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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게임 밖에서도 쓰는 인벤토리
작가 : 파한울
작품등록일 : 2019.9.3

큰 배신을 당한 이후 사람을 넘어 세상을 불신하는 주인공, 세상일에 환멸을 느끼고 가상현실 게임이자 인생 파괴게임으로 유명한 R.O.A라는 게임을 플레이하기로 정한다.
하지만 게임을 시작한 지 3일 만에 던전 브레이크로 튀어나온 고블린에게 배가 뚫리게 된다.
‘억울하다. 죽을 때만큼은 세상에게서 한가지라도 이긴 상태일 줄 알았는데….’
원통해하는 주인공 앞에 정사각형이 줄지어져있는 홀로그램 창과 그 안에 있는 포션!
현실의 물품으로 사제 폭탄을 만들어 게임으로 가져가고 판타지의 영약을 현실로 가져와 몸을 강화하고 헌터가 된다.
게임 속 ‘세상’과 현실 ‘세상’을 오가며 활약하는 주인공의 변화와 진화에 대한 이야기!

 
2화:고블린은 어디서 계속 나타나는가-2
작성일 : 19-09-03 22:13     조회 : 334     추천 : 2     분량 : 6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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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화:고블린은 어디서 계속 나타나는가-2

 

 “지금쯤이면… 괜찮겠지?”

 

 나는 체감상 1시간 정도 그대로 누워있었다.

 피와 고블린의 살점이 엉겨붙어있는 바닥에 엎어져있는 기분은 영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지.

 살려면 뭔들 못하겠나.

 

 사실 지금도 살짝 불안하다.

 내가 있던 이 건물에 들어왔다는 건 건물 이곳 저곳을 돌아다닐 가능성도 있다는 의미다.

 이 건물이 첫 번째 건물이었다면 아직도 이 주변을 서성거릴 확률도 무시할 수 없다.

 

 ‘조금만,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

 

 그렇게 나는 그곳에서 더 긴 시간동안 기다렸다.

 

 약 5시간 정도 더 기다리자 누워있는 것에 완전히 지쳐버렸다.

 고블린의 살점도 더운 날씨에 부패되기 시작했고, 그 냄새가 내 몸 곳곳에 베어들었다.

 

 이제 슬슬 나갈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는 말이다.

 

 나는 최대한 조용히 몸을 일으켰다.

 일어나자 옷을 적셔 굳어버린 피가 쩌억하며 바닥에서 떨어졌다.

 우와, 이 만큼 많은 양의 피는 난생 처음 본다.

 이게 내 몸에서 나온 양이라고? 새삼 놀라게 되네.

 

 포션이 혈액의 양까지 보충해주는 건가?

 아무리 그래도 50ml정도 밖에 안 되는 포션이 최소 1리터는 넘어보이는 양의 피를 보충해준다고?

 말도 안 된다.

 그냥 판타지의 영역이라고 생각하는 게 편할 것이다.

 애초에 각성자들이 마법을 쓰는 원리도 현대 과학으로는 조금도 설명할 수 없으니까.

 

 나는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천천히 걸어가 문에 기대어 양 옆을 살펴보았다.

 다행히 아무도 보이지 않네.

 

 나는 순간 등골이 오싹해지는 상상을 해버렸다.

 

 각성자들의 감각은 수준이 다르다던데, 혹시 지금 걷고 있는 소리도 듣고 있는 것 아닐까?

 

 그때

 

 “분대장님! 여기 생존자가 있습니다!”

 ‘분대장?’

 

 군인인가?

 

 그는 잠시 총구에 달린 라이트로 나를 비춰보더니 말했다.

 

 “여기서 대피 안 하고 뭐하고 계셨습니까? 빨리 오시지 말입니다.”

 

 나는 그 자리에서 주저앉고 말았다.

 

 ***

 

 “오랜만에 건강 검진이네.”

 

 던전 브레이크가 터진 덕분에 건강검진도 받고, 운이 참 좋네.

 하하, 빌어먹을.

 

 결과만 말하자면 내 몸에는 아무 문제 없다고 한다.

 오히려 오랜 기간동안 상하차, 공사현장 일 등을 하면서 허리며 어깨도 완전 아작이 나있었는데 그것마저 정상이 되었다.

 이것도 포션의 힘일까? 참 고마운 물건이다.

 

 ‘인벤토리’

 

 인벤토리를 여는 방법은 간단했다.

 게임 속과 똑같이 인벤토리를 열겠다는 의지만 표한다면 바로 열렸다.

 그리고 방금 간호사 앞에서 인벤토리를 열었음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는 걸 보니 이 인벤토리는 나만 볼 수 있는 것 같다.

 

 진짜 게임하고 똑같은데?

 R.O.A에서도 정보 공유 시스템을 사용하지 않으면 서로의 인벤토리를 볼 수 없다.

 거의 완벽하게 R.O.A와 똑같았다.

 

 “결제는 안 하셔도 됩니다.”

 “네.”

 

 나는 지금 구멍이 뚫리고 완전히 망가진 옷 대신에 병원에서 준 흰 면티를 입고 있다.

 바지는 입을 만한 게 없어서 원래 입고 있던 청바지는 좀 찢어졌지만 그냥 입었다.

 대충 보면 어설프게 직접 만든 컷팅 진처럼 보인다.

 

 병원에서 나와 버스를 탔다.

 긴장이 풀려 버스 안에서 잠들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지만 예상 외로 조금도 피곤하지 않았다.

 나는 짬을 내서 휴대폰을 켜 여러 정보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레이드라고 검색하자 제일 상단에 나오는 것은 ‘혁신’이라는 회사였다.

 

 레이드 물품 산업에 가장 빨리 뛰어든 회사가 바로 혁신이다.

 전세계에서 가장 큰 기업 중 하나인 동시에 R.O.A를 만들고 유지하고 있는 회사다.

 혁신은 던전에서 나오는 재료들을 이용해 포션이나 던전 식품-소형으로 압축 시킬 수 있는 주먹밥 혹은 빵-등을 빠르게 개발해 레이드 물품 시장에서의 입지를 굳건히 했다.

 

 그 일이 일어난 지 20년, 여전히 레이드 물품의 인기는 하늘을 뚫을 수준이다.

 

 ‘그만큼 레이드 물품의 수요가 많다는 말이겠지.’

 

 레이드 물품의 주요 사업은 당연히 포션이다.

 부상자에게 포션을 사용하면 빠르게 부상을 회복할 수 있고 던전에서 빠르게 이탈할 수 있다.

 부상자를 치료하지 못하면 파티의 부담이 커지고 그에 따라 위험도 증가한다.

 

 …고 알려져있지만 사실 일부 소규모 공격대에서 부상자는 버려지고 만다.

 던전이든 사회든 필요없는 짐을 가지고 다니는 사람은 없으니까.

 

 각설하고, 포션이 비싸긴 하지만 돈이 많다고 마구 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우선 하루 2회라는 사용 제한도 있다. 여차하면 부작용 때문에 죽을지도 모른다고 한다.

 애초에 각성자들을 제외하고 일반인들은 포션을 사용할 수 없다.

 

 그 외에도 약간의 환각 작용이 있어 집중력을 흩트리기도 한다.

 

 실수 한번으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던전 안에서 집중력이 약해진다는 건 생각보다 큰 위험이다.

 두통 혹은 근육통이 오기도 한단다.

 이런 심각한 부작용이 있는 것들도 200만원이 넘어간다.

 

 지금 내가 살아있는 이유는 당연히 내가 먹은 포션에 부작용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이거 모르고 먹었다가 죽을 뻔했네.

 뭐, 그때 당시에는 별 다른 방법이 없긴 했지만.

 

 내가 이런 정보들을 검색하는 이유는 단 한가지다.

 

 나는 헌터가 될 생각이다.

 

 ***

 

 ‘그나저나 정말 누구지?’

 

 나는 안전지대로 돌아오기 전에 나를 죽이려 했던 헌터들에 대해 알아보려고 수습 작전의 지휘를 맡은 간부에게 물어보았다.

 김대위라고 했었나?

 

 물론 자세히는 말하지 않았다. 대충 ‘쓰러뜨린 고블린에서 나온 마정석을 강탈해갔다.’ 정도만 말했다.

 배가 뚫렸다는 말을 했다가는 능력을 말해야 할텐데 그렇게 된다면 골치 아파질 게 뻔하니까.

 

 그 정도만 말해도 그는 바로 이번 던전 브레이크 진압에 지원한 헌터의 명단을 보여주었다.

 물론 얼굴이 나온 사진만 보여준 정도지만.

 

 그런데 문제는 고용 헌터 중에서도, 군소속 헌터 중에서도 나를 죽이려 했던 헌터는 찾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빌어먹을, 복수고 나발이고 누군지는 알아야 뭘 하지.

 

 “흐아… 이제 슬슬 자자.”

 

 휴대폰과 전등을 끄고 방바닥에 누웠다.

 

 그런데 지금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게임 캐릭터의 레벨이 오를 때마다 힘을 올렸기에 힘이라도 강해졌다면 게임 시스템이 전부 옮겨온 것이 아닐까 생각해보았지만 그렇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게임의 기본 시스템인 관찰이나 스테이터스창 같은 것들은 작동도 하지 않는다.

 

 각성을 한 것 같기는 하지만 어째서 하고 많은 게임 속 요소 중에서 굳이 인벤토리와 아이템이라는 요소일까?

 평소에 이런 상상을 하고는 했지만 그게 이유가 될 수 있는걸까.

 

 분명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세상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에도 선은 있다고 무심결에 여겨왔던 것일까. 아니면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날 줄 몰랐던 것일까.

 

 이런 일이 일어나면 마냥 좋을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돈, 명예 모두 손에 넣을 수 있는 기회니까.

 

 하지만 생각처럼 그렇지만은 않았다.

 힘을 얻자 그 동안 가지고 있던 생각들이 대거 뒤집어진다.

 

 물론 전과 비교해 조금도 바뀌지 않은 생각은 있었다.

 아니, 바뀐 것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세상에 맞설 능력이 생기는 순간 들이마시는 공기가 상쾌하고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새로울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이런 힘을 얻고도, 나는 여전히 이 세상이 너무 싫다.

 

 ***

 

 “후불이요.”

 

 “빈자리 찾아서 하세요.”

 

 내가 짧게 말했더니 알바생도 건성으로 대답한다. 당연한 거지.

 

 나는 캡슐방 벽면에 붙어있는 지도를 보고 77번 자리를 찾아갔다.

 매번 7번 자리에서 게임을 했지만 방금 7번이 달린 캡슐에서 게임을 하다가 변을 당하지 않았던가.

 절대 무서운 게 아니다. 그냥 불길한 거다. 아마도.

 

 나는 활짝 열려있는 캡슐 안으로 들어가 누웠다.

 의사말로는 하루 이틀정도는 집에서 쉬라고는 했지만 그럴 생각은 없었다.

 어차피 포션 복용의 영향으로 피곤은 크게 느끼지 못했다.

 

 그리고 실험해보고 싶은 것도 많다.

 

 [‘LV.4 신정훈’ 캐릭터가 있습니다. 로그인하시겠습니까?]

 

 아이디를 만들 때 얼굴을 잘생기게 만드는데 온 힘을 쏟았기 때문에 닉네임에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별 생각없이 대충 본명을 적어넣었다.

 

 나는 ‘예’ 버튼을 바라보고 눈을 깜빡였다.

 그와 동시에 눈이 스르륵 감겼다. 온 몸에 힘이 주욱 빠져나간다.

 수면 마취를 한 것 같은 감각이었다. 엄청 어렸을 때 한번 해보긴 했지만….

 좋은 기억은 아니다. 필요할 때가 아니면 어릴 적 생각은 하지 않는다.

 나름 나만의 도피방식이다.

 

 몸에 빠졌던 힘이 도로 들어온 느낌이 들었다. 나는 다시 눈을 떴다.

 그러자 내가 눈을 감았던 곳과는 완전히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나는 도망치러 오던 이곳으로 다시 돌아왔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이번엔 세상을 피하려는 것이 아닌, 직접 마주하러 온 것이다.

 

 “레이든은… 역시 없네.”

 

 5시간이 흘렀다. 게임이 현실에 비해 시간이 빨리가는 건 아니지만 5시간이나 아무것도 안 하고 기다릴 놈이 아니다.

 현실도 이미 10시가 넘었고 이곳은 벌써 달이 하늘 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다.

 

 나는 인벤토리를 열었다.

 캡슐방에 들어오기 전에 만들어 놓은 물건들이 전부 인벤토리에 들어와있다.

 첫 번째 실험은 성공적이다. 현실의 물건도 게임 안으로 가지고올 수 있다.

 

 이제 문제는 성능도 쓸만하냐는 것이다. 나는 문방구에 들러 사온 싸구려 핸드벨을 꺼내 강하게 흔들었다.

 한밤중에 가볍고 날카로운, 듣기 싫은 금속음이 사방으로 퍼져나간다.

 

 “왔다.”

 

 5분 가량 벨을 흔들고 있으니 동쪽 방향에서 한무리의 고블린 떼가 몰려나왔다.

 고블린도 수면욕은 있는지 잔뜩 약이 올라있는 모양새였다.

 

 이제 핸드벨은 자리를 비켜줘야할 차례다.

 나는 소주로 만든 화염병을 인벤토리에서 꺼내들었다.

 제대로 된 지식도 없이 인터넷을 뒤져 만든 것이라 어떻게 될지는 나도 모른다.

 

 {키에에에엑!!!}

 {키엑! 키에에!}

 

 고블린들이 화가 잔뜩 난 채로 달려들기 시작했다.

 여전히 듣기 싫은 소리로 짖으면서 달려온다. 고막이 남아나질 않겠네.

 나는 라이터에 불을 켜고 화염병에 가져가 불을 붙였다.

 

 캡슐방에서 고블린을 상대할 때 그 이상으로 집중하여 거리를 쟀다.

 물론 게임 속과 현실의 육체 차이가 있으니 그것을 감안해야겠지.

 

 사정거리에 고블린 무리가 들어오자 화염병을 힘껏 던졌다.

 

 퍼-엉!

 

 화염병이 바닥에 닿아 깨지자 불꽃이 크게 타올랐다.

 적당히 마른 잡초에 불이 들러붙어 그 규모가 점점 커졌다.

 

 그 불길에 직접 휘말린 고블린 녀석은 온몸에 붙은 불을 끄느라 정신이 없었고, 직접 휘말리지 않은 녀석도 폭발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것 같았다.

 

 두 번째 실험은 이제 시작이다.

 

 검은색 테이프로 묶은 짱돌과 부탄가스를 꺼냈다.

 부탄가스가 생각보다 가벼워서 잘 날아가지 않을 것을 대비해 묶어둔 것, 꽤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스스로 평가한다.

 

 어느새 넓게 퍼져있는 불꽃 안으로 부탄가스를 던져넣었다.

 

 펑!

 

 열로 인해 부탄가스가 폭발하리라는 계산, 나름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진짜 과열로 터지는 건지 정확히는 모른다. 중졸 학력의 단순한 추측일 뿐.

 

 두 번의 폭발에 고블린들은 정신도 못차리고 우왕좌왕하고 있다.

 각자 다른 고함을 질러대는데 듣기 싫은 것은 마찬가지다.

 

 불이 사그라들기를 기다리고 있자니 다른 방향에서도 고블린 녀석이 나타났다.

 한 마리다.

 

 이번에는 폭발물을 쓰자니 아까웠다.

 혹시나 해서 인벤토리에 넣어두었던 가죽 장갑을 끼고 집에 있던 식칼을 꺼내들었다.

 

 내구도는 약할 수 있지만 예리함 만큼은 보급형 단검에 비해도 꿀리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별로여도 여기 오기 전에 얻은 레벨 제한 5의 단검보다는 낫겠지.

 어차피 지금은 못 쓰는 물건이기도 하니까.

 

 불타는 고블린들을 조명삼아 시야를 확보하고 고블린의 상태를 확인했다.

 여느 고블린과 다르지 않은 작은 키와 조악한 칼, 날카로운 이빨과 눈매.

 

 평범한 상대이다.

 

 나는 달려드는 고블린 녀석의 움직임에서 조금도 눈을 떼지 않았다.

 현실에서 한차례 위험을 겪었더니 싸울 때 보이는 것들이 달라졌다.

 고블린의 눈이 어디로 향하는가. 고블린의 팔이 어떻게 움직이는가. 무기를 든 손목이 어떻게 꺾이는가.

 

 목숨을 걸었던 경험의 차이는 생각보다 어마어마했다. 전투에 돌입해서도 이리 침착을 유지할 수 있다니.

 나 스스로도 놀랍다.

 

 어느새 고블린이 가까이 다가와서 검을 가로로 휘두르고 있었다.

 

 ‘오우….’

 

 고블린의 키가 키인지라 검을 휘두르니 매우 위험한 곳을 스쳐지나갔다.

 남성의 상징이 사라질 뻔했다.

 

 뒤로 물러나며 첫공격을 피하고 땅을 발로 찼다. 흙이 고블린의 눈으로 흩어지며 날아갔다.

 

 [키엑!]

 

 고블린이 고통스러워하며 눈을 비볐다.

 싸우던 도중에 이렇게 큰 틈을 보인다는 건 죽고 싶다는 걸로 이해해도 될 것이다.

 

 퍼-억!

 

 나는 앞으로 달리면서 고블린의 복부를 겨냥하고 체중을 실어 발로 찼다.

 고블린이 뒤로 넘어지면서 몇미터나 뒤로 물러났다. 녀석이 넘어져있는 타이밍을 놓칠 생각은 없다.

 

 일어서 자세를 잡기 전에 달려든다. 거리가 좁아지자 녀석이 팔다리를 마구 흔들며 저항한다.

 하지만 마구 휘두르는 만큼 틈은 차고 넘친다. 그 사이을 비집고 들어가 가슴에 칼을 깊숙이 꽂아넣는다.

 

 띠링!

 [레벨이 올랐습니다.]×2

 

 아직 눈 앞의 고블린은 죽지 않았다.

 

 ‘잘 불타고 있나보네.’

 

 화염병과 부탄가스의 효과는 확실히 괜찮았다.

 

 촤-악

 

 나는 내가 찔러넣은 칼에 폐가 찢어져 끅끅거리는 고블린의 숨통을 끊어주었다. 그러자 레벨이 하나 더 올랐다.

 

 “하….”

 

 폭발 현장은 피와 시체가 흙과 엉겨붙어 타올라 냄새가 끔찍했다.

 생각하지 못한 건 아니다. 오히려 나쁘지 않다. 이 냄새때문에 고블린들이 더 잘 찾아올 테니까.

 

 쌔액쌔액

 

 숨을 참으며 사그라든 불길 속으로 들어가자 발 아래에서 힘겨운 숨소리가 들려왔다. 온몸에 심각한 화상을 입고도 죽지않은 녀석이다.

 녀석은 나를 애처롭게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살려달라는 의미가 담긴 눈빛은 절대 아니다.

 그렇다고 복잡하고 깊은 의미가 담겨있지도 않았다. 그저 그 반대일 뿐

 

 나는 그 뜻대로 해주었다.

 

 “후우우우….”

 

 나는 길게 숨을 내쉬었다.

 

 왜 고블린을 잡는데 이런 마음을 쓴 걸까.

 죄책감이 느껴진다던가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다만 나는 왜 방금 죽인 고블린의 감정을 헤아린 것일까하는 의문이다.

 

 나는 곰곰이 생각해보았지만 명확한 답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모르겠다. 뭐… 어렸을 적 일 때문이겠지.”

 

 나와 나의 부모님, 친척, 조부모님들이 전부 화마에 휩쓸려 죽어나가던 그때,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는 그 절망감

 뜨거운 빛을 바로 옆에 두고도 어두웠던 그 기억

 

 트라우마는 극복한지 오래다. 하지만 그 깊은 절망감은 쉽게 잊혀지지 않았다.

 잠시나마 이 몬스터에게 감정 이입한 것은 그것 때문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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