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링-.
알림음이 울리며 내 눈에만 보이는 시스템 창이 떴다.
{까마득히 높은 하늘, 위를 보아도 아래를 보아도 하늘뿐.
흰 구름 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로 높이 떠 있는 이곳, 천의 나라는 평소에 보이지 않는 투명 구로 둘러싸여 있다.
그것은 밖의 괴물들로부터 나라를 지키기 위한 하나의 수단.}
그걸 전부 읽자 기다렸다는 듯 풍경이 바뀌었다.
어둠 속에 파묻혀 시스템의 빛 한 조각에 의지할 뿐인 광경에서 구름이 떠 있는 하늘로.
거기서 빠르게 올라가 순식간에 천의 나라라 불리는 하늘 섬으로 이동.
구도는 하늘 섬 전체가 보이도록 위에서 사선, 그쯤이었다.
띠링-.
다시 한번 알림음이 울리며 뜨는 시스템 창.
{천의 나라는 황제 대신 천호가, 귀족 대신 여호가 나라를 다스린다.
여기서 여호는 여타 귀족과 똑같지만 천호는 존재 의의부터가 다르다.
천호는 하늘의 피를 잇고 있는 자들에게만 허락된 자리.
천의 나라에 살고 있는 모든 생명체의 목숨을 지키고 있는 존재만이 앉을 수 있는 권좌.
천호가 죽으면 천의 나라는 끝이 보이지 않는 아마득한 높이에서 추락하게 된다.
운이 좋아 살아난다 어쩐다 할 수 있는 높이가 아니니 당연히 모든 생명체는 즉사.
외부의 괴물로부터 천의 나라를 지켜주는 투명 구 또한 천호에 의해 좌지우지된다.}
보여주겠다는 듯 하늘 섬에 불투명한 구가 씌워지더니 투명도가 왔다 갔다 하며 하늘 섬을 보여줬다가 감췄다가 했다.
{천호의 힘이 강하면 강할수록 투명 구가 두꺼워져 천의 나라를 괴물로부터 지켜준다.
반대로 천호의 힘이 약하면 투명 구가 약해져 괴물의 침략을 허락해 파국을 맞이한다.}
세계관 설명은 끝이라는 듯, 시스템 창의 말투가 정중하게 바뀌었다.
{플레이어 1은 살아있는 것 그 자체로 모두를, 천의 나라를 지키는, 천의 나라에 단 한명 밖에 남지 않은 천호로써 게임을 플레이하게 됩니다.
클리어 조건은 시스템이 지정한 사람들을 공략하여 역하렘을 이루는 것.
중도 포기는 불가합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예/Y] }
그리고 백색의 공간으로 바뀌는 풍경.
특징이나 외모가 서술된 창을 단, 각양각색의 미모와 매력을 가진 미남 몇 명이 내 앞에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혹시 아는가?
너무 잘생기고 예쁘고 아름답고 모든 미사여구를 다 붙인듯한 미인을 보게 되면 눈물이 나올 거 같다는 사실.
그걸 난생처음 느껴본 내가 한 생각은 딱 하나였다.
개이득이잖아?
얼빠 인생 2n년, 저렇게 잘생긴 사람들과 함께하는 역하렘이라니.
게다가 단 한 명 밖에 남지 않은 천호라니, 권력 암투 따윈 없고 부와 명예, 권력은 기본 베이스겠지.
당연히 ‘예’를 선택한다.
그렇게 생각하자 뜨는 시스템 창.
{천의 나라에 단 한 명 밖에 남지 않은 천호가 된 걸 환영합니다. 게임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암전.
이때의 나는 이 모든 상황을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왜? 라는 의문을 누군가 제거라도 한 듯. 이상함을 눈치채지 못 챘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