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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뱀파이어 로망스
작가 : 꽃님발
작품등록일 : 2019.9.3

내가 왔어. 너 찾으러 내가 여기까지 왔다고. 네가 발이 묶여 나한테 못 온다고 해도 어쩔 수 없어. 그 발목을 잘라내서라도 널 다시 내 옆에 둘 거야.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에게 사랑하는 사람을 빼앗겨 버린 뱀파이어 희선. 마지막 순간 돌아온다는 말을 남기고 홀연히 사라진 그를 찾으러 다시 한국을 찾아온다. 뱀파이어계 모든 사건 사고에 관여하는 그가 제발로 찾아오기를 바라며 인간 흡혈을 저지르는데….

영원을 살아가는 저주받은 존재, 뱀파이어와 인간 그리고 뱀파이어 헌터들 간의 엉켜버린 운명과 사랑이야기 옴니버스 형식으로 펼쳐집니다.

 
1화. 내가 왔어. 너 찾으러 내가 여기까지 왔다고.
작성일 : 19-09-03 23:08     조회 : 62     추천 : 0     분량 : 4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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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행 비행기 안. AM 12:00

 

 번쩍. 깜빡깜빡. 마치 죽은 시체가 눈을 뜨듯 그렇게 번쩍 눈을 뜬 남자가 미동도 않은 채 눈알만 굴려 주위를 살펴본다. 눈이 부심과 동시에 익숙한 내부가 비치고 그제야 이곳이 어딘 줄 깨달았는지 고개를 끄덕이다가 상체를 움직인다.

 한국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은 좀 답답한 공기와 침묵을 유지하고 있었다. 계속 한 자세로 오래 앉아있어서 그런지 몸을 일으키자마자 여기저기서 괴성이 터져 나왔다. 우두둑거리는 소리와 찌푸려지는 인상을 막을 길이 없어 잘생긴 얼굴이 처참히 구겨졌다. 늘어지게 기지개와 하품을 한 남자는 눈꼬리에 눈물을 달고서 옆에 헤드셋을 끼고 자는 남자를 한번 쳐다본다. 얼굴이 창백해서 그런 건지 너무도 곤히, 얼핏 죽은 사람처럼 자는 그의 몸뚱아리를 툭툭 쳐본다.

 그러던 남자는 갑자기 장난끼 어린 미소를 짓더니 승무원을 부른다.

 

 " 여기 생수 한 병만 주세요. "

 

 그녀는 습관처럼 방긋 웃으며 잠시만 기다리라는 말만 남기고 떠난다. 승무원이 사라지자 남자는 통로를 두고 반대쪽 좌석을 쳐다본다. 옆에 앉은 빨간 머리의 여자는 아직 꿈나라인지 미동도 없이 눈을 감고 있었다.

 

 " 여기 물 가져왔습니다. "

 

 그는 헤드셋을 낀 남자를 어떻게 할까 생각하는 것처럼 바라보다 그녀가 건넨 물을 받아 들었다. 방긋 웃으며 받는 남자의 잘생긴 마스크 때문에 그녀의 볼이 조금 붉어진 것만 같았다. 그녀의 얼굴이 붉어진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이치였다. 생수병을 들고 사악한 미소를 짓고 있는 남자는 외모지상주의 체제가 꽉 막힌 대한민국의 여성들이라면 다들 안 설레고 못 견딜 정도의 얼굴이었으니. 그 남자를 비롯한 헤드셋 낀 남자도 그 건너편에 여자도 절묘하게 수정을 거친 패션 잡지 화보에나 나올 만큼 예술적인 마스크였다.

 남자는 다시 본업(?)에 충실하려는 지 생수병을 딴 후에 자는 남자의 입을 살짝 벌린다. 그리고는 망설임 없이 그 안에 내용물을 입안으로 부어버린다.

 

 " 푸하- ! "

 

 그 바람에 자고 있던 남자는 갑자기 식도가 꽉 차는 느낌과 옷이건 얼굴이건 밀려드는 차가운 액체의 감촉에 눈을 번쩍 뜬다.

 

 " 어, 일어났어? 왜 그래? "

 " 이 망할 서규민!! "

 

 자고 있던 남자가 물을 사방으로 뿜어내는 것과 동시에 벌떡 일어나 규민을 째려본다. 규민은 아주 태연하게-라고 쓰고 뻔뻔하게 라고 읽는다- 앞을 보고 무슨 일 있느냐는 듯이 쳐다본다. 남자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런 규민의 뒤통수를 상큼하게 날린다. 한동안 둘의 보이지 않는 기 싸움이 펼쳐진다.

 

 

 규민은 또 사람 잡느냐, 하는 핀잔의 눈빛으로 쳐다보고 그 남자는 빨리 사과하는 게 신상에 좋을 거란 의미의 째림이었다. 그렇게 먼저 눈 감으면 지는 거라는 신념 하나로 서로를 심각하게 째려보던 둘은 결국,

 

 " 미안. "

 

 규민이 꼬랑지를 내림으로써 끝을 맺는다. 남자는 규민에게 자신이 제일 잘하는 일 등급 욕한 바가지를 날릴 생각이었지만 입을 떼자마자 이어지는 안내방송에 그대로 입을 다문다.

 

 [ 곧 비행기가 착륙할 예정이오니 승객 여러분께서는… ]

 

 " 희선 누나나 깨워. "

 " 형이 깨워도 되잖아. "

 " 그래, 한번 뜨잔 거냐? "

 

 아직도 장난치고 싶었는지 규민은 또 멋모르고 대들다가 깨갱 하며 통로 옆에서 자고 있는 희선에게 손을 뻗는다. 하지만 규민의 손이 몸에 채 닿기도 전에 눈을 뜬 그녀는 매섭게 그를 째려보았다.

 

 " 내 몸에 손대지 마. "

 " 내가 뭘! "

 

 그 째림이 너무 매서워서, 잘못한 것이 없는데도 그런 취급 받는 게 억울한 규민은 입을 삐죽인다. 양쪽 사이에 껴서 자신이 남아나지 않는 걸 느꼈다. 둘 다 성격하나는 지랄 맞았는데 여태 그들 속에서 참아 온 것도 참 기특한 게 아닐 수가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이렇게 비행기를 타는 이유도 다 희선에게 있었으니 말이다.

 언제부턴가 뱀파이어는 인간에게 쫓기기 급급한 존재가 되어버렸다. 그도 그럴것이 영원히 죽지도 않고 늙지도 않는 몸이니 한 동네, 또는 한 나라에서 오래 사는건 어려웠다. 하지만 그들이 누구더나, 막나가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로메니족이였다. 그래서 그런 시답잖은 이유로 한국을 오는건 아니었다. 그저 희선의 변덕일 뿐. 이제 일본이 질렸어! 라고 외치던 그녀의 말에 제대로 된 대꾸를 해주지 않아서 결국 이 모양이 된 거였다.

 

 " 맨날 나만 가지고 그래. "

 

 툴툴거리는 규민이 자신의 뒤통수를 한 번 더 내려치는 남자를 가까스로 말려야만 했다. 그의 이름은 이동화. 동화는 마치 희선의 이란성 쌍둥이 같았다. 특이한 성격과 언제 어디서든 깽판 칠 수 있는 깡, 그 외에도 다수 등등.한 명이 지랄 같으면 한 명이라도 정상적이어야 했을 텐데 동화도 마찬가지였다. 더 하면 더했지 못하진 않았다 이거다.

 

 " 눈 안 깔아? "

 

 규민이 입 밖으로 꺼내선 안 되는 말을 마음속으로만 읊조릴 때 비행기가 서서히 착륙했고 그와 동시에 희선이 옆에서 픽 웃는다.

 

 " 큭… 푸흡, 푸하하하!! "

 

 픽으로 시작했던 그녀의 웃음은 뭐가 그렇게 웃긴 것인지 서서히 발전되어 핸드폰에 진동이 온 것처럼 부들부들 떨며 웃었다. 그래서 내리던 모든 사람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지만 개의치 않는 것 같았다. 그녀의 유별나고 특별한 우주 최강의 성격은 정말 지치게 하는 게 아닐 수 없다. 몇 백년 동안 겪어온 거라지만 요즘은 점점 더 종잡을 수 없어져 버렸다.

 

 무슨 심경의 변화인지 자꾸자꾸 피식 웃는 게 정말 미친 게 아닌가도 생각해 본다. 차마 건들기도 무섭게 자꾸 웃는 그녀를 보던 동화와 규민은 고개를 설레설레 젓는다. 고개를 젓는 그들의 모습이 너무 닮아서 그들의 깊은 우호 관계를 새삼 느낄 수 있었다.

 

 혀를 쯧쯧 차며 벌떡 일어선 규민이 제일 먼저 밖으로 빠져나갔고 동화가 따라 나가며 희선을 툭 친다.

 

 " 가자, 누나가 좋아하는 한국이다. "

 

 한국. 오래간만에 다가온 그리웠던 단어가 가슴속을 자꾸 어지럽힌다.

 

 " 살 집은 구해 논거지? "

 " 내가 일 처리 제대로 안 하는 거 봤어? "

 

 그래도 모든 일에 철저한 똑 부러짐 만큼은 높이 살만한 장점이었다. 그게 가끔 너무 철저해 짜증 나기도 했지만. 잘나갔던 샴푸 광고처럼 머리를 휘날린 희선이 혼자 긴 다리 뽐내듯 걸어나간다.

 그리 많이 들어있지 않아 가벼운 가방을 끌며 공항을 빠져나온 그들은 어둠과 도시의 사치스런 야경을 쳐다본다. 도시는 낮과 밤이 구분 안 가도록 꾸며놓은 찬란한 조명으로 떡칠되어 있었다. 그 옛날 자신들이 살던 때와는 몰라보게 달라진 모습에 가끔 느끼는 세월의 흐름을 맛본다.

 

 " 하아- 한국인 냄새. 아주 진동을 하는구먼. "

 " 동족은 동족에게 끌리나 보지. 큭큭. "

 

 하지만 세월의 흐름은커녕 감성적인 면엔 젬병인 동화와 규민은 남들이 들으면 무시무시할 만한 농담을 주고받으며 크게 웃는다.

 

 " 쯧, 야만인 같으니라고. "

 

 여기, 그들과 사알짝 다른 희선만 제외하고는.

 

 " 누나, 좀 먹어도 돼? "

 " 아 맞아! 제발… 누나아 나 진짜 많이 참았어. "

 " 한 명만… 아니 두 명만! 맛 좀 보자고요- "

 

 무엇을 말하는지 그들은 정말 간절한 표정이었다. 그 안에 담긴 뜻이 좀 음란하게 해석 될 수 있었지만 그들은 간절했다. 그런 그들을 바라보던 희선은 잠시 생각에 빠졌다. 흠, 그래 좀 오래 안 먹긴 했지.

 그들이 말하는 먹을 것은 당연하게도 뱀파이어의 주식인'피'였다. 피가 주식임에도 불구하고 인간과 공생하며 살아야 하는 더러운 처지 때문에 몇 달 정도 입에도 못 덴 것이다.

 오리지널을 먹지 않으니까 점점 피부도 누리끼리하게 안 좋아 지는 것 같고 질도 떨어지는 것 같으니까. 사실 이런건 다 숙련된 자기 합리화였고 그들이 누군가. 자제력이라고는 쥐꼬리만큼도 없는 로메니족이 아니던가. 이래저래 영양보충이 필요한 건 맞다는 거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이유가 남아있었다. 한국에 사는 그녀에게 내가 왔노라고 말해야 했다. 내가 왔으니 원래 내 것이였던 걸 다시 돌려달라고.

 

 " 다섯 명. 맛있게 먹고 길 한가운데에 던져놔. "

 " 오케이~ "

 " 우리가 왔다는 걸 알 수 있게끔. "

 

 웬 가뭄에 단비더냐! 방방 뛰던 그들은 잠시 여기서 기다리라는 말과 함께 빠르게 사라진다.

 

 그들이 사라진 자리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희선은 크게 한숨을 들이마신다. 그리웠던 공기. 정확히 10년 전 그때와 같은 그 공기였다. 대기오염이다 뭐다 지껄이는 것도 다 거짓인 듯 지금의 공기는 그때와 일치했다.

 

 익숙한 내음에 취할 새도 없이 떠오르는 기억에 파편들이 머릿속을 점령한다.

 

 '여기가 정말 한국이야? 안 믿긴다, 그치?'

 '그렇네요, 정말.'

 

 잊고 살았던 고국으로 단둘이 여행 간다는 그 기쁨과 세상 모든 행복을 다 가진 듯 몸 서리치던날. 그때 그 크고 따뜻했던 손이 다시 자신의 손을 잡아주는 것 같은 느낌에 기분이 좋아진다. 바람이 가볍게 타고 와서 그가 자신을 안아주는 것처럼 온몸을 감싸주는 느낌.

 

 내가 왔어. 너 찾으러 내가 여기까지 왔다고. 기다려, 꼭 오게 해줄 테니까. 네가 발이 묶여 나한테 못 온다고 해도 어쩔 수 없어 그 발목을 잘라내서라도 널 다시 내 옆에 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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