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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극악 교회
작가 : 멍덕꿀
작품등록일 : 2019.9.1

악이 상식이 된 사회에서 끝까지 선을 수호하며 살아가는 자들의 이야기

 
3장 4화
작성일 : 19-09-01 23:14     조회 : 226     추천 : 0     분량 : 78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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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장 4화

 

 

 

 

  최 장로의 요청에 응답한 이는 초빙 위원석에 앉아 있던 양하섭 목사였다. 목이 짧고 풍채가 상당한 그는 약간 구부정한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그는 만만의 준비를 마친 사람처럼 낯빛에 불안이나 긴장이 한 점도 묻어나지 않았다. 최태준이 냉기가 뚝뚝 묻어나는 목소리로 질문을 던질 때조차 여유만만이었다.

 

 

 

 

 

 

 

 “양하섭 목사님께 묻겠습니다. 기호진 신자는 9년 전 극강 교회에 입적한 후 교인으로서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며 줄곧 목회자들의 신임을 받아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확인해보니 몇 가지 교회 행사에서 목회자의 업무를 대행하기도 했더군요. 그런 주요한 신자가 이런 일을 꾸미는 동안 목사님께서는 진정 아무것도 모르셨습니까?”

 

 

 

 

 

 

 

 “네, 맹세컨대 전혀 몰랐습니다.”

 

 

 

 

 

 

 

 “그렇다면 기호진 신자가 이번 일을 터트리기 전 평소와 다른 점은 없었습니까?”

 

 

 

 

 

 

 

 “없었습니다.”

 

 

 

 

 

 

 

 시종일관 침착한 양하섭의 태도는 성미 사나운 최태준의 모습과 대비를 이루며 회장 안을 떠도는 긴장감을 더욱 팽팽히 당겼다. 최태준은 찢어질 듯 얇게 늘어난 긴장감이라는 천을 찢으며 회심의 일격을 날렸다.

 

 

 

 

 

 

 

 “기호진 신자가 어디서 이런 뻔뻔함을 배웠는지 궁금했는데, 답은 가까운 데 있었군요. 양하섭 목사님이 이 자료를 보고도 시치미를 떼실지 한 번 보겠습니다.”

 

 

 

 

 

 

 

 최 장로의 손에 든 자료는 극강 교회에 적을 둔 목회자 명단이었다. 그는 모두가 볼 수 있게 큰 화면에 자료를 띄운 후 눈에 불을 켜고 호통 쳤다.

 

 

 

 

 

 

 

 “저는 이걸 보고 제 눈을 의심했습니다. 모두 여기 표시된 성직자를 확인해 주십시오. 이들은 5년 전까지만 해도 새탑연구회에 몸담고 있던 자들입니다. 그 가증스러운 연구회 사람들을 교회에 발을 들이게 한 것도 모자라 감히 목회자로 임명하다니요! 목사님은 아무런 조사도 없이 이들을 썼단 말입니까? 이래서 극강 교회가 잡탕이라는 소리를 듣는 겁니다!”

 

 

 

 

 

 

 

 최태준이 책상을 탕 내려치자 모두 깜짝 놀라서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시선이 우르르 다른 곳으로 옮겨갔는데 바로 양하섭의 얼굴이었다. 이유야 뻔했다. 양하섭이 어떻게 반격할지 또는 얼마나 난감해할지 궁금한 게 일동 한 마음이었다.

 

 

 

 

 

 

 

 “방금 장로님은 무척 무례한 발언을 하셨습니다. 극강 교회도 엄연히 데몬교를 전파하는 성소 중 한 곳입니다. 그런 곳을 잡탕이라고 일컫는 것은 데몬교 전체를 욕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양 목사의 당찬 반박에 좌중은 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너무 놀란 나머지 누구 하나 숨소리조차 내지 못했다. 그만큼 양 목사의 발언은 위험하고 위태로웠다. 단순히 자신을 변호한 것이 아니라 역으로 최 장로에게 오류를 지적했기 때문이다. 역시나 최 장로는 곧바로 극렬한 반응을 보였다.

 

 

 

 

 

 

 

 “지금 무슨 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데몬님 얼굴에 먹칠을 하는 분이 어떻게 그런 소리를 입 밖에 낸단 말입니까! 여러분, 보십시오. 지금 양하섭 목사는 불리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 저에게 죄를 덮어씌우고 있습니다. 양 목사님께 정중하게 요청 드립니다. 말 돌리지 마시고 똑바로 자신의 죄를 고하세요!”

 

 

 

 

 

 

 

 “도대체 뭘 근거로 저를 그렇게 비난하시는 겁니까?”

 

 

 

 

 

 

 

 최 장로는 기가 차다는 표정으로 양 목사를 응시하다가 굵은 침방울을 튀겨가며 숨 가쁘게 말을 뱉어냈다.

 

 

 

 

 

 

 

 “양 목사님이 극강 교회를 어떤 식으로 키워왔는지는 똑똑히 알고 있습니다. 데몬교의 교리를 전파하는 성소라고요? 말 하나만은 번지르르하군요. 극강 교회는 데몬교의 교리를 어지럽히는 본진이나 다름없습니다. 자격도 안 되는 사람을 중진에 앉혀놓질 않나, 사상이 불순한 사람을 신자로 받아들이질 않나. 잘 들으세요, 양하섭 목사님. 입맛에 맞는 사람 불러들여놓고 실컷 영광을 누리라고 목사님이 그 자리에 계신 줄 아세요? 잘못 생각하셨습니다. 데몬님이 하사하신 진리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신봉하며 삶을 통해 그것을 실천하고 증명하는 사람, 그런 능력 있는 사람만이 데몬교의 가호를 받을 수 있는 법입니다!”

 

 

 

 

 

 

 

 양하섭은 지루하다는 듯 반쯤 뜬 눈으로 고개를 살짝 어깨 쪽으로 떨어뜨렸다. 그런 자세로 대꾸하는 모양새는 누가 보아도 전혀 타박 받는 입장이 아니었다. 전혀 기죽지 않은 그의 태도는 최태준이 부아가 치밀도록 만드는 데 충분했다.

 

 

 

 

 

 

 

 “위원장님, 그렇게 빡빡하게 굴어서 어느 세월에 신자를 모은답니까? 그리고 새탑연구회 출신을 사역에 동원한 게 여간 맘에 안 드시나 모양인데, 그 점에 관해서는 저는 떳떳함을 주장하고 싶습니다.”

 

 

 

 

 

 

 

 “방금 떳떳하다고 하셨습니까? 새탑연구회가 어떤 곳인지 모른다고 잡아떼겠다, 이 말입니까?”

 

 

 

 

 

 

 

 “압니다. 선의 회복을 기치로 내세우고 데몬교를 괴멸시키는 게 목적인 자들이었죠. 그런데 그게 어때서요? 그들의 말로는 장로님이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결국엔 데몬교 앞에 무릎 끓고 공중 분해되지 않았습니까?”

 

 

 

 

 

 

 

 “말 한 번 잘하셨습니다. 왜 산산조각 난 패거리를 주워다 쓰시는 겁니까? 다른 꿍꿍이가 있지 않고서야 굳이 그럴 필요가 있습니까?”

 

 

 

 

 

 

 

 양하섭은 어처구니가 없는 소리를 들었다는 듯 헛웃음을 짓더니 싸늘하게 최태준을 노려보았다.

 

 

 

 

 

 

 

 “위원장님은 어떻게든 저를 처벌하고 싶으신가 보군요. 저에게 무슨 꿍꿍이가 있겠습니까. 장로님도 잘 아실 텐데요. 구의민 목사님이 그들을 어떻게 대했는지 ”

 

 

 

 

 

 

 

 최태준은 기어이 듣기 싫은 말을 맞닥뜨린 듯 쓴 신음을 깨물며 말을 아꼈다. 이에 기세가 오른 양하섭은 약 올리듯 바쁘게 혀를 놀리며 주절주절 말을 늘어놓았다.

 

 

 

 

 

 

 

 “구의민 목사님은 가차 없이 그들을 파멸시키기보다는 갱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셨습니다. 그리고 일부 사람들은 완벽히 데몬교에 흡수 되었지요. 그러니 이제 와서 출신 운운하며 트집을 잡는 건 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완벽히’라는 건 잘못된 표현입니다. 일부 염치없는 자들은 오직 생존을 도모하기 위해 데몬교로 전향한 척 연기를 해놓고 뒤로는 여전히 선에 집착했습니다. 이게 무슨 뜻이겠습니까? 악도 재능입니다. 순수한 악의 영역에 들 수 있느냐 없느냐는 천부적인 자질에 달려 있을 뿐, 교화가 불가능하다는 뜻입니다.”

 

 

 

 

 

 

 

 “위원장님. 전 그들의 두뇌가 데몬교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기회를 준 것뿐입니다. 편의를 위해 사람 좀 재활용했는데, 그게 이렇게 혼날 일입니까? 전 전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최태준은 가증스럽다는 듯 눈가가 바르르 떨릴 정도로 양하섭을 노려보았다. 양하섭은 밉살스럽게도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요리조리 둘러보며 주위 사람들에게 동의를 구하고 있었다. 그러다 최태준의 입에서 모두의 등골을 서늘하게 하는 말이 스멀스멀 기어 나왔다.

 

 

 

 

 

 

 

 “새탑 연구회 사람들이 미래교와 협력한 사실은 알고 계십니까?”

 

 

 

 

 

 

 

 이 말이 사실이라면 양하섭은 데몬교의 전복을 꾀하던 자들과 한 패가 된 셈이었다. 공식적으로 구의민의 비호를 받고 재기의 기회를 얻었던 새탑 연구회와 달리 미래교는 일말의 용서도 허락받지 못한 집단이었다. 구의민의 시선에서 보자면 악을 부정하고 선의 힘을 주창했던 새탑 연구회는 얼마든지 개선의 여지가 있었지만, 악이 사회 발전의 원동력이라고 인정하면서도 ‘미래’가 ‘데몬’보다 상위 단계의 신이라고 내세우는 미래교는 잴 것 없이 세상에서 지워버려 할 존재였다. 이세은의 눈에는 최태준이 어떻게든 양하섭을 제거하려고 작정한 것처럼 보였다. 기호진과 엮이든 미래교와 엮이든 양하섭이 최태준에게 단단히 걸려든 것은 분명했다. 본인이 위험한 처지에 놓인 걸 아는지 양하섭은 전에 없이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반박했다.

 

 

 

 

 

 

 

 “처음 듣는 사실입니다. 만약 그걸 알았다면 결코 그들을 받아들이지 않았을 겁니다!”

 

 

 

 

 

 

 

 “글쎄요. 양 목사님이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는지 아닌지를 어떻게 증명할 수 있지요?”

 

 

 

 

 

 

 

 최태준은 한결 여유로운 태도로 말꼬리를 슬쩍 올리며 능청을 부렸다.

 

 

 

 

 

 

 

 “위원장님이야 말로 먼저 증명해주십시오. 두 단체의 성격만 보면 극과 극을 달리는데 어떻게 둘이 손을 잡았단 말입니까?”

 

 

 

 

 

 

 

 “제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새탑 연구회가 분해될 당시 GW기업에서 일부 연구진들을 스카우트해갔더군요. 아마 데몬교를 향한 복수심으로 불타는 자들이었겠지요. GW기업의 자본을 등에 업고 데몬교와 맞설 생각이었겠지만 그런 어림없는 망상이라니…….”

 

 

 

 

 

 

 

 양하섭은 최태준의 말을 중동에서 자르며 다급하게 외쳤다.

 

 

 

 

 

 

 

 “제가 거둔 자들은 GW기업과 무관한 자들입니다. 결백합니다.”

 

 

 

 

 

 

 

 “목사님께서 어지간히 급하셨나 보군요. 아직 본론은 말하지도 않았는데. 그 연구진들이 이사진을 부추겨 인공지능 개발에 손을 댄 것까지 알면 기함하시겠어요. 아, 물론 그 작자들이 지금 극강 교회에 있는 자들과 동일 인물이라고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제가 언급하고 싶은 것은 아무래도 옛 동료인 만큼 주기적으로 밀접한 연락을 주고받았을 가능성을 지울 수 없다는 점입니다. 만에 하나라도 극강 교회로 이적한 자들이 데몬교의 정보를 흘린 정황이 발견된다면 이는 목사님에게 치명타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아시겠습니까? 사건이 사건인 만큼 정황만으로도 당장 극강 교회를 폐쇄하고 정밀 수색을 펼쳐도 이상하지 않다는 걸, 양 목사님은 인정하셔야 합니다.”

 

 

 

 

 

 

 

 최태준이 말을 이어갈수록 양하섭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갔다. 동시에 초빙 위원석에 자리한 이들도 불안한 기색을 감출 수 없었는데, 최태준 장로가 하는 양을 보아 하니 단순히 기호진 신자를 벌하기 위해 모인 자리가 아니라는 것이 분명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세은은 예승아 목사가 걱정했던 점을 곱씹으며 이 자리가 모두의 단두대가 되는 건 아닐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만약 최태준이 눈엣가시를 제거하고 극악 교회를 완전히 장악하고자 한다면 구의민 목사가 쉽사리 움직일 수 없는 지금이 적시였다.

 

 

 

 

 

 

 

 사태가 돌아가는 모양이 범상치 않다고 처음으로 느낀 사람은 아무래도 당장 처지가 위급해진 양하섭이었다. 그는 철저히 순종하는 쪽으로 노선을 바꿨는지 최태준의 말에 한 마디도 딴지를 걸지 않았다. 아니 고분고분 듣고만 있으려니 불안했는지 최 장로가 듣기 좋을 말들까지 알아서 줄줄 뱉어놓았다.

 

 

 

 

 

 

 

 “위원장님의 말씀을 들어보니 제가 미처 인지하지 못한 부분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데몬교에 누가 될 일을 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는 점을 꼭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한 번 더 기회를 주신다면 극강 교회 안에서 위험한 인물들을 싹 몰아내겠습니다.”

 

 

 

 

 

 

 

 하지만 그런 말 몇 마디로 최태준의 마음을 돌려세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최 장로는 이미 마음먹은 바가 있었고 그대로 밀어붙이는 것 외엔 아무 관심이 없어 보였다. 그는 쐐기를 박듯 또 다른 방면으로 양하섭을 공격했다.

 

 

 

 

 

 

 

 “양 목사님의 심중이 의심스러운 근거는 그것뿐이 아닙니다. 목사님도 잘 아시겠지요. 놀이동산 사업을…….”

 

 

 

 

 

 

 

 이세은은 최태준이 직접 그 사업을 입에 올린 것이 믿기지 않았다. 암암리에 진행되던 일이었고 결국엔 실패나 다름없는 잠정 중단 판정을 받은 사업이었다. 그것을 일반 신자도 참석한 자리에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데몬교 측에 불리한 행동이었다. 이세은은 혼돈에 빠진 와중에도 혹시나 놓치는 게 있을세라 최태준이 하는 말을 최대한 집중해서 들었다.

 

 

 

 

 

 

 

 “위대하신 데몬교의 창시자 구상조 교주님께서는 놀이를 통해 7계명을 체득할 수 있는 시설을 구상하셨습니다. 이 너그러운 조치는 단연 악에 눈뜨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더 많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발원한 것입니다. 악의 원리로만 작동하는 이상세계가 현실에 존재할 수 있었던 소중한 기회는, 그러나 허무하게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바퀴벌레처럼 박멸이 요원한 양심 때문이었습니다.”

 

 

 

 

 

 

 

 다소 뜬금없어 보이는 얘기를 최태준이 왜 주저리주저리 늘어놓고 있는지 그 내막을 알고 있는 자는 화자 본인을 제외하면 양하섭이 유일해보였다. 그의 초조한 표정은 곧 자신에게 닥칠 최후의 일격을 기다리고 있는 가련한 처지를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일부 사람들에게 찌꺼기처럼 남아 있던 양심은 사업을 확장시키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 되었습니다. 양심은 자신보다 약한 자들에게 동정심을 품도록 유발하고 강자의 힘에 불복하라고 부추깁니다. 그리하여 끝끝내 그 불온한 존재를 마음속에서 축출하지 못한 자들은 신성한 사업을 두고 감히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결국 구원의 길에서 영영 이탈해버렸습니다. 단순히 그렇게 끝났다면 그렇게 큰 피해는 아니었겠지요. 문제는 그들이 다른 이들도 무지의 구렁텅이에 빠뜨리려 들었다는 점입니다. 하찮은 이들의 선동이 어디 데몬교에 흠집이라도 낼 수 있겠습니까만, 극악 교회의 권세를 탐내는 누군가가 그들에게 힘을 실어준다면 얘기는 달라지겠지요.”

 

 

 

 

 

 

 

 양하섭은 경악을 금치 못하며 선뜻 아무 말도 꺼내지 못했다. 설마 최태준이 그걸 알고 있을 리가 없다는 마음과 이제 빼도 박도 못하고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다는 마음이 충돌되며 그의 얼굴에 격한 소용돌이를 그리고 있었다. 최태준은 숨통을 완전히 끊어버리겠다는 듯 표독스레 눈을 부라리며 양하섭을 주시했다.

 

 

 

 

 

 

 

 “개돼지만도 못한 것들이 들고 일어나도록 방조하는 것도 모자라 판까지 깔아주다니요. 처음부터 짓밟아줬더라면 손쉽게 마무리될 일이었는데, 덕분에 뒤처리가 까다로워졌지 뭡니까.”

 

 

 

 

 

 

 

 “…….”

 

 

 

 

 

 

 

 “웬만하면 모르는 척 넘어가려 했습니다. 설마 한 교회를 담당하고 있는 목사 신분으로 그런 자들과 한 패가 될 리는 없다지 않습니까. 그런데 어째서 배후를 캘수록 자꾸 극강 교회가 나오는 것일까……, 저는 의혹의 늪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분명 사정이 따로 있었으리라 이해하려 노력해봤지만 말짱 헛수고였습니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단 하나의 답만 또렷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장로님…….”

 

 

 

 

 

 

 

 양하섭은 식은땀이 줄줄 흐르는데도 닦을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애처롭게 최태준을 바라보았다.

 

 

 

 

 

 

 

 “극악 교회가 타격을 입으면 극강 교회의 출혈도 만만치 않을 것임에도, 극강 교회가 그들을 움직인 이유는 단 하나. 배신밖에 없습니다.”

 

 

 

 

 

 

 

 “저는 모르는 일입니다. 이건 간계에요. 분명 누군가가 절 위험에 빠뜨리려고 제 권한을 남용한 게 틀림없습니다!”

 

 

 

 

 

 

 

 “만약 그렇다고 해도 문제가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양 목사님께서 그만큼 자신의 권한을 잘 간수하지 못했다는 뜻이니까요. 담당 목사 자리가 그렇게 버거우셨다면 기꺼이 보직을 옮겨드려야지요.”

 

 

 

 

 

 

 

 “…….”

 

 

 

 

 

 

 

 “멀쩡히 극악 교회를 후원하던 기업들이 왜 이유도 없이 떠나가는 것일까, 그리고 왜 그 기업들이 극강 교회와 결연을 맺는 것일까, 오랫동안 고민했습니다. 그 때 알아차려야 했습니다. 극강 교회가 극악 교회의 지위를 빼앗기 위해 치밀한 계산을 두고 움직이고 있다는 걸 말입니다.”

 

 

 

 

 

 

 

 “…….”

 

 

 

 

 

 

 

 “제가 방심했지요. 설마한들 데몬교의 본거지에 도전장을 내밀 거라고는 생각지 않았거든요. 현명하신 양하섭 목사께서 그 대가를 모르실 리 없을 테니까요. 자, 이제 합당한 처벌을 받으실 차례입니다. 이의는 없으시겠지요?”

 

 

 

 

 

 

 

 “…….”

 

 

 

 

 

 

 

 이세은은 양하섭에게 남겨진 선택지란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최태준이 선고를 내리는 순간 양하섭을 에워싸고 있던 권력의 망토는 달아나듯 벗겨질 터였다. 반역을 꾀한 이상 초청 위원의 동의를 구할 필요도 없었다. 위원장의 직권으로 한순간 목회자의 자격을 박탈할 수 있었다. 최태준은 몸을 뒤로 젖히며 한껏 거들먹거렸다.

 

 

 

 

 

 

 

 “왜 아무 말이 없으십니까? 부정을 하시든 애걸을 하시든 뭐라도 해보시죠.”

 

 

 

 

 

 

 

 양하섭은 시종 묵묵부답이었다. 땀으로 번질거리는 그의 미간에는 깊은 주름이 그어졌고, 눈꺼풀이 축 내려앉은 두 눈에는 고뇌가 가득했다. 언뜻 보기에는 모든 걸 포기한 채 절망에 잠겨 있는 모습처럼 보였지만, 이세은은 미세하게 우물거리는 그의 볼을 놓치지 않았다. 그녀는 양하섭이 목구멍까지 차오른 말을 내뱉을지 말지 망설이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말이 뭐가 됐든 간에, 그가 고심하는 모양새를 보면 홧김에 내지르는 욕설 따위를 참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 발언이 자신에게 도움이 될지 마지막 순간까지 고민하고 또 고민하는 자의 얼굴이었다.

 

 

 

 

 

 

 

 원하는 결과를 목전에 둔 최태준이 만족스러운 웃음기를 가까스로 참아내며 입을 떼는 순간이었다. 마침내 확신이 섰는지 양하섭이 고개를 들고 무거운 목소리를 밀어냈다.

 

 

 

 

 

 

 

 “저, 최후의 발언을 하고 싶습니다.”

 

 

 

 

 

 

 

 최태준은 여유 있게 고개를 한 바퀴 돌리더니 허락의 뜻으로 턱짓을 해보였다. 마지막 발악이나 들어보자는 생각이 표정에 그대로 드러났다. 모두의 시선이 양하섭의 바싹 마른 입술에 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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