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최형사
오늘 피해자의 아들인 임종선 씨를 만나기로 했다.
전화로는 자세히 설명하기가 힘드니 만나서 말하고 싶다고 하여 임종선 씨의 집에 가서 보기로 했다.
“박형사”
“네!”
“오늘 개인 사정으로 일찍 퇴근한다”
“아 선배님 그러다가 반장님한테 저번처럼 까여요”
“아 시끄러.. 네가 내 마누라냐? 알아서 잘 둘러대”
“네.... 노력.. 해볼게요..”
박형사에게는 말을 하지 않았다.
괜한 오버에 사건을 그르칠 것 같아서다.
저녁 6시 가방을 챙기고 차에 타 임종선 씨가 찍어준 장소로 이동했고, 대략 한 시간 정도 달리니 도착했다.
겉으로 보기엔 단란한 가정이 있을 것 같은 평범한 주택이었다.
대문에 벨을 누르니 문이 열렸고 얼굴에 공포심이 가득한 남자가 나를 반겼다.
집에는 남자 혼자 있는 것 같다.
이 남자가 임종선 씨라는 걸 단박에 눈치챌 수 있었는데, 내게 당황스러운 점은 이 남자는
슬픔이 아닌 공포에 빠져있다는 것이다.
나와 남자는 거실에 마주 보고 앉았다.
“예 종선 씨.. 아까 전화로 하신 말씀..”
“형사님.. 저를.. 지켜주실 수 있으세요?”
“..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자세히 말씀해주셔야 합니다. 하나도 빠짐없이..”
남자는 처음에는 망설이더니 얘기를 시작하면서 광기에 휩싸인 듯 미친 듯이 말을 하기 시작했고, 난 말 하나하나 전부 집중해서 들었다.
내가 들은 얘기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저도 왜 그놈이 우리 엄마를 죽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냥 그놈은 지금 미친 상태입니다.”
“.. 예.. 일단 그 시계를 보여주시겠어요?”
남자는 시계를 꺼내 나에게 보여줬다.
“아마 그놈은 집도 없고 더 이상 가족도 없어 그냥 잡기는 힘들 거 같네요”
“그러면..?”
“그놈한테 연락해 시계를 주겠다고 말하세요.. 제가 갈게요. 시계는 일단 종선 씨가 가지고 계시고요”
“그놈이 순순히 나올까요?”
“아마 그놈은 시계가 필요할 거예요.. 그 무엇보다”
“형사님... 믿어도 될까요?”
“그래도 이 일만 15년째입니다. 걱정 마시고 알려주세요. 그리고, 이거 받으세요”
“네..?”
난 남자에게 고무탄이 들어있는 제압용 권총을 하나 건넸다.
“이거 실탄 장전된 권총입니다. 쓸 일이 없기를 바라지만 스스로는 지켜내야지요”
“아.. 감사합니다.”
“그리고 혹시나 무슨 일이 생기면 저한테 바로 전화 주세요. 약속 장소가 여기서 먼 곳은 아니니 금방 올 수 있어요”
남자는 그게 고무탄이라는 걸 의심하지 않는 것 같았고 좀 안심된 듯했다.
어차피 저 총이 실탄인지 고무탄인지 하는 건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어지간한 사람이면 총만 봐도 겁을 먹을 것이고, 중요한 건 저 남자를 진정시키는 것이었다.
“자.. 이제 전화해보죠”
“.. 네”
남자는 시계를 책상 밑 서랍에 넣으며 전화기를 꺼냈다.
이 사건이 마무리되면 이 자도 10년 전의 살인에 대한 공범죄로 죄를 물을 것이지만, 지금은 말을 하지 않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