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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극악 교회
작가 : 멍덕꿀
작품등록일 : 2019.9.1

악이 상식이 된 사회에서 끝까지 선을 수호하며 살아가는 자들의 이야기

 
1장 7화
작성일 : 19-09-01 23:05     조회 : 232     추천 : 0     분량 : 7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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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1장 7화

 

 

 

 

  최태준은 주위를 한 번 휘 둘러보더니 벽 쪽에 나란히 붙은 의자에 앉았다. 고지훈은 슬쩍 칸막이 뒤로 눈길을 흘리더니 얼른 최태준을 따라 의자에 앉았다.

 

 

 

 

 

 

 

 “자네가 준 명단은 내용이 너무 부실해. 개개인의 출신에 대해 더 자세히 나와 있는 자료는 없나?”

 

 

 

 

 

 

 

 “있긴 하지만…….”

 

 

 

 

 

 

 

 고지훈은 턱을 천천히 쓰다듬으며 한껏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최태준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톡 쏘아붙였다.

 

 

 

 

 

 

 

 “또 뭘 원하는가?”

 

 

 

 

 

 

 

 “이게 워낙 위험을 무릅쓰고 하는 일이라서 말이죠. 전 장로님이 그걸 충분히 알아주실지 궁금할 뿐입니다.”

 

 

 

 

 

 

 

 “사람을 죽이고 다닌 놈이라 배짱 하나는 두둑하군. 갖고 싶은 게 있으면 똑바로 말해.”

 

 

 

 

 

 

 

 “저도 분수는 지킬 줄 압니다. 데몬교 소유의 재단에 자리 하나만 내어주십시오.”

 

 

 

 

 

 

 

 “그게 자네가 말하는 분수인가? 웃기지도 않군.”

 

 

 

 

 

 

 

 “장로님이 필요하신 자료의 가치를 생각하면 충분히 내어줄 수 있는 자리입니다.”

 

 

 

 

 

 

 

 “자네가 멋대로 지껄이는 걸 내가 마냥 지켜볼 거라고 넘겨짚으면 곤란해. 뭔가 착각하고 있나본데, 나는 자네에게 도움을 청하는 게 아니야. 자네에게 살 길을 마련해주는 거라고. 명심해.”

 

 

 

 

 

 

 

 “제가 어떻게 그걸 잊겠습니까? 장로님이 아니었다면 전 언제까지고 멍청한 구의민의 수발을 들 운명인데요. 데몬님을 가장 먼저 만났다는 명목 하나만 쥐었을 뿐, 머릿속에 똥만 든 그 미치광이의 비위를 맞춰주는 것도 이제 지긋지긋합니다. 저는 알고 있습니다. 장로님이야말로 데몬교의 영광과 위엄에 어울리는 진정한 지도자라는 걸 말입니다. 종이 되더라도 장로님처럼 격이 높은 분의 종이 되겠습니다!”

 

 

 

 

 

 

 

 고지훈은 기합이 잔뜩 들어간 목소리로 씩씩하게 외쳤다. 최태준은 그런 고지훈을 갖잖다는 듯 훑어보다가도 입가에 만족스러운 웃음을 그렸다. 칸막이 뒤에서 두 사람을 훔쳐보던 이세은은 고지훈의 가식에 치가 떨려 체머리를 흔들다가 최태준의 천박한 미소를 본 후에는 역겨운 비린내를 맡은 듯 이마에 잔주름을 잡았다.

 

 

 

 

 

 

 

 “먹통인 줄 알았더니 어느 정도 사리분별은 하는군.”

 

 

 

 

 

 

 

 “당연하죠. 저도 멀쩡한 눈 두 개, 귀 두 개가 있답니다. 바보가 아닌 이상 데몬교의 진정한 주인이 장로님이라는 걸 모르겠습니까? 사실 데몬교를 후원하는 대기업 사주들에게 일일이 데몬교의 교리를 설명하고 그것을 어떻게 운영 철학과 결부할 수 있는지, 강자가 약자에게서 어떻게 더 많은 힘을 앗아갈 수 있는지, 세상을 완전히 장악하기 위해서는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하는지, 이 모든 구상을 제시하는 건 그저 대장 노릇하기 바쁜 구의민이 아니라 최 장로님이시죠?”

 

 

 

 

 

 

 

 “오. 네가 내 노고를 알고 있단 말이냐?”

 

 

 

 

 

 

 

 “그럼요! 이래 뵈도 저도 고위 인사들과 어울리며 지낼 때가 있었답니다. 비천한 저에게는 참으로 빛나는 나날들이었지요. 그 때 그분들은 늘 말씀하셨어요. 최태준 장로야말로 세상 살아가는 법을 제대로 깨우친 성인이라고요.”

 

 

 

 

 

 

 

 고지훈은 지난날을 회고하며 흐뭇한 미소를 입가에 한껏 머금었다. 그가 점차 황홀경에 빠져들수록 최태준의 표정은 사납게 변해갔다.

 

 

 

 

 

 

 

 “네 이놈! 살인 중독에 빠져 여기저기 살해의 묘미를 퍼뜨리고 다닐 적을 떠올리는 게냐? 너 같은 치를 불러들여 어울린 부호들도 볼만하다. 그 작자들이야말로 수준이 형편없이 낮은 게지. 그런 작자들은 데몬교의 고상한 교리를 단 한 자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최태준의 날 선 꾸지람에 고지훈은 얼른 정신을 가다듬고 고개를 조아렸다.

 

 

 

 

 

 

 

 “노여움을 푸세요. 저 고지훈은 장로님이 구의민을 몰아내고 극악 교회의 정상에, 아니 궁극엔 전 세계를 아우르는 악의 교주로 올라설 날을 목 빠지게 기다리는 종입니다. 그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저를 부리셔도 좋습니다.”

 

 

 

 

 

 

 

 “말만 번지르르하게 늘어놓지 말고 당장 실천에 옮겨! 네가 할 일은 성경 학교에 참석한 신도들의 신상을 탈탈 털어서 내 앞으로 가져오는 것이다. 내 명령에 얼마나 충실히 따르는지를 먼저 보고 네 요구를 들어줄지 말지 결정하겠다.”

 

 

 

 

 

 

 

 최태준이 위엄이 서린 목소리로 을러대자 고지훈은 경망스런 언행을 감히 꺼내거나 보이지 못하고 어깨를 움츠린 채 슬슬 눈치를 살폈다. 이세은은 최태준이 평소 경시하던 고지훈을 시켜서까지 성경 학교에 참석하는 신도들의 정보를 캐내려는 것이 의아해서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 그녀는 더 의아한 지점에 닿았는데, 그건 혼자서만 꽉 정보를 쥐고 있는 구의민 목사였다. 성경 학교에 참석할 신도를 구의민이 자의적으로 선발하는 것은 으레 있는 일이지만 이미 명단이 확정된 마당에 그 신도들의 정보를 꽁꽁 싸매고 공개하지 않을 이유는 없는 것이었다. 이세은은 머리를 쥐어 싸매고 고민하고 또 고민했지만 마땅한 이유가 떠오르지 않았다. 어쨌든 지금 상황에서 가장 그럴 듯한 추리는, 구의민이 선발한 신자들이 성에 차지 않은 최태준이 자신의 기준에서 자격 미달인 신자들을 하나씩 처단해나간다는 가정이었다.

 

 

 

 

 

 

 

 ‘그런데 고지훈은 왜 굳이 나에게 최태준과 자신의 관계를 알려주는 거지? 단지 과시하기 위해서? 이렇게 하면 내 환심을 얻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이세은은 어느 하나 속 시원히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속으로 끙끙댔다. 그 때 고지훈이 목소리를 죽이고 이렇게 말했다.

 

 

 

 

 

 

 

 “장로님, 잠시만요. 여기 누군가 숨어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소리를 듣자 이세은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설마, 하는 말이 속에서 회오리쳤지만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쿵쾅거리는 심장소리를 가만히 느끼는 것뿐이었다. 심장이 어찌나 세게 뛰는지, 그녀는 심장이 혈관을 끊어내고 몸 밖으로 뛰쳐나갈까봐 진심으로 걱정했다.

 

 

 

 

 

 

 

 “그게 무슨 소리야. 분명 혼자 있다고 하지 않았나.”

 

 

 

 

 

 

 

 “하지만 제가 이곳에 도착하기 전 누군가 먼저 왔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제가 오고 곧바로 장로님이 오셨으니 방 안을 살필 시간이 없었으니까요. 좀 전에 저 칸막이 뒤에서 작지만 인기척이 느껴졌습니다.”

 

 

 

 

 

 

 

 “그럼 당장 확인해보지. 어떤 쥐새끼가 숨어들었는지 말이야.”

 

 

 

 

 

 

 

 

 

 

 최태준은 성큼성큼 발걸음을 옮기더니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칸막이를 확 젖혔다. 이세은은 꼼짝도 못하고 서 있다가 최태준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부터 팔다리가 후들거리기 시작했다. 고지훈은 이세은을 보고 뒤로 벌러덩 자빠지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니, 다, 당신이 어떻게 여길…….”

 

 

 

 

 

 

 

 그는 경황하여 말도 제대로 못하는 사람, 그 자체였다. 그러나 정작 그 처지에 놓인 사람은 이세은이었다. 그녀는 아무 말도 못하고 고지훈이 하는 양을 우두망찰하게 바라보았다.

 

 

 

 

 

 

 

 “아이고, 장로님! 제 불찰입니다. 제대로 이곳을 살펴야 했는데. 저는 당연히 아무도 없을 줄 알고…….”

 

 

 

 

 

 

 

 최태준은 말없이 고지훈을 노려보았고 고지훈은 주춤주춤 뒤로 물러나더니 영성훈련실에서 나가버렸다.

 

 

 

 

 

 

 

 최태준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이세은을 뚫어져라 보기만 했다. 이세은은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그녀는 자꾸 달아나려는 정신을 온힘을 다해 붙들었다. 최태준의 매서운 시선을 견디기란, 뙤약볕 아래 맨몸으로 서 있는 것만큼 고역스러운 일이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마침내 최태준의 입에서 묵직한 음성이 떨어져 나왔다.

 

 

 

 

 

 

 

 “또 자네인가?”

 

 

 

 

 

 

 

 “…….”

 

 

 

 

 

 

 

 “자꾸 자네가 눈에 거슬려. 그런데 더 짜증나는 건 앞으로 이런 일이 자주 생길 것 같다는 거야. 자네 생각은 어떤가?”

 

 

 

 

 

 

 

 “저, 저는, 단지 고지훈이 시켜서…….”

 

 

 

 

 

 

 

 “자네 사정은 내 알 바 아니야. 난 단지 앞으로 귀찮은 일이 생기기 전에 싹을 자르고 싶을 뿐이야.”

 

 

 

 

 

 

 

 “…….”

 

 

 

 

 

 

 

 “이번에 성경 학교에 참석한 신자들의 명단을 보니 얼핏 봐도 수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더군. 물론 자네도 그 의심에 크게 한몫 했지.”

 

 

 

 

 

 

 

 이세은은 겨우 마음을 다잡고 소심하게 입을 뗐다.

 

 

 

 

 

 

 

 “장로님. 전 수상한 신자가 아닙니다. 그저 평범하고 평범한,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보잘것없는, 장로님께서 신경 쓸 필요도 없는 그런 신자입니다.”

 

 

 

 

 

 

 

 “내 말이 그 말이야.”

 

 

 

 

 

 

 

 최태준은 눈을 부릅뜨고 걸걸한 목소리로 말했다.

 

 

 

 

 

 

 

 “눈에 띄지도 않는, 그렇고 그런 신자가 어떻게 이런 엘리트 코스를 밟고 있는 거지?”

 

 

 

 

 

 

 

 “그건 제 의지와 무관한 일입니다…….”

 

 

 

 

 

 

 

 이세은이 다급하게 변명을 내뱉자 최태준의 인상은 더 사나워졌다.

 

 

 

 

 

 

 

 “자네는 데몬교의 지도자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를 얻어놓고 자긍심도 없는가!”

 

 

 

 

 

 

 

 이세은은 황망히 고개를 숙이고 감히 고개를 들지 못했다. 이제 다 끝이야, 난 끝났어, 그녀는 속으로 이런 말들만 한없이 되뇌고 있었다. 얼마나 눈앞이 아득했는지, 그녀는 스스로 맹인이 된 건 아닐까, 하는 허황된 상상에 빠지기도 했다. 그녀는 고지훈의 말을 곧이곧대로 따른 것을 후회하고 또 후회했다. 시시각각 그녀의 입술은 바짝바짝 말랐고 마음 자락은 바스락바스락 부서졌다.

 

 

 

 

 

 

 

 반면 최태준은 갈수록 평정심을 되찾아갔다. 그는 곰곰이 생각에 잠기더니 허를 찔린 듯 인상을 확 찌푸리고 한숨을 내쉬었다가 고개를 내저었다가 제자리를 맴돌았다. 이세은은 그동안 꼼짝없이 서서 벌을 서야 했다. 어찌나 미동이 없었는지 눈에 보이지 않는 거인이 그녀의 몸통을 꽉 움켜쥐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한동안 극도의 불안과 신경질적 증세를 보이던 최태준은 놀라울 정도로 차분한 목소리로 이렇게 물었다.

 

 

 

 

 

 

 

 “고지훈이 뭐라고 하면서 자네를 여기로 불렀지?”

 

 

 

 

 

 

 

 일말의 감정도 묻어 있지 않은 빳빳한 목소리에 이세은은 그가 고함칠 때보다 더 겁먹었다. 그녀는 섣불리 입을 떼지 못하고 조심스레 고개를 들어 최태준의 안색을 살폈다. 그는 철저히 무표정을 유지하고 있었으나 이세은은 그가 속으로 치밀한 계산을 해나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녀는 겨우 찰나 동안 최태준의 얼굴을 바라본 후 시선을 딴 곳으로 옮겼다. 최태준이 내뿜는 냉기를 피하려 급하게 돌린 고개였는데, 그녀는 그곳에서 최태준의 얼굴보다 더 끔찍하고 소름끼치는 것을 발견했다. 그녀의 눈에 들어온 것은 창문 너머 우뚝 서 있는 기업홍보관 건물이었는데, 미끈한 자태를 자랑하며 우뚝 서 있는 그 건물의 한쪽 면에는 정상에 오르기 위해 서로를 마구잡이로 짓밟고 기어오르는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이 세밀하게 그려져 있었다. 팔다리가 기괴스럽게 꺾인 사람들은 게걸들린 것처럼 위를 향했고, 그 모습은 각다귀판 그 자체였다. 그 중 단 한 명만이 여타의 사람들과 달리 고상하고 품위 있는 자태를 유지하고 있었는데 바로 정상에 위치한 등 높은 의자에 앉아 있는 이였다. 그는 허리를 꼿꼿이 편 채 자신에게 달려드는 다른 사람들을 거만한 눈길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사람들은 아무리 애써도 그에게 다가갈 수 없었는데, 돈으로 뒤덮인 사나운 괴수들이 그를 엄호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세은이 창문에서 눈을 떼지 못하자 최태준이 위엄이 서린 목소리로 다시 한 번 물었다.

 

 

 

 

 

 

 

 “어서 대답해. 고지훈이 뭐라고 하면서 자넬 여기로 데려왔지?”

 

 

 

 

 

 

 

 이세은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시선을 바로 했지만 넋이 빠진 사람처럼 입을 벌린 채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녀는 머릿속에 박힌 벽화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상태였다. 그러다 그녀의 머릿속에 또 다른 벽화 하나가 떠올랐다. 노주원 신자의 시체를 마주한 날 발견했던. 기숙사 로비의 천장을 꽉 채운 문란한 벽화였다. 두 벽화는 그녀의 머릿속에서 하나의 벽화로 이어졌다. 놀랍도록 화풍이 닮아 있어서 두 그림을 이어보는 데 전혀 어색함이 없었다. 그녀가 정신을 퍼뜩 차린 것은 벽화가 잘 보이는 창가 밑에 피를 흘리며 누워 있는 자신의 모습이 머릿속에 스쳐간 직후였다. 그녀는 강렬한 눈빛을 쏘아대는 최태준을 발견하고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최태준은 매섭게 그녀를 노려보며 묵직한 목소리로 경고했다.

 

 

 

 

 

 

 

 “마지막으로 묻겠다. 고지훈이 자네에게 뭐라고 했지?”

 

 

 

 

 

 

 

 이세은은 파르르 떨리는 마음을 저 뒤로 밀어내고 최대한 침착하게 대답했다.

 

 

 

 

 

 

 

 “고지훈은 저에게 진실을 보여주겠다고 했습니다.”

 

 

 

 

 

 

 

 최태준은 한쪽 눈썹을 들어 올리며 의아스러운 말투로 물었다.

 

 

 

 

 

 

 

 “진실?”

 

 

 

 

 

 

 

 “정확히 말하면 최근 일어난 살인 사건의 진범을 알려주겠다고 했습니다.”

 

 

 

 

 

 

 

 최태준은 같잖은 소리를 들었다는 듯 가소로운 웃음을 흘렸다. 이세은은 서둘러 뒷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그리고?”

 

 

 

 

 

 

 

 “자신이 극악 교회에서 얼마나 중대한 사람인지도…….”

 

 

 

 

 

 

 

 “그게 무슨 말이지?”

 

 

 

 

 

 

 

 “겉보기엔 일개 신자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자신이야말로 극악 교회의 실세라고 큰소리쳤습니다. 그리고 ‘내 한 마디면 목사고 장로고 할 것 없이 설설 길 수밖에 없어.’라고도 했습니다.”

 

 

 

 

 

 

 

 “그자가 헛소리를 내뱉는 거야 하루 이틀 일이 아니지만……, 잠깐 그자가 ‘장로’를 입에 올렸다고?”

 

 

 

 

 

 

 

 “저는 고지훈이 이번 살인사건의 범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에게 자백하라고 다그쳤더니 그는 대놓고 저를 비웃었습니다. 자신은 그런 살인을 저지르지 않아도 될 만큼 여유가 넘치는 사람이라고, 오히려 최태준 장로야말로 그런 식으로 관심을 끌지 않으면 안 될 만큼 위험한 처지에 놓였다고 하면서…….”

 

 

 

 

 

 

 

 최태준은 살벌한 눈초리로 이세은을 가만히 응시했다. 이세은은 끝까지 조심스러워하는 낯빛을 내비치며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최태준 장로가 자신 앞에 바싹 엎드리는 걸 보고 싶지 않느냐고 히죽거렸습니다.”

 

 

 

 

 

 

 

 최태준 장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세은은 그가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억누르는 것을 느꼈다. 입가가 일그러지고 주름진 눈꺼풀에 경련이 이는 것만 봐도 확실했다. 이세은은 최태준이 금방이라도 과격한 성미를 드러낼까봐 조마조마했다. 그러나 벽화를 보고 든 직감에 따르면 어떻게든 최태준과 고지훈 사이를 이간질해야 맞았다. 이세은은 고지훈이 데려온 제물을 최태준이 처단하는 모습을 상상해본 뒤 속으로 조용히 경악했다. 그러나 소름끼치는 두 사람의 규합을 그려본 후 든 감정은 걷잡을 수 없는 공포가 아니라 오히려 저 밑에서 단단히 뭉쳐지는 결기였다. 그 때 그녀의 입에서 전혀 염두에 둔 적 없는 말이 튀어나왔다.

 

 

 

 

 

 

 

 “제가 명단을 가져오겠습니다.”

 

 

 

 

 

 

 

 이세은 좀 전에 들린 패기만만한 목소리가, 자신의 입에서 튀어나왔음에도 낯설게 느껴졌다. 그녀는 눈앞이 막막해졌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고 얼른 생각을 정리했다. 어쩌자고 대책도 없이 그런 말을 내뱉었는지는 모르지만 어찌 되었든 이미 최태준의 귀에 들어간 말이었다. 그녀는 마치 충성심을 과시하려는 군인처럼 씩씩한 목소리로 다시 말했다.

 

 

 

 

 

 

 

 “제가 장로님께 명단을 가져다드리겠습니다!”

 

 

 

 

 

 

 

 최태준은 눈을 가늘게 뜨고 이세은을 뚫어져라 보았다. 그러다 좋은 생각이 난 듯 입가에 음흉함을 묻힌 채 희미하게 웃었다. 그는 자신의 속셈이 드러날세라 얼른 웃음을 닦아내고 엄한 목소리를 뽑아냈다.

 

 

 

 

 

 

 

 “구의민이 수족처럼 부리는 고지훈도 며칠 째 쉽게 빼내지 못한 정보를, 네까짓 게 어떻게 한단 말이냐?”

 

 

 

 

 

 

 

 “어떻게든 해보겠습니다.”

 

 

 

 

 

 

 

 “미천한 수작을 벌여봤자 일만 꼬일 뿐이다. 그것보다는 딱 네 격에 맞는 일이 있다. 어때, 하겠느냐?”

 

 

 

 

 

 

 

 “장로님께 도움이 된다면 무엇이든 하겠습니다.”

 

 

 

 

 

 

 

 최태준은 긴 한숨을 내뱉으며 신음을 오래 자아냈다. 그리고 눈을 부릅뜨며 이렇게 명령했다.

 

 

 

 

 

 

 

 “지금 당장, 극악 교회를 나가.”

 

 

 

 

 

 

 

 이세은은 얼떨떨해져서는 선 채로 눈만 천천히 깜빡거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잘못 들은 것이 아니었다. 그녀의 귓가에는 단호한 최태준 장로의 목소리가 반복해서 울리고 있었다.

 

 

 

 

 

 

 

 “내, 내쫓으시는 건가요?”

 

 

 

 

 

 

 

 이세은은 조심스럽게 질문했다. 최태준은 기세 좋게 콧김을 내뿜으며 이렇게 답했다.

 

 

 

 

 

 

 

 “마음 같아선 백 번이고 더 그러고 싶지만 그랬다간 구의민이 지랄발광을 할 테니 그럴 순 없지. 네가 할 일은 노주원과 주희민이 소속된 교회로 가서 그자들의 평소 행실을 조사하는 것이다. 구의민에게는 내가 적당히 둘러댈 테니 주어진 시간 안에 최대한 속속들이 들여다보고 새로 알아낸 사실은 곧장 나에게 보고해. 할 수 있겠지?”

 

 

 

 

 

 

 

 “네. 물론입니다.”

 

 

 

 

 

 

 

 이세은은 극악 교회를 나갈 수 있다는 생각만 해도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았다. 그녀의 얼굴에 화색이 돌자 최태준이 곧바로 맹렬한 눈빛을 쏘아대며 겁을 줬다.

 

 

 

 

 

 

 

 “명심해. 너 하나 잡아들이는 일은 지나가는 개미를 눌러 죽이는 것보다 쉬운 일이야. 행여나 딴 마음 먹었다간 나도 널 어떻게 처리할지 몰라.”

 

 

 

 

 

 

 

 최태준은 겁먹은 이세은의 표정을 보고 한참 킬킬거렸다. 그녀는 독살스러운 그 웃음이 자신의 몸을 친친 휘감는 모양을 맥없이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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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2장 3화 2019 / 9 / 1 224 0 5141   
9 2장 2화 2019 / 9 / 1 213 0 7355   
8 2장 1화 2019 / 9 / 1 237 0 6647   
7 1장 7화 2019 / 9 / 1 233 0 7854   
6 1장 6화 2019 / 9 / 1 227 0 5722   
5 1장 5화 2019 / 9 / 1 224 0 6969   
4 1장 4화 2019 / 9 / 1 218 0 6686   
3 1장 3화 2019 / 9 / 1 220 0 7237   
2 1장 2화 2019 / 9 / 1 218 0 7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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