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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극악 교회
작가 : 멍덕꿀
작품등록일 : 2019.9.1

악이 상식이 된 사회에서 끝까지 선을 수호하며 살아가는 자들의 이야기

 
2장 3화
작성일 : 19-09-01 23:07     조회 : 224     추천 : 0     분량 : 5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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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장 3화

 

 

 

 

 

 

 

 그의 표정은 카메라에 똑똑히 찍혀 전세계로 송출되었고 수많은 데몬교 교인들의 마음을 상하게 했다. 이날 하루의 표정뿐만 아니라 이어진 구의민의 행보 탓에 신자들의 원성은 날이 갈수록 자자해졌다. 구의민 목사는 새탑 연구회를 해체시킬 수 있는 기회가 생겼음에도 그들이 명맥을 유지할 수 있도록 강하게 압박하지 않았다. 게다가 그들을 지지한 이들이 사회적으로 어떠한 불이익도 당하지 않도록 조처하기까지 했다. 선의 명맥을 완전히 끊어내기를 바랐던 이들은 어째서 그런 미개한 종족을 살려두느냐고 대놓고 불만을 토로했지만 구의민의 태도에는 변화가 없었다. 아니 오히려 자신의 뜻을 더 강하게 밀어붙였는데, 그건 바로 땅에 떨어진 껌보다도 처지가 보잘것없던 선에 공식적인 지위를 부여한 것이다. 그는 공개토론장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누군가 선을 입에 올리기만 해도 인상을 찌푸리고 경멸에 찬 시선을 보냅니다. 왜 우리는 이토록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입니까? 왜 언급하는 것조차 금기시한단 말입니까? 이런 처사는 자칫하면 우리가 선을 두려워하는 모양새가 되고 맙니다.”

 

 

 

 

 

 

 

 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방청객들은 온갖 야유와 욕설을 퍼부었다. 사회자의 개입으로 구 목사는 간신히 뒷말을 이어갈 수 있었다. 그런 사회자의 표정 또한 어디 들어나 보자, 하는 식이었다.

 

 

 

 

 

 

 

 “흠, 흠. 뭔가 오해가 있으신 것 같습니다. 여러분, 저를 모르십니까? 저 구의민입니다, 구의민!”

 

 

 

 

 

 

 

 구의민은 제 가슴을 두툼한 손으로 턱턱 쳐가며 가래 낀 목소리를 내었다.

 

 

 

 

 

 

 

 “데몬님을 모시고 있는 이 구의민의 사상을 의심하시는 겁니까, 지금?”

 

 

 

 

 

 

 

 위험한 질문이었고, 좌중은 침묵에 휩싸였다. 감히 그 정적을 깨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이 없으리라는 확신이 들었는지 구의민은 굵은 쌍꺼풀진 눈에 더욱 힘을 주었다.

 

 

 

 

 

 

 

 “모든 것은 데몬님의 뜻입니다.”

 

 

 

 

 

 

 

 이 말은 일격에 모두를 굴복시킬 수 있는 구의민만의 비장의 무기였다.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구의민과 눈을 제대로 맞출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구의민은 모두의 머리를 제 손으로 한결 편안한 표정으로 느긋하게 말을 이어갔다.

 

 

 

 

 

 

 

 “오렌지 한 알을 짤 때도 마지막 한 방울까지 착즙해야 제대로지 않겠습니까? 하물며 사람은 더 볼 것도 없지요. 순간적인 감정에 휩쓸려 섣부른 판단을 내려선 안 됩니다. 그 사람을 극단의 상황까지 끌고 가서 자신조차 모르는 악의 진액을 뽑아내야 합니다. 그것이 데몬교가 지닌 진정한 위대함을 드러내는 방법입니다.”

 

 

 

 

 

 

 

 언뜻 새탑 무리를 두둔하는 것으로 보이는 이 발언은 ‘오렌지 이론’이라는 그럴싸한 명칭으로 불리며 상당한 사람들의 호응을 얻었다. 그리하여 그 지지를 등에 업고 구의민 목사가 시작한 사업은 바로 ‘악의 갱생기’였다.

 

 

 

 

 

 

 

 *

 

 

 

 

 

 

 

 이세은은 거기까지 기억을 더듬고 자신의 허벅지를 세게 내리쳤다. 당시 구의민은 교화 과정을 방송 프로그램으로 기획하였고, 그것은 곧 일류 기업들의 제작 지원을 받으며 공영 방송국에 편성되었다. 출연진들은 단연 새탑 연구회와 연루된 자들이었다. 그들의 출연은 부드러운 권유와 승낙의 과정을 거친 듯 소개되었으나 사실상 강요에 의한 것이라고 해도 큰 오류는 없었다. 허황된 사설로 대중을 혼란에 빠뜨린 죄목으로 평생 자신을 감추고 살아야 할 운명이었던 그들은 별다른 저항도 하지 못하고 출연진에 자신의 이름들을 올려야 했다.

 

 

 

 

 

 

 

 프로그램의 내용은 간단했다. 단계별로 주어진 과제를 수행하며 일곱 명의 출연자들이 진정한 데몬교의 교인이 되어가는 모습이 극적인 연출 하에 카메라에 담겼다. 기획은 대성공이었다. 7명 중에 5명이 완벽한 교인으로 탈바꿈했다. 나머지 두 명은 실패의 값을 톡톡히 치렀다. 중도 이탈한 두 사람에게는 차마 입에 올리지 못할 온갖 욕설들이 퍼부어졌다. 이로써 그들을 비난하고 싶어 안달났던 이들도, 교회 밖 사람들을 어떻게든 개조시켜 구상조 목사와는 차별화된 업적을 새우고 싶었던 구의민도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결과가 나온 셈이었다. 첫 방송 때만 하더라도 조기 종영이 심각히 우려되던 프로그램은 여러 시즌을 걸쳐 ‘전도’의 성공 사례를 여러 개 남겼고 그 업적은 고스란히 구의민에게 돌아갔다. 그의 명성과 인기는 날로 높아졌고 덩달아 데몬교도 빠른 속도로 세력을 확장해 나갔다.

 

 

 

 

 

 

 

 프로그램이 데몬교 교인들에게 미친 영향력은 상당했다. 무엇보다 그들의 인식이 바뀌었다. 그들은 무작정 선을 도외시하고 음지로 몰아내려 하던 태도를 버리고 그것을 오락의 소재로 보기 시작했다. 충분히 악하지 못하여 결국 피해를 입거나 제 몫의 이익을 놓치는 출연자들의 모습이 그들에게 분노가 아니라 웃음을 유발했기 때문이었다. 이것은 구의민이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가장 공들인 부분이었다. 선에 친화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 이 첫 단계를 거치지 않고서는 ‘전도’라는 주목적에 접근하는 것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방송이 중단된 데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사고가 원인이 되었다. 성공적으로 데몬교에 뿌리내렸다고 알려진 출연진 한 명이 대중의 눈을 피해 처지가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이른바 자선사업을 벌여왔던 것이 들통 난 것이다. 데몬교 교인들은 즉각 벌떼같이 일어났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너무도 명백한 선행이었고, 데몬교 내 명문화된 규율에서 완벽히 어긋나는 행위였다. 그것이 사고인 이유는, 호의를 받은 사람이 길거리 한복판에서 우연히 누군가를 보고 반가움에 겨워 큰소리로 인사를 한 데서 일이 터졌기 때문이다. 순수한 감사함의 표현이었지만 그의 시원한 목청은 주위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도 남을 정도로 컸다. 인사를 받은 사람이 막을 틈도 없이 그는 주절주절 고마움을 늘어놓았다. 얼마나 세세했던지 둘이 어떤 관계인지는 물론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을 받았는지까지, 귀가 있는 사람이라면 알 수밖에 없는 내용이었다. 목격자가 그렇게 많았으니 그 누군가가 곧바로 교회 재판에 회부되는 것은 당연했다. 그리고 누군가는 두말할 것 없이, ‘악의 갱생기’에 출연하여 성공적으로 모든 과제를 수행한. 현재 데몬교 신자였다.

 

 

 

 

 

 

 

 재판장에 선 신자와 사단을 일으킨 사람을 향한 온갖 비웃음이 날아든 것은 당연했고, 프로그램의 진실성에 대한 혹독한 비판이 일었다. 출연진은 물론 제작진 모두 실험대에 올려 철저한 재검정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여론이 모든 장을 휩쓸고 다녔다. 그리고 비난의 물결은 종국에 구의민 목사를 향해 휘몰아쳤다. 구의민 목사는 거센 요구가 있었음에도 절대 사과하지 않고 버텼다. 신자들의 입에서 기어코 사퇴라는 말이 나오고 나서야 공개적으로 유감의 뜻을 전했을 뿐이었다. 누가 보아도 뉘우치는 기색은 찾아볼 수 없었다. 구 목사는 스스로 불러들인 화를 오랫동안 감당해야 했다. 신도들 앞에 설 기회만 있으면 선을 타도해야 한다고, 전에 자신이 하던 말과 상충되는 소리를 수시로 외쳐야만 겨우 신도들의 반발을 잠재울 수 있었다.

 

 

 

 

 

 

 

 그렇게 상황이 일단락되는 듯싶었다. 하지만 그 후로 노주원과 주희민 신자가 죽었다. 무려 성경 학교에서. 성경 학교가 어떤 프로그램인가. 자문단이 있긴 하지만 구의민이 유일한 심사위원이 되어 참석자를 하나하나 골라내는, 데몬교 내 가장 큰 행사가 아니던가. 이세은은 아무리 생각해도 구의민의 지난 언행들이 거슬렸다. 류청이 꺼낸 실험이라는 말까지 더해지니 불안과 의혹은 무서운 기세로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

 

 

 

 

 이세은이 구원 교회에 머무는 마지막 날이었다. 그녀는 내키지 않았지만 송별회에 참석해야 했다. 그 또한 친선 사절을 대접하는 절차였기에 함부로 무시하고 지나쳤다간 긁어 부스럼을 만들 수 있었다. 그녀는 송별회 내내 사람들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한시라도 빨리 이곳을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러다 그녀는 직감적으로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꽤 자리가 떨어진 곳에서 누군가 그녀를 뚫어져라 지켜보고 있었다. 관찰자는 눈빛은 물론 표정 전체에서 불쾌함과 분노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이세은은 다소 무례한 그 여자와 오랫동안 눈을 맞출 생각이 없었고, 그녀의 태도가 거슬렸음에도 일부러 모른 척 시선을 피했다. 그러면서도 여자의 얼굴이 어딘가 낯익어 자꾸만 기억을 더듬었다. 잠시 뒤 여자가 천천히 이세은에게 다가왔다. 이세은의 이맛전엔 왠지 모르게 식은땀이 맺혔다.

 

 

 

 

 

 

 

 “안녕하세요. 저 누군지 아시겠어요?”

 

 

 

 

 

 

 

 이세은은 난감한 웃음만 흘리며 답변을 얼버무렸다. 그러자 여자는 대놓고 무시하는 눈빛을 보내며 콧방귀를 뀌었다. 비대칭으로 기운 여자의 입술을 가까이 보는 순간 이세은은 거친 손길에 붙들린 듯 4년 전으로 끌려갔다.

 

 

 

 

 *

 

 

 

 

 입시를 코앞에 두고 있던 열아홉 살, 여느 때처럼 이세은은 교실에 앉아 예상 문제들을 풀고 있었다. 그 날은 일주일 전 치른 최종 모의고사 성적표가 나온 날이었다. 개인에게만 공개되는 점수와 등수였지만 학생들은 이미 서로의 것을 어느 정도 가늠하고 있었다. 특히 상위권에 위치한 학생들일수록 더욱 상대의 발전과 부진에 민감했다. 반장인 인교영이 평소 말 한 마디 나누지 않던 이세은에게 다가온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잠깐 얘기 좀 해.”

 

 

 

 

 

 

 

 “무슨 얘기?”

 

 

 

 

 

 

 

 이세은은 상대가 무안할 정도로 인교영을 노려보며 차갑게 물었다.

 

 

 

 

 

 

 

 “왜 이렇게 공격적이야? 이러니까 반 애들이 다 널 싫어하지.”

 

 

 

 

 

 

 

 “시비 걸려고 온 거 아니면 용건부터 말해.”

 

 

 

 

 

 

 

 “나 참.”

 

 

 

 

 

 

 

 인교영은 자존심이 상해하면서도 봐준다는 식으로 목청을 한 번 가다듬은 뒤 거들먹거리며 운을 뗐다.

 

 

 

 

 

 

 

 “듣자하니 너 아직 데몬교에 입교도 안 했다며. 마침 내가 다니는 교회에서 신입 신자들을 모집하거든. 그래서 내가 네 앞으로 추천서 하나 써 줄게.”

 

 

 

 

 

 

 

 이세은은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인교영을 빤히 쳐다보기만 했고 인교영은 당황을 감추지 못하고 말을 더듬었다.

 

 

 

 

 

 

 

 “뭐, 뭐야. 고마우면 고맙다고 말을 하든가.”

 

 

 

 

 

 

 

 이세은은 헛웃음을 지으며 가뿐히 인교영을 무시하고 다시 문제 푸는 데 열중했다. 인교영은 씩씩거리다 뒤돌아서서 분을 삭이는가 싶더니 도저히 안 되겠다는 듯 홱 몸을 돌려 이세은에게 쏘아붙였다.

 

 

 

 

 

 

 

 “야, 이게 사람을 무시해도 유분수지. 사람 호의를 이렇게 푸대접하는 법이 어디 있어? 이번에 성적 좀 잘 나왔다고 유세 떠는 거야?”

 

 

 

 

 

 

 

 이세은은 인상을 팍 찌푸리고 귀찮아 죽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 표정이 인교영의 화를 더욱 부추긴 것은 당연했다. 인교영은 상기된 얼굴로 꽥 소리를 질렀다.

 

 

 

 

 

 

 

 “네가 뭔데 날 깔봐? 별 거지같은 게 신경을 건드네? 응? 야, 입 좀 열어봐. 그렇게 째려보지만 말고 어디 한 번 지껄여 보라고.”

 

 

 

 

 

 

 

 인교영은 손가락으로 이세은의 어깨를 툭툭 밀고 있었다. 이세은은 두어 번 참아내다가 사납게 인교영의 팔을 쳐내며 표독한 성질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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