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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극악 교회
작가 : 멍덕꿀
작품등록일 : 2019.9.1

악이 상식이 된 사회에서 끝까지 선을 수호하며 살아가는 자들의 이야기

 
2장 2화
작성일 : 19-09-01 23:07     조회 : 212     추천 : 0     분량 : 7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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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장 2화

 

 

 

 

  이세은이 처참한 심정이 되어 읽어나간 경위서 내용은 다음과 같다.

 

 

 

 

  당시 그 자리에는 구원 교회의 최대 후원사 에이와이 컴퍼니의 사주 손익손 대표가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손 대표로부터 내년에도 구원 교회를 후원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내는 자리이자 막대한 발전 기금까지 받아낼 수 있는 중대한 자리였습니다. 왜인지 손익손 대표는 대화 내내 지루해 하는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그러다 손 대표는 대뜸 "어서 그 유희를 시작하시죠."하고 제안했습니다. 류청 목사님은 "대표님 뜻이 그러시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지요."하고 승낙의 뜻을 전한 뒤 교인들에게 뭔가를 지시했습니다. 교인들은 일사분란하게 그러면서도 과격하게 행동했는데, 그것은 여자들을 온통 발가벗긴 후 임시로 만든 우리 안에 집어넣는 것이었습니다. 부끄럽지만, 그런 표정이 손 대표의 심기를 불편하게 할 줄도 모르고 저는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뛰어나신 류청 목사님의 발 빠른 대처로 제 부족함은 감춰질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제 과오가 거기서 그친 것은 아닙니다. 구원 교회 목회자들과 에이와이 컴퍼니의 간부들이 여자들에게 달려들어 옷을 벗기는 동안 저는 한 발 물러선 채 넋이 빠진 얼굴로 그 모습을 바라보기만 했습니다. 4년 동안 구원 교회에 몸담으면서도 여전히 봉인된 본성을 완전히 해제하지 못한 제 부족함이 여실히 드러나는 순간이었습니다.

 

 

 

 

 

 

 

 저를 제외한 모든 남자들은 날고기를 물어뜯는 짐승처럼 여자들에게 달려들었습니다. 여자들은 울부짖으며 이리저리 달아나지만 결국엔 모두 그악한 손길에 붙들려 성욕의 도구라는 본연의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그곳은 완벽한 지옥이었습니다. 절규와 비명이 난무하는 와중에 남자들은 더욱 난폭하게 여자들을 다뤘습니다. 저는 겁에 질린 채 울부짖는 여자들의 얼굴과 그들의 발악을 지켜보며 마음에 강한 가격이 가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슬금슬금 뒷걸음치는 저를 발견하신 류청 목사님은 눈앞의 기회를 놓치지 말라며 매섭게 엄명을 내리셨습니다. 그러나 저는 저도 모르게 줄줄 눈물을 흘리고 말았습니다. 그 때 필사적으로 달아나던 한 여자가 이렇게 모두에게 이렇게 외쳤습니다.

 

 

 

 

 

 

 

 “이 악마 새끼들아! 너희들은 인간도 아니야!”

 

 

 

 

 

 

 

 순간 정적이 흘렀습니다. 여자는 고래고래 악을 쓰며 거기 있는 모든 이들을 저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녀는 실신할 듯 말 듯 겨우겨우 제자리에 버티고 서 있다가 털썩 주저앉았습니다. 그러자 손익손 대표가 잔뜩 비아냥에 찬 말투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남자들이 다른 여자애들한테만 가서 심통이 난 모양인데. 거, 누가 가서 상대 좀 해주지.”

 

 

 

 

 

 

 

 그의 말에 사람들이 깔깔대며 웃기 시작했고 여자는 시뻘게진 눈으로 손 대표를 노려보며 비칠비칠 억지로 몸을 일으켰습니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던 그녀는 깜짝 놀랄만한 속도로 손 대표에게 달려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돌진은 손 대표에게 전혀 위협적이지 않았습니다. 그는 그녀의 두 팔을 무자비하게 휘어잡아 가뿐하게 그녀를 제압한 뒤 그녀의 얼굴을 경멸에 찬 눈길로 내려다보았습니다.

 

 

 

 

 

 

 

 “어쩐지 눈에 익는다 했더니 회사에 있다 쫓겨난 년이군. 쯧쯧, 아직도 옛날 버릇을 못 고쳤나?”

 

 

 

 

 

 

 

 손 대표는 큼직한 발로 그녀의 목을 지그시 밟으며 꾹꾹 힘주어 말했습니다.

 

 

 

 

 

 

 

 “사람이 학습 능력이란 게 있어야지. 이제 정신 좀 차릴 때가 되지 않았나? 높은 곳에 있는 사람을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말이야.”

 

 

 

 

 

 

 

 저는 주위 사람들의 수군거림 속에서 그녀가 손 대표 아래에서 일하다가 그를 성폭력범으로 고소했던 직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손 대표가 수많은 여직원들을 노리개로 삼았다고 공언했지만 긴 법정 싸움 끝에 그녀가 얻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아니 잃은 것밖에 없었습니다. 그녀는 실직했고 두 번 다시 어떤 곳에도 취직할 수 없었습니다. 예정된 결말이었습니다.

 

 

 

 

 

 

 

 손 대표는 모두에게 위풍당당한 그녀의 머리칼을 움켜쥐며 되는 대로 흔들었습니다.

 

 

 

 

 

 

 

 “어쭙잖게 머리를 쓰는 것들이 꼭 제 몸뚱어리를 귀하게 여겨요. 결국엔 이렇게 살 거면서. 나한테 당한 게 그렇게 분하다면서 이렇게라도 살고는 싶었나보지?”

 

 

 

 

 

 

 

 그는 목젖이 보일 정도로 호방하게 웃었습니다. 우두머리를 따르듯 다른 이들도 목청껏 따라 웃었습니다. 오직 저만 적막 속에서 얼굴을 일그러뜨렸습니다. 류청 목사님은 손 대표가 제 표정을 볼까봐 저에게 주의를 주었습니다. 저는 바들바들 떨릴 정도로 온몸에 바짝 힘을 준 채 목사님에게 물었습니다.

 

 

 

 

 

 

 

 “목사님은 왜 범죄자를 감싸주는 겁니까?”

 

 

 

 

 

 

 

 류 목사님은 표정만으로 버럭 화를 내며 목소리를 낮추라고 경고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무언가에 홀린 사람처럼 속말을 줄줄 뱉어놓았습니다.

 

 

 

 

 

 

 

 “아무리 데몬교가 성행한다고 하더라도 엄연히 법이라는 게 존재합니다. 미약하나마 도덕도 살아 있습니다. 그런데 왜 손 대표는 아직도 저렇게 제멋대로 살고 피해자는 바닥을 기는 삶을 감당해야 합니까?”

 

 

 

 

 

 

 

 류 목사님은 매서운 눈빛으로 제 눈을 뚫어져라 바라보았습니다.

 

 

 

 

 

 

 

 “그럼 손 대표님이 교도소에 갇혀야 한다 이 말이냐?”

 

 

 

 

 

 

 

 “타인의 자유를 훼손한 자는 그에 합당한 대가를 치르는 것이 이 사회의 상식입니다.”

 

 

 

 

 

 

 

 “네가 말하는 이 사회가 도대체 어느 사회냐? 눈앞에 광경을 보고도 그런 소리를 잘도 지껄이는구나.”

 

 

 

 

 

 

 

 류 목사님은 낮은 목소리로 저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 멍청한 머리에 똑똑히 새겨둬라. 데몬교가 어떻게 단시간에 권력을 장악하고 사회에 지대한 영향력을 끼치게 되었는지 말이다. 데몬교에서는 체계화된 교리를 바탕으로 질 나쁜 범죄자들과 엄연히 선을 긋고 있지만 그렇다고 그 무지한 것들이 사회에서 완전히 매몰되도록 방치하지도 않는다. 그 이유가 뭔지 아느냐?”

 

 

 

 

 

 

 

 저는 그 답을 알지 못했고 결국 류청 목사님의 가르침을 받아야 했습니다.

 

 

 

 

 

 

 

 “접점 때문이다. 표면적으로 그들의 행위는 권력자들이 누리는 권리와 닮아 있다. 권세에 근거한 합당한 욕망의 발산이냐, 원초적 충동에 뿌리를 둔 순간적인 자기만족이냐의 엄청난 차이를 물론 감안해야 하지만. 그런데 후자의 경우라도 소위 가해자가 사회에서 핍박받거나 억압 받는 존재가 된다면 덩달아 전자의 권위도 손상되는 법이다. 무엇보다 가해자를 향한 반발심이 사회에 확산되면 그것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왜곡된 정의감이 사람들의 마음에 불타오르게 되지. 하지만 가해자가 법의 헐거운 손아귀를 벗어나 버젓이 활개를 치고 다닌다면? 첫 감정은 분노와 투쟁심일지 모르나 그것은 차차 순화되어 나중엔 ‘원래 그렇지 뭐.’ 식의 체념과 ‘나만 아니면 돼.’ 하는 이기적인 신중함으로 변질되기 마련이다. 그런 과정을 거쳐 도착하는 곳은 결국 ‘화내는 것도 지겨워.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잖아.’ 하는 번거로움 내지는 성가심이다. 이건 필연적이야. 분노한다는 건 꽤 많은 정력이 필요하고 그러다보면 지치게 되거든.”

 

 

 

 

 

 

 

 저는 그제야 구원 교회가 그간 해온 사업들을 진심으로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조금이라도 고위층의 행실을 연상시키는 범행들을 덮으려 사법 기관에 입김을 불어넣고 범죄자들을 두둔한 이유가 단순히 자금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뒤늦게 깨달은 것입니다.

 

 

 

 

 

 

 

 그 때 손 대표의 시선이 저에게 닿았습니다. 그는 무슨 일로 신자를 다그치느냐고 류 목사님께 물었습니다. 손 대표의 강렬한 눈빛에서 이토록 흥겨운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짓은 하지 말라는 의중이 읽혔습니다. 류 목사님은 일이 커지는 것을 바라지 않았고, 제가 적극적으로 여자들을 상대하지 않는 것을 꾸짖고 있었다고 대충 얼버무렸습니다. 다행히도 손 대표는 자세히 묻지 않았고 비록 의심스러운 눈길은 거두지 않았지만 저를 지그시 바라보며 입가에 보일 듯 말 듯 미소를 그렸습니다. 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무 표정도 없이 조금 고개를 숙였습니다. 미세한 긴장감에 온몸의 살갗이 막 부풀어 오르고 있었습니다. 이내 손 대표의 입에서 어떤 제안이 하나 떨어졌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저는 잘 벼려진 바늘에 닿은 풍선처럼 펑 터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자네가 이 여자와 한바탕 놀아보게.”

 

 

 

 

 

 

 

 저의 흔들리는 눈빛을 보고 손 대표는 대놓고 장난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저를 재촉했습니다.

 

 

 

 

 

 

 

 “뭐해! 얼른 시작하지 않고!”

 

 

 

 

 

 

 

 그 순간 주위에서는 박수가 터져 나왔습니다. 손 대표의 손에 붙잡힌 여자는 어떻게든 그의 손을 뿌리치려 했지만 손 대표의 힘 아래서 그 움직임은 전혀 위협적이지 않은 허우적거림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여자와 제 눈이 마주치는 순간이 왔습니다. 그 눈을 저는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아니, 지금은 완전히 잊었지만 그 찰나에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여자의 눈이 제 마음 속에 박혀 영원토록 제 모든 행동을 지켜볼 거라는 직감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류 목사님이 성심성의껏 저를 보살펴준 덕에 지금은 말끔히 그 기억을 잊었지만 말입니다.

 

 

 

 

 

 

 

 제가 계속 미동도 않고 서 있자 손 대표는 여자에게 침을 뱉듯 말했습니다.

 

 

 

 

 

 

 

 “네 년이 얼마나 볼품없게 생겼으면 저렇게 망설이겠어. 이제 네 몸이 얼마나 싸구려인지 알겠느냐?”

 

 

 

 

 

 

 

 지금과 달리 데몬교의 신도답지 않게 심신이 미약했던 저는 차마 여자를 똑바로 보지 못하고 눈을 질끈 감아버렸습니다. 부끄럽게도 그 당시엔 얼토당토않은 동정심이란 게 찌꺼기처럼 제 속에 달라붙어 있었단 걸 인정합니다. 어쨌든 나약하고 한심하기 짝이 없었던 저는 집중된 이목을 견디지 못하고 공황 상태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결국엔 몸이 안 좋다는 핑계로 정신없이 자리를 벗어났습니다.

 

 

 

 

 

 

 

 이런 제 행동이 손 대표님께 얼마나 무례하고 주제넘은 짓이었는지, 또 저의 요람과도 같은 구원 교회의 얼굴에 얼마나 먹칠을 했는지 깊이 통감하고 또 뉘우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큰 실수를 저지른 저를 단번에 내치지 않으시고 투철한 사명감을 가지고 끈기 있게 계몽시켜주신 류청 목사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봉사와 성금 납부는 저에게 어떠한 징계도 아닙니다. 구원 교회가 필요로 한다면 어떤 노동이라도 기꺼이 감당할 것이며 구원 교회가 발전할 수 있다면 수중에 있는 돈이 얼마라도 아낌없이 낼 것입니다. 제게 진리를 닦고 연구할 기회를 주신 류청 목사님과 제가 구원 교회 소속으로 남을 수 있도록 허락해주신 징계위원회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하다는 말씀드립니다. 하늘의 모든 영광과 권세가 데몬님께 영원히 있사옵니다. 데몬.

 

 

 

 

 상기와 같이 경위서를 제출합니다.

 

 

 

 

  2148년 7월 8일

 

 

 

 

 위, 작성인 노 주 원

 

 

 

 

  이세은은 세 장에 달하는 장대한 경위서를 꼭 붙잡고 있다가 무거운 짐을 부려놓듯 천천히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그녀의 눈에 눈물이 그득 차오른 건 순식간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그 순간 필요한 것은 감성이 아니라 이성이었다. 단순히 구원 교회를 욕하고 데몬교를 욕한들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들은 막대한 힘이 있었고 그것은 불평과 비판으로 맞설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경위서는 그것 말고도 여러 장이었다. 내용은 대개 비슷했다. 여자들을 대동한 접대자리에 일방적으로 불참한 것이 징계의 이유가 되었다. 노주원은 여러 번의 경고를 받았고 교회에서 방출될 위기에 놓였다. 그러던 와중에 뜬금없이 성경 학교 참석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구의민 목사의 부름은 공적에 대한 치하 혹은 노고에 합당한 격려 따위가 아니었다. 응징과 처벌, 이세은은 이 두 단어를 가장 먼저 떠올렸다.

 

 

 

 

 

 

 

 ‘개인적인 원한을 품은 게 아니라면, 구 목사가 노주원 신자를 선발한 이유는 아마도…….’

 

 

 

 

 

 

 

 이세은의 의심은 점점 확신으로 모습을 바꿔갔고 이것이 착각이 아니길 바라는 마음으로 또 다른 자료를 집어 들었다. 그것은 노주원 신자가 징계 차원에서 수행한 벌금 납부 증명서와 봉사 활동 내역이었다. 이세은은 전자의 것은 별 다른 어려움 없이 살펴보았지만 후자의 것은 쉽사리 표지를 넘기지 못했다. 한참 후에야 그녀는 개요를 읽을 수 있었는데 혹시나 하는 마음은 역시로 바뀌었다. 그녀도 노주원 신자 못지않은 잦은 경고와 징계를 받아왔고 그에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봉사 활동 또한 경험이 다분했다. 그리고 노주원이 강요받은 봉사 활동이란, 그녀가 받은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녀는 떠오르기 싫은 기억이 저 밑에 솟아오르려는 걸 억지로 억누르고 문서를 덮어버렸다. 이세은은 노주원 신자를 억지로 가운데 앉혀놓고 생각을 이어갔다.

 

 

 

 

 

 

 

 ‘노주원이 색욕이라는 악덕을 어겨서 눈밖에 들었다면 김은미 신자는 왜…….’

 

 

 

 

 

 

 

 짐작한 이유대로라면 구의민 목사가 김은미 신자를 가만히 놔둘 리가 없었다. 그의 시선을 따른다면 김은미 신자는 노주원 신자를 잘못된 길로 이끈 부적절한 인물이었다. 그런 인물을 아직까지 살려둔다는 건 아직 그녀에게 이용 가치가 남아 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이세은은 아무리 고심해도 그 내용까지는 정확히 유추해낼 수가 없었다. 얼마나 답답했던지 그녀는 궁리 끝에 허무맹랑한 의혹에 빠지기도 했는데 스스로 되돌아봐도 너무 무모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헛웃음이 튀어나왔다.

 

 

 

 

 

 

 

 ‘김은미 신자가 구의민 목사의 앞잡이라니, 말도 안 돼.’

 

 

 

 

 

 

 

 하지만 이세은은 좀처럼 찝찝한 기분을 떨쳐낼 수 없었는데 그 허황한 상상이 구의민 목사가 쓸 법한 수였기 때문이다. 이제껏 그가 드러낸 성향을 보면 그랬다.

 

 

 

 

 

 

 

 *

 

 

 

 

 

 

 

 5년 전인 2144년은 데몬교가 가장 명성을 떨치고 위세를 부리던 해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역대 가장 큰 저항과 맞닥뜨린 시기이기도 했다. 그 중심엔 새탑 연구회가 있었다. 새탑 연구진들은 구상조가 개발한 데몬보다 상위 개념의 인공지능을 개발 중이었다. 그들의 목표는 단연 선을 원래의 지위에 되돌려 놓는 것이었다. 새탑 연구진을 중심으로 뭉친 사람들은 ‘인간적인 삶의 회복’을 기치로 내세우고 적극적으로 사회 운동을 펼쳐갔다. 그러나 그들은 선을 향한 열망을 세상에 표출했다는 데 만족해야 했다. 끝내 힘의 열세를 극복하지 못한 것이다. 울분에 찬 누군가는 무력을 사용하여 데몬교 교회들을 기습하였지만 점령은 오래가지 못했다. 공권력이 개입하여 철저히 데몬교의 손을 들어 준 것이 치명타가 되어버렸다.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깊은 절망감을 안겨준 짧은 반란 속에서 신분이 상승된 자들도 있었다. 새탑 연구진의 편에 서 있다가 데몬교 측의 유혹에 넘어가 스파이 역할을 한 자들이었다. 그들은 배신한 진영 쪽 사람들의 마음에 불을 지르려 작정한 사람처럼 방송에 출연하여 이렇게 공언했다.

 

 

 

 

 

 

 

 “애당초 무모한 계획이었습니다. 그들이 주장하는 모양새는 어린 아이가 갖고 싶은 것을 사달라고 떼쓰는 것과 하등 차이가 없습니다. 자신들이 위에 올라서고 싶다고 차마 말하지 못하고 선이라는 허울을 뒤집어 쓴 것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너무 약합니다. 약해도 너무 약합니다. 그들이 뭘 할 수 있습니까? 세계 곳곳에 데몬님의 힘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는데 말입니다. 우리가 입는 것, 먹는 것, 사는 곳 모두 자세히 들여다보십시오. 데몬교에 몸담지 않은 기업이 만든 것이 있습니까? 데몬님의 말씀을 받아들이지 않는 기업은 열이면 열 쇠퇴하기 마련입니다. 시대에 뒤떨어진 존재는 소멸하는 게 자연의 이치 아니겠습니까?”

 

 

 

 

 

 

 

 그의 연설은 데몬교 신자에게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았다. 단 한 사람, 의외의 인물만이 어두운 얼굴로 인상을 쓰고 있었는데 그게 바로 구의민 목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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