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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극악 교회
작가 : 멍덕꿀
작품등록일 : 2019.9.1

악이 상식이 된 사회에서 끝까지 선을 수호하며 살아가는 자들의 이야기

 
3장 1화
작성일 : 19-09-01 23:12     조회 : 220     추천 : 0     분량 : 6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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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장 1화

 

 

 

 

  성경 학교가 열린 지 보름 만에 극악 교회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완벽히 봉쇄되었다. 밖에서는 자살 사건의 전모를 밝히라고 연신 시위가 벌어졌고 안에서는 어떠한 정보도 흘러나가지 않도록 교인들을 감금하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이세은은 최태준이 미리 귀띔해준 비밀 통로를 통해 겨우 교회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녀는 돌아오자마자 구의민 목사의 사무실로 불려갔다. 곧장 최태준 장로에게 보고 들은 것을 보고하리라 예상했던 그녀는 자신을 부른 사람이 구의민 목사라는 데 잔뜩 긴장했다.

 

 

 

 

 

 

 

 그녀가 집무실에 들어서자 구의민은 진심으로 안도하는 듯 활짝 웃으며 안부를 전했다.

 

 

 

 

 

 

 

 “잘 돌아오셨습니다. 행여나 신자님에게 무슨 일이나 생길까 얼마나 가슴 졸였는지 모릅니다.”

 

 

 

 

 

 

 

 그는 이세은의 두 손을 덥석 맞잡고 단단히 힘을 주었다. 이세은은 웃지도 찡그리지도 못하고 어중간하게 서서 홀린 듯 “네…….”하고 대답했다. 그녀의 직감조차 구의민의 태도에 대해 아무런 신호도 읽어내지 못했고 그녀는 구의민이 시키는 대로 순순히 자리에 앉았다. 구의민이 가리킨 자리는 그의 바로 옆자리였다.

 

 

 

 

 

 

 

 “이세은 신자께서 교회를 떠나셨다고 할 때 얼마나 가슴이 철렁하던지. 제가 걱정을 참 많이 했습니다.”

 

 

 

 

 

 

 

 이세은은 구의민의 친밀한 태도에서 부담을 느꼈고 그의 표정과 손짓 하나하나가 거북함으로 다가왔다.

 

 

 

 

 

 

 

 “독단적으로 신자님을 내보낸 최태준 장로에게는 응당한 징벌을 내릴 생각입니다. 최 장로가 누리던 권한에 대해서도 대폭적으로 제재를 가할 계획이고요.”

 

 

 

 

 

 

 

 구의민은 분명 웃고 있었지만 뚜껑처럼 얹혀 있는 웃음 밑에 증오가 제 존재감을 드러내려 발버둥을 치고 있음을, 이세은은 예리하게 알아챘다. 그리고 그가 최대한 친절한 인상을 유지하려는 이유는 자신에게 있음을 본능적으로 느꼈다.

 

 

 

 

 

 

 

 “장로라는 직분에 과할 정도로 최 장로를 대우해줬던 게 제 실수이지요. 사실 처음 신자님이 교회를 이탈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아무것도 모른 채 신자님을 탓할 뻔했지 뭡니까. 최 장로의 협박에 못 이겨 쫓겨났을 줄이야 상상도 못했습니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무단으로 교회를 벗어난 것은 제 잘못입니다. 규율을 어겼으니 그에 합당한 벌을 기꺼이 받겠습니다.”

 

 

 

 

 

 

 

 구의민은 얼토당토않은 말을 들은 사람처럼 크게 고개를 가로저으며 그녀의 말을 부정했다.

 

 

 

 

 

 

 

 “왜 그런 소리를 하십니까. 오히려 신자님을 그런 난처한 처지에서 구하지 못한 저를 탓하셔도 할 말이 없는 입장입니다.”

 

 

 

 

 

 

 

 구의민의 지나친 저자세에 이세은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기만 했다. 그녀는 곧 터질 것처럼 팽팽하게 부풀어 오르는 풍선을 코앞에 둔 것처럼 소심하게 굴 수밖에 없었다. 역력히 긴장한 그녀의 표정을 본 구 목사는 빈 입을 쩝쩝거리며 때를 노리다 본격적으로 그녀의 속을 캐내기 시작했다.

 

 

 

 

 

 

 

 “제가 우려하는 점은, 이세은 신자님께서도 여타 줏대 없는 사람들처럼 근거 없이 떠도는 말에 휘둘리지나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물론 사리에 밝은 신자님이 그럴 리는 없지만 요새 헛소리를 지껄이는 것들이 워낙 많아서 말입니다.”

 

 

 

 

 

 

 

 “목사님이 걱정하시는 소문이라는 게 정확히 어떤 거죠?”

 

 

 

 

 

 

 

 “글쎄요. 신자님은 어떤 말들을 들으셨죠?”

 

 

 

 

 

 

 

 “목사님이 실험을 하고 있다는 것 정도는 압니다. 그리고 그게 단순한 헛소문이 아닐 거라는 거도요.”

 

 

 

 

 

 

 

 “이런, 역시 신자님도 큰 혼돈에 빠져계시는 군요. 안타깝기 짝이 없습니다. 이런 일을 우려하여 제가 더욱 신도 분들의 이동에 제한을 둔 것입니다. 훌륭한 인재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싶지 않거든요.”

 

 

 

 

 

 

 

 구의민은 전혀 흔들리지 않고 그런 말을 할 줄 알았다는 듯 능청스럽게 받아쳤다. 하지만 이세은 또한 굳건하긴 마찬가지였다.

 

 

 

 

 

 

 

 “이번 성경 학교에 참석한 신자를 어떠한 기준으로 선발하셨는지 제대로 밝혀주십시오. 모두의 의혹을 벗을 방도는 그것뿐입니다.”

 

 

 

 

 

 

 

 “신자님. 밖에서 어떤 말을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소리를 귀담아들어봤자 신자님에게 해롭기만 합니다. 싹 다 털어버리고 어서 잊어버리십시오. 그들은 극악 교회가 누리는 영광이 탐나서 헛소리를 지껄이고 있습니다. 단죄를 받아야 할 교회는 이 극악 교회가 아니라 바로 그들입니다!”

 

 

 

 

 

 

 

 “정말 이번 선발에 아무런 함의도 없단 말입니까?”

 

 

 

 

 

 

 

 “그런 게 있을 턱이 없지요.”

 

 

 

 

 

 

 

 “그렇다면 저는 왜 여기 있는 것입니까?”

 

 

 

 

 

 

 

 이세은은 결단을 볼 작정으로 다소 위험한 질문을 던졌다. 자신의 정체성에 의혹을 둔다는 것은 두말할 것 없이 자신을 위험에 몰아넣는 짓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모든 상황을 각오하고서라도 구의민의 거짓을 밝힐 작정이었다. 벌써 그에게서 의혹을 가진지 며칠이 지난 때였다. 계속 상황을 지켜만 보다간 또 다른 희생자가 발생하길 기다리는 것밖에 되지 않았다. 그녀로서는 정면으로 그를 압박하는 악수를 두는 것 외에 다른 뾰족한 수가 없었다.

 

 

 

 

 

 

 

 그러나 구의민은 과연 구의민이었다. 이세은의 과감한 도발이 제법이라는 듯 한 번 웃고 말뿐 전혀 난처한 기색이 없었다. 그는 더없이 차분한 목소리로 그것도 웃음 띤 얼굴로 말했다.

 

 

 

 

 

 

 

 “이세은 씨는 선을 믿나요?”

 

 

 

 

 

 

 

 이세은은 이맛살을 찌푸리며 구의민의 눈동자를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여유를 부리며 나온 질문이었지만 눈빛만 보자면 그 또한 승부를 걸고 있음이 분명했다. 이세은은 꾹 입을 다물고 섣불리 상대의 수에 대응하지 않았다. 구의민은 자신이 우위에 있다는 사실을 못 박 듯 한껏 거드럭거리며 그녀의 경계심을 허물려고 들었다.

 

 

 

 

 

 

 

 “편하게 말씀하셔도 됩니다. 이곳에서 나눈 대화는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않을 테니.”

 

 

 

 

 

 

 

 이세은은 슬슬 구슬리는 구의민의 태도가 거슬렸고, 인상을 쓰면서 속내를 조금도 감추지 않았다. 그녀는 구의민이 지닌 명성과 권위를 머릿속에서 모두 지운 채 반항적인 말투로 대꾸했다.

 

 

 

 

 

 

 

 “차라리 저한테 자결이라도 하라고 하시죠.”

 

 

 

 

 

 

 

 “자결이라…….”

 

 

 

 

 

 

 

 구의민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숙이고 몇 발자국 걷다가 우뚝 멈춰 서서 고개를 홱 돌렸다.

 

 

 

 

 

 

 

 “왜 그런 말을 입에 올렸는지 물어도 될까요?”

 

 

 

 

 

 

 

 “선을 믿느냐고요? 데몬교의 수장이란 사람에게 그런 소리를 들었을 때 도대체 무슨 대답을 해야 할까요. 설교 때마다 목사님이 귀에 못이 박히도록 말씀하시지 않았나요? 선을 고집하는 자는 시대에 역행하는 어리석은 자라고, 인류의 역사를 퇴보시키는 약자들이 지껄이는 최후의 악다구니라고 말입니다.”

 

 

 

 

 

 

 

 구의민은 껄껄 웃으며 더욱 능청스런 말투로 이세은을 자극했다.

 

 

 

 

 

 

 

 “제가 그랬나요? 그나저나 신자님의 기억력이 이렇게 좋을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다음엔 저 대신 연단에 오르셔도 되겠는데요.”

 

 

 

 

 

 

 

 이세은은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잇새에 악물고 당돌하게 구의민에게 경고를 날렸다.

 

 

 

 

 

 

 

 “끝까지 시치미 떼도 소용없습니다.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저라고 사태를 지켜만 보지는 않을 겁니다. 지금 당장 신자들에게 가서 목사님의 계획을 죄다 폭로하겠습니다.”

 

 

 

 

 

 

 

 “저에게 계획이란 데몬님의 말씀대로 사는 것 외엔 아무것도 없습니다.”

 

 

 

 

 

 

 

 구의민은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으고 눈을 감으며 느긋하게 기도문을 읊기 시작했다. 그러다 느슨하게 눈을 뜬 채 낮은 목소리로 힘주어 말했다.

 

 

 

 

 

 

 

 “신자님께 충고 한 마디 하겠습니다. 함부로 자결이란 말을 입에 올리지 마십시오. 더구나 요새처럼 헛소문이 돌 때는 더욱 말입니다. 불순한 마음을 품은 누군가의 얕은 수에 넘어간 교인들이 자살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만 봐도 얼마나 민감한 사안인지 잘 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데몬교의 교리는 생존에 최적화된 사상입니다. 부디 이 사상을 완전히 체화하십시오. 그렇다면 어떠한 상황에서도 그런 선택을 내릴 일은 없습니다.”

 

 

 

 

 

 

 

 “겨우 잡아낸 꼬투리가 그것입니까? 애써 그런 노력 안 하셔도 됩니다. 어차피 저를 처치하려고 극악 교회에 불러들였다는 거 이미 알고 있습니다.”

 

 

 

 

 

 

 

 “오, 신자님. 처치라니요. 그런 무자비한 말은 삼가십시오. 데몬교의 수장인 제가 어찌 신자를 함부로 대한단 말입니까. 아버지가 데몬교를 설립하실 때 가장 먼저 내세운 기치가 생명 수호란 걸 모르신단 말입니까.”

 

 

 

 

 

 

 

 구의민은 한껏 억울한 표정을 지어가며 목청을 돋우었다.

 

 

 

 

 

 

 

 “이 자리에서 맹세하겠습니다. 저는 절대 어떤 신자도 해치지 않았습니다. 정말입니다.”

 

 

 

 

 

 

 

 “목사님이 어떤 맹세를 하든지 전 한 글자도 믿지 않을 겁니다.”

 

 

 

 

 

 

 

 “어쩔 수 없군요. 끝까지 함구하려 했지만 이토록 강경하게 나오시니…….”

 

 

 

 

 

 

 

 구의민은 고심해서 내린 결정이라는 인상을 주려는 듯 표시 나게 신음 소리를 흘린 후 끊었던 말을 이어갔다.

 

 

 

 

 

 

 

 “사실 전 한치윤 신자가 자살했다고 제보한 신자가 누군지 알고 있습니다. 바로 극강 교회 소속인 기호진 신자입니다. 극강 교회가 어떤 교회입니까? 데몬교를 장악하기 위해 호시탐탐 정상의 자리를 노리는 비열한 자들이 아닙니까?”

 

 

 

 

 

 

 

 이세은은 찬웃음을 지으며 톡 내쏘았다.

 

 

 

 

 

 

 

 “탐욕을 권장하는 목사님이 누군가를 그런 식으로 비난하다니. 썩 와 닿지 않는데요.”

 

 

 

 

 

 

 

 “극강 교회는 그저 돈 좀 쥐어보겠다고 기어든 어중이떠중이들이 세운 교회입니다! 그 자들은 데몬교의 심오한 교리를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한 채 어설프게 데몬교의 교인 흉내를 내고 있습니다.”

 

 

 

 

 

 

 

 구의민은 관자놀이에 핏발을 세우며 이를 갈았다. 반면 이세은은 냉철한 눈빛을 번득이며 차분한 안색을 유지했다.

 

 

 

 

 

 

 

 “그렇게 마뜩찮은 교회라면서 왜 기호진 신자를 성경 학교에 참석시키셨죠?”

 

 

 

 

 

 

 

 구의민은 허를 찔린 듯 끙끙대는 표정으로 고개를 슬쩍 외로 틀었다. 이세은은 머리를 몇 번 굴려보다 알만하다는 표정으로 그를 몰아붙였다.

 

 

 

 

 

 

 

 “그러고 보니 극강 교회의 위임 목사가 부동산 쪽 큰손이었군요. 깜빡 잊었네요. 전에 공식 석상에서 극강 교회를 경시하는 발언을 하셨다가 크게 손해를 보셨다는 소식도 들었습니다. 결국, 이것도 모종의 거래군요.”

 

 

 

 

 

 

 

 “데몬교의 정통을 지키기 위해서는 이래저래 고충이 많은 법입니다.”

 

 

 

 

 

 

 

 구의민은 크게 한숨을 뱉어놓고 다시 쑥덕거리기 시작했다.

 

 

 

 

 

 

 

 “어쨌든, 극강 교회에서가 맨몸으로 기호진 신자를 여기 보냈겠습니까? 추잡한 지시를 내렸을 게 불 보듯 빤하지 않습니까?”

 

 

 

 

 

 

 

 “그럼 기호진 신자가 거짓 제보를 했단 말입니까? 그거야말로 목사님만의 추측 아닙니까?”

 

 

 

 

 

 

 

 “애초에 기호진 신자가 신전에 들어갔다는 것부터가 수상하지 않습니까? 제 허가가 떨어지지 않는 한 신전에 출입하는 건 절대 불가능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신전 안에서 자살한 한치윤 신자를 본단 말입니까?”

 

 

 

 

 

 

 

 “그 자가 어떻게 신전의 경비를 뚫었는지는 제 관심사가 아닙니다. 목사님은 자꾸 한치윤 신자의 죽음을 언급하고 계시지만 제가 궁금한 건 노주원 신자와 주희민 신자를 누가 죽였느냐 하는 것입니다.”

 

 

 

 

 

 

 

 구의민은 심각한 표정으로 검지를 치켜들고 힘주어 그녀 앞에 내밀었다.

 

 

 

 

 

 

 

 “바로 그겁니다!”

 

 

 

 

 

 

 

 “뭐라고요?”

 

 

 

 

 

 

 

 “한치윤 신자 또한 그 두 사람을 죽인 살인범의 손에 죽은 겁니다. 그걸 기호진 신자가 왜곡하여 언론에 터트린 거고요.”

 

 

 

 

 

 

 

 이세은은 지친 듯 축 어깨를 늘어뜨리며 자조적인 말을 내뱉었다.

 

 

 

 

 

 

 

 “목사님은 어떻게든 자기 유리한 대로만 상황을 해석하시는군요.”

 

 

 

 

 

 

 

 “아니오. 이건 합리적인 의심입니다.”

 

 

 

 

 

 

 

 구의민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단언했다. 이세은은 그와의 대립을 팽팽하게 유지하며 곧바로 받아쳤다.

 

 

 

 

 

 

 

 “동시에 목사님의 변명이기도 하고요.”

 

 

 

 

 

 

 

 “신자님. 신전의 출입이 자유로운 사람이 저 말고 또 누군지 아십니까?”

 

 

 

 

 

 

 

 “알 턱이 있나요. 그 또한 기밀 사항이니 한낱 평신도인 저로선 감도 못 잡겠네요.”

 

 

 

 

 

 

 

 이세은은 한껏 비꼬는 말투를 쓰면서도 자세는 줄곧 반듯이 선 모양새를 유지했다. 빳빳한 차렷에서 벗어나지 않는 몸가짐은 공손해보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상대를 거들떠보지도 않는다는 느낌을 주었다.

 

 

 

 

 

 

 

 “최태준 장로입니다.”

 

 

 

 

 

 

 

 구의민이 구태여 쓴 비장한 말투가 아니더라도 이세은은 이름만 듣고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그녀의 표정이 퍽 만족스러운 듯 구의민은 목소리를 낮춰가며 긴장감을 더했다. 이세은은 그의 목소리가 스멀스멀 머릿속에 기어드는 것을 하릴없이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

 

 

 

 

 

 

 

 “저절로 그려지지 않습니까? 최태준 장로가 극강 교회와 연합하여 이 모든 상황을 꾸며내는 모습이.”

 

 

 

 

 

 

 

 이세은은 이미 구의민의 말에 주체할 수 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그의 말은 주술과도 같았고 이세은은 거부할 새도 없이 최태준이 살인을 저지르는 모습을 머릿속에서 똑똑히 목격하고 있었다. 구의민은 쐐기를 박듯 절박한 목소리로 외쳤다.

 

 

 

 

 

 

 

 “저를 의심하는 것은 자유이지만 그 전에 한 번만 상황을 돌아보십시오! 신자님을 극악 교회 밖으로 내몬 자가 누굽니까? 신자님이 이곳을 나가고 나서 얼마 안 돼 조작된 자살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최태준 장로는 신자님이 범인을 색출하고 다니는 것이 눈에 거슬려 밖으로 내쫓은 것입니다. 제게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것처럼 연기를 하면서 말이죠.”

 

 

 

 

 

 

 

 “혹시…….”

 

 

 

 

 

 

 

 “혹시?”

 

 

 

 

 

 

 

 이세은은 천적을 마주한 동물처럼 촉각을 잔뜩 곤두세우고 구의민을 주시했다.

 

 

 

 

 

 

 

 “목사님과 장로님이 한통속인 건 아닙니까?”

 

 

 

 

 

 

 

 구의민은 한껏 곤혹스런 표정과 몸짓을 한바탕 선보인 뒤 이세은의 다짐을 받으려 들었다.

 

 

 

 

 

 

 

 “절대 그런 의심은 품지 마십시오. 그건 완전히 잘못된 생각입니다. 최태준 장로가 물론 교리에 통달한, 존경받아 마땅한 분이긴 하지만 그런 답답한 인물과 무슨 일을 꾸민다고…….”

 

 

 

 

 

 

 

 이세은은 끝까지 의구심을 떨쳐내지 못하고 빤히 구의민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구의민은 설득과 호소가 반씩 섞인 목소리로 바쁘게 입을 놀렸다.

 

 

 

 

 

 

 

 “우선, 자살했다는 한치윤 신자의 사체부터 찾아보자고요. 아니, 어쩌면 한치윤 신자는 어디 구금되어 우리의 도움을 간절히 바라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한치윤 신자를 찾고 나서도 제가 의심된다면 공식석상에서 적극적으로 제 입장을 밝히고 해명하겠습니다. 약속드립니다.”

 

 

 

 

 

 

 

 이세은은 자신도 알지 못했던 몸의 한 부분이 힘없이 툭 떨어지는 기분을 맛보았다. 꽤 묵직했던 그것은 긴장과 의욕이었다. 구의민의 입을 열게 할 생각에만 사로잡혀 당연히 확인했어야 할 사실을 무심히 넘겨버린 자신의 실수를 깨닫는 순간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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