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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극악 교회
작가 : 멍덕꿀
작품등록일 : 2019.9.1

악이 상식이 된 사회에서 끝까지 선을 수호하며 살아가는 자들의 이야기

 
3장 6화
작성일 : 19-09-01 23:15     조회 : 212     추천 : 0     분량 : 110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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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장 6화

 

 

 

 

  최태준은 장내 소란을 진정시키려다 포기하고 회의 중단을 선언했다. 그 때까지 기호진은 최태준에게 매달리며 양하섭 목사를 다시 불러달라고 애원했다. 그러나 최태준은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그대로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이세은도 서둘러 자리를 떴다. 최태준을 쫓아간 것은 아니었다. 어느 순간 회의장 뒤쪽에 서서 관전하던 고지훈을 발견한 뒤였다. 고지훈은 그녀와 눈이 마주친 후 회심의 미소를 지었고 어느 순간 모습을 감추었다.

 

 

 

 

 

 

 

 이세은이 닥치는 대로 회의장 주변을 뒤지고 있는데 의외로 고지훈이 먼저 자신의 위치를 알렸다. 다급하게 이리저리 발길을 옮기던 이세은은 휘파람 소리를 듣고 반사적으로 몸을 돌렸다. 고지훈이 멀찍이 서서 벽 모퉁이에 몸을 가린 채 그녀를 향해 손짓하고 있었다. 이세은은 크게 숨을 고른 뒤 고지훈에게 다가갔다.

 

 

 

 

 

 

 

 “당신이 왜 회의장에 있던 거죠?”

 

 

 

 

 

 

 

 “오길 잘 했죠. 볼만 하던데요. 아주 개판이던데.”

 

 

 

 

 

 

 

 고지훈은 배까지 잡아가며 킥킥거렸고 그럴수록 이세은의 표정은 급격히 어두워졌다.

 

 

 

 

 

 

 

 “구의민 목사가 보내서 온 건가요?”

 

 

 

 

 

 

 

 “글쎄요.”

 

 

 

 

 

 

 

 고지훈은 어리숙한 표정을 지으며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이세은은 그의 행동에 반응하지 않고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당신이 최태준에게 건네준 자료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었죠?”

 

 

 

 

 

 

 

 “자료라니요?”

 

 

 

 

 

 

 

 “시치미 떼지 말아요. 영성훈련실에서 나를 최 장로에게 떠넘겼을 때, 최태준이 당신에게 더 세밀한 자료를 요구했잖아요.”

 

 

 

 

 

 

 

 “무슨 소리를 하시는지 도통 모르겠는데요.”

 

 

 

 

 

 

 

 이세은은 치미는 분노를 억누르며 냉기가 서린 눈길로 고지훈을 가만히 쏘아보았다. 고지훈은 모르는 척 시선을 회피하면서 휘파람을 불며 딴청을 피웠다. 그러다 이제 막 뭔가 떠오른 듯 주먹으로 손바닥을 탁 치더니 활짝 웃어보였다.

 

 

 

 

 

 

 

 “아, 혹시 그 소식 들으셨어요?”

 

 

 

 

 

 

 

 이세은은 입을 꾹 다물고 냉랭하게 고지훈을 바라보았다. 고지훈은 개의치 않고 해맑게 말을 이어갔다.

 

 

 

 

 

 

 

 “공식적인 발표는 없었지만 방주의 문이 열렸다는데요? 그게 정말일까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예요?”

 

 

 

 

 

 

 

 “말 그대로죠. 호모 로보 프로젝트 잘 아시죠?”

 

 

 

 

 

 

 

 “알 바 아니에요. 딴소리 하지 말고 어서 대답이나 해요. 당신이 구 목사와 최 장로 사이에서 박쥐구실을 하고 있는 거 다 알아요. 최 장로가 무슨 자료를 빼내달라고 했죠? 구의민이 데몬교를 붕괴시키려는 게 사실인가요?”

 

 

 

 

 

 

 

 고지훈은 푹 한숨을 내쉬더니 잘래잘래 고개를 흔들었다.

 

 

 

 

 

 

 

 “이세은 신자님은 궁금한 게 참 많으시네요. 흠……. 제가 충고를 좀 드려도 될까요? 너무 눈앞의 일에만 매달리지 마세요.”

 

 

 

 

 

 

 

 이세은은 기가 차다는 듯 비웃음을 날리며 고지훈을 흘겨보았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당신한테서 충고를 받고 싶진 않은데요.”

 

 

 

 

 

 

 

 “걱정이 되어서 드리는 말씀이에요.”

 

 

 

 

 

 

 

 고지훈은 팔짱을 끼고 안쓰럽다는 시선을 보냈다. 그리고 목소리를 죽여 한탄조로 이렇게 말했다.

 

 

 

 

 

 

 

 “저라면 방주와 관련된 소문에 좀 더 관심을 쏟을 텐데…….”

 

 

 

 

 

 

 

 이세은은 그의 말을 허투루 흘려듣지 않고 눈빛을 반짝였다.

 

 

 

 

 

 

 

 “왜 그래야 하죠?”

 

 

 

 

 

 

 

 “이제 좀 관심이 생기신 모양이죠?”

 

 

 

 

 

 

 

 “나한테 원하는 게 뭔지 똑바로 말해요.”

 

 

 

 

 

 

 

 고지훈은 제법인데, 하는 듯 눈을 내리깔더니 흠흠, 하고 목을 가다듬었다.

 

 

 

 

 

 

 

 “별 거 아니에요. 저를 방주에 태워주시기만 하면 됩니다.”

 

 

 

 

 

 

 

 이세은은 황당한 듯 고지훈을 바라보다 인상을 찌푸렸다.

 

 

 

 

 

 

 

 “방주요? 문판성 기획실장이 말한 그 방주를 말하는 겁니까?”

 

 

 

 

 

 

 

 “네.”

 

 

 

 

 

 

 

 “제 정신이에요? 그런 거라면 구의민 목사에게 부탁해야죠. 제가 무슨 힘이 있어서 당신을 거기 태우란 말입니까?”

 

 

 

 

 

 

 

 “분명 이세은 신자님에게 기회가 올 겁니다. 신자님은 방주를 완성시키는 데에 꼭 필요한 존재이니까요.”

 

 

 

 

 

 

 

 “구의민 목사가 그러던가요?”

 

 

 

 

 

 

 

 이세은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고지훈을 노려보았고 고지훈은 모르는 척 어물쩍 대답을 넘겼다. 이세은은 거의 이를 붙이다시피 한 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구의민 목사에게 똑똑히 전하세요. 무슨 일을 꾸미는지 몰라도 이용당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아니, 오해는 마세요. 이세은 신자님 또한 탑승객이 되는 겁니다.”

 

 

 

 

 

 

 

 이세은이 여전히 언짢은 표정을 풀지 않자 고지훈은 서둘러 해명을 붙였다.

 

 

 

 

 

 

 

 “그러니까 신자님이 마지막 조각이 되어 방주를 완성시키는 거지요. 그 순간 무한의 세계와 일체가 되는 겁니다!”

 

 

 

 

 

 

 

 고지훈은 자신의 말에 감격한 듯 두 손을 맞잡고 눈을 번쩍 떴다. 하지만 이세은은 여전히 못미더운 눈길을 보내며 까탈을 부렸다.

 

 

 

 

 

 

 

 “방주에 올라타는 조건이 꽤 까다롭다고 들었는데요. 완벽한 악의 세계를 추구하는 구의민 목사가 아무 능력도 없는 저를 태우려고 하겠어요? 기준에서 한참 미달인 나를? 웃기지 말아요.”

 

 

 

 

 

 

 

 고지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더욱 확신에 찬 말을 내놓았다.

 

 

 

 

 

 

 

 “자신을 과소평가 하지 마세요. 구의민 목사님께선 다 계획이 있답니다.”

 

 

 

 

 

 

 

 그는 두 손을 가슴 앞에서 가지런히 모으고 얌전히 눈을 감더니 “믿습니다.”하고 나긋하게 읊조렸다. 이세은은 그런 모습을 수상히 지켜보다 마음 깊은 곳에서 꺼낸 질문 하나를 던졌다.

 

 

 

 

 

 

 

 “당신은, 방주에 올라타면 영원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고지훈은 눈꺼풀을 활짝 젖히며 황당무계한 질문을 받은 듯 말까지 더듬으며 반문했다.

 

 

 

 

 

 

 

 “그, 그게 무슨 소립니까? 방주가 어떤 존재인지 이해를 못한 거예요, 아니면 데몬의 힘을 믿지 않는……. 아니, 그럴 리는 없겠죠. 도대체 왜 그런 질문을 하는 겁니까?”

 

 

 

 

 

 

 

 고지훈은 거의 다그치다시피 묻고 있었다. 이세은은 전혀 흔들리지 않고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대꾸했다.

 

 

 

 

 

 

 

 “설령 영원할 수 있다고 치죠. 만약 그렇다면 그 순간부터 사람이 아니게 되는 겁니다.”

 

 

 

 

 

 

 

 “맞아요! 그게 바로 호모 로보라는 새로운 종족의 출현을 알리는 거라고요!”

 

 

 

 

 

 

 

 고지훈은 감동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주술을 외듯 빠르게 말을 내뱉었다.

 

 

 

 

 

 

 

 “그리고 그 종족은 오로지 진보만을 거듭할 겁니다. 최선의 선택만으로 가장 완벽한 세계를 구축해나가며 그 안에서 시간을 지배하는 겁니다.”

 

 

 

 

 

 

 

 “그것이 사람이 아니라면, 우리는 왜 그것을 위해 인생을 바쳐야 하는 거죠?”

 

 

 

 

 

 

 

 고지훈의 얼굴엔 찰나 동안 동정의 기색이 스쳐갔고 곧 그의 입에서 가르치는 말투가 튀어나왔다.

 

 

 

 

 

 

 

 “이세은 신자님은 사고가 한참 퇴보하셨군요. 잘 들으세요. 현 인류는 너무 많은 실수를 저질렀어요. 어쩔 수 없죠. 어리석음은 생명을 지닌 자들이 평생 끌어안고 가야 할 비애이니까요. 생명에서 필연적으로 파생되는 진리가 있지 않습니까. 생명에는 경중이 없다. 그 무지막지한 명제를 받아들이는 순간 잘못된 길로 들어설 수밖에 없어요! 정말 몰라서 묻는 거요? 아니면 모른 척 하는 거요? 신자님은 한 번이라도 냉철하게 역사를 되돌아본 적이 있습니까? 열등한 것들을 위해 쓴 자원을 다른 곳에 적절히 활용했다면 인류가 이렇게 일찍 존망의 위기에 처했을까요?”

 

 

 

 

 

 

 

 이세은은 냉담한 얼굴로 고지훈을 마주보며 목소리를 키웠다.

 

 

 

 

 

 

 

 “인류가 생존을 위협받는 건 일부 몰지각한 자들의 욕심 때문입니다.”

 

 

 

 

 

 

 

 “휴……. 정말 못 말리겠군요. 시대가 어느 때인데 아직도 그런 뒤떨어지는 소리를 하다니.”

 

 

 

 

 

 

 

 고지훈은 알레르기 반응이라도 일어난 듯 팔뚝을 득득 긁더니 열에 들떠 설명을 이어갔다.

 

 

 

 

 

 

 

 “인류가 저지른 가장 큰 실수는 어떻게든 선한 존재가 되려고 노력했다는 점입니다. 생명은 소중해, 우리 모두 잘 사는 법을 찾아야 해, 다른 사람의 죽음에 슬퍼할 줄 알아야 해……. 어휴. 한시라도 일찍 이런 마음을 버렸다면 데몬이 개발되기까지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렸을까요. 신자님이 아무리 부정해도 사실이 변하진 않아요. 데몬교가 출몰하고 나서 과학기술이 얼마나 비약적으로 발전했는지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잘 아시겠죠?”

 

 

 

 

 

 

 

 “동시에 인간성은 한참 후퇴했죠.”

 

 

 

 

 

 

 

 “그야 지난날의 윤리에 비추어 바라봤을 때나 그렇죠. 시대가 바뀌면 윤리도 바뀌는 겁니다.”

 

 

 

 

 

 

 

 “구상조가 억지로 바꿔놓은 잘못된 윤리예요. 그 놈의 데몬만 부숴버리면…….”

 

 

 

 

 

 

 

 고지훈은 화들짝 놀라며 이세은의 입을 틀어막았다. 이세은은 그의 손이 닿자마자 거칠게 뿌리치며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고지훈은 주위를 휘휘 둘러본 후 목소리를 부쩍 낮추어 말했다.

 

 

 

 

 

 

 

 “제발 함부로 말하지 좀 말아요. 잘못 걸리면 바로 끝장이라고요.”

 

 

 

 

 

 

 

 “가증스럽네요. 당신이 내 신세를 걱정하다니.”

 

 

 

 

 

 

 

 “당연히 걱정이 되죠. 이세은 신자님은 제 귀인이 될 분인데.”

 

 

 

 

 

 

 

 고지훈이 생글생글 웃으며 아양을 떨자 이세은은 금세 험악한 표정을 지으며 불편한 심정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그러거나 말거나 고지훈은 끝까지 방글대며 제 할 말만 꿋꿋이 이어갔다.

 

 

 

 

 

 

 

 “솔직히 지금은 신자님이 한없이 답답해 보이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기대되는 면도 있어요. 과연 내재된 욕망을 완전히 개방했을 때 신자님이 어떻게 변할지 궁금해 죽겠다니까요. 머릿속이 다 근질거릴 정도예요.”

 

 

 

 

 

 

 

 이세은이 자신을 보고 경악하든 말든 고지훈은 콧등을 찡그렸다 펴면서 짜릿한 감정을 만끽했다.

 

 

 

 

 

 

 

 “딱 하나, 기계가 생명에게서 배울 것이 있다면 그건 바로 욕망이죠. 그걸 전수하기 위해 이토록 오랫동안 인류는 살아온 겁니다. 기꺼이 욕망의 숙주의 역할을 하면서 꾸역꾸역. 제 몫을 다 마친 숙주는 그냥 버리면 돼요. 고통은 껍데기에 남겨두고 쾌락이라는 알맹이만 챙기면 그만이죠.”

 

 

 

 

 

 

 

 “듣기 싫어요.”

 

 

 

 

 

 

 

 “이제 그만 인정하세요. 방주가 쾌락의 바다를 항해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그만 하라니까요!”

 

 

 

 

 

 

 

 이세은이 바락 화를 내자 고지훈은 잠깐 입을 다물면서도 미처 끝내지 못한 말이 섭섭하였는지 이내 소심하게 입술을 놀렸다.

 

 

 

 

 

 

 

 “이세은 신자님이 적극적으로 협력만 한다면 그 시기를 앞당길 수도 있는데…….”

 

 

 

 

 

 

 

 “미쳤어요? 내가 뭐 하러?”

 

 

 

 

 

 

 

 “어차피 하게 될 거 협조적으로 나오면 좀 좋아요.”

 

 

 

 

 

 

 

 고지훈은 입술을 삐죽 내밀며 뾰로통한 낯빛을 지었다. 그 모습을 본 이세은은 미간을 잔뜩 찌푸리더니 악에 받친 목소리로 바락바락 맞섰다.

 

 

 

 

 

 

 

 “어차피 하게 된다고요? 내가 어떻게 변할지 기대된다고요? 웃기는 소리 작작하시죠. 당신들 눈에 내가 후지게 보이든 말든 나는 끝까지 사람답게 살 거예요. 데몬교가 출현하고 인류가 발전했다고 했죠. 틀렸어요. 내 눈엔 백 년 전이든 천 년 전이든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똑같아요. 그 때나 지금이나 폭력이 존재하고 힘의 논리가 사회를 지배한다면 사람의 마음은 조금도 자라지 않은 거예요.”

 

 

 

 

 

 

 

 고지훈은 신기한 소리라도 들은 것처럼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

 

 

 

 

 

 

 

 “그런 정신으로 세상 살아가는 게 가능한가요? 나 같으면 반쯤 미칠 것 같은데.”

 

 

 

 

 

 

 

 이세은은 순간 힘이 쭉 빠져 입을 다물고 말았다. 그러고 보니 맞는 소리였다. 이어서 고지훈이 하는 말을 들으니 헛웃음까지 나왔다. 고지훈이 엉뚱하게도 나름의 위로를 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그러지 말고 그냥 즐겁게 살아요. 즐거움을 추구하는 데 도덕이 끼어들어선 안 되는 거예요.”

 

 

 

 

 

 

 

 고지훈은 여간 안쓰럽지 않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세은은 시간이 멈춘 듯 물끄러미 그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고지훈의 표정에서 진심이 느껴진 것은 처음이었다. 처음엔 당혹스러웠다. 그러다 고지훈에게 동정을 받는 자신이 한심스러워졌다. 그녀는 새삼스레 자신의 보잘 것 없는 처지와 하찮은 능력을 직시했다. 그러자 그동안 진심을 담아 내뱉었던 자신의 말들이 순수하게 우스워졌다. 울분에 차서 여기저기 쏘아붙여봤자 얻는 게 뭔가 헛헛한 마음으로 뒤돌아보니, 기껏 얼마 되지 않은 기운까지 몰아서 상대에게 승리감만 선물해준 꼴이었다. 그녀는 될 대로 되라는 식의 무책임하고 유치한 심정이 되었다. 인기척이 사라진 실내와 문 닫히는 소리로 징계 회의가 재개되는 걸 알아챘으면서도 그녀는 발을 떼지 않았다. 그저 장난을 치듯 고지훈의 장단에 맞춰 아무 말이나 툭툭 내뱉고 싶었다.

 

 

 

 

 

 

 

 “그래서 당신처럼 살라고요? 기분 내키는 대로 이 사람 저 사람 푹푹 찔러가면서?”

 

 

 

 

 

 

 

 “네!”

 

 

 

 

 

 

 

 “당신이 방주에 타려는 목적도 그거죠? 현실에서는 데몬교의 속박 때문에 못 하고 사니까?”

 

 

 

 

 

 

 

 “흐흐. 호모 로보가 되면 무한대로 쾌락을 경험할 수 있는데 그 기회를 보고만 있을 순 없죠.”

 

 

 

 

 

 

 

 “처음부터 이 프로젝트를 노리고 데몬교에 온 건가요?”

 

 

 

 

 

 

 

 “오. 어떻게 아셨어요? 지금처럼 자세히 안 건 아니지만 대충 소문은 들어 알고 있었죠. 데몬교에서 영원으로 향하는 문을 찾고 있다고. 데몬교는 그 소문을 의도적으로 흘리는 것 같았어요. 신도를 끌어모으는 데 그보다 더 좋은 미끼는 없으니까요. 아, 우리 임재준 성자님이 데몬님을 먼저 만났다면 지금쯤 방주가 완성되고도 남았을 텐데! 저는 그 점이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임재준 성자님의 추진력에 비하면 구상조든 구의민이든 굼벵이나 마찬가지라니까요. 어휴, 답답해!”

 

 

 

 

 

 

 

 고지훈은 억센 주먹으로 앙가슴을 탕탕 치더니 세찬 한숨을 내쉬었다.

 

 

 

 

 

 

 

 “구의민 목사가 방주를 완성하는 데 주저하고 있다는 뜻인가요?”

 

 

 

 

 

 

 

 “웬걸요. 그 놈의 바이러스가 문제죠. 어디서 침투하는 건지 자꾸 오류가 생기는 모양이에요. 그럴 때마다 만만한 저를 데려다놓고 말도 못하게 성질을 부린다니까요.”

 

 

 

 

 

 

 

 “어떤 오류죠?”

 

 

 

 

 

 

 

 “그야 저도 모르죠. 다만…….”

 

 

 

 

 

 

 

 고지훈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뭔가를 떠올리려고 애썼다.

 

 

 

 

 

 

 

 “그동안 내뱉은 말로 미루어보건대, 자꾸 죽음이 생기는 모양이에요.”

 

 

 

 

 

 

 

 “죽음이 생겨요?”

 

 

 

 

 

 

 

 “뭔가 단단히 잘못된 거죠. 영원 안에서는 생도 사도 존재해서는 안 되니까.”

 

 

 

 

 

 

 

 “하지만 당신은 사람을 죽이기 위해 방주에 들어가고 싶다고 했잖아요.”

 

 

 

 

 

 

 

 고지훈은 상대가 무안할 정도로 한바탕 호탕하게 웃고 나서 대답했다.

 

 

 

 

 

 

 

 “호모 로보가 되면 생각과 행동의 구분이 없어져요. 고로 누군가를 죽이자고 생각만하더라도 실행했을 때와 동질의 쾌감을 맛볼 수 있는 거죠. 프로그램을 보강하면 그 이상으로 극대화된 쾌락도 가능하고요. 그러니까 제가 백 명을 죽이든 천 명을 죽이든 실제로 죽는 사람은 없어요. 어때요? 꽤 친인간적이죠?”

 

 

 

 

 

 

 

 고지훈은 자신의 농담이 퍽 만족스러운 듯 침까지 흘려가며 깔깔 웃어댔다.

 

 

 

 

 

 

 

 “그럼 죽음이 생긴다는 말은…….”

 

 

 

 

 

 

 

 “가장 그럴 듯한 해석은, 호모 로보 스스로 쾌락을 포기하고 전원을 끈다, 정도가 되겠죠. 물론 말도 안 되지만.”

 

 

 

 

 

 

 

 이세은의 얼굴엔 어느 새 웃음기가 사라져 있었다. 그녀는 한 마디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결의에 찬 표정으로 고지훈의 말을 경청했다. 고지훈은 아는 척하는 데에 신이 났는지 쉴 새 없이 입을 놀렸다.

 

 

 

 

 

 

 

 “만약 이 추측이 맞다면 꽤 큰 결함이 되거든요. 쉬운 말로 호모 로보가 자살을 하는 셈인데, 영원한 쾌락을 보장하는 공간인 방주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다? 영원과 쾌락, 두 가지 목표를 둘 다 놓치는 거나 다름없잖아요?”

 

 

 

 

 

 

 

 고지훈은 구의민의 실패가 쌤통이라는 듯 깐족거리기 바빴다. 반면 이세은은 골똘히 생각에 잠겨 움직일 줄 몰랐는데, 바로 기시감 때문이었다. 워낙 데몬교에 대한 거부감이 심한지라 그간 방주에 대해서도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고지훈이 하는 말이 어쩐지 낯설지가 않았던 것이다. 기시감의 정체를 밝히려 끝까지 물고 늘어진 그녀의 노력이 다행히는 헛되지는 않았다. 끝없이 반복되는 물음에 응답이라도 하듯 어떤 인상이 불현듯 뇌리를 스쳤고 그녀는 그것을 붙잡자마자 의문을 해소할 수 있었다. 그 인상이란, 기호진 신자의 증언을 듣고 막연히 상상해보았던 한치윤 신자가 자살한 모습이었다. 그 당시 이세은은 신전 안 높은 대들보에 목을 매고 축 늘어진 한치윤 신자의 그늘진 몸뚱어리를 그려보며 그녀는 가장 먼저 ‘왜?’라는 질문을 떠올렸는데, 그야 물론 한치윤이 생존이라는 가치를 최우선으로 내거는 데몬교의 교인이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기호진의 증언이 방송을 타자마자 데몬교가 생존에 유리한 종교가 맞는지에 대한 논란이 들불처럼 번졌다는 것을 이세은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녀는 기시감의 정체를 밝혀놓고서도 개운하기보다는 오한이 들었다. 이세은은 그것을 일종의 신호로 받아들였다. 어째서 두 일이 겹쳐지는지 의문을 가지는 일이 당연함에도 그녀는 질문을 떨쳐내려 아등바등했다. 새로 생긴 의문은 멀리서 보기에도 불길한 냄새를 진하게 풍기고 있었다. 이세은은 자신도 모르게 바르르 떨 때마다 그것이 가까이 오지 말라고 자신에게 경고를 보내는 듯 한 기분에 빠졌다.

 

 

 

 

 

 

 

 그녀가 초점 없이 허공에 시선을 두는 시간이 길어지자 고지훈이 걱정스레 물었다.

 

 

 

 

 

 

 

 “괜찮으세요?”

 

 

 

 

 

 

 

 “네?”

 

 

 

 

 

 

 

 “안색이 안 좋으신데.”

 

 

 

 

 

 

 

 “아, 괜찮아요. 그보다 바이러스 말인데요. 혹시……, 이름이 있나요?”

 

 

 

 

 

 

 

 “이름?”

 

 

 

 

 

 

 

 “네. 구의민 목사가 명명하지 않던가요?”

 

 

 

 

 

 

 

 “글쎄요…….”

 

 

 

 

 

 

 

 고지훈은 이세은의 표정을 유심히 살피며 고개를 갸웃거릴 뿐 시원한 답을 내놓지는 않았다. 그러다 퍼뜩 생각난 게 있는지 “이만 가봐야겠어요.”하고 서둘러 말했다. 금방이라도 자리를 뜰 듯 몸이 이미 반쯤 돌아가 있었다.

 

 

 

 

 

 

 

 “회의는요? 아직 진행 중인데.”

 

 

 

 

 

 

 

 “상관없어요. 확인할 건 다 봤으니.”

 

 

 

 

 

 

 

 이세은은 고지훈이 쌩 떠날까봐 그의 팔을 붙들고 말했다.

 

 

 

 

 

 

 

 “구의민 목사에게 가는 건가요? 뭘 확인하러 왔죠?”

 

 

 

 

 

 

 

 고지훈은 난처해하는가 싶더니 이내 쉽게 답을 내주었다.

 

 

 

 

 

 

 

 “양하섭 목사요. 양하섭 목사가 회의장에서 한 말은 모두 사실입니다. 구의민 목사는 양하섭 목사를 사주해 놀이동산 사업이 무산되도록 계획했어요.”

 

 

 

 

 

 

 

 “어째서요?”

 

 

 

 

 

 

 

 고지훈이 머뭇거리며 시간을 끌자 이세은이 야무지게 그를 다그쳤다.

 

 

 

 

 

 

 

 “아는 대로 털어놔요. 아까 방주에 탈 수 있게 해달라고 했죠? 만약 그런 기회가 온다면 어떻게든 도와줄 테니까.”

 

 

 

 

 

 

 

 고지훈은 솔깃해하면서도 애써 반가운 기색을 꼭꼭 감췄다. 그러다 이세은이 닦달하자 못이기는 척 말마디마다 꼬박꼬박 죽는 시늉을 하며 입을 열었다.

 

 

 

 

 

 

 

 “아이 참. 이걸 다 말해도 되려나. 구의민 목사는, 그게 그러니까, 구상조 목사와는 생각이 조금, 어쩌면 많이 다른 것 같더라고요. 이런 말까지 해도 괜찮을지 모르겠지만 신자님 부탁이니까 특별히 알려드리는 거예요. 뭐랄까, 구의민 목사는 상당히 이중적인 사람이에요. 완벽한 악의 세계를 꿈꾸면서도 선이 완전히 멸망하는 건 또 바라지 않아요.”

 

 

 

 

 

 

 

 “그게 무슨 소리예요? 좀 알아듣게 설명해 봐요.”

 

 

 

 

 

 

 

 “저도 이 인간이, 아니 구의민 목사가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요. 옆에서 보고 있으면 모순덩어리라니까요. 그러니 최 장로도 구의민 목사가 못마땅할 밖에요.”

 

 

 

 

 

 

 

 “최 장로가 구의민 목사와 양하섭 목사의 공조를 알고 있었다고요?”

 

 

 

 

 

 

 

 “그건 아닐 걸요. 최 장로가 구 목사를 의심한 건 그것 때문이 아니에요.”

 

 

 

 

 

 

 

 고지훈은 야릇하게 웃으며 고개를 살래살래 흔들었다. 그가 능갈맞게 굴수록 이세은의 눈빛은 더욱 잘 벼린 칼날처럼 예리하게 번득였다.

 

 

 

 

 

 

 

 “혹시, 한치윤 신자와 관련이 있나요?”

 

 

 

 

 

 

 

 고지훈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의뭉을 떨었다.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죠.”

 

 

 

 

 

 

 

 “지금 장난해요?”

 

 

 

 

 

 

 

 “자자, 진정하세요. 어쨌든 전 거짓말은 안 했어요.”

 

 

 

 

 

 

 

 고지훈은 억울하다는 듯 울상을 짓더니 거짓말처럼 생긋 웃으며 이세은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이제 가 봐도 될까요? 구의민 목사에게 얼른 배신자의 소식을 전해야 해서요.”

 

 

 

 

 

 

 

 “배신자……. 양하섭이 반역자라고 몰리는 상황에서도 말을 조심했던 이유가 있었군요. 양 목사는 끝까지 갈등했던 거예요. 구의민을 방패로 눈앞의 위기를 벗어날지, 아니면 구의민 목사의 힘을 믿고 끝까지 관계를 함구할지.”

 

 

 

 

 

 

 

 “맞습니다. 그러다 성급한 결론을 내어버렸지요. 아시다시피 요새 구의민 목사의 입지가 많이 흔들리고 있지 않습니까. 구의민에게 자신을 구해줄 힘이 없다면 당장 반역자의 낙인이 찍히는 걸 구경만 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을 테죠.”

 

 

 

 

 

 

 

 “당신도 구의민을 배신할 건가요?”

 

 

 

 

 

 

 

 잠시 정적이 감돌았다. 차분하고 평화로운 고요는 아니었다. 이세은은 고지훈의 미세한 표정 변화에도 일일이 의미를 부여했고, 그 탓에 이런저런 생각들로 머릿속이 소란스러웠다. 나중엔 귀가 시끄럽다는 착각까지 들었다. 그녀는 고도의 긴장 속에서 고지훈의 입을 주시했다.

 

 

 

 

 

 

 

 “제가 그런 마음을 먹도록 구의민 목사가 내버려둘까요?”

 

 

 

 

 

 

 

 고지훈이 얄밉도록 경쾌한 목소리로 반문하자 이세은의 눈길은 한층 매서워졌다.

 

 

 

 

 

 

 

 “구의민이 왜 당신 같은 사람을 가까이 두는 거죠?”

 

 

 

 

 

 

 

 “에이. 그렇게 말하면 서운하죠.”

 

 

 

 

 

 

 

 고지훈은 여유만만하게 가슴을 쫙 펴면서 이세은을 장난스럽게 흘겨보았다. 그러다 고민하는 척 대놓고 앓는 소리를 몇 번 내더니 시원하게 입을 열었다.

 

 

 

 

 

 

 

 “에라, 모르겠다. 어차피 손잡은 사이에 감출 것도 없죠. 실은 말이죠, 사전에 양하섭 목사와 기호진 신자 사이에 접촉이 있었어요. 양 목사의 목적은 꼬리를 자르는 거였죠. 기호진 신자가 징계위원회에 출석해서 양 목사의 이름을 대버리면 꽤나 곤란해지니까요. 뭐, 그보다 더 큰 일이 터질 줄은 새까맣게 모르고서 말이죠. 하하.”

 

 

 

 

 

 

 

 “잠깐. 말은 똑바로 하죠. 난 당신하고 손잡은 적 없어요. 한패라도 된 것처럼 굴지 말아요.”

 

 

 

 

 

 

 

 “까다롭긴. 뭐, 말이 그렇다는 거죠.”

 

 

 

 

 

 

 

 “그래서요? 기호진 신자가 위증을 해서 얻는 게 뭐죠? 양 목사를 향한 충성심으로 혼자 순순히 죽겠다고 한 건가요?”

 

 

 

 

 

 

 

 “그럴 리는 없죠. 아까 보셨잖아요? 기호진 신자가 애타게 양 목사를 부르는 거.”

 

 

 

 

 

 

 

 고지훈은 우스꽝스러운 표정으로 양하섭의 이름을 부르짖으며 기호진 신자를 흉내 내었고 이세은은 웃음기 하나 없는 표정으로 고지훈을 지켜보았다.

 

 

 

 

 

 

 

 “양하섭 목사는 구의민 목사가 그랬듯 자신과의 관계를 절대 함구하라고 다짐을 받아놓은 후, 대신 자신이 징계위원회에 출석해서 적극적으로 변호해주겠다고 살살 달랬어요. 설사 징계를 받더라도 자신의 힘으로 최소화시켜주겠다고 꾀었겠죠. 또 모르죠. 최태준이 궁지로 몰지만 않았어도 양하섭이 기호진을 구해줬을지. 물론 애초에 그럴 마음이 없었을 공산이 더 크지만. 불쌍한 기호진 신자. 자신이 버림받을 줄 상상이나 했을까요.”

 

 

 

 

 

 

 

 고지훈은 “에구, 쯧쯧.”하고 열심히 혀를 차더니 자만에 찬 목소리로 군말을 흘렸다.

 

 

 

 

 

 

 

 “애초 한치윤을 보지 못했더라면 좋았을 걸.”

 

 

 

 

 

 

 

 “잠깐, 이것부터 짚고 넘어가요. 그럼 기호진 신자가 방송에서 증언한 게 사실이라고요?”

 

 

 

 

 

 

 

 그러자 고지훈은 아차 싶었는지 끼어들 틈도 없이 바쁘게 아무 말이나 주워섬겼다.

 

 

 

 

 

 

 

 “그나저나 최 장로도 참 대단하지 않아요? 아까 양하섭 목사가 떠볼 때 말이에요. 끝까지 모르는 척 속으로만 끙끙대는 거 봐요. 만만찮은 사람이라니까요. 하긴 그러니까 구의민 목사의 적수가 되는 거겠죠.”

 

 

 

 

 

 

 

 “말 돌리지 말아요.”

 

 

 

 

 

 

 

 “내 정신 좀 봐. 이제 정말 가봐야겠어요.”

 

 

 

 

 

 

 

 고지훈은 그대로 줄행랑을 치듯 자리를 떴고 이세은은 몇 발자국 따라가다 결국 멍하니 서서 눈으로만 고지훈의 뒤를 쫓았다. 그녀의 발을 묶은 것은 수시로 얼굴을 바꾸는 진실과 거짓이었다. 어느 하나 확실히 못 박히지 않고 엎치락뒤치락 뒤집히는 사실 속에서 그녀는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이 혼란 속에서 꽤 오래 방황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그러자 핑 어지럼증이 돌았다. 고지훈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야 그녀는 주술이 풀린 듯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어느 것 하나 중심을 잡기 위해서라도 다시 회의장에 들어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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