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밀양의 국가생물종연구소 기자회견장.
"국가생물종연구소, 국립의료연구원 공동 성과 발표"라는 현수막 아래 사회를 맡은 박유진 연구원이 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백여 명의 내외신 기자들이 연신 카메라 플래시를 터트린다.
"안녕하십니까. 국가생물종연구소 연구원 박유진입니다. 음! 기자 여러분들께 사전에 공지해 드린 바와 같이……."
"좀 큰 소리로 말씀해 주세요!"
기자들은 박연구원의 목소리가 입안에서만 맴도는 것처럼 너무 작아 데스크에 보낼 기사를 제대로 작성하기 힘들었다.
"아! 아! 들립니까? 사전에 공지해 드린 바와 같이 국립의료연구원과 국가생물종연구소의 공동 연구 성과를 국립의료연구원 김선웅 원장님께서 발표해 주시겠습니다. 우선 발표 내용을 들으시고 궁금한 내용에 대해 자유롭게 질의 응답하는 형식으로 진행하겠습니다."
국립의료연구원 김선웅 원장이 단상에 오른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는 국립의료연구원 원장 김선웅입니다. 저는 저희 연구원과 국가생물종연구소가 함께 진행한 세계 의료사에 한 획을 그을 연구 성과를 국민여러분께 말씀드리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바로 어제, 저희가 발견한 당뇨병 치료제 GLP-K2가 미국식품의약국 FDA로부터 PMS, 즉 임상 4상 진입 승인을 받았습니다. 바야흐로 당뇨병 완치의 길을 저희 대한민국 연구진이 해낸 것입니다."
"일반 국민들이 알 수 있게 좀 더 쉽게 설명해 주십시오!"
수많은 기자들 사이 누군가가 큰 목소리로 질문을 했다.
"예, 당뇨병 환자의 경우 인슐린의 분비를 촉진시키는 인크레틴 계열 호르몬이 부족합니다. 인간의 장 내벽에는 GLP-1 이라는 인크레틴 계열의 호르몬이 있는데요, 저희 국립의료연구원은 국가생물종연구소로부터 GLP-1 호르몬의 분비를 정상적으로 촉진시켜주는 GLP-K2 유사체에 대한 공동연구의뢰를 받았고 2004년 임상 1상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2009년 임상 3상 시험 승인에 이어 바로 어제 PMS(임상 4상) 진입 승인을 받은 것입니다. 지난 임상 3상에서 GLP-K2 유사체 처방을 받은 당뇨병 환자 200명 전원에게서 체중감소와 더불어 혈당이 정상수치로 유지되는 변화가 나타났고, 특히 주목할만한 점은 완치가 힘든 제1형 당뇨병 환자들에게서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베타세포의 활동이 되살아났다는 점입니다."
"대한일보 양문석 기자입니다. GLP-K2에 대한 연구 성과가 순수하게 국내 연구진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입니까?"
"물론입니다. 100% 저희 연구원과 국가생물종연구소의 연구진들의 힘으로 만들어낸 성과입니다."
세계 최초의 당뇨병 완치제에 대한 궁금증으로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시사인물 한경석 기자입니다. 지난 2005년 줄기세포 연구결과 발표가 허위로 판명되어 세계적인 망신을 초래했던 적이 있는데 믿을 만한 연구 성과가 맞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해 주십시오."
"저희가 이번에 승인을 받은 PMS 즉, 임상 4상은 GLP-K2 치료제 시판을 허가받은 것을 의미합니다. 지난 임상 과정을 거쳐 충분한 약리작용과 부작용에 대한 검증을 받은 것이구요. 이제 시판과 추적 조사를 거치면 3억 5천만 명에 이르는 전 세계 당뇨병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게 되고, 대한민국의 국가경제에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것을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GLP-K2 시장규모를 어느 정도 보십니까?"
"하하, 제가 사업가가 아니라서 정확한 예상을 할 수는 없구요. 당뇨병 치료제 시장규모가 약 350억 달러에 이른다고 합니다. 거기다가 저희가 개발한 GLP-K2 치료제는 체내 음식물 섭취 조절 기능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있어 이미 임상 2상을 진행 중에 있고 향후 다이어트 시장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결신문 박일곤 기자입니다. GLP-K2 유사체를 발견하게 된 과정에 대해서 상세히 말씀해 주십시오."
"네, 그 부분은 저희와 공동 연구를 진행하신 국가생물종연구소의 강현규 소장님께서 GLP-K2 유사체에 대한 설명을 해 주시겠습니다."
강현규 소장이 단상에 오른다.
"반갑습니다. 국가생물종연구소 소장 강현규 입니다. 저희 연구소는 사슴벌레가 당을 굉장히 빠른 속도로 소화시키면서도 당뇨병에 의한 폐사가 없음에 착안하여 지난 1991년 '의료용 곤충 개발 사업'의 일환으로 왕사슴벌레 연구를 진행해왔습니다. 건강한 왕사슴벌레의 번식을 위해 15세대에 걸쳐 씨사슴벌레, 즉 종손을 관리해 왔고 우리는 이 씨사슴벌레를 '슈퍼비틀(super beelte)‘이라고 명명했습니다. 바로 이 슈퍼비틀에 의해 수정된 2세 애벌레에서 GLP-K2 유사체를 발견하게 된 것입니다. 이번 임상 4상 진입 승인의 핵심은 바로 이 슈퍼비틀이며 우리는 그 동안 이 씨사슴벌레의 생존과 안정적인 번식을 위해 수많은 난관을 헤쳐 왔습니다."
"오마이과학 황충석 기자입니다. 이렇게 질문 드려볼게요. 그렇다면 GLP-K2유사체가 발견되는 애벌레의 삼촌이 되는 왕사슴벌레로부터는 GLP-K2유사체를 지닌 애벌레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말씀입니까?"
"네, 그렇습니다. 저희가 15대에 걸쳐 연구를 한 결과 슈퍼비틀, 다시 말 해 우리가 흔히 말하는 종손과 교미한 왕사슴벌레 암컷의 2세에서만 GLP-K2 유사체가 발견되었고 그 유전적인 원인은 아직 밝혀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싸이언스지 제임스기자입니다. 그렇다면 슈퍼비틀은 지구상에 단 한 마리밖에 없다는 말입니까?"
"네, 지구상에 유일한 곤충입니다. 이 슈퍼비틀로부터 태어난 장손이 바로 다음세대의 슈퍼비틀이 되는 것입니다. 저희는 이미 15세대에 걸친 슈퍼비틀로부터 약 200만명분의 GLP-K2 유사체를 확보하였고 이번 임상 승인에 앞서 더 많은 GLP-K2 유사체를 확보할 번식 및 배양 시스템 설립을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올 초 논문에서도 밝힌 바와 같이 슈퍼비틀의 복제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이미 가시적인 성과를 내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조만간 연구성과를 발표할 것입니다."
기자석에서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많은 기자들이 상기된 얼굴로 데스크에 전화를 하거나 이메일을 보낸다.
"이상으로 기자회견을 모두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박유진 연구원은 밝은 얼굴로 강현규 소장과 악수를 나눈다.
"박연구원 정말 수고 많았어. 자네 노고가 정말 컸어."
"아닙니다. 저희 팀 모두 고생 한 거죠."
"무슨 말이야? 자네 장가도 안가고 사슴벌레만 붙들고 살았잖아. 누구도 부정 못하지. 이제 연애도 좀 하고 그래."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원장님."
소장의 덕담에 박유진 연구원은 쑥스러운 듯 머리를 만지며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