

 

  “앞으로 잘부탁해요. 그런데 성함이?”

 

  이것들 봐라, 아주 고슴도치 저 녀석이랑 똑같이 다들 이상한 캐릭터들의 향연이다! 만난지가 몇시간이 흘렀는데 이제야 이름을 물어!!! 게다가 뭐 별달리 묻는 것도 없이 매니저 자리를 허락하다니! 보나마나 그동안 어떻게 스케쥴을 잡고 했을지 안봐도 비디오구먼!!!

 

  그때 분홍머리 귀염둥이 막내가 말했다. 이녀석은 말할때마다 통통한 볼살을 우물거리는게 쬐금 햄스터같이 귀엽다... 그래 너로구나, 이 밴드의 귀요미를 맡은 캐릭터가!

 

  “누나, 그런데 누나는 몇 살이에요?”

 

  아니...누나라고 물으면서 몇 살인지 묻는 이 대화법은 정녕 무엇이더냐...?

 

  “음... 많이 먹었는데... 왜요? 매니저하는데 뭐 나이제약같은것도 있어요...?”

  “아뇨! 그게 아니라 현석형이랑 나이가 비슷해보여서... 둘이 그렇고 그런사이인가 싶어서요! 일에 사적인 감정들어가면 안되잖아요!”

 

  이녀석봐라. 내가 왜 껌정머리놈이랑!!! 그렇고 그런사이로 보인다 이거냐! 말같지도 않은 소리! 그런데 껌정머리 저녀석 은근 평소와 달리 차분한 얼굴을 한 채로 받아치지도 않고는 손에 든 스크루바를 가득 먹어 새빨개진 입술로 이렇게 밴드멤들을 향해 조용히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이쪽은... 우리 집 단골이야.”

 

  허참! 몇 번이나 갔다고 단골이래... 그런데 이와중에 더더욱 가관인건 이렇게 한 마디 더 툭 덧붙이는게 아닌가!!!

 

  “전생에 뭐 옥수수를 못먹어 다시 태어났는지, 아주 옥수수 킬러야...”

 

  밴드 멤버들 모두 그 소개에 수긍하듯 고개를 아래 위로 흔들고 있었다!!! 뭐야, 이 이상한 캐릭터들의 조합은? 정말이지!!! 당황스럽고 황당하구만!!! 나도 이상하지만 얘네는 더욱! 정말이지 더욱 이상해!!!

 

  나중에 아이스크림을 다 먹고 지하철 출구를 빠져나왔을 때, 나는 밴드멤버들과 다른쪽으로 간다며 슬쩍 빠져나와 걸으려는데 그런 내 모습을 보고는 분홍머리 막내가 껌정머리 싸가지를 툭툭치며 이렇게 말하는 것 이었다.

 

  “형이 데려다드려요.”

 

  뭐야? 그럴필요가 굳이있을까?라고 말하려는데 분홍머리 막내의 말에 밴드 멤버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는 눈치였다. 교회오빠 이미지 나는 녹색머리 리더는 ‘맞어, 요즘 밤길 위험해’라며 다정히 덧붙였고, 요염 섹시이미지의 빨강머리 보컬은 고갯짓으로만 슬쩍 데려다주라고 신호주는 눈치였다. 빨강머리도 은근 말만 없다 뿐이지 정말! 이상한 캐릭터다!라고 생각하였다...

 

  그리하여! 껌정머리 그 자식과 단 둘이 걷게 된 나는 걷는 내내 조용한 그 녀석을 슬쩍 올려다 보았는데 이 녀석 무언가 말할까 말까 고민하는 눈치였다. 뭐야? 뭐길래 그렇게 고민하는 눈치래? 싶어질 때 쯤 순간 정적을 깨고 그 녀석이 말하였다.

 

 “그런데 원하는 액수는...?”

 

  뭐야, 그거 생각하느라 그 자그마한 머리통 굴리고 있었던거야! 나는 화딱지가 나 생각해보지도 않았지만 액수를 높게 불러보았다!

 

  “뭐, 7대 3은 어때...?”

 

  그녀석 인상을 찡그리는 걸 보니 아씨, 너무 높게 불렀나?싶었다. 3정도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짜식, 거 애송인줄 알았더니 제법이구만! 그때 였다. 한참 고민하던 그 녀석이 고민을 다 끝냈던지 말을 이었다.

 

  “.... 그래, 뭐 정 그렇다면 별 수야 없지만... 그런데... 구차하기는 해도... 4까지만 올려주면 안돼...? 우리한테 3이라니! 3을 어떻게 노나가지냐! 우리 인원을 봐... 너무했다!”

 

  이런 빙구... 같으니라구... 처음 보았을 때의 그 잔뜩 날서고 고슴도치같으며 까칠 도도함을 풍기던 모습은 온데 간데 없이 내 앞에는 그렇게... 커다란 빙구 한명이 서 있었다. 셈에 이리 약해서야... 어찌 세상을 살아갈꼬... 으이구!

 

  “내가 3이고 너네가 7이야... 이 바보녀석아...”

 

  내가 정정하듯 한 번 더 짚어주고 나서야 그 녀석이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 멍청한 표정을 지으며 해벌쭉 반달웃음을 짓더니 이렇게 말하였다...

 

  “아니, 원래가 그렇잖아. 원래 늘 중간상들이 많이 떼먹는게 이 나라의 사회구조니까!”

  “그건 못된 어른들이나 그런거지! 난 그런 캐릭터 맡기 싫거든!!!”

  “왜케 청렴하고 그래? 원래 그런 캐릭터였어?”

  “우이씨! 이게!”

  “아씨! 때리지마! 그쪽 손에 맞으면 솜방망이가 아니라 철방망이로 맞는 기분 들것만 같거든!!!”

 

  진짜 한 대 콕 쥐어때려주고 싶을만큼 얄미운 놈이었다! 그렇지만 나는 꾹, 참고 이렇게 덧붙였다.

 

  “솜방망이 아닌 철방망이에 맞기 싫음 덤으로 가끔 너네 집 마약옥수수나 챙겨주던지...”

  “솔직히 말해봐.”

  “응? 뭐가?”

 

  녀석이 순간 내 앞으로 그 얄쌍한 얼굴을 바짝 그리고 빤히 내미는 것이 아닌가! 뭐야, 사람 마음 콩닥거리게 왜 이렇게 달싹 달라붙어서 얘기하는건데!!!

 

  “정말... 전생에 옥수수 못 먹어서 죽은 귀신들린거 맞지?”

 

  우이씨!!! 이 자식이 그런데!!!

 

  나는 솜방망이 아닌 철방망이같은 내 거친 손아귀로 녀석을 때리려다 참았다... 그리고 집근처까지 데려다 준 그녀석과 헤어져 집으로 들어가며 내가 흥얼거린 노랫말이 하나 있었으니... 그것은... 잊고 있던 그 주술같은 노래의 한 소절...

 

  “... 지마 지지마... 포기하지마.”

 

  어쩌면, 그때 그 주술처럼 읇던 그 노랫말이!!! 비루했던 삶에 찾아와 드디어 뜻 한바를 이루었구나!!! 어찌 이토록 남자 한명 없던 비루한 내 인생에 남자들이 풍년처럼 거듭 쏟아져 내리냐 이것이냐! 이상하고 백치미 가득 흐르는 멤버들이지만 그 모든 단점을 상쇄할 잘생긴 밴드멤버들의 매니저가 되다니!!! 어언 포기를 모르던 삼십일년의 세월이 갸륵해 어쩌면 신께서 이렇게 구원 가득한 빛줄기들을 가득 흠뻑 내려주시는구나!!! 싶어졌다.

 

  그리고는 생각하였다. 그 이상한 캐릭터들의 향연 속에서도 역시 제일 이상한 건 마약옥수수집 후계자 그 까칠까칠 껌정머리 녀석이라고!!! 그런데 그 녀석을 생각하니 마음이 슬금슬금 간지러워져왔다!!! 뭐야? 아무래도 마약 옥수수를 너무 많이 먹었나? 그럼에도 절대 이대로 멈출수는 없다! 종명이를 만나는 목요일이 오기까지 내 기필코 단기 다이어트에 성공하리라!

 

  그리고 나는 얼마 후! 그렇게 기다리던 목요일에 만나요♪를 외치게 만드는 나의 달콤한 첫사랑 종명이를 그렇게 만나게 되었다!

 
작가의 말
 

 목요일 퇴근길 지쳐있을 여러분을 응원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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