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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극악 교회
작가 : 멍덕꿀
작품등록일 : 2019.9.1

악이 상식이 된 사회에서 끝까지 선을 수호하며 살아가는 자들의 이야기

 
2장 6화
작성일 : 19-09-01 23:11     조회 : 211     추천 : 0     분량 : 7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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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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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장 6화

 

 

 

 

  이세은은 어떤 말도 섣불리 꺼낼 수 없었다. 겉으로는 더없이 이성적으로 보였으나 내면을 들여다보면 예상치 못한 충격에 혼돈에 빠진 상태였다. 하지만 그녀가 감당해야 할 진실은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신혜령의 입에서는 믿기 힘든 말들이 그칠 줄 모르고 이어졌다.

 

 

 

 

 

 

 

 “나중에 알게 되었어요. 이런 의식이 데몬교가 설립된 후 쭉 이어진 전통이라는 것을.”

 

 

 

 

 

 

 

 “전통이요? 방금 전통이라고 하셨어요?”

 

 

 

 

 

 

 

 “그들의 표현을 따르자면 그래요. 유서 깊은 전통이죠. 그리고 의식은 그것뿐이 아니에요.”

 

 

 

 

 

 

 

 “그럼 또 무슨…….”

 

 

 

 

 

 

 

 이세은은 기가 막히다 못해 정신이 혼미할 지경이었다.

 

 

 

 

 

 

 

 “두 번째로 참석했을 땐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성대한 만찬을 벌이더군요. 먹을 사람에 비하면 서른 배쯤 많은 양이었어요. 음식에 들어간 재료마다 고급 아닌 것이 없었어요. 요리 하나가 웬만한 사람의 한 달 생활비를 웃돌 정도였으니까요. 이름조차 들어보지 못한 귀한 재료도 흔하게 널려 있었어요.”

 

 

 

 

 

 

 

 “사치의 극치네요.”

 

 

 

 

 

 

 

 이세은이 콧방귀를 뀌자 신혜령은 고개를 설레설레 가로저으며 단호히 말했다.

 

 

 

 

 

 

 

 “제가 말하고 싶은 건 그게 아니에요. 장장 세 시간 동안 이어진 그 식사를 구경하는 사람이 있었어요.”

 

 

 

 

 

 

 

 “구경이라뇨?”

 

 

 

 

 

 

 

 “식사는 화려하게 꾸며진 무대 위에서 진행되었어요. 객석엔 추레한 몰골의 사람들이 꽉 들어차 있었고요. 들어보니 하루 한 끼 제대로 먹지 못하는 곤궁한 사람들이라 하더군요. 그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자리를 지키고 있었어요. 본격적으로 식사가 시작되자 그들은 반쯤 넋이 나간 채로 무대를 바라보았죠. 그러든지 말든지 무대 위 사람들은 평온하게 식사를 이어갔어요. 저처럼 특별 초빙된 외부 사람을 제외하면 모두 데몬교 내에서 중진을 맡고 있는 이들이었죠. 급사들은 정해진 위치에 서서 언제라도 시중을 들 수 있도록 대기했습니다. 초반엔 쟁반을 나르고 식기를 옮기는 수준의 일만 했죠. 그러나 중진들이 배를 채우고 나서는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그들은 이제야 그들이 보인다는 듯 관객석을 훑어보며 음식을 갈구하는 눈빛을 대놓고 비웃었습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비열한 짓을 시작했습니다.”

 

 

 

 

 

 

 

 신혜령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고 이세은은 그것을 신호로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했다. 앞서 들은 얘기 못지않게 잔인한 실상이 드러날 차례라는 것을 직감한 것이다.

 

 

 

 

 

 

 

 “앞서 말했듯 식탁 위에는 수많은 음식들이 펼쳐져 있었고 그로 인해 식당 안엔 기름진 냄새가 진동하고 있었어요. 꼭 굶은 사람이 아니더라도 입안에 침이 한가득 고일 정도로 식욕을 자극하는 냄새였습니다. 그만큼 관중들은 이성을 지키기 힘들었단 뜻입니다. 중진들은 그것을 이용했습니다. 그들은 관중 속 한 명을 콕 집어 무대 바로 앞까지 불러들였습니다. 그리고 먹다 남긴 음식을 마구잡이로 섞어서 건넸습니다. 접시가 깨끗이 비워지자 무대 위에서는 폭소가 터졌습니다. 급사는 다른 사람을 불러들였습니다. 그 사람에게는 찌꺼기만 담긴 접시가 쥐어졌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도 접시는 깨끗이 비워졌습니다. 급사가 텅 빈 접시를 들어 올리자 전보다 더 큰 웃음이 터졌습니다. 발을 구르고 식탁을 두드리고, 그러면서 의자가 밀리고 식기가 튀어 오르고……. 그렇게 장내는 순식간에 시끌벅적해졌어요. 동시에 관객석이 술렁거리더니 너도 나도 중진들의 눈에 들려고 손을 번쩍번쩍 들어 올리거나 자리를 박차고 앞자리로 돌진했어요. 그러자 어디선가 보안요원이 나와서 무대를 사수했죠.”

 

 

 

 

 

 

 

 신혜령은 그 순간을 떠올리며 울분이 차오르는지 볼이 상기되고 말이 빨라졌다.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습니다. 중진들의 말 한 마디에 관중들은 꼭두각시처럼 움직였는데, 보는 이에겐 우스꽝스러울지 몰라도 당사자에겐 더없이 수치스러운 몸짓들이었습니다. 뭘 시켰냐고요? 개처럼 할딱거리면서 바닥을 핥거나, 벌거벗고 엉덩이를 촐싹거리게 흔들거나, 바싹 엎드린 채 사지가 없는 것처럼 꿈틀거리거나……. 더 심한 건 차마 입에 올릴 수도 없습니다. 지령을 충실히 실행한 이들은 음식을 받았습니다. 아니 그조차 멀쩡하게 먹을 수 없었습니다. 중진들이 마구잡이로 던진 음식을 붙잡으려 관중들이 몸을 내던졌기 때문입니다. 각다귀처럼 달라붙는 이들을 뿌리치고 제몫의 음식을 사수하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이세은은 도저히 못 참겠다는 듯 말을 자르고 소리쳤다.

 

 

 

 

 

 

 

 “도대체 왜 그런 더러운 짓을 자행하는 거죠? 왜요?”

 

 

 

 

 

 

 

 그녀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서 제자리를 서성거렸다. 신혜령은 포기가 익숙해진 자들에게 나타나는 특유의 무기력함으로 한숨을 길게 뽑아내며 또 한 무더기의 말을 부려놓았다.

 

 

 

 

 

 

 

 “그런 행동들이 우월감을 선사하니까요. 우리가 보기에만 역겨운 짓일 뿐이지 그들에겐 유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에요. 그들은 타인의 굴복을 기뻐하고 즐기는 자들이에요. 그리고 어떻게 해야 사람을 절망 속에 가둬둘 수 있는지 너무도 잘 알고 있기도 하죠. 한번 수치를 경험한 사람들은 그 기억 속에 갇혀 영영 자존감을 회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 기억을 수차례 되새기면서 스스로를 옭아매는 거죠. 단 한 번의 가격만으로 수차례의 타격을 입히는 것. 결국엔 놀잇감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을 두 눈으로 보고야 마는 것. 그게 힘 있는 자들이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는 방식이죠.”

 

 

 

 

 

 

 

 “그런 게 유희가 된다면 그들은 사람도 아니에요.”

 

 

 

 

 

 

 

 “그렇다고 해도 그들이 세상을 쥐락펴락 하는 걸 저지할 순 없어요.”

 

 

 

 

 

 

 

 “…….”

 

 

 

 

 

 

 

 이세은이 인상을 찌푸린 채 불쾌감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그 때, 한동안 말없이 듣고 있던 예승아가 비장한 목소리로 대화에 끼어들었다.

 

 

 

 

 

 

 

 “이제 슬슬 본론을 꺼내시죠.”

 

 

 

 

 

 

 

 이세은은 난데없이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 그녀는 예승아와 신혜령을 바쁘게 번갈아보며 물었다.

 

 

 

 

 

 

 

 “본론이라뇨?”

 

 

 

 

 

 

 

 신혜령은 오랫동안 물밑을 유영하다 이제 막 물 밖으로 고개를 내민 사람처럼 심호흡을 한 후 미루고 미루었던 말을 턱 내놓았다.

 

 

 

 

 

 

 

 “이런 유희는 제가 말한 것 외에도 다섯 종류가 더 있어요. 그리고 이 모든 의식은 구상조가 철저한 계산 하에 마련한 것이고요. 그가 영감을 받은 원천이 바로 7계명이에요.”

 

 

 

 

 

 

 

 7계명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이세은은 머릿속을 부유하던 생각들에 갑자기 속도가 붙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앞뒤 사정이 빠르게 정돈된다기보다 복잡하게 꼬이는 쪽에 가까웠다. 그녀는 혼란 속에서 어떻게든 논리와 문맥을 찾아보려 했지만 이런 저런 생각들은 꼬리에 불이라도 붙은 것 마냥 날뛰기 시작했고 시작도 끝도 보이지 않는 매듭만 늘어갔다. 결국 그녀는 어떠한 결론도 내지 못하고 신혜령이 다음 말을 꺼내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데몬교 수뇌부의 최종 목표는 고위층만 누리는 비밀스런 유희가 보편화되는 것이에요. 물론 이런 소망은 구상조의 숙원에서 이어졌죠. 구상조는 아무리 데몬교 교인이 늘어나도 도통 만족할 줄 몰랐어요. 그들의 입교가 진심으로 교리를 받아들여서가 아니라, 그로 인해 부가적으로 얻을 수 있는 속세적인 이익때문이란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으니까요. 구상조는 끊임없이 악을 양지로 끌어올리려고 노력했던 사람이에요. 그는 악과 결부되어 있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떼어내어야 사람들이 내면의 악을 각성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게 7계명이랑 무슨 상관이에요?”

 

 

 

 

 

 

 

 이세은은 다소 흥분된 목소리로 따지듯 물었다.

 

 

 

 

 

 

 

 “아시다시피 데몬이 7계명을 하사했을 때는 신도들의 생활 규범으로서의 의미가 컸어요. 하지만 구상조는 데몬교의 외연을 넓히는 데 활용할 궁리를 한 거예요. 각각의 7계명에 대응하는 유희를 만든 다음 사람들이 악을 통해 즐거움을 느끼고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쾌감에 중독되길 바랐어요. 그 시험 단계를 제가 목격한 거죠.”

 

 

 

 

 

 

 

 이세은은 할 말을 잃고 넋 빠진 얼굴로 신혜령을 바라보았다. 상황을 어떻게든 이해해보려는 의지가 마음 한 구석에서 맥없이 줄줄 새어나가는 기분이었다. 신혜령은 이세은의 충격이 눈에 보인다는 듯이 갈수록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갔다.

 

 

 

 

 

 

 

 “구상조의 뜻을 받든 데몬교 간부들은 착실히 그가 남긴 계획을 단계적으로 실천하고 있었어요. 그들은 구상조의 이상을 완전히 실현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사회의 진화가 완성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7가지 유희를 데몬교의 공식 성사(聖事)로 지정하는 게 최종 목표였고요. 그런데…….”

 

 

 

 

 

 

 

 신혜령은 큰 물살을 뒤집어쓴 사람처럼 눈을 질끈 감았다가 힘주어 떴다. 눈꺼풀 밑에 숨어 있던 쌍꺼풀이 진하게 그어졌다 도로 안으로 숨어들었다.

 

 

 

 

 

 

 

 “예상보다 의식에 거부감을 느끼는 이들이 많았던 거예요. 사전 작업을 하기도 전에 이 비밀스런 행위를 외부에 고발하려 드는 사람이 자꾸 생기다보니 계획에 차질이 생기고 말았죠. 일일이 입막음을 하는 등 뒤처리를 하는 데 애를 먹었던 겁니다.”

 

 

 

 

 

 

 

 이세은은 머릿속을 아무 검문 없이 통과하려는 신혜령의 말을 붙들고 인상 쓴 얼굴로 물었다. 아무리 정신을 반쯤 놓고 있었다 해도 이세은의 끈질긴 이성이 기어코 존재감을 발휘한 질문이었다.

 

 

 

 

 

 

 

 “궁극적으로는 7가지 유희든 성사든 대중화 시키는 게 목적이라면서요? 그런데 왜 폭로를 두려워하는 거죠? 사전 작업이란 건 도대체 뭐예요?”

 

 

 

 

 

 

 

 “정확한 이유는 저도 잘 몰라요……. 사전 작업이란 게 지금 문판성이 진행 중인 방주 사업을 일컫는다는 점밖에…….”

 

 

 

 

 

 

 

 신혜령의 말소리는 아쉬움에 그만 묵음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그러다 확실한 사실을 말할 때는 도로 제소리를 되찾았다.

 

 

 

 

 

 

 

 “데몬교는 철저히 약육강식을 표방하고 있고 이득만 볼 수 있다면 온갖 부정한 술수와 음모를 꾸미는 곳입니다. 그만큼 배반도 자주 일어나고요. 데몬교의 눈 밖에 난 이들은 어떻게든 데몬교에 흠집을 내고 자신이 세상을 장악하기를 꿈꾸게 되죠. 그 세력들이 폭로자들과 손을 잡는 거예요. 진심으로 그들의 아픔에 공감하지도 않으면서 말이죠.”

 

 

 

 

 

 

 

 “그럼 신혜령 씨는 일곱 가지 유희를 다 목격하신 건가요?”

 

 

 

 

 

 

 

 신혜령은 보일 듯 말 듯 턱을 밑으로 당겼다. 이세은은 그것을 힘겨운 긍정으로 받아들였다. 데몬교 내부의 실태를 두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먼 길을 거쳐 이뤄낸 잠입이었지만, 끔찍한 참상을 가만히 보고만 있어야 하는 입장이 결코 만만치 않았을 거라고 짐작했다. 그렇게 생각했기에 이세은은 준비한 질문을 오랫동안 만지작거리기만 할 뿐 편하게 입에 올릴 수 없었다. 왜 보고만 있었느냐고, 외부에 알릴 생각은 안 했느냐고, 그들의 포악한 손아귀에 놀아나는 사람들을 왜 내버려두었느냐고 묻는 순간 데몬교가 아닌 신혜령을 질책하는 꼴이 될 수도 있었기에 그녀는 신중하고 또 신중했다. 그 때 이세은이 망설이는 까닭을 잘 알고 있다는 듯 신혜령이 스스로 입을 열었다.

 

 

 

 

 

 

 

 “처음엔 분노에 휩싸여서 당장이라도 고발하고 싶었어요. 그들의 계획을 알면서도 가만히 있는 게 동조하는 것 같아서요. 그 때 예승아 목사님을 만났어요. 목사님 또한 일곱 가지 유희에 초청된 참석자였죠. 목사님은 저보다 더 치밀하고 집요하게 데몬교의 중심에 다가서고 있었어요. 목사님은 제 속마음을 꿰뚫어보시곤 따로 저와 만나자고 했어요. 그리고 저에게 참으라고 했어요. 지금 기사를 써봤자 아무런 타격도 입히지 못할 거라면서. 결정적으로 그들은 계속해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고, 아무리 데몬교가 널리 퍼졌다고 한들 결코 인류가 선을 포기해서가 아니라고, 단지 눈앞의 이득을 쫓느라 사람이 몰린 것뿐이라고, 그러니 아직 희망을 버리지 말자고. 그러고 나서 목사님은 저 같은 외부인을 초청하는 것도 돌파구를 찾기 위해 이런저런 시도를 하는 과정 중 하나라고 했어요. 그러니 힘들겠지만 최대한 자제하고 그들이 어떤 식으로 데몬교 교리를 확장시켜 나가는지 지켜봐야 한다고 설득했어요. 나중에서야 유희에 참가한 또 다른 신자에게도 목사님이 똑같은 말을 했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 사람이 바로 주희민 신자였어요.”

 

 

 

 

 

 

 

 신혜령이 말을 멈추자 이어서 예승아가 입을 열었다.

 

 

 

 

 

 

 

 “간부들은 7가지 유희를 ‘놀이동산’이라고 일컬었습니다. 그들에겐 일말의 죄책감도 없었어요. 마치 맹장을 적출하듯 양심을 몸밖으로 떼어낸 사람들처럼요. 그들은 대중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학습된 선을 뿌리 뽑고 인간의 본성을 해방시킨다는 기치를 내걸고서 '놀이동산'을 대중화 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어요. 세계적으로 퍼져 있는 데몬교 교회를 이용해 그와 대등한 수준의 접근친화적인 시설을 건설하겠다고요. 데몬교 교인뿐만 아니라 불특정 다수가 이용할 수 있도록 말이죠. 저는 그들이 어떤 체계를 세워나가는지 주의 깊게 관찰했습니다. 그들은 분명 인공지능 데몬의 지령을 받고 있을 테고 그들이 실험 후 얻은 결과는 차곡차곡 쌓여 데몬의 학습물이 될 게 뻔했습니다. 이 반복되는 절차 속에서 오류를 찾는 게 제 목적이었습니다. 데몬교의 권위는 누가 뭐라 해도 데몬에서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사람의 머리에서 ‘악이 옳다’는 명제가 나왔다면 과연 몇 명이나 그를 따랐을까요? 그러니 데몬의 계산에서 윤리적 오류만 찾는다면 데몬교의 근간을 흔들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찾으셨나요?”

 

 

 

 

 

 

 

 이세은은 참을성 없이 예승아의 말 사이에 질문을 끼워 넣었다.

 

 

 

 

 

 

 

 “아니요. 그들은 어느 순간부터 의식을 치르지 않았어요. 일명 놀이동산 사업이 갑작스레 중단된 겁니다.”

 

 

 

 

 

 

 

 “이유는요?”

 

 

 

 

 

 

 

 “저도 그걸 알고 싶습니다. 아무리 목표를 달성하는 데 애를 먹더라도 구상조가 남긴 유지를 이렇게 쉽게 포기할 리가 없는데…….”

 

 

 

 

 

 

 

 이세은은 다시 한 번 그녀의 말을 잘라먹었다.

 

 

 

 

 

 

 

 “그렇다고 이렇게 손 놓고 있을 순 없잖아요. 목사님은 다 대책이 있으신 거죠? 그렇죠?”

 

 

 

 

 

 

 

 “몇 단계를 거칠지는 모르지만 사업이 장기화 되리라는 건 예상했지만,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지금으로선 그럴 듯한 예측을 내릴 만한 정보가 부족합니다.”

 

 

 

 

 

 

 

 이세은은 자신도 모르게 따지듯 물었다.

 

 

 

 

 

 

 

 “목사님은 간부들에게 상당한 신임을 받는 분이잖아요. 그러니까 그 의식에도 참여하신 거고요. 그런데 왜 정보를 얻는 게 어려우신 거예요?”

 

 

 

 

 

 

 

 “참여 명단에서 신혜령 실장이 누락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저 또한 참가 자격을 박탈당했습니다. 의식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방관하기만 했다는 이유였습니다. 더구나 데몬교 중앙 시스템에 접근할 권한까지 말없이 앗아갔더군요. 계속해서 극악 교회에 몸담고 있는 것이 위험하다고 직감한 저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독립을 요청했고 우여곡절 끝에 이 외진 곳으로 내려와 연옥 교회를 건설했습니다. 이후 신혜령 신자와 주희민 신자를 데려왔고요.”

 

 

 

 

 

 

 

 “목사님이 그런 취급을 받으셨다면, 혹시…… 연옥 교회의 정체를 들켰을 가능성은 없나요?”

 

 

 

 

 

 

 

 이세은은 잔뜩 긴장한 채 물었다가 이내 스스로 답을 찾았다. 만약 그랬다면 연옥 교회가 현존할 리가 없었다.

 

 

 

 

 

 

 

 “그런 것 같진 않습니다. 그래도 혹시 몰라 매사에 신중을 기하고 있습니다. 중앙에서 내려온 지시 사항을 그 어느 교회보다 충실히 이행하고 있고요.”

 

 

 

 

 

 

 

 예승아 목사의 말을 듣고도 이세은의 낯빛은 어둡기만 했다. 그러자 신혜령이 친절하게 그녀를 달래기 시작했다. 신혜령의 목소리는 막 사포질을 마친 나무토막처럼 보드랍기만 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신자님의 안위는 저희가 꼭 지켜드릴 겁니다. 굳이 많은 것을 알 필요는 없어요. 걱정과 불안에 빠지면 오히려 판단을 그르치게 되기 마련입니다. 지금은 살인 사건의 범인을 찾는 데에만 집중하세요. 이번 사건이 범인을 제대로 밝혀내기만 하면 모든 매듭이 한 번에 풀릴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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