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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극악 교회
작가 : 멍덕꿀
작품등록일 : 2019.9.1

악이 상식이 된 사회에서 끝까지 선을 수호하며 살아가는 자들의 이야기

 
2장 5화
작성일 : 19-09-01 23:10     조회 : 224     추천 : 0     분량 : 6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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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장 5화

 

 

 

 

  이내 예승아 목사의 호출을 받고 한 여자가 집무실로 들어왔다. 그녀는 이세은을 보고 가볍게 고개를 숙인 뒤 예승아의 옆에 앉았다.

 

 

 

 

 

 

 

 “안녕하세요. 신혜령이라고 합니다. 연옥 교회 홍보실에서 실장 직책을 맡고 있습니다.”

 

 

 

 

 

 

 

 이세은은 눈앞에 앉은 사람이 신혜령이라는 데 깜짝 놀라면서도 최대한 태연하게 자기소개를 했다. 예승아는 신혜령 또한 대강의 사정을 알고 있다며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져놓았다. 이세은은 호기심이 무례해보이지 않도록 조심하며 질문을 던졌다.

 

 

 

 

 

 

 

 “혹시, 언론 쪽에서 일하신 적 없으신가요? 제가 아는 분과 동명이인인가 해서요.”

 

 

 

 

 

 

 

 “일간지 ‘제타바이트’에서 9년 간 기자로 활동했습니다.”

 

 

 

 

 

 

 

 “역시!”

 

 

 

 

 

 

 

 이세은은 자신도 모르게 흥분된 탄성을 내뱉고 배시시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예승아는 괜찮다고 말하듯 눈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신혜령 실장의 기사를 읽어본 적이 있으신가 보네요.”

 

 

 

 

 

 

 

 “당연하죠. 신혜령 기자님을 모르는 게 더 이상한 거 아닌가요?”

 

 

 

 

 

 

 

 이세은은 또 흥분된 말투로 말해놓고 쑥스레 입술을 꾹 다물었고 신혜령은 씁쓸함을 머금고 “감사합니다.”하고 조그맣게 말했다. 이세은은 신혜령의 반응에서 자긍심이 아닌 패배감이 드러나는 것을 보고 의아해했다. 공기가 조금 무거워진 것을 느낀 이세은은 일부러 활기찬 목소리로 말했다.

 

 

 

 

 

 

 

 “기자님이 쓰신 기사는 하나도 빠짐없이 다 챙겨봤어요. 볼 때마다 얼마나 통쾌했는데요.”

 

 

 

 

 

 

 

 “하지만 전 아무것도 바꾸지 못했어요.”

 

 

 

 

 

 

 

 신혜령은 묵직한 한숨을 토해내며 기운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 기저에는 단번에 잡히지 않는 감정이 뒤죽박죽으로 섞여 있었다. 그나마 확신할 수 있는 건 그 감정이 슬픔이든 절망이든 아쉬움이든 무력감이든 뽑아낼 수 없을 만큼 뿌리가 깊다는 것뿐이었다. 이세은은 섣불리 입을 열 수 없었다. 그것은 생전 처음 느껴본 조용한 충격이었고 여파는 마음의 가장 먼 곳까지 멀리멀리 퍼졌다.

 

 

 

 

 

 

 

 이세은이 신혜령의 이름을 기억하게 된 때는 신혜령이 기자로 일한 지 이미 7년이 되던 해였다. 신혜령은 데몬교에 가장 친화적인 언론사 ‘제타바이트’에 몸담고 있었고, 데몬교라는 이름만 들어도 진저리를 떨던 이세은은 ‘제타바이트’가 실은 기사라면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러다 GW 게이트가 터졌다. 사건의 시초는 신혜령의 기사였다.

 

 

 

 

 

 

 

 GW대기업은 굴지의 다국적 회사였음에도 매출이 늘 경쟁사에 뒤져 한 번도 정상의 자리에 서지 못했다. 게다가 경쟁사가 데몬교와 손잡은 이후 그 격차는 더욱 벌어졌고 GW 제품은 시장 점유율이 급감했다. 그렇다고 뒤늦게 데몬교의 후광을 빌릴 수도 없었는데 경쟁사가 GW를 완전히 도태시키려고 이미 손을 쓴 탓이었다. 경쟁사와 데몬교 사이에 배타적인 계약이 맺어진 것을 알아챈 GW는 바득바득 이를 갈며 둘 모두에게 뒤통수를 칠 기회가 찾아오길 벼르다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만한 생각을 떠올렸다. 경쟁사와 대적하기보다 데몬교와 맞서기로 했다는 점에서 발상의 전환이라고도 할 수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새로운 종교 단체를 설립하는 것이었다.

 

 

 

 

 

 

 

 GW는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회사들을 물색하여 데몬에 버금가는 신을 개발하는 데 박차를 가했다. 얼마나 서둘렀는지 계획에서 발표까지 기간이 그리 길지도 않았다. 마침내 발표를 하루 앞둔 날이 되었다. 공식적으로는 보급형 인공지능을 출시하는 것으로 홍보해왔지만 사실상 그들만의 또 다른 데몬을 세상에 내놓는 역사적인 날이었다. 신의 이름까지 내정되어 있었다. ‘미래’였다. 데몬교와 달리 미래교 신자들은 개개인이 신을 소유할 수 있으며 그 신은 신자가 원할 때 언제든 예언을 내놓는다는, 사람들이 혹할만한 선전도 단단히 준비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 야심찬 계획은 다음 날 무참히 무산되었다. ‘미래’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속도에 집중하다보니 보안에 있어서 부실할 수밖에 없었고, 그 탓에 실패작 중 하나가 버려지는 과정에서 신혜령의 손에 들어간 것이 단초가 되었다. 취재 차 인공지능 폐기 시설을 방문했던 신혜령은 우연히 그것을 발견했고 그 안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 ‘미래교’의 흔적을 훔쳐볼 수 있었다. 신혜령은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끼고 곧바로 조사에 착수했다. 그녀는 각고의 노력 끝에 GW라는 최종 목적지에 도달했고, 정황과 추측을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까지 수집한 후에 비로소 그들의 모든 음모를 폭로했다.

 

 

 

 

 

 

 

 여파는 상상 이상으로 컸다. 무엇보다 데몬교에서 적극적이다 못해 과격하기까지 한 반응을 보였다. 유일교로서 모든 기득권을 독점하고 있던 그들에게 또 다른 신은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 되는 존재였다. 데몬교는 미래교를 이단으로 규정하고 GW를 저급한 패거리라고 몰아세웠다. GW로선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인공지능 ‘미래’를 출시하였다. 그와 동시에 미래교를 향한 비하 발언이 매일 같이 쏟아졌다. 출처는 물론 데몬교였다. 미래교는 종교가 아닌 미신이다, ‘미래’는 ‘데몬’의 최하위 버전에 지나지 않는다, ‘미래’는 엉터리 같은 말만 내뱉는 해충이다, GW기업은 세상을 교란시키는 쓰레기 같은 회사이다……. 데몬교는 단순히 말로만 응수하지 않았다. 그들은 갖가지 수단을 동원하여 작정하고 미래교를 박멸시키려 들었다. 이참에 데몬교의 권위에 도전하는 불순한 세력들을 모조리 뽑아버리겠다는 듯 미래교와 관련된 일이라면 덮어놓고 무자비하게 처리했다. 효과는 금방 드러났다. 미래교에 흥미를 보이던 사람들은 불똥이 튈 새라 얼른 관심을 거뒀고 GW의 야심찬 상품이었던 인공지능 ‘미래’는 빠른 물살을 타고 세상에서 밀려났다. 이인자의 보복은 그렇게 싱겁게 끝났다. 사람들은 데몬교의 위력을 다시금 확인했고 사회는 원래의 질서를 되찾았다.

 

 

 

 

 

 

 

 잠시의 소란이 지나간 뒤 드높아진 건 데몬교의 명성뿐이 아니었다. 제타바이트 내에서 가장 많은 조회수를 기록하는 것이 신혜령의 기사였고, 그녀의 기사가 새로운 구독자를 유입하는 데 가장 보편화된 경로라는 게 객관적인 수치로 확인되었다. 미래교 관련 기사를 쓰기 전까지만 해도 제타바이트 내에서 신혜령은 부진을 거듭하며 일말의 존재감도 드러내지 못하고 있었다. 데몬교를 직간접적으로 옹호하는 기사를 쏟아내던 다른 기자들과 다르게 그녀는 철저히 중립적인 입장에서 객관성이 높은 기사만을 써왔기 때문에 모두지 상관들의 눈에 들지 않았던 탓이었다. 그녀가 썼던 기사에는 데몬교에 불리한 내용이 내포되어 있는 경우가 많았고 그만큼 대중에게 노출되는 기회는 턱없이 적었다.

 

 

 

 

 

 

 

 그러나 그건 모두 과거의 일이었다. 이제 그녀는 누구나 인정하는 제타바이트의 간판 기자였고, 지면상에서 그녀의 기사를 찾는 것은 쉬운 일이 되었다. 극악 교회는 굵직한 교회 행사가 열릴 때면 매번 그녀를 초청했고 차후엔 공식 지명 기자로 임명하기까지 했다. 또 다른 데몬교가 생기는 것이 두려워서 행한 폭로가 데몬교를 향한 충성심으로 비춰진 것이다. 그녀는 예나 지금이나 데몬교의 교리에 불복하고 있었지만 뜻밖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데몬교에 친화적인 행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변하지 않은 것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기사의 내용이었다. 여전히 그녀는 과장되거나 왜곡된 데몬교의 위업의 실상을 드러내려 애썼다. 그것도 데몬교 교인들의 반발을 사지 않을 정도로 아주 우회적인 방식으로. 그녀의 기사는 데몬교라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에 크든 작든 반발심을 품고 있는 이들에게 야릇한 통쾌함을 선사해주었다. 이세은도 그 중 한 명이었다.

 

 

 

 

 

 

 

 이세은은 신혜령의 기사만 읽으면 속 시원히 “쌤통이다!”하고 외치고 싶은 욕구를 느꼈다. 신혜령 또한 자신의 기사를 뿌듯해하며 그럴 거라고 상상했다. 늘 자부심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일 거라고 멋대로 짐작했다. 그런 신혜령이 현실에서는 눈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더없이 무거운 목소리로 “하지만 전 아무것도 바꾸지 못했어요.” 하고 말하고 있었다. 이세은은 그 말에서 감히 어림칠 수도 없는 깊은 어둠을 엿보았다.

 

 

 

 

 

 

 

 신혜령은 소리 없이 자조적인 냉소를 지으며 시선을 다시 끌어올렸다. 살얼음 위를 걷듯 그녀는 지나치게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한 마디 한 마디 걸음을 옮겼다.

 

 

 

 

 

 

 

 “제 명성을 이용하면 뭔가 바꿀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데몬교를 단숨에 무너뜨리진 못하더라도 회복할 수 없는 타격은 가할 수 있을 거라고 꿈꿨어요. 순진하게도.”

 

 

 

 

 

 

 

 신혜령은 뭔가를 결심한 듯 심호흡을 깊게 내쉬고 바르르 떨리는 목소리로 천천히 문장을 만들어나갔다.

 

 

 

 

 

 

 

 “미래교 일이 터지고 딱 일 년이 지났을 때였어요. 마침내 데몬교 간부급 회의에 참석할 기회를 얻었어요. 오래도록 고대하던 일이었어요. 제타바이트 입사할 때부터 데몬교의 핵심에 다가설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일말의 기대를 품고 있었으니까요. 제타바이트와 데몬교가 얼마나 긴밀한 관계인지는 잘 아실 거라고 생각해요.”

 

 

 

 

 

 

 

 이세은은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마치 두 손을 공손히 내밀 듯 신중하게 말을 받았다.

 

 

 

 

 

 

 

 “제타바이트가 데몬교에 성금 하는 액수가 매년 상당하다고 들었어요.”

 

 

 

 

 

 

 

 “맞아요. 그리고 제타바이트가 바치는 건 돈뿐이 아니에요.”

 

 

 

 

 

 

 

 이세은은 심상치 않은 기미를 느끼고 상체를 더 앞으로 기울이며 신혜령의 말에 집중했다. 신혜령은 순간 상기된 얼굴로 이를 앙다물더니 눈을 질끈 감고 다시 평정심을 되찾았다.

 

 

 

 

 

 

 

 “매주 일요일, 회사의 경영진들은 보란 듯이 극악 교회로 출근하죠. 간택된 자 특유의 거만함을 철철 흘리면서 말이에요. 제타바이트 사람들만의 일이 아니에요. 극악 교회와 연줄을 대고 있는 기업인들이라면 하나같이 우월감을 드러내죠. 막상 교회 안에 들어서면 구의민을 필두로 한 목회자들한테 설설 기면서 말이죠.”

 

 

 

 

 

 

 

 신혜령은 고개를 살짝 틀고 코웃음을 치더니 예리한 눈빛을 보내며 물었다.

 

 

 

 

 

 

 

 “그거 아세요? 어떤 상품이든 가장 먼저 출시되는 곳이 극악 교회인 거?”

 

 

 

 

 

 

 

 “그게 무슨 소리예요?”

 

 

 

 

 

 

 

 “극악 교회는 말 그대로 ‘최첨단’을 걷는 곳입니다. 다른 어떤 곳보다 신기술을 먼저 도입하고 편의를 누릴 수 있어요. 상품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어떤 물건이든 가장 먼저 유통되는 곳이 바로 극악 교회예요. 극악 교회 자체가 권력층의 소굴이다 보니 당연하게 누리는 호사처럼 보이지만, 사실 기업의 속셈은 다른 데 있어요. 극악 교회의 교인들이 사용하는 상품이 외부에 노출되면 엄청난 홍보효과를 볼 수 있거든요. 극악 교회에서 여타 데몬교 교회들로, 또 그곳에서 교회 밖의 세계로 이용자가 점점 증대하는 거죠.”

 

 

 

 

 

 

 

 “물이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것처럼 말이죠?”

 

 

 

 

 

 

 

 “맞아요. 우리는 데몬교가 흘린 낙숫물을 받아먹는 사람들이에요.”

 

 

 

 

 

 

 

 신혜령은 순간 멈칫하더니 수그러든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서류상 데몬교 소속인 제가 ‘우리’라고 말하는 건 어폐가 있지만…….”

 

 

 

 

 

 

 

 이세은은 신혜령의 태도를 보며 그녀가 평소 얼마나 큰 죄책감을 품고 살아왔는지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신혜령은 고개를 숙인 채 힘없이 말했다.

 

 

 

 

 

 

 

 “저에겐 이런 식으로 말할 자격이 없어요. 결국엔 저도 여기 있으니까요.”

 

 

 

 

 

 

 

 신혜령이 또다시 스스로를 숨기려하자 이세은은 그녀의 마음을 붙잡기 위해 필사적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움츠러들지 말아요. 죄책감을 느낀다는 것만으로도 당신은 훌륭한 사람이에요. 진심입니다.”

 

 

 

 

 

 

 

 이세은은 신혜령을 똑바로 바라보며 마디마다 힘주어 말했다. 신혜령은 한동안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러다 소리 없이 굵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차오르기가 무섭게 아래로 낙하하는 그 무거운 눈물방울이 얼마나 뜨거울지 이세은은 만지지 않고도 알 수 있었다. 그녀는 마음속으로 신혜령과 함께 눈물을 흘렸다. 이세은 또한 남들보다 뒤쳐지고 싶지 않아서, 배척당하고 싶지 않아서, 일상처럼 당하는 업신여김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제 발로 저벅저벅 데몬교로 걸어들어왔기 때문이다.

 

 

 

 

 

 

 

 눈물이 서서히 잦아든다 싶을 때쯤 신혜령은 힘겹게 목을 세우고 젖은 목소리로 말했다. 눈길만은 여전히 책상에 내리꽂힌 채로.

 

 

 

 

 

 

 

 “간부 회의가 끝나면 각 기업을 대표한 참석자들은 극악 교회에 거금을 투척한 뒤 으레 그들만의 의식을 치릅니다. 그게 어떤 의식이냐 하면…….”

 

 

 

 

 

 

 

 신혜령은 말을 꺼내는 것조차 두렵다는 듯 눈을 여러 번 깜빡이거나 손톱을 잘근잘근 깨무는 등 불안한 증세를 보였다. 그 순간 이세은은 그 수상한 의식이 무엇이든 간에 자신의 상상을 뛰어넘을 것이라고 직감했다.

 

 

 

 

 

 

 

 “그 의식의 정체는, 참석자들이 준비한 여자 사원들을 우리에 가둬두고 무자비한 난교를 벌이는 거예요.”

 

 

 

 

 

 

 

 “우리요? 제가 생각하는 그 우리 말하는 거예요?”

 

 

 

 

 

 

 

 이세은은 허공을 허우적거리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그 끔찍한 경험이 단지 노주원 신자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벅찬 진실이었고 그녀는 찰나의 순간 신혜령이 자신을 속이는 거라고 믿고 싶었다.

 

 

 

 

 

 

 

 “여자들은 발가벗겨진 채 울타리 안으로 내던져지고 뒤이어 남자들이 날고기를 물어뜯는 짐승처럼 달려들어요. 여자들은 울부짖으며 이리저리 달아나지만 결국엔 그악한 손길에 붙들려서······.”

 

 

 

 

 

 

 

 신혜령은 그 순간 설명을 포기하고 하얗게 질린 얼굴로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눈꺼풀이 무거운 사람 마냥 그녀는 한동안 시선을 내리깐 채 그대로 있었다. 분명 넋이 빠진 사람이었는데 그녀는 중얼중얼 되는 대로 말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곳은 완벽한 지옥이었어요. 절규와 비명으로 가득 찬 지옥이요. 아직도 제가 본 것을 믿을 수 없어요. 겁에 질린 채 울부짖는 얼굴과 그 위로 겹쳐지는 추악한 얼굴들, 극도의 공포감이 만들어낸 몸부림과 동물적 충동에 사로잡힌 공격적인 몸짓, 최후의 발악과 그에 가해지는 가혹한 폭력, 발버둥치는 살덩이와 더욱 옭아매는 살덩이······.”

 

 

 

 

 

 

 

 얼마나 눈에 힘이 들어갔는지 그녀의 눈꺼풀은 바르르 떨렸고 흰자에는 핏발이 서 있었다. 이세은은 그녀가 금방이라도 정신을 놓아버릴 것 같아 조마조마한 심정이었다.

 

 

 

 

 

 

 

 “끔찍해, 끔찍해, 끔찍해…….”

 

 

 

 

 

 

 

 이렇게 하면 머릿속의 기억이 지워지기라도 한다는 듯 신혜령은 다급하게 이 말만 반복해서 뱉어냈다. 갈 곳 없이 굴러다니는 눈동자까지 더해져서 그런지 이세은의 눈에는 고장 난 입술이 불가항력적으로 같은 말을 찍어내는 것처럼 보였다. 조금은 그런 모습이 괴기스러워 보였고 이세은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신혜령을 지켜보았다. 다행히 신혜령은 차차 진정을 되찾았고 혼란스러워 보였던 눈빛도 안정되게 한 곳만 바라보았다. 정신을 잃지 않은 것은 다행이었으나 혼돈에서 막 벗어난 신혜령은 기진맥진해 보였다.

 

 

 

 

 

 

 

 “저는 진심으로 사람이 싫어요……. 저 같으면 그런 일을 당하고서 도저히 살아갈 수 없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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