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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오솔길
작가 : 엔보이
작품등록일 : 2019.9.2

오늘날까지 우리 인간이 걸어온 길.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갈등과 폭력의 역사.
태초의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 그러한 갈등과 폭력 속에서도 희망을 품고 살아간 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그려보고자 합니다.

 
단원1. 운수 좋은 날. (2)
작성일 : 19-09-03 20:53     조회 : 203     추천 : 0     분량 : 7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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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나눈 작별인사의 여운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다음 날 아침 일찍 두칠이가 다시 나를 찾아왔다. 어지간히 급하기는 했던 모양이다. 그는 가주님이 당장 나를 보기 원하신다고, 괜찮다면 지금 당장 자신과 함께 가는 것이 어떻겠냐고 이야기를 하였다. 그와 동행할 마음이 없기도 하거니와 당장 할 일도 있던 나는 정중하게 거절한 이후에 오늘 미시(오후 한시~세시)쯤 찾아뵙기로 약조를 하고 그를 돌려보냈다.

  그를 보내고 난 뒤 내 가슴은 심하게 두근거렸다. 드디어 내게도 기회가 온 것이다. 사람에게는 평생 세 번의 기회가 찾아온다던가. 그렇다면 이번이 내게는 분명 그 세 번 중의 한 번이 분명해 보였다. 결코 이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급히 동무들을 불러 모았다. 그들과 함께 일영가로 갈 생각이었다. 그들은 내가 이런 말도 안 돼는 결정을 한 이유와 의도에 대해 이미 알고 있었다. 지난밤 보리와 나누었던 대화가 떠올랐다.

 

  “나한테도 숨길 참이야? 말해봐. 네가 기다리는 곳이 어디야?”

  “일영가.”

  “일영가라면 군수님 가문을 말하는 거야?”

 

  보리는 나보다 나이도 많고 생각이 깊어 다른 동무들보다 많이 의지가 되는 동무였다. 나는 군수님 건강이 나빠졌다는 소식을 들은 이후부터 그에 대한 생각을 가지게 되었음을 그에게 솔직히 밝혔다.

 

  “설마 그곳과 거래할 생각인거야?”

  “맞아. 군수님께서 건강이 예전만 못하다는 소문이 파다한 터에 일영가에서도 곧 사람을 보내오지 않겠어? 믿기지는 않지만 이게 백년 묵은 산삼보다 더 몸에 좋다잖아.”

  “그건 그렇지만 이해가 가지 않으니까 하는 말이지. 본래 일영가라면 네가 치를 떨었잖아.”

  “그렇긴 하지.”

  “그런데 왜 그런 마음을 먹은 거야?”

  “그야 이게 다시없을 기회일지도 모르니까.”

  “기회? 무슨?”

  “이렇게까지 말했는데도 정말 모르는 거야, 아니면 모르는 체 하는 거야? 눈치 하나는 누구보다 빠른 줄 알았는데......?”

  “반디야.......”

 

  늘 얼굴에 한조각 웃음을 달고 다니는 그가 짐짓 정색을 하며 말했다.

 

  “어쩌면 너라면 그런 생각을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기는 했어. 하지만, 반디야. 나는...... 나로서는 정말 상상이 가지 않아. 너는 정말...... 욕심도 없는 거야? 네가 네 기술로 정당하게 잡은 사냥감이야. 네가 온전히 취한다고 해서 누구 하나 뭐라고 할 사람이 없단 말이야. 그런데 넌 정말 그걸 그런 식으로 쓸 생각인거야?”

  “이건 정말이지 하늘이 준 기회라고밖에 생각이 들지 않아. 하늘이 우리의 간절한 바람을 들어주기 위해 내리신 선물이라고. 그걸 어떻게 내 개인의 욕심을 위해 쓸 수 있겠어?”

  “반디야. 나는 참말로 이해할 수가 없다. 이 마을 태생도 아닌 네가 왜 그토록 이 마을을 위해 애쓰는지.......”

  “무슨 말을 그렇게 해. 나는 다만 그가 이곳에 있으면 했을 일들을 대신하고 있을 뿐이야.”

  “반디야.......”

 

 ------------

 

  “이곳에서 기다리다가 내가 부르면 들어가시오. 혼자만 들어가야 하오.”

 

  청사 안 객실에서 대기하는 동안 나는 곧 군수님을 독대할 생각에 마음을 졸였다. 그가 과연 내 바람을 들어줄지? 혹여 건방지다는 소리를 듣지는 않을지? 별에 별 잡생각이 머릿속을 어지럽히는 가운데 나는 마음을 가다듬기 위해 노력하였다.

 

  ‘하나만 생각하자. 하나만.’

 

  “보리울에서 온 반디는 들어가시게.”

 

  이방의 부름에 나는 긴장된 표정을 숨기며 접견실 안으로 들어섰다. 그곳에는 예전보다 많이 늙고 수척해 보이는 일영가 가주 일영 찬이 무표정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보리울에서 온 반디가 군수님을 뵙습니다. 그간 안녕하셨는지요?”

  “오랜만이구나.”

 

  그가 내게 말을 했다. 처음이었다. 정말 별거 아니지만 나는 겨우 그것 하나에 뿌듯한 마음을 감추기 힘들었다. 내가 그의 집안에서 태어나 거의 십 년 세월을 미손으로 지내는 동안 그는 내게 단 한 번도 육성으로 말을 건넨 적이 없었다. 비단 말 뿐이랴. 오며 가며 마주 뵙고 인사를 드릴 때에도, 간혹 마님의 전언을 전할 때에도 말 한마디, 시선 한 번 내게 제대로 주는 법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 말을 전할 경우가 있으면 당최 그가 알아먹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어 두 번, 세 번 같은 말을 반복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그의 인상이 살짝 찌푸려지면 알았으니 그만 나가보라는 의사표시라는 것을 경험을 통해 체득했다. 처음에 나는 대체 그가 왜 그러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나중에야 알았다. 그가 나 같은 아랫사람하고는 절대 말을 섞지 않는다는 것을, 그 자체로 자신의 품격이 손상 된다 여기는 것을.......

 

  “계속 그곳에 서 있을 참이냐. 이리 들어와 앉거라.”

  “예.”

  “그래, 그것이더냐?”

 

  자리에 앉기 무섭게 그가 내 손에 든 보자기를 가리키며 한 말이다. 그는 서두르고 있었다.

 

  “맞습니다.”

  “두칠이 놈에게 듣기로 네가 그것을 내게 바치고 싶어 한다던데.......”

  “그렇습니다.”

 

  그가 빤히 나를 바라보았다. 그럼 어서 주지 않고 뭐하냐는 듯이....... 그럼에도 내가 꿈쩍을 하지 않고 있자 그가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그래. 내게 바라는 것이 있더냐?”

  “송구합니다, 군수님.”

  “아니다. 세상 이치가 다 그런 것이지. 다만 우리 집안에서 나고 자란 미손이 장성하여 이제는 나와 거래를 트려 한다는 점이 나로 하여금 사뭇 많은 생각이 들게 하긴 하는구나.”

  “.......”

  “원하는 것을 말해 보아라.”

  “송구하오나 군수님. 아시겠지만 제가 사는 마을이 일찍이 다미군 관할에 포함되어 보리울이란 정식 이름을 얻었으나 향교는커녕 아직 가장 기본이라 할 수 있는 단테조차 조직이 되어 있지 못합니다. 사정이 그러함에 이를 알고 있는 왈패들이 걸핏하면 찾아와 마을 사람들을 핍박하고 행패를 부리니 마을이 치안이 항시 불안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마을 촌장이 군수님을 찾아뵙고 단테를 조직하여 줄 것을 지속적으로 요청드렸으나 거리가 멀고 인력이 부족하단 이유로 매번 거부하셨다 들었습니다. 사족을 남기시기를 여력이 된다면 직접 단테를 꾸려보라고도 하셨고요. 그 일로 촌장이 한 해전에 저를 찾아왔었고 저와 몇몇 동무들이 뜻을 모아 아직 허울뿐이기는 하나 단테의 구색을 갖추어나가고 있는 실정입니다. 하지만 허울뿐인 단테로는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옵니다. 그러한즉 군수님께서는 부디 저희 마을을 가엾게 여겨주시어 한 달 뒤에 있을 사열에 저희 마을도 참여할 수 있게 허락해주십시오.”

 

  이곳에 찾아오기 전에 촌장님 댁에서 동무들과 함께 수없이 연습하고 준비했던 말이다. 긴장한 탓에 조금 버벅거리기는 했어도 큰 실수 없이 나는 준비했던 말들을 모두 끝마쳤다. 한 달 뒤에 있을 사열이란 단테의 병력이나 훈련 정도, 그리고 장비 상태를 확인하기 위하여 해마다 군 단위로 치러지는 연례행사였다. 다시 말해 사열에 참여할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드린 내 요청은 우리가 조직한 단테를 정식으로 인정해 달라는 말과 같았다. 군수님은 내 장황한 청탁에 당황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네가 원하는 것이 정말 그것이냐?”

  “그렇습니다, 군수님.”

  “참으로 뜻밖의 제안을 하는구나. 나는 내심 네가 과거의 오해를 풀고 다시 너희 집안을 식솔로 받아들여 달라 할 줄 알았는데....... 만약 그런 것이라면 충분히 그럴 용의가 있었는데 말이다.”

  “.......”

  “그러지 말고 네게 가신 자리를 하나 줄 터이니 그리하는 게 어떻겠느냐? 네게는 그보다 훨씬 나은 조건일 텐데......?”

  “송구하오나 군수님. 그것은 제가 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상해. 정말 이해가 가지 않아. 그곳 토박이도 아닌 네가 대체 왜......?”

 

  말하는 도중 그는 갑자기 무언가가 생각난 듯 무릎을 탁 쳤다. 그러더니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 때문에 그를 곁에서 모시는 아전들이 놀라 접견실 안으로 들어오려는 것을 그가 손을 들어 막았다.

 

  “그러고 보니 그랬지. 내 아들 놈이 유독 너를 끼고 돌았더랬어. 십여 년 가까이 그의 예담 노릇을 하였으니 어쩌면 그럴 법도 하지. 하지만......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항상 말이 없고 표정이 없는 줄로만 알았던 그가 내 앞에서 체통 없이 웃음을 터뜨리는데, 그것도 아주 못 참겠다는 듯이 크게 웃어 제끼는데 그 웃음이 암만 봐도 나를 향한 비웃음인 것만 같아 나로서는 썩 기분이 좋지 못했다. 한참이 지나고서야 감정을 추스른 그가 내게 한결 나긋해진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얘야. 나는 네가 이렇게 된 게 괜히 내 탓인 것만 같아 왠지 안쓰러운 마음까지 드는구나. 하지만 얘야. 세상에 보고 배울게 따로 있지, 어찌 그런 쓸데없는 것을 보고 배워 세상을 그리 피곤하게 살려 하는 게냐. 내가 내 아들놈을 왜 예정보다 일찍 신시로 보내게 되었는지 너도 옆에서 충분히 지켜보았을 텐데.......”

  “.......”

  “아들놈이 그렇게 된 건 다 내 실수였어. 동생을 잃고 마음을 붙이지 못하고 있는 그를 위한다는 게 독선생을 잘 못 들이는 바람에 일을 그르치고 말았지. 설마 너도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는, 그런 이상한 논리에 빠져있는 것은 아니겠지?”

  “.......”

  “혹시라도 그의 뒤를 이어 쓸데없는 일을 벌일 생각이라면 정말이지 말리고 싶구나. 너도 곁에서 지켜보았을 것 아니냐. 그가 벌인 일 덕분에 그 본인은 물론이고 나까지 얼마나 많은 고초를 겪어야 하였는지 말이다. 그나마 군수인 나를 보아 그 정도에서 끝난 게야. 하물며 일개 서일에 불과한 네놈이....... 듣거라. 세상에 약자를 위한 나라는 없다. 그런 우매한 사상에 물든 것이라면 하루 빨리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 네놈과 네놈 가족을 위해 바람직한 일일 게다. 내 도저히 남일 같지가 않아서 해주는 충고니라.”

  “군수님 충고는 가슴 속에 깊이 새기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직 군수님의 답을 듣지 못하였습니다.”

 

 -----------------------

 

  “야호!”

 

  청사 대문 앞에 서서 옹기종기 모여 있던 청년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바로 내가 좋은 소식을 들고 나오기만을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던 동무들이다. 호기심을 담은 행인들의 시선과 문지기의 불편한 눈치에도 불구하고 동무들은 목소리를 줄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세상에! 참말이야, 형? 참말로 약조를 받은 거야?”

  “난 믿었다. 형이 해낼 거라 믿고 있었다.”

 

  정말로 해냈다. 상상만 하던 일이 현실이 된 것이다. 군수님께 사열에 참석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다. 그 말은 이제 정말로 보리단이 단테로서 효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다. 정식으로 인가받은 단테는 위급 상황 시 상위 단테에 도움을 청할 권리가 있고, 반대로 상위 단테에서는 휘하 단테의 구성원들을 보호하고 관리할 책임이 주어진다. 그동안 말로만 관할구역이었지 서출 자식마냥 없는 취급받았던 보리울이 이제야 정식으로 호적에 이름을 올리게 된 것이다. 얼싸안고 빙빙 돌며 기쁨을 표현하던 동무들이 급기야 헹가래까지 치려 하자 보다 못한 문지기가 우리에게 성화를 내었다.

 

  “거, 조용히 못 해! 여기가 어느 어디라고 소란을 부리는 것이야!?”

 

  웃는 모습에 침 못 뱉는다던가? 문지기의 쓴 소리에도 헤실헤실 웃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에 그들도 어이가 없었는지 더 심한 말은 나오지 않았다.

 

  “어서 가자! 촌장님과 마을 사람들에게도 이 기쁜 소식을 알려야지.”

  “그래! 가자!”

  “마을까지 뛰어갈까?”

  “그냥 가면 재미없잖아. 우리 내기라도 하자고.”

  “좋지! 좋아!”

  “야 이 미친놈들아. 삽십 리 길을 뛰어가겠단 거냐?”

  “와요. 보리 형님은 자신 없습니꺼?”

  “없기는, 새끼야!”

 

  동무들이 기뻐하는 모습에 흐뭇한 미소가 절로 나왔지만 나는 동무들처럼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었다. 약조를 받으면서 군수님이 마지막으로 한 말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좋다. 네가 원하는 대로 한달 뒤 있을 사열에 보리울에도 참석할 권한을 주겠다. 하지만 네가 알아야 할 것이 있다. 너는 내가 보리울에 아무런 관심이 없다 여길지 모르나 사실 나야말로 누구보다 보리울이 이곳 다미군에 잘 정착하기를 바라는 사람 중의 한 명이다. 관할 영토가 안정되는 것을 싫어라 할 군수가 세상 어디에 있겠느냐? 하지만 거기까지다, 반디야. 선을 넘지 말거라.”

  “선이라면 무엇을 말씀하시는 것이옵니까?”

  “보리울이 다미군 관할이 된지도 어느덧 십오 년이 되었다. 너는 그 긴 세월동안 보리울에 단테가 세워지지 않은 이유가 무엇이라 보느냐?”

  “.......”

 

  나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할 말이 없어서가 아니다.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당사자 앞에서 네가 네 할 일을 안했기 때문이 아니냐고 직접적으로 이야기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설마 나 때문이라 생각하느냐? 그것도 완전 틀린 말은 아니겠지만 그 이면의 이유도 볼 줄 알아야지. 내가 아무리 군수라고는 하나 이 군현에서 결정하고 진행되는 일들이 모두 나 혼자의 결정에 의해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 나만큼이나 영향력을 가진 여러 향리나 촌장들이 있고 바로 그들의 의견이 모아져야 어떤 일이든 제대로 진행할 수가 있는 것이야. 다시 말해 그들의 반대가 있었기 때문에 아직까지 보리울에 단테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면 그들이 그토록 반대하는 이유가 또 무엇이겠느냐? 그것은 그들 역시 지역 다님들의 의식을 고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너도 알다시피 보리울은 유민들이 모여 일군 마을이다. 애초에 이곳 토박이가 아닌 사람들이란 말이지.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소외받고 배척받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야. 그것이 대다수 다님들의 의식이란 말이다. 그 의식이 하루아침에 변하는 것이 아닌 이상에야 보리울이 하루아침에 이 군현의 마을로서 거듭날 수는 없는 것이다. 하니 네가 진정으로 보리울을 위한다면 한걸음씩 천천히, 인내심을 가지고 나아가야 할 것이다. 느리지만 조금씩 나아지는 것. 그것을 위안으로 삼고 말이다. 행여라도 네가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이상 앞으로 나아갔을 때, 그때는 보리울이 아니라 이 군현 어디에도 네가 머물 자리는 없을 것이다. 내 아들이 어떻게 이 마을을 떠났는지, 그것을 기억하란 말이다.”

 

  “협박인가, 충고인가.......”

  “뭐?”

  “허락만 받으면 모든 것이 다 원하는 대로 술술 풀릴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닌가봐, 보리야.”

  “그게 무슨 소리야? 군수님께 무슨 소리를 들었구나?”

  “.......”

  “하지만, 반디야. 우리는 이제 시작일 뿐이잖아. 지금 여기까지 온 것만 해도 정말 대단한 일 아니냐.”

  “그렇긴 하지.”

  “전에 네가 그랬잖아. 당장 보이지 않고 잡을 수 없는 목표라 해도 열심히 나아가다 보면 그 비슷한 무언가라도 잡게 될 거라고....... 나는 오늘 그 말이 정말 참말임을 깨달았다. 그러니 반디야. 쓸데없는 고민은 그만하고 오늘은 그냥 즐기자. 오늘은 너 충분히 그럴 자격 있다.”

 

  그 말을 끝으로 보리도 동무들을 쫓아 달리기 시작했다.

 

  “아니, 갑자기 그러고 가는 거야?”

  “너야말로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참이냐? 달리기에는 자신 있다 이거냐?”

 

  피식

 

  “물론이지. 이 정도는 접어주어야 단장으로서 체면이 설 것 아니야?”

 

  나도 그의 뒤를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그의 말이 맞았다. 오늘은 우선 즐기자. 이런 날도 마음껏 즐기지 못한다면야 앞으로의 인생에서 언제 한번 마음껏 즐겨보겠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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