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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푸른성
작가 : NO301
작품등록일 : 2019.9.2

운명 싱대에 대한 이야기

 
3.
작성일 : 19-09-04 21:52     조회 : 276     추천 : 0     분량 : 3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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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그로부터 한달 여 동안 기쁨은 호연에게 딱히 말을 걸거나 귀찮게 하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호연은 애써 침착하게 기쁨을 보지 않으려 애썼지만 기쁨은 달랐다. 그는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하지만 줄곧 호연의 옆에 붙어 있지는 않았다. 기쁨은 틈틈이 환자들의 옆으로 다가가 그들의 손목에서 혈관을 빼어내 제 입으로 그것을 물어 뜯거나 혀로 핥다가 다시 집어 넣는 행동을 반복했다. 호연의 바로 옆에서도 태연하게 그런 행동을 계속했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그것을 당한 환자나 일반인들이 전혀 몸에 이상을 호소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호연은 어느새 그런 기쁨의 존재에 무뎌지기 시작했다. 대신 그가 하는 행동의 의미가 무엇인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기쁨은 자신에게 첫 만남 이후 어떤 말도 걸어오지 않고 있었다. 호연에겐 종교가 없었다. 그렇다고 무속 신앙을 믿거나 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것이 인간이 아닌 다른 것이라는 사실을 확실했다.

 단지 기쁨은 절대 병원 외의 공간에서는 호연을 따라가거나 하지 않았다. 그리고 사실 병원 안에서도 자신의 주변보다는 환자나 외부인에게 좀 더 관심을 보였다. 그들에게서 무엇을 얻으려 하는 지는 도무지 알 수 없었지만 기쁨이 무언가를 찾고 있다는 건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호연은 여느 때와 다름 없이 지도교수를 따라 문진을 돌고 있었다. 병실은 4인실에 침대는 전부 차 있었다. 지도교수를 따라 호연과 인턴들은 침대 사이를 이동했다. 그 사이 기쁨이 병실 안을 두리번거리는 게 보였다. 호연은 이미 그가 익숙할 대로 익숙해져 있었던 터라 그가 나타난 사실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지도교수는 의례적인 진료를 마치고 병실을 빠져 나갔다. 인턴들 역시 그 뒤를 따라 나가기 시작했다. 호연 역시 그 뒤를 따라 나가려 하자 기쁨이 한 침대 앞에 서서 호연을 보며 손짓을 하는 게 보였다. 호연은 순간 멈칫했다. 기쁨이 그 날 이후 자신에게 무언가 행동을 보인 건 처음이라 당황한 것도 있었지만 다른 사람들이 신경 쓰이기도 했다.

 [안 보면 후회할걸]

 호연이 망설이자 기쁨이 재차 손짓을 해 보였다.

 호연은 결국 다시 병실 안으로 들어왔다. 기쁨은 잠들어 있는 임산부의 머리 쪽에 서 있었다. 그리고 그 옆으로 그녀의 남편으로 보이는 남자가 그녀의 손을 붙잡고 기도를 하고 있었다. 호연이 가까이 다가가도 남자는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

 기쁨이 여자의 손목을 문지르자 붉은 혈관이 흘러 나왔다. 그것은 이미 몇 번이고 봐왔던 터라 호연은 처음 느낀 공포감은 더 이상 일지 않았다. 더불어 더 이상 신기하지도 않은 풍경이었다.

 [잘 봐. 이제부터 재미있으니까]

 기쁨은 이번에는 남자의 팔목을 문지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의 팔목에서도 붉은 혈관이 흘러 나왔다. 그러자 여자의 혈관과 남자의 혈관이 뱀의 몸통처럼 서로를 비비 꼬며 들러 붙었다.

 [이 둘은 인연이야. 실제로는 엄청나게 만나기 힘든데 어떻게 만난 걸까?]

 […]

 [얘네들은 모르겠지만. 내가 찾아서 연결해 준 거야]

 기쁨이 재차 그 둘의 손목을 문지르기 시작하자 그것들은 제 본래의 자리로 돌아갔다.

 [기분이 어때?]

 

 호연은 며칠 동안 그 두 혈관의 연결이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기쁨이 그것을 자랑스럽게 보여줬을 때 호연 역시 그 둘의 연결을 강하게 느꼈다. 이제껏 그런 경험은 해본 적이 없었다. 전혀 알지도 못하는 타인인데도 불구하고 그들의 강렬한 서로의 감정을 자신 역시 같이 느낀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리고 만약 가능하다면 그 기분을 다시 또 느끼고 싶었다.

 기쁨은 그런 호연의 마음을 놀리기라도 하듯 몇 달 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호연은 틈만 나면 그가 사람들 틈에 섞여 있지 않나 확인했다. 하지만 땅으로 꺼진 것마냥 그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없었다.

 

 호연은 당시에 사귀고 있던 여자가 있었다. 그녀는 같은 학교 동아리 후배였다. 호연은 자신과 그녀 역시 그 부부처럼 그런 관계일까 궁금했다. 사귄 지도 이년이 넘었던 시점이었고 서로의 부모님에게 인사를 끝난 뒤라 이대로라면 결혼하는 게 기정사실인 사이였다. 하지만 사귄 기간 동안 특별한 문제가 없었기 때문인 건지 편하긴 해도 한번도 그날 느꼈던 그런 기분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그녀의 하숙집에서 하룻밤을 보낸 날. 호연은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 결국 눈을 멀뚱멀뚱 뜬 채 잠든 여자의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그때 기쁨이 방안으로 들어왔다.

 호연은 너무 놀라 그만 벌떡 몸을 일으켰다.

 [으으응]

 여자가 호연의 움직임에 잠투정을 했지만 일어나진 않았다. 기쁨은 천천히 여자 옆으로 다가와 여자의 팔목을 문질렀다. 호연은 그 팔목에서 흘러나오는 혈관을 보며 제 스스로 기쁨에게 제 팔을 가까이 내밀었다. 기쁨은 그런 호연의 팔목을 문지르기 시작했다. 호연은 제 몸에서 빠져 나오는 붉은 혈관이 그저 신기해 넋 놓고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통증이나 어지럼증은 전혀 없었다. 아니 전혀 아무런 느낌도 느껴지지 않았다.

 둘의 몸에서 나온 혈관들은 무언가를 찾는 듯 사방으로 흐름을 바꾸어 움직였지만 그게 다였다. 기쁨은 호연의 팔을 문질러 혈관을 본래 자리로 돌려 놓았다. 그리고 여자의 혈관은 제 이로 물어 뜯더니 씹어 먹기 시작했다.

 호연은 그것을 말릴 생각도 없이 제 팔목을 붙잡고 구경하듯 가만히 그 광경을 보고 있었다. 여자는 여전히 아무 움직임도 없었다.

 [이리와]

 기쁨은 호연의 말에 따라 그 옆에 앉았다. 기쁨이 물어 뜯긴 혈관을 호연에게 내밀었다.

 [먹어봐]

 호연은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러나 기쁨은 아랑곳없이 호연의 입에 그것을 더 가까이 가져갔다.

 [네 인연을 찾고 싶지? 이게 그 방법이야]

 호연은 혀를 내밀어 혈관의 끝을 슬그머니 탐색하더니 두 눈을 질끈 감고 그것을 입 안에 집어 넣고 잘근잘근 씹기 시작했다.

 

 그 순간 호연은 꿈인지 환상인지 모를 무언가를 봤다. 그곳은 신생아실이었다. 자신과 어떤 남자가 신생아실을 보고 있었다.

 간호사가 어떤 아이를 안아 앞으로 다가왔다. 호연은 그 아이를 보려고 가까이 다가갔다. 하지만 아이는 잘 보이지 않았다. 그 대신 자신의 옆에 있는 남자는 또렷이 보였다. 그 남자는 권형균, 그의 오랜 친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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