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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호인지몽(胡人之夢) : 사람이 되어 삶을 보내던 꿈.
작가 : 하늘물
작품등록일 : 2019.9.2

화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표현하지 못했다.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이라 여겼다.
하지만, 그건 잘못된 방법이었다.
끝내 이야기 하지 못하고 나비처럼 곳을 향해 날아올랐다.

“나비가 날아왔다.
그가 떠나온 곳은 가장 밝게 빛나던 별.
약육강식의 세계로 찾아온 나비.”

 
3막 [하지만, 나비는 저 멀리 행복이 가득한 그곳으로 날아간다.]
작성일 : 19-09-02 19:50     조회 : 182     추천 : 0     분량 : 3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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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나비는 저 멀리 행복이 가득한 그곳으로 날아간다.]

 

 

  주말. 모든 사람이 휴식을 즐기거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허비하는 시간 또는 하루. 나에게는 해당 사항 없는 문장이고 단어들이다.

  오늘은 출동 당직을 서야 한다. 많은 사람의 즐거워야만 하는 하루를 위해 준비하고 대기 해야 한다.

  사무실에서 언제 나비가 될지 모르는 애벌레를 보며 대기하고 있다.

 

  간혹 쉬는 날 죄송하다며 문의하는 전화들. 위치 파악 오류로 담당 구역이 아닌 곳에서 걸려오는 전화들. 다행히 아직 까지는 출동이 없었다.

 

  지루하고 긴 시간이 지나 이제 곧 퇴근 시간이다. 만인이 쉬는 날이니 근무 시간이 조금 짧아 일찍 퇴근할 수 있다. 비록, 혼자 하는 것이지만 처음으로 저녁 만찬 파티를 계획해서 그런지 기대된다. 이제 10초 뒤 퇴근이다. 설레는 마음으로 카운트를 시작해본다. 9, 8, 7……. 2, 뚜르르르. 어쩔 수 없이 오늘도 퇴근을 앞두고 마지막 출동을 나가야 했다. 출동 문자를 확인했다.

 

  -차량 문, 잠김. 아이 차량에 있음.-

 

  서둘러 나가야 한다. 아이가 차량에 갇혀 있다는 것은 극도의 불안감을 불러온다. 차량의 아이는 물론이거니와 어떤 이유가 됐든 그 아이의 부모도 그리고 출동기사 본인도.

  서둘러 차량에 올라타 시동을 걸었다. 경광등과 비상등을 켠 뒤 변속과 동시에 RPM을 상승시켜 달려나갔다. 신호도 무시하기 일쑤다. 우여곡절 끝에 목적지에 도착. 주차장의 불은 모두 꺼져있다. 고요하다. 긴박해야 할 상황과는 대조되는 분위기. 차량 번호를 확인하며 주차장을 돌았다. 차량은 있었지만, 안에 아이도 아이의 부모도 보이지 않는다. 전화를 걸었다. 나른한 목소리의 여자. 이상했다. 콜센터를 통해 전해 들었던 긴박함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잠시 기다리니 여자가 나왔다. 그 여자였다. 나른하지만 잔뜩 비꼬는 말투로 말했다.

 

  “왜. 당황스러워? 내가 그때, 네 행동을 생각해보니까 열 받더라고. 그래서 참을 수가 없었어. 기름쟁이 주제에 어디서 목청을 높여.”

 

  여자의 말을 들으니 배 속 깊이 울분이 끌어 올랐지만 겨우 참아냈다. 이미 스스로 지향하는 삶의 방식과 달리, 감정을 절제하지 못하고 표출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기에 조심스러웠다.

 

  “고객님, 그때는 제가 죄송했습니다. 그런데, 접수 내용이 잘못된 거 같네요. 다른 문제가 있다면 다시 접수 부탁드립니다. 그럼, 전 이만.”

 

  정말 당황스럽다. 이런 경우는 처음 겪었다. 서둘러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은 마음뿐이다. 하필이면 마지막 출동 접수자가 저 정신 나간 여자일 줄이야. 발걸음을 재촉하고 출동 차량으로 다가가 운전석 문고리를 잡았다. 그때, 퍽 소리가 나며 등에서 엄청난 통증이 전달 됐다. 고통을 참으며 휘둥그레진 눈으로 고개를 돌리자 어디서 가져왔는지 나무 막대를 들고 있는 게 보였다. 그리 크거나 두껍지는 않았다. 통증이 심한 것이 상당한 힘으로 휘두른 것 같다. 여자의 행동에 화가 머리끝까지 오르며 참아냈던 울분이 폭발했다.

 

  “이런 미친 여자가! 무슨 짓이야! 도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말을 끝내기 무섭게 다시 배를 가격하는 여자. 다리에 힘이 풀렸다. 주저앉아 휘둘러지는 막대를 막으려 본능적으로 손이 뻗어졌다. 손가락에 맞아 극심한 통증이 전해진다. 다시 복부를 가격당했다. 입안에서 피비린내가 올라온다. 정신이 없어 도망칠 겨를도 없다. 중요한 부위인 얼굴만은 몸이 스스로 보호했다. 고통은 계속 이어지고 피가 올라왔는지 비린내를 넘어 입안이 끈적였다. 그만하라는 말조차 뱉어지지 않는다. 한계다. 다행히 그때 여자의 화풀이가 멈췄다. 여자의 나른한 목소리가 귓가에 스며들었다.

 

  “야, 너 내가 누군지 알아? 너 하나쯤 쥐도 새도 모르게 세상에서 지워버릴 수 있어. 조용히 살아. 아무한테 네 생각을 말하지 마. 그냥 쥐죽은 듯이 지질한 삶을 만족하고 살아. 내가 지켜볼 거야. 경찰? 신고해. 그럼 어떻게 되는지 알려주지. 퉤!”

 

  하이힐의 ‘또각’이는 소리가 점점 멀어진다. 조용해졌다. 닫혀있는 눈을 힘겹게 열었다. 고통으로 가득한 몸을 겨우 이끌어 출동 차량에 올랐다. 분하고 억울하다. 무언가 볼을 타고 흐른다. 피인가. 닦아 보니 다행히 피는 아니었다. 배에서 느껴지는 고통이 점점 더해갔다. 너무 많이 맞았는지 욱신욱신하며 불에 타는 것 같다. 속도 거북하다. 물이 마시고 싶다. 시동을 걸어 사무실로 차를 몰았다. 가는 내내 눈물이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렇게 사는 것이 정말 인생인가. 꿈이 뭐였지. 언제부터 꿈을 지우고 살았을까. 꿈을 꾸던 그때가 행복했던 것 같다. 다시 돌아가고 싶다.

 

  사무실로 돌아왔다. 오자마자 시원한 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거북한 속이 조금은 좋아지는 것 같다. 세면실로 무거운 몸을 이끌어 핏자국을 지우고 옷을 갈아입었다.

  끔찍한 일은 기억 저편에 가두어 놔야 했다. 마음을 다독이며 슬픔을 다시 처세의 가면으로 가린다. 다시 괜찮아지겠지. 그래도 오늘, 한 가지 좋은 일이 있다는 것에 위안 삼으려 한다.

 

  집으로 가는 언덕. 조금 늦었지만, 만찬을 즐기자. 조금 더 올라가니 코끝을 괴롭히는 향기가 난다. 오늘 만찬의 메뉴인 통닭. 바싹 튀겨진 통닭이 고소하고 담백한 향기를 뿜어낸다. 지금 막 튀긴 통닭과 차가운 통닭 무 그리고 시원한 맥주 캔 하나도 함께 샀다. 생각보다 저렴하다. 저렴한 가격에 거나한 만찬. 홀로 즐기기에는 정말 푸짐했다.

 

  샤워를 마치고, 일인 테이블에 통닭과 무, 맥주 캔 하나를 올렸다. 오늘 드디어 집 대출 원금을 모두 상환한 날이다. 조금은 기분이 좋아졌다. 문득, 곧 좋은 일이 일어난다는 포춘쿠키의 문구가 떠오른다. 그 문구대로인가, 좋은 일이다.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가장 큰 행복, 자신의 집이 있는 것. 이제 서른 중반에 이루었다. 큰 것을 바라지 않았다. 그냥 행복을 원했다. 그래, 이게 행복일 것이다.

 

  생전 한 번도 하지 않았던 기도를 해보려고 한다. 그냥 고마웠다. 이렇게 손을 모으고. 해보자.

 

  ‘고맙습니다.

  어려운 상황에도 행복을 이룰 수 있게 해줘서 고맙습니다.’

 

  통닭 다리를 찢어 와그작! 한입 베어 물었다. 담백한 살점과 고소한 튀김이 어울려 맥주를 부르는 맛. 맥주 캔을 들어 한 모금 삼켰다. 다시 배에 통증이 찾아왔다. 잠시 먹는 것을 중단해야겠다. 침대에 몸을 뉘었다. 포근한 게 참 좋다. 창가에 놓인 투명한 통이 시선에 들어온다. 애벌레. 이젠 고치가 됐다. 고치가 꿈틀거린다. 일어나서 뚜껑을 열어 고치가 달린 잎사귀를 들어 자세히 봤다. 꿈틀꿈틀 움직인다. 작은 움직임이지만 명백하다. 나비가 되려나. 나비가 되면 자유롭게 날아 어디든 갈 수 있겠지. 무엇이든 자유롭게 할 수 있을 거야. 나비가 되고 싶다. 창문을 살짝 열었다. 바람이 포근하다. 다시 창을 활짝 열고 침대에 누워 고치가 달린 잎사귀를 가슴께에 올렸다. 오늘따라 하늘이 유난히 맑았다. 별들이 시선으로 무수히 쏟아져 들어온다. 저 하늘을 나비가 되어 날아다니면 얼마나 행복할까. 저 별 어디쯤 천국이 있을까. 나비는 저 천국까지 날아갈 수 있을까. 천국은 행복만 가득한 곳이겠지?

 

  눈꺼풀이 스르르 내려와 단절된다.

  허물을 벗고 더 높이 날아오른다. 자유롭다. 원하는 방향으로 원하는 장소로 원하는 높이까지 날아본다. 무수히 많은 별. 가장 빛나는 별을 찾는다. 그곳을 향해 힘차게 날아오른다.

 

 

 「나비가 날아왔다.

  그가 떠나온 곳은 가장 밝게 빛나던 별.

  약육강식의 세계로 찾아온 나비.

  성체가 되어 자신의 후손을 남기기 전까지 그곳에서 처세를 잘하며 살아가야 했고, 살아남아야 했다.

  그러나, 조그만 날게 짓으로 바람을 일으켜 잡풀 하나라도 움직여 보고 싶었다.

  하지만, 나비는 저 멀리 행복이 가득한 그곳으로 날아간다.」

 

 
작가의 말
 

 「나비가 날아왔다.

  그가 떠나온 곳은 가장 밝게 빛나던 별.

  약육강식의 세계로 찾아온 나비.

  성체가 되어 자신의 후손을 남기기 전까지 그곳에서 처세를 잘하며 살아가야 했고, 살아남아야 했다.

  그러나, 조그만 날게 짓으로 바람을 일으켜 잡풀 하나라도 움직여 보고 싶었다.

  하지만, 나비는 저 멀리 행복이 가득한 그곳으로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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