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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극악 교회
작가 : 멍덕꿀
작품등록일 : 2019.9.1

악이 상식이 된 사회에서 끝까지 선을 수호하며 살아가는 자들의 이야기

 
3장 5화
작성일 : 19-09-01 23:14     조회 : 209     추천 : 0     분량 : 7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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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3장 5화

 

 

 

 

  “위원장님이 지적하신 놀이동산 건에 대해 저는 아무런 책임이 없습니다.”

 

 

 

 

 

 

 

 양하섭은 그렇게 말하고 사악하고도 수상쩍은 미소를 입가에 피웠다. 기지개를 펴듯 쭉 늘어지는 그의 입술을 보는 순간 이세은은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기분이었다. 최태준은 양하섭이 허세를 부리고 있다고 생각했는지 가소롭다는 듯 헛웃음을 지었다.

 

 

 

 

 

 

 

 “이제 와서 잡아떼겠다는 겁니까? 당신이 어떤 식으로 반역자들을 도왔는지, 증거라면 얼마든지 보여드릴 수 있습니다.”

 

 

 

 

 

 

 

 “괜찮습니다.”

 

 

 

 

 

 

 

 양하섭이 담담한 말투로 불쑥 끼어들자, 최태준이 곧바로 성미 사납게 쏘아붙였다.

 

 

 

 

 

 

 

 “뭐가 괜찮다는 겁니까?”

 

 

 

 

 

 

 

 “인정합니다. 저는 그들이 세력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최태준은 어처구니가 없어서 할 말을 잃어버린 듯 눈살을 찌푸린 채 양하섭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그러다 한층 큰 목소리로 짜증스레 말했다.

 

 

 

 

 

 

 

 “지금 뭐하자는 겁니까?”

 

 

 

 

 

 

 

 “뭐가 됐든 솔직하게 털어놓을 생각입니다.”

 

 

 

 

 

 

 

 이세은이 보기에도 양하섭의 태도는 쉽사리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의 당당한 태도는 발언의 내용과 어울리는 구석이 하나도 없었다.

 

 

 

 

 

 

 

 “그런 사람 입에서 책임이 없다는 소리가 나옵니까?”

 

 

 

 

 

 

 

 “저는 명령을 그대로 따랐을 뿐입니다.”

 

 

 

 

 

 

 

 양하섭은 눈을 부라리며 한 마디 한 마디 잔뜩 힘을 실어 말했고 그 독기는 최태준의 매서운 시선과 비교했을 때 전혀 밀리지 않았다. 최태준은 한층 험악스런 안광을 번득이며 양하섭을 위협했다.

 

 

 

 

 

 

 

 “면피용 변명은 집어치우십시오.”

 

 

 

 

 

 

 

 “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전 진실만을 말하고 있습니다.”

 

 

 

 

 

 

 

 “한 교회의 수장이 도대체 누구의 명령을 따른단 말입니까?”

 

 

 

 

 

 

 

 “그야 저보다 높으신 분이지요.”

 

 

 

 

 

 

 

 양하섭은 능청을 부리며 의미심장한 눈빛을 흘렸고 최태준은 뭔가 짚이는 게 있는 듯 심각한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 이세은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높으신 분…….”하고 혼잣말을 하며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모두 양 목사의 말뜻을 헤아리는 데 집중한 듯 장내 찰나의 정적이 감돌았다. 그러다 곧 최태준의 목소리가 그 위에 소리의 파동을 그리며 화기의 자국을 남겼다.

 

 

 

 

 

 

 

 “누구의 명령입니까.”

 

 

 

 

 

 

 

 이내 양하섭의 입술에서 떨어진 이름은 좌중을 경악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구의민 목사님께서 하달하셨습니다.”

 

 

 

 

 

 

 

 모두 혼돈에 휩싸인 와중 가장 충격을 받은 이는 최태준인 것처럼 보였다. 술렁이는 방청객에게 정숙하라고 주의를 주는 것도 잊은 채 그는 깍지 낀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고개를 들지 못했다. 이세은의 눈에 그의 모습은, 설마 그럴 리는 없다고 믿던 일을 마주하고 좌절하는 사람으로 비쳤다. 양하섭의 말을 온전히 믿지 않은 그녀로서는 왜 최태준이 의심도 하지 않고 양하섭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인지 의아했다. 최태준의 반응을 설명하려면 양하섭의 주장과 들어맞는 또 다른 근거를 최태준이 미리 알고 있었거나 적어도 그와 비슷한 정도로 강력한 심증을 최태준이 품고 있었다는 가정 하에서만 가능했다. 만약 가정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사정이 환해지는 것은 아니었다. 최태준이 이 사실을 공표하지 않은 이유가 필요했다. 이세은은 생각할수록 미궁에 빠지는 기분이 들었고 곧 추론을 포기했다.

 

 

 

 

 

 

 

 한편 최태준이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자 양하섭은 비릿한 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데몬님을 위해 일하는 일개 하인에 지나지 않는 저로서는 그 일이 무엇이 되었든 구의민 목사님이 시키는 대로 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구의민 목사님은 데몬님이 선택하신 유일한 대리인이기 때문입니다.”

 

 

 

 

 

 

 

 그 때 방청객 쪽에서 거친 육성이 터져 나왔다.

 

 

 

 

 

 

 

 “저자는 데몬교에 오명을 씌울 작정입니다! 누구든지 저 자를 당장 끌어내주십시오!”

 

 

 

 

 

 

 

 그러나 양하섭은 개의치 않고 꿋꿋이 말을 이어갔다.

 

 

 

 

 

 

 

 “저 또한 구 목사님의 지령을 이해할 수 없었으나 일일이 캐묻는 것은 하인 된 도리가 아니므로…….”

 

 

 

 

 

 

 

 “닥쳐라!”

 

 

 

 

 

 

 

 분개한 신자는 또 한 번 양하섭의 말을 끊었고, 이번엔 험한 욕설까지 와르르 쏟아냈다. 모두 어찌할 바를 모르고 그 자의 욕설을 듣고만 있을 때 또 다른 신자가 벌떡 일어나 그의 말을 덮고 나섰다.

 

 

 

 

 

 

 

 “무작정 욕하는 게 능사는 아닙니다. 일단 차분히 말씀을 들으시지요.”

 

 

 

 

 

 

 

 “아니, 방금 양 목사의 말을 듣고도 그런 소리를 하십니까? 생각을 해보세요, 생각을! 데몬교내 최고 책임자가 왜 적들을 돕는단 말입니까? 데몬교가 공격을 받으면 가장 직격탄을 받는 사람이 바로 구의민 목사입니다! 애초 저 자의 말은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양하섭 목사님의 말이 다 옳다고 주장하는 게 아닙니다. 일단 목사님의 말을 들어보고 진위여부를 가려보자는 뜻입니다.”

 

 

 

 

 

 

 

 “하, 정말 답답하기 짝이 없습니다. 뭐 하러 그런 시간 낭비를 해야 합니까? 그런 수동적인 자세야말로 양 목사가 원하는 바입니다. 당신처럼 멍청한 자들은 저 사람의 연극에 놀아나겠지만, 전 그럴 수 없습니다.”

 

 

 

 

 

 

 

 그러자 이번엔 또 다른 신자가 목소리를 높여 말싸움에 끼어들었다.

 

 

 

 

 

 

 

 “말씀이 지나치십니다. 도대체 누가 누구더러 멍청하다고 하는 겁니까? 당신이야말로 방청인으로서의 기본을 지키세요. 어디서 감히 신성한 회의에 잡음을 일으키는 겁니까?”

 

 

 

 

 

 

 

 “당신은 또 뭐야? 지금 신성한 회의라고 했습니까? 양 목사가 구의민 목사님을 입에 올린 순간, 이 회의에 신성함은 없었습니다. 당신 혹시 극강 교회 소속입니까?”

 

 

 

 

 

 

 

 “지금 그런 걸 왜 물어보는 겁니까?”

 

 

 

 

 

 

 

 “만약 그렇다면 당신의 태도가 충분히 이해가 가니까요.”

 

 

 

 

 

 

 

 그는 목소리를 살짝 줄여서, 그렇지만 상대의 귀에는 충분히 들어갈 만한 크기로 혼잣말을 했다.

 

 

 

 

 

 

 

 “수준 떨어지는 것들이 득시글댄다더니 역시나…….”

 

 

 

 

 

 

 

 “지금 말 다했어? 수준이 떨어져?”

 

 

 

 

 

 

 

 “아아, 지금 자격지심을 부리는 건가요? 이해는 하지만 괜히 저한테 화풀이 하지 마십시오.”

 

 

 

 

 

 

 

 “누구 놀려? 당신이 뭔데 나를 평가해? 당신이 뭔데? 엉?”

 

 

 

 

 

 

 

 “그냥 조용히 앉으십시오. 더 망신당하기 전에.”

 

 

 

 

 

 

 

 최태준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신자들에게 정숙을 요구했지만 피로가 묻어나는 그의 가녀린 목소리는 웅성거리는 회의장 안에서 아무런 힘도 발휘하지 못하고 그대로 파묻혔다.

 

 

 

 

 

 

 

 “야, 너야말로 망신당하기 싫으면 닥치고 앉아.”

 

 

 

 

 

 

 

 “오호. 좀 전까지만 해도 기본을 지키라느니 마느니 지껄이시더니 험한 말을 꽤 잘하시네요?”

 

 

 

 

 

 

 

 “너 같은 놈을 상대하기에 품격은 사치거든.”

 

 

 

 

 

 

 

 “아무렴 그러시겠죠. 극강 교회에 애초 그런 고급스러움이 어울리던가요?”

 

 

 

 

 

 

 

 그러자 이번엔 또 다른 극강 교회의 신자로 추측되는 자가 벌떡 일어났다.

 

 

 

 

 

 

 

 “왜 자꾸 극강 교회의 명예를 더럽히는 겁니까?”

 

 

 

 

 

 

 

 “더럽힌다고? 내가?”

 

 

 

 

 

 

 

 그는 어이가 없다는 듯 콧방귀를 시원하게 뀌더니 여유가 철철 넘치는 몸짓으로 사람들을 쭉 둘러보며 말했다.

 

 

 

 

 

 

 

 “여기 있는 대부분이 극강 교회를 탐탁히 여기지 않을 거라고 자신하는데. 어떻게, 거수라도 해볼까요?”

 

 

 

 

 

 

 

 순간 묵언의 시인이라도 하듯 방청객의 눈길이 죄다 극강 교회 출신의 신자에게 쏠렸고, 시선을 한 몸에 받은 주인공은 씩씩거리며 정신없이 사방을 노려보더니 허공에 대고 포효하는 것으로 분풀이를 했다.

 

 

 

 

 

 

 

 “도대체 왜, 왜 그렇게 다들 극강 교회를 무시하는 겁니까?”

 

 

 

 

 

 

 

 “쯧쯧, 그걸 몰라서 묻습니까? 근본이 없으니까 그렇죠.”

 

 

 

 

 

 

 

 “근본? 근본의 실체가 결국 돈이라는 건 지나가는 개도 압니다. 그렇게 따지면 극강 교회를 두고 근본 운운하시면 안 되지요. 극강 교회가 보유한 기금은 절대 여타 교회에 뒤지는 수준이 아닙니다. 아니 오히려 위쪽에서 손에 꼽히는 규모입니다. 이런 취급을 받을 이유가 전연 없단 말입니다!”

 

 

 

 

 

 

 

 이 모든 소란을 유발한 최초의 발언자는 잠자코 상대의 말을 듣고 있다가 입술을 씰그러뜨리며 키득키득 웃기 시작했다. 상대가 언성을 높이면 높일수록 더 신명나는 모양새였다.

 

 

 

 

 

 

 

 “이러니 수준 낮다는 소리를 듣지요. 극강 교회 신자들은 어쩜 그렇게 하나같이 졸부의 냄새를 풍기는 겁니까? 교양머리 없이.”

 

 

 

 

 

 

 

 그가 말을 마치는 동시에 신자들이 한꺼번에 웃음을 터트렸는데, 그 웃음에는 놀림의 대상을 조롱하는 냄새가 역하게 풍겼다. 발언자는 웃음이 잦아들 때까지 얌전히 기다렸다가 순전히 놀리는 투로 포문을 열었다.

 

 

 

 

 

 

 

 “잘 들으세요. 그 쪽 교회가 아무리 데몬교의 후광을 끌어다 쓴들, 그쪽은 그냥 모리배 집단에 지나지 않아요. 극강 교회 출신 중 데몬교의 핵심 교리를 제대로 이해한 신자가 몇이나 될까요? 이게 과도한 매도입니까? 그렇다면 해마다 치르는 교리능력평가에서 왜 매번 극강 교회가 바닥을 기는 겁니까?”

 

 

 

 

 

 

 

 “그쯤 해두지. 목사들 앞에서 자네가 입에 올릴 소리는 아닌 것 같은데.”

 

 

 

 

 

 

 

 저지의 목소리는 양하섭 목사의 것이었다. 이제껏 한 번도 움츠러들지 않았던 신자는 양 목사의 싸늘한 목소리에 처음으로 주춤하고 입을 다물었다. 그 때 예상치 못한 자가 끼어들었다. 초빙 위원으로 자리한, 창성 교회의 담당 목사 국해성이었다.

 

 

 

 

 

 

 

 “옳은 소리를 하는 데 지위에 거리낄 것이 있겠습니까.”

 

 

 

 

 

 

 

 양하섭은 국해성을 똑바로 노려보며 가시 돋친 육성으로 반박했다.

 

 

 

 

 

 

 

 “옳은 소리라는 표현은 대단히 부적절합니다.”

 

 

 

 

 

 

 

 “극강 교회 신자들이 교리 이해도가 가장 떨어지는 것은 사실 아닙니까.”

 

 

 

 

 

 

 

 “데몬님이 내려주신 지혜를 극악 교회가 공유하지를 않는데 어떻게 신자들을 제대로 교육할 수 있겠습니까?”

 

 

 

 

 

 

 

 “그렇게 따지면 다른 교회들은 어떻게 교리를 전파한단 말입니까? 목사님께서는 상황이 불리해지면 무조건 우기는 경향이 있군요.”

 

 

 

 

 

 

 

 국해성은 악취를 맡은 듯 약간 고개를 뒤로 빼며 언짢은 기색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그러자 양하섭의 입에서 분노에 찬 말들이 끓어 넘쳤다.

 

 

 

 

 

 

 

 “신자들을 잘 다독여야 할 목사라는 사람이 이런 소리를 공공연히 하고 다니니 극강 교회 출신이 어딜 가든 천더기 취급을 받는 것입니다! 극악 교회가 극강 교회를 철저히 차별하고 따돌리는 것을 저는 진작부터 느껴왔습니다. 도대체 왜 우리가 이런 대우를 받아야 합니까? 그간 벌금이니, 지원금이니 하는 명목으로 극악 교회에 조달한 자본이 얼마인지 아십니까? 그 노력들이 왜 평가 절하를 받는단 말입니까!”

 

 

 

 

 

 

 

 “닥치시오!”

 

 

 

 

 

 

 

 이번엔 최태준이 분개에 찬 고함을 질렀다. 머리가 지끈거리는지 그는 이마를 짚은 채 한동안 끙끙거리더니 겨우 정신을 차리고 말을 이어갔다.

 

 

 

 

 

 

 

 “징계 회의에 와서 극악 교회를 흉보는 꼴이라니, 제정신이오?”

 

 

 

 

 

 

 

 “제가 제정신일 수가 있겠습니까? 이판사판입니다! 이렇게 된 이상 제가 아는 걸 다 털어놓겠습니다. 구의민 목사는 겉으로는 악을 부르짖으면서 뒤로는 온갖 꼴사나운 짓을 하고 다닙니다.”

 

 

 

 

 

 

 

 “당신은 지금 심판대에 오른 자입니다. 언행을 삼가세요. 이건 마지막 경고입니다.”

 

 

 

 

 

 

 

 “저를 심판해야 한다면 얼마든지 하십시오. 다만 제 옆에 구의민 목사님도 세워야 그 명분이 마땅할 것입니다.”

 

 

 

 

 

 

 

 그 말을 듣자마자 국해성은 양하섭을 손가락질하며 열변을 토했다.

 

 

 

 

 

 

 

 “장로님! 저 자를 당장 벌주십시오. 저 자의 입에서 나오는 더러운 말을 더는 듣고만 있을 수는 없습니다.”

 

 

 

 

 

 

 

 양하섭은 독기가 단단히 오른 눈빛을 쏘아대며 즉각 그의 말을 맞받아쳤다.

 

 

 

 

 

 

 

 “국해성 목사. 당신은 정말이지 아무것도 모르고 있어요. 내가 충고 하나 하지. 그렇게 맹목적으로 구의민 목사를 믿고 있다간 큰코다칠 거야.”

 

 

 

 

 

 

 

 “시끄러워. 당신 말은 귀담아들을 필요도 없어. 당신은 열등감 덩어리 그 자체야. 성령님이 당신에게 임하지 않는 걸 못 견뎌하는 거야. 그래서 괜히 구의민 목사님께 누명을 씌우려는 거야.”

 

 

 

 

 

 

 

 “글쎄. 그럼 한 번 장로님께 물어보지 그래? 내가 보기엔 최태준 장로님도 어느 정도 구의민 목사의 정체를 눈치 채고 있는 것 같거든.”

 

 

 

 

 

 

 

 양하섭은 능청스럽게 대답을 최태준에게 떠넘기고 흐흐 웃으며 만족스러움을 흘렸다. 최태준은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빛으로 양하섭을 노려보더니 대뜸 책상을 강하게 내리쳤다.

 

 

 

 

 

 

 

 “이제 대놓고 나를 놀려먹을 심산인가? 까부는 건 그쯤 해두게. 자네가 뭐라고 지껄이든 자네는 어디까지나 반역자야. 데몬교의 질서를 어지럽히고 그 틈을 타 데몬님이 계시는 심장부에 침입하려 했겠지. 극악 교회가 수호하는 진리를 탐내고서 말이지.”

 

 

 

 

 

 

 

 “그렇게 이번 일을 무마시켜야 장로님도 속이 편하시겠지요. 진상이 드러나 봤자 장로님에게 득 될 것도 없으니. 하지만 장로님도 알고 계시잖아요. 구의민 목사가 이미 오래 전 부정당한 선의 지위를 복권시키려 한다는 걸.”

 

 

 

 

 

 

 

 장내에 전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큰 소요가 일었다. 충격의 탄식이 지나간 자리에는 혼란스러운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날아들었고, 뒤죽박죽 얽힌 육성은 서로 마찰을 일으키듯 열기를 더해갔다. 문제는 양하섭의 도발에 최태준이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은 데 있었다. 양하섭은 최태준의 입이 절대 쉽게 열리지 않을 거라는 걸 잘 아는 것처럼 마음껏 입을 놀렸다.

 

 

 

 

 

 

 

 “당신들이 그렇게 뻐기다 못해 받들어 모시는 교리를 어기는 게 바로 구의민 목사입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요? 구의민 목사가 데몬님의 말씀을 어기고 제멋대로 구는 걸까요, 아니면 데몬님이 악의 화신에서 선의 수호자로 탈바꿈하신 걸까요?”

 

 

 

 

 

 

 

 국해성은 듣기 싫다는 듯 양하섭에게서 홱 등을 돌리며 최태준에게 해명을 요구했다. 얼마나 분통이 터졌는지 흰자위에는 넓게 실핏줄이 퍼졌고 뱉어대는 말끝마다 이 사이에서 굵은 침방울이 튀었다.

 

 

 

 

 

 

 

 “장로님. 이 망령된 발언을 어서 부정해주십시오. 어째서 이 자가 나불대는 말을 가만히 듣고만 계십니까?”

 

 

 

 

 

 

 

 “국해성 목사님. 흥분하지 마십시오. 대꾸할 가치도 없는 말입니다.”

 

 

 

 

 

 

 

 양하섭은 고개를 왼쪽 어깨 쪽으로 떨어뜨리며 섭섭한 감정을 듬뿍 담아 말했다.

 

 

 

 

 

 

 

 “이거 실망입니다. 저는 장로님이 좀 더 용기를 내주실 줄 알았는데요. 차라리 알고 있는 걸 속 시원히 털어놓으십시오. 언제까지 그 짐을 혼자 떠안을 셈입니까? 장로님만 입을 열어주시면 구의민 목사의 연극을 단숨에 끝낼 수 있습니다.”

 

 

 

 

 

 

 

 “네 이놈! 구상조 목사님이 이뤄낸 악의 제국이 그렇게 쉽게 무너질 성 싶으냐!”

 

 

 

 

 

 

 

 최태준은 냅다 큰소리를 친 후 사레들린 기침을 연달아 뱉어냈다. 캑캑거릴 때마다 가래 끓는 소리가 심했다. 얼굴이고 목이고 뻘겋게 달아오를 정도로 목을 긁어대는 그에게 양하섭은 비아냥거리며 말했다.

 

 

 

 

 

 

 

 “결국 그거였어요? 이미 허울뿐인 이 왕국이 구의민 목사로 인해 와해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끝까지 충신 흉내를 내겠다면 말리진 않겠지만 괜히 저를 제물로 쓸 생각은 마세요. 순순히 당할 생각은 없으니까.”

 

 

 

 

 

 

 

 양하섭은 그렇게 말하고 유유히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그런 그를 향해 부랴부랴 소리를 지르는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기호진 신자였다.

 

 

 

 

 

 

 

 “목사님! 잠깐만요! 이건 약속과 다르잖아요! 목사님!”

 

 

 

 

 

 

 

 그러나 기호진이 아무리 애타게 부르짖어도 양하섭은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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