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자유연재 > 로맨스
브래지어 끈이 내려갔다
작가 : 청사진
작품등록일 : 2019.9.1

나이 서른하나, 브래지어 끈이 내려갈 일이라고는 브래지어 줄이 기분 나쁘게 쓱 한쪽으로 말려 내려갈때 말고는 없다! 단호하게, 없다! 그냥 제기랄, 없다! 그렇다, 아무것도 없던 적막한 인생에 구원처럼 나타나 한 줄기 빛처럼 살포시 브래지어 끈을 잡아당겨 줄 그러한 운명 같은 상대를 만났을 때 벌어지는 사소하고도 기막힌 사랑 이야기이다! 브래지어 끈이 내려가는 순간,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2. 아무데서나 자빠지면 안 되는 나이.
작성일 : 19-09-02 08:25     조회 : 262     추천 : 1     분량 : 7348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저게 누구신가? 나의 단짝 박유미님 아니신가... 휘적휘적 치킨 봉투를 손에 든 채 병실 안으로 들어서던 친구 유미의 등장에 나는 괜스레 코끝이 찡해짐과 동시에 반가운 마음이 빠르게 밀려와 깁스를 한 채로 누워 읽고 있던 만화책 <아르미안의 네 딸들>을 유미 쪽으로 휙 하니 던져보았다. 그런데 이지지배... 기분 좋게 몸을 45도 각도로 꺾으며 나의 공격을 쉽사리 빠져나간다... 덕분에 죄 없는 <아르미안의 네 딸들>만이 땅바닥으로 애처롭게 떨어져 버렸다. 유미는 <아르미안의 네 딸들>을 주워 내 가슴팍 위로 사뿐히 올려놓아주는 남다른 내공까지 발휘 한 뒤 병실 침대 옆 간이 의자에 털썩 주저앉아 인사마저도 생략한 채 치킨 봉투부터 뜯기 시작하였다. 그렇다,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이 운동신경 하나 끝내주는 서른하나의 박유미씨는 그런 남다른 재능과 기지를 발휘해 백화점 고객센터에서 매일같이 ‘죄송합니다’와 ‘감사합니다’의 말로 하루에도 여러 차례 탁구공 튕기듯 세상 친절한 고객 응대를 실천 중인 내 중학교와 고등학교 시절을 내내 함께한 절친이다.

 

  “다친 데는 좀 어때?”

  “꼬리뼈가 아주 아작이 났대... 의사 선생님 말로는 가끔 아무 예고도 없이 누가 길 가다가 똥침 놓고 달아나듯이 쑤셔올꺼라더라...”

 

  내 말에 유미가 풋! 터지던 웃음을 꾹 눌러 삼키며 이렇게 말하였다.

 

 “야, 그 의사... 뭐, 나름 진정성은 있다. 다른 의사들처럼 시간 좀 지나면 괜찮을거라느니 하는 허풍도 없고, 나름 진정성 끝판왕은 인정.”

 “그렇지? 진정성은 있지... 다만, 너무 인간적이라 안구에 땀 같은 눈물이 다 맺히더라... 막막해... 나이 먹는 것도 잔뜩 서러운데 또 회복은 왜 이렇게 더딘 거야...”

 “회복이 더딘 게 당연하지. 그러길래 왜 화장실에서 아이돌 노래는 부르다가 자빠지고 난리냐? 평생 남자 앞에서는 제대로 자빠져보지도 못하던 게 엄한 데서 자빠져서는.”

 “야, 박유미! 여기 단체병실이야! 조곤조곤 좀 얘기해! 그러다 다른 사람들 다 듣겠어!”

 “조곤조곤이 뭔데? 나는 그런 거 모르는데.”

 

  얄미웠지만, 사실이었다. 유미는 태생이 조곤조곤과는 거리가 먼 타입으로 중학교 시절 체육 시간마다 땡볕 아래 달리기를 하는 것이 싫어 몸이 아프다는 핑계를 늘어놓은 채 늘상 스탠드 행을 자처하던 나는 나와 같은 이유를 댄 채 늘 체육시간마다 스탠드에서 쉬고 있던 유미와 그렇게 중학교 이학년 봄날 새학기 체육시간에 자연스레 친구가 되었다. 그런데, 문제가 한 가지 있었으니... 유미는 그러니까... 음... 조금도 쉼 없이, 다이빙 같은 속사포 수다를 하염없이 늘어놓는... 무서운 중2병에 걸렸던 아이였다는 사실이었다. 나는 그 사실을 알고부터 차라리 땡볕 아래 달리기 행이 더 가뿐하고 편했을 것 같다는 후회 속에 놓이게 되었다...

 

  뭐, 아무튼! 우리에게 있어 지금 이 문제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야, 암튼... 내가 전화로도 대충 털어놨지만... 내 첫사랑 종명이말야...”

  “네 첫사랑 종명이 얘기가 왜 나와. 한창 열심히 치킨 다리 뜯는중이구만.”

 

  탐스러운 치킨 다리를 무심히 뜯던 유미가 내 말에 고개를 들고는 빤히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런데 이 기지배... 은근슬쩍 다리 두 짝을 다 먹네... 자고로 동방예의지국 한국에서는 치킨 다리 한쪽을 먹었으면 건너편 마주 앉은 상대에게 ‘너도 남은 다리 한 짝을 마저 뜯지 않을래?’하고 묻는 게 예의인거늘!

 

  아니, 그것보다도 지금! 이 또한 중요한 문제가 아니지!

 

  “야, 지금 네 친구는 일생일대의 수치스러운 순간에 놓여있는데 너는 치킨 다리를 그렇게 무정하게 죄다 뜯고 싶냐?! 그리고 단체병실로 병문안 오면서 치킨 사 오는 센스는 어떤 센스야?”

 “뭐가? 다들 식사 시간 맞춰서 식사들하느라 우리 쪽은 쳐다도 안보는구만. 가만 보면 네가 맨날 혼자 오버야. 안 봐도 종명이 얘기도 혼자 오버한 거겠지.”

 

  저... 지지배... 우이씨!!! 이 순간! 너무... 얄밉다!

 

  “야, 박유미! 너 인간적으로다가 오늘만큼은 너무도 얄밉다.”

  “뭐가? 야, 그나저나 너 날개도 안 먹을 거지? 내가 먹는다?”

 

  화가 솟구친다! 이것은, 정녕 닭 다리와 닭 날개를 모두 빼앗겨서가 아니다! 감히 치느님을 앞에 두고도 먹지못하는 이 비련한 친구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친구라니! 바삭, 십육 년 우정이 흔들리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 하였다!

 

  “야, 빡유미! 네가 십여 년 만에 만난 동창! 것두 짝사랑해 앓던 첫사랑한테!!! 하필이면 재회의 순간부터!!! 맨살, 맨가슴을!!! 그것도 인생의 오점이자 콤플렉스 덩어리인 짝짝이 가슴을 들켰다면!!! 너는 과연 지금 그 치킨이 그토록 맛날까?”

 

  그렇게 말하고 나자 앓던 속 안으로 쑥 탄산음료를 들이켜 삼켰을 때 처럼 모든 것이 내려간 듯 가뿐해졌다! 그러나 왜일까, 한여름에 이토록 등골이 서늘해지는 싸한 느낌은...? 싶어져 퍼뜩 고개를 돌려 주위를 살폈을 때는! 이미... 이미!... 병실 사람들 모두 일제히 하던 행동을 멈추고 하나같이 모두 나를 빤히 바라 보고있을 때 였다! 옆 침대의 다리를 다쳐 입원했다는 백발의 할머니도! 팔을 다쳐 입원했다는 옆옆 침대의 내 또래의 아가씨도! 리모컨을 손에 쥔 채 이 방의 터줏대감으로 활동하는 아주머니마저도! 모두다, 말이다! 그 고요한 적막을 깨고 처음으로 목소리를 낸 건 리모컨을 손에 쥔 채 매일같이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막장 일일드라마를 챙겨보던 터줏대감 아주머니였다.

 

  “그래서 아가씨, 그 뒤는 어떻게 된 건데?”

 

  그게... 그러니까... 정말 그 뒷 이야기는 어떻게 펼쳐지게 된 걸까요?...

 

 ******************************

 

  늘 그렇듯, 현실은 달콤한 드라마처럼 흐르지 않는다.

 

  병원 생활을 성실히 이어가던 중 나는 얼마 후 덜컥! 조금의 예고도 없이! 인생의 쓴맛 하나를 그렇게 꿀꺽 삼키게 되었으니... 그것은...!

 

  “예? 해고라뇨?”

 

  수화기 너머 들려온 부장님의 목소리에 병실 침대에 엎드려 온찜질로 꼬리뼈를 지지던 나는 몸을 퍼뜩 고쳐세웠다.

 

  무릇, 사람의 일이라는 게 늘 정해진 수학 공식처럼 흐르지는 않는다지만 이건 너무 한 거 아닌가... 아무리 계약직이라도! 언제 쓰다 버려져도 이상하지 않을 법한 사람이였다 한들! 어찌, 전화로 해고에 대해 논할 수 있단 말인가! 꼭 전화로 이래야만 속이 후련했냐!!! 라고 배우 김래원처럼 휴대폰을 부여잡은 채 얼굴을 가득 일그러트리며 크게 소리내 외치고 싶었지만... 나는 마음을 다잡으며 차분하고도 민첩한 어조로 이렇게 되물었다.

 

  “그럼 혹시 재계약 여부는...”

 

  아마도 그때 나는 자신보다 높은 우위의 적과 싸우는 야생동물처럼 몸을 잔뜩 구부린 채로 어차피 지는 싸움 앞에서 한없이 비굴하고도 납작한 몸짓을 취하고 있었을 것이다.

 

  휴대폰 너머 들려오는 부장님의 애꿋기만한 가래 끓는 소리에 어느 정도 직감은 했다만... 나는 그날 진짜 백수가 돼버렸다...! 병가로 계속해서 자리를 비워둘 수 없었음을 잘 헤아려주기 바란다며 부장님은 애써 빙빙 돌려 말하였지만 나는 그래도 말하고 싶었다! 그래도 몇 달간! 오고 가며 마주한 정이라는게 있는데 꼭 이렇게 전화로 해고해야만 속이 후련했냐!!! 정말로!!! 그러나 그리 할 수 없었다. 계약직이었던 나의 거리는 딱 그 만큼의 거리였던 것이다.

 

  짧고도 길었던 병원치료를 마치고 퇴원 수속을 밟던 날, 병원 건물을 빠져나와 올려다본 한낮의 푸르른 하늘이 너무나도 평화로워서 눈물이 핑하고 돌 지경이었다. 이토록 눈부시게 한낮의 시간이 내게 펼쳐졌던 게 과연 얼마 만인가! 회사생활을 할 때는 절대 누릴 수 없던 낮의 사치! 낮의 찬란함!!! 낮의 황홀!!!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짧고도 빠르게 치고빠져야 비로소 아름답고 소중한 법... 백수로 전락해버린 내 처지에는 그 낮의 따사로움이란 너무 따사로워 눈에 땀 같은 눈물이 슬금슬금 맺혀오는 사치였다! 마음이라는 것이 참으로 헛헛해져 왔다... 그래서 나는... 그렇게 퇴원을 하자마자 곧장 병원 근처 족발집에 가서 족발 大자를 주문해 품에 고이 안아 들었다!

 

  족발을 먹게 된 이유에는 모두 마음의 헛헛함이 크나큰 작용을 했기 때문이라고! 나는 그렇게 그럴싸한 이유로 나 자신에게 정당화를 내세우며! 한여름의 무더움 속에서도 한 손에 든 족발 大자를 소중하고도 애틋하게 바라보았다. 마치 족발 大자가 ‘너는 백수 주제에도 기꺼이 나를 껴안았구나’ 외치는듯하였다.

 

  집으로 돌아와 굵직한 족발 다리를 야만적으로 한 손에 쥔 채로 뜯으며 인터넷의 실시간 검색어로 오른 오늘의 검색어들을 찬찬히 살펴보아도, 즐겨찾기 해두었던 쇼핑몰을 한 바퀴 휙 하니 돌며 신상으로 올라온 상품들을 찬찬히 살펴보아도 어찌 된 것인지 세상에 나와 족발 大 자만이 남아있는 듯 고요하고도 더딘 시간이 그렇게 흘러갔다.

 

  실상 백수 라이프에 놓이고 보니 이 차고 넘치는 시간을 도통 어떻게 유용하게 써야할지 방향을 잡기가 어려워 미칠 노릇이었다. 그렇게 견디다 견디다 나는 무언가 변화라도 꾀해 볼 겸 병원에 입원했을 당시 옆옆 침대를 쓰던 팔을 다친 아가씨가 건네준 ‘싸다! 50% 미용실 특가 쿠폰’을 지갑에서 살포시 꺼내어 들게 되었다!

 

  병원에서 오래 머무르는 동안 내게는 의외의 친분들이 하나둘 쌓였으니 일명, 병원 동기 삼인방 되시겠다! 바로 옆 침대에 다리를 다쳐 입원했다던 꼬불꼬불 파마의 할머니는 시장 한쪽 옥수수 매대에서 찐 옥수수를 팔고 있다며 언제 시장 들를 일이 있을 때 꼭 들르라며 인심좋게 말하여주셨고,리모컨을 손에 쥔 채 세상의 모든 드라마를 다 알고있는듯했던 병실의 터줏대감 아주머니는 시내에 작은 식당을 하나 하고있다면 퇴원 후에 오면 밥 한끼를 공짜로 주겠다 예약해 둔 상태였다.

 

  그리고 두구두구두구!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인물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옆옆 침대에 누워있던 나와 나이가 동갑인 팔을 다친 아가씨는 알고 보니 시내의 아주 큰 미용실에서 미용사로 일하고 있다며 먼저 퇴원을 하던 날 ‘싸다! 50% 특가 쿠폰’을 내게 척 내밀며 언제든 머리하고 싶은 날에 달려오라며 쿠폰을 손에 쥐어주었다! 신기하고도 따듯한 인연들이었다. 그저, 잠시 같은 공간에 머무르다 흩어질 뿐인 사이들이었지만 그 사이 정이 든 것이었다.

 

  아무튼 나는 그렇게 ‘싸다! 50% 미용실 특가 쿠폰’을 손에 쥐고는 이제 막 백수 생활을 시작한지 일주일 기간을 딱 넘겼을 때! 새로운 변화를 주고자 그렇게 시내의 미용실을 찾아가게 되었다. 미용실에 마주하니 옆옆 침대 아가씨는 병원에서 환자복을 입고 마주할 때와 달리 꽤나 프로페셔널해 보였다! 이것이 프로의 느낌인가 싶어져 믿음직스러웠고! 미용실 인테리어 또한 감각적이라 기대감을 더욱 살포시 부풀렸으며! 내 지갑안에 든 ‘싸다! 50% 미용실 특가 쿠폰’이 든든하게 내 마음에 행운의 징표처럼 반짝이고있었다! 미용실 의자에 앉아 나는 슬쩍 수줍게 손가락으로 헤어 책자의 연예인 한지민의 파마헤어를 짚었다. 변화를 앞에 둔 순간은 늘 떨리기 마련!

 

  그런데... 아뿔싸.

 

  나는 분명 수줍게 한지민 파마헤어를 집었는데... 왜죠? 미용실에서 나올 때 내 머리는 어느 이름 모를 부족의 추장 머리 같아져 있었다. 텔레비전에서 보던 연예인 머리는 찰떡같이 맞기는 했지만... 이거 참, 번지수를 잘못짚어... 코미디빅리그나 개그콘서트 쪽에 가까워져 있었다.

 

  나는 그렇게 돈을 썼는데도 또다시 울적함을 옵션으로 얻는 꼴로 쓰나미 같은 우울 사태에 놓이게 되었다. 차마 그런 기분을 안고는 집으로 곧장 향할 수 없다는 나름의 판단하에! 나는 그렇게 친구 유미가 일하는 백화점으로 자연스레 향해 달려가게 되었다.

 

  백화점 회전문을 밀며 들어서다 회전문에 비친 내 몰골에 기겁하기를 몇 차례 에스컬레이터를 타기 위해 일 층 여성의류코너를 막 지나칠 때였다. 일 층 여성의류코너 가장 앞쪽에 전시된 마네킹 위로 걸쳐진 원피스 한 벌이 눈에 들어왔다. 초록색의 원피스로 한 끗 차이로 미운 초록색이 아니라 아름다운 초록색이었다. 그 한 끗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그것을... 신상빨 이라고 말하련다... 이런저런 구차한 변명을 생략하더라도 그 초록색 원피스는 너무 예뻤다. 그리고... 내게 너무나도 잘 어울릴 것 만 같은 느낌적 느낌이 들었다! 이내 그 초록색 원피스가 나를 홀리듯 이렇게 말하는 듯하였다.

 

  ‘제발, 족발 사는 데만 허송세월 돈 쓰지 말고 나를 사! 어서!’

 

  가까이 다가서 살펴보니 원단도 꽤 좋고... 분명 오래 입을 수 있을 것 같은 타당한 이유들이 순간적으로만 뽑아도 족히 열 개는 넘었지만 그 타당한 이유들을 모조리 재낄만큼 가격표에 붙은 앞 숫자 뒤의 0 들이 사악하게 따라붙은 원피스였다... 이건 뭐. 백수 새내기에게는 너무 가혹한 신상 아닌가.

 

  그래, 이 가격은 아니지... 이 가격이면 족발을 몇 번 사 먹을 수 있는데... 빵집 문은 또 얼마나 뺀질나게 열고 닫고 들어가 살수있는데! 그것뿐이더냐 군것질거리를 가득 끝도 없이 먹을 수 있는 가격인데!... 생각해보니 어떻게 된 게 죄다 먹는 것으로만 생각이 빠진 것 싶어져 한심해졌으나 나는 어서 이 아름다운 초록색 원피스의 잔상을 털어야지 싶었다! 발걸음을 빠르게 돌려 유미가 일하는 고객센터 층으로 걸음을 돌렸다.

 

  그리고 그 잔상이 떠난 건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유니폼을 입은 채 세상 가장 친절하게 고객들을 향해 웃음짓던 유미가 멀리서 다가오는 나를 보자마자 풉! 하고 소리내어 비웃음을 터트렸을 때였다.

 

  “풉!”

  “왜웃어. 한지민 머리 한사람 처음 봐?”

  “한지민 머리? 어디가? 어느 부분이? 정수리가?”

  “야, 얼굴이 달라서 그런 거야. 다시 얼굴 가리고 자세히 봐봐. 얼굴 빼고 모든 부분이 한지민 스럽구만.”

 

  유미는 그러나 웃음을 좀처럼 멈추지 않았고 나는 그 모습이 얄궂어져서 괜스레 진상손님 흉내를 슬쩍 내보이며 유미를 더욱 웃겨주다가 얼마 안 남은 유미의 퇴근시간까지 백화점이나 한 바퀴 둘러보고 오겠다고 말하며 고객센터를 빠져나왔다.

 

  그리고는 또다시 뭐에 홀린 사람처럼 그 초록 원피스 앞에 다가가 서 있는 나를 발견하게되었다! 나는 초록 원피스 앞에 서서 마음속으로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혹시 아나, 이 원피스 한 벌이 내 인생을 신데렐라의 유리구두처럼 빛내줄지도... 물론 그런 건, 언제나 세팅된 머리에 완벽한 풀 화장을 한 채 슬쩍 외투만 허름한 옷을 걸친 실상은 외투 하나만 빼고 모든 조건이 다 준비되어져있던 여주인공들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인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뭐 어떤가! 모든 것이 준비되지 않았으며 늘 초라하기까지하고 또 때때로 납작하게 찌그러진 듯 비굴하기 짝이 없는 내 인생이지만... 게다가... 덤으로 머리카락마저 따라주지않아 한지민 스럽지 못한다 한들! 그럼에도, 내 왕자님 앞에서만큼은 초라하지 않으면 그것 하나면 족하지 아니한가!

 

  그렇게 나는 그날, 그 운명의 초록원피스를 십이개월 할부로 긁어 고이 품에 안은 채 유미와 저녁을 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 새로 장만한 초록색 원피스는 얼마 후, 개시되어졌다! 나는 그 옷을 입고 동창회에 나가게 된 것이다! 무려 겁도 없이!

 
작가의 말
 

 월요일 출근길에 빠샤빠샤 힘나시기를 바라며

 출근시간에 맞추어 글을 올립니다!

 월요병없는 하루 시작하세요 : )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0 20. 브래지어 끈이 내려가는 순간, 사랑이 시… 2019 / 11 / 10 251 0 5789   
19 19. 옥수수 알맹이들만큼 좋아해. 2019 / 11 / 10 248 0 7371   
18 18. 정직원은 못 되도 나름 사람은 되겠습니다 2019 / 11 / 10 250 0 8590   
17 17. 내가 주워갈게, 그 마음. 2019 / 11 / 10 237 0 7590   
16 16. 껌정 길고양이 '오물이' 2019 / 11 / 10 235 0 5281   
15 15. 난 이제 지쳤어요, 땡벌! 2019 / 11 / 10 240 0 4960   
14 14. 커피 타나봐? 아니요, 저 가을 타는데요... 2019 / 11 / 10 237 0 7435   
13 13. 망가진 피부는 다시 재생되어도 망가진 마… 2019 / 11 / 10 223 0 4141   
12 12. 가끔은 개소리도 필요하다. 2019 / 11 / 10 245 0 4374   
11 11. 사랑은 개차반? 2019 / 11 / 10 230 1 6399   
10 10. 그 말로만 듣던, 가족 같은 회사 여기 있네 2019 / 11 / 6 244 0 4335   
9 9. <왕뽕 브라몰>에 입사하다! 2019 / 11 / 1 232 0 3950   
8 8. 브래지어가, 돌아왔다! 2019 / 10 / 29 244 0 5882   
7 7. 우리는 청정구역 밴드. 2019 / 9 / 7 234 1 4903   
6 6. 시간 있으면 나 좀 좋아해 줘. 2019 / 9 / 6 233 1 5988   
5 5. “... 그쪽 번호가 뭐야?” 2019 / 9 / 5 270 1 8005   
4 4. 말 그대로! 마약 옥수수! 2019 / 9 / 4 249 0 7004   
3 3. 까칠병에 걸린 남자를 만나다. 2019 / 9 / 3 276 0 5943   
2 2. 아무데서나 자빠지면 안 되는 나이. 2019 / 9 / 2 263 1 7348   
1 1. 다정병에 걸린 남자를 만나다. 2019 / 9 / 1 489 1 6119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