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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쌍화점: 고려성인주점
작가 : 한계령
작품등록일 : 2019.8.28

'쌍화점에 술을 마시러 갔더니 회회 아비 내 손목을 잡더라~'
쌍화점이란 고려시대에 귀화한 서역인(중동인)들을 위해 상권을 주어 영업을 하도록 한 장소이다.
이들은 밤이면 상점 앞에 심지가 두개인 등잔을 내걸어 쌍화점이라고 했고 이들 서역인들을 회회아비라 불렸다.
쌍화점은 이국적이고 개방적인 영업방침으로 인해 고려의 남녀들의 은밀하고 퇴폐적인 사교의 장소로 인식되었다. 이런 쌍화점에 시대를 거슬러 올라간 청년이 있었으니..

 
2/카라반
작성일 : 19-09-01 12:03     조회 : 240     추천 : 0     분량 : 7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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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카라반

 

 이제 수천 키로 미터의 험난한 여정이 시작 되었다.

 이들 카라반은 아라비아의 상인들로 구성된 상단이었다.

 이들은 서양 물류의 집하장인 비잔틴 제국 수도인 콘스탄틴 노플(이스탄불)을 출발하여 실크로드를 따라 고려까지 가는 카라반 들이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대상의 규모는 중급 정도로 그리 크지 않은 규모 였다. 큰 대상은 수백 명이 되는 상단도 있다고 했다.

 

 이 여정에 함께 하며 내가 하는 일은 낙타의 똥을 줍는 일이었다. 대열의 맨 후미에 뒤 따르며 낙타가 눈 똥을 손으로 주어 가죽 주머니에 닮는 일이었다.

 처음엔 환경운동을 하는지 알았지만 나중에 안 사실은 그 낙타 똥이 야영장에서 엄청난 화력으로 타는 연료가 된 다는 사실이었다. 나는 낙타 똥을 줍든 먹든 고려만 가면 된다고 생각 했기에 고약한 냄새가 나는 낙타 똥을 망설이지 않고 주워 모았다. 낙타 똥을 줍다보니 이름모들 짐승들이 싸 논 똥도 줍게 될 땐 그 냄새가 엄청 고약 했다. 똥 냄새로 인해 상인들은 나를 피했다. 나는 혼자서 먹고 자고 하는 생활을 계속하며 이들의 놓칠 세라 행렬을 뒤 따랐다.

 

 이들의 행보는 한 없이 느리기만 했다. 사막을 걷는 일은 무척이나 힘들다. 가도 가도 끝없는 사막의 길을 걷고 또 걸었다. 사막의 벌판을 지나면 사막의 봉우리에 이르고 다시 벌판을 지나 언덕과 산을 오르는 그야말로 지루한 여행이었다. 넓은 사마르칸트 고원지대를 지나는 여정은 그야말로 고역이었다. 그런데도 이들은 마치 숙명처럼 묵묵히 걸었다. 낙타 역시 입으로 되새김질을 하며 방울소리를 울리며 카라반을 따른다. 사막과 고원을 지나는 일이 힘들기도 했지만 하루 다섯 번씩을 서쪽을 향해 예배를 드리는 일이 더욱 여정을 느리게 했다.

 

 한낮은 사십 도를 육박하는 살인적인 열기가 엄습했고 해가지면 그 반대로 엄청 추위기 몰려 와 몸을 떨어야 했다. 나는 텐트도 없이 한 대 잠을 자야 했지만 날 구해 준 어미 낙타의 품에서 추위를 달랠 수 있었다.

 

 그래도 나를 구해준 낙타몰이 꾼과는 친해 질 수 있었다. 그는 나에게 낡은 아랍의 전통 옷을 가져다주었다. 넝마에 지나지 않는 헌 옷이었지만 양털로 만든 따뜻한 옷이었다. 그리고 나의 머리에 터번까지 둘러 주니 제법 아랍인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그는 이름은 누타만이라고 했다. 아라비아의 타직이라는 도시 출신으로 11살부터 카라반을 따라 다녔다고 했다. 그런데 나이를 물으니 나와 동갑이란다. 그런데도 사막에서 고생을 많이 했는지 열 살은 더 들어 보이는 얼굴이었다. 그는 고려에도 다녀 온 적이 있다고 했고 서툴지만 고려 말을 했다.

 

  ‘넌 이름이 뭐야?’

 

 그는 나의 이름을 물었다.

 

  ‘견우야! 성은 김이고..’

 

  ‘켠우?’

 

  ‘켠우가 아니고 견우! 아! 그런 전설을 아는지 모르지만 오월 단옷날 오작교에서 직녀를 만나는 소 키우는 견우가 내 이름이야.’

 

 누타만이 신기하다는 듯 눈을 빛내더니 밤하늘의 별을 가리키며 말을 이어 갔다.

 

  ‘그 전설은 우리 아라비아에도 있어. 저쪽하늘에 백조자리에 빛나는 별 보이지. 그게 바로 베가별이야. 그리고 저기 보이는 독수리자리의 으뜸별을 알타이르별이라 부르지. 저쪽 베가별이 직녀별이고 알타이르별을 견우별이라고 해.’

 

 중동에도 견우와 직녀의 전설이 있는 줄이야. 이런 이야기로 꽃을 피우며 추운 밤을 지새웠다. 이 후, 누타만은 남들 모르게 나에게 양의 고기를 말린 육포도 가져다주고 비릿하지만 뒤 끝이 고소한 낙타의 젖도 가져다주었다.

 

 대장은 나이가 오십이 넘은 카라반에 평생을 보낸 남자였다. 모두 그를 보고 칼리프라고 불렸다. 그런데 칼리프는 이름이 아니고 하루 다섯 번 씩 알라를 경배하는 예배를 집도하는 제사장을 뜻하는 말이었다. 모든 상인들은 칼리프의 명령에 복종 했다. 그러기에 카라반의 모든 일정과 계획은 인샬라 신의 뜻에 따른 칼리프의 뜻이었다.

 

 대장과 상인들은 나를 카피르라고 불렀다. 누타만에게 카피르가 뭐냐고 물었더니 별로 좋은 눈치가 아니다. 그 이유를 재차 따져 물었더니

 

  ‘카피르는 불신자 즉, 알라신을 믿지 않는 자를 말하지. 코란 경전에 ‘불신자는 반드시 목을 밴다.’라는 구절이 있어. 그러니 조심해.’

 

 아이고? 목숨까지 위험하다니..그 말에 나는 등골이 오싹해 졌다. 그런 나를 누타만이 위로했다.

 

  ‘걱정 하지 마! 넌 죽지 않고 무사히 고려에 도착 할 거야.’

 

  ‘그걸 네가 어찌 알아?’

 

  ‘저 하늘의 별이 그렇게 말해 주고 있어.’

 

  ‘하늘의 별?’

 

  ‘내가 점성술을 봐 줄까?’

 

 누타만은 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커다란 황소 같은 눈을 끔뻑이더니

 

  ‘와! 넌 고려에 가면 아주 유명한 사람이 될 거야. 돈도 왕창 벌고.. 명예도 얻게 되는데 주변에 예쁜 여자도 많고... 와! 이건 완전 의자왕이네.’

 

  ‘의자왕? 너의 나라에도 의자왕이 있었어?’

 

  ‘백제의 삼천궁녀를 거느린 의자왕 말이야.’

 

  ‘....??’

 

 어찌 된 게 한국역사에도 밝은 누타만이다.

 하여간 믿거나 말거나 미래가 좋다니 기분은 좋았다.

 그런데 계속 하늘의 별을 보던 누타만의 얼굴이 어두워 졌다.

 

  ‘그런데 말년이 좋지 않아.’

 

  ‘말년이 안 좋다니?’

 

  ‘넌 누군가에게 끔찍하게 살해당해 죽는데..그 이유가 여자 때문이야.’

 

  ‘뭐라고?’

 

  ‘하여간 고려에 가면 여자를 조심해야해.’

 

  ‘이게 뭔 초치는 소리람?’

 

 그러나 생각해보니 그럴 만도 했다. 여자를 조심 하지 않아서 사막에 버려진 것이고 이런 개고생을 하는 게 아닌가?

 나는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떡이고 있었다.

 

 드디어 한 달간의 여정 끝에 도시가 나타났다. 멀리 사막 저편에 도시의 모습이 보였다.

 도시는 웅장하고 장대 했다. 도시 곳, 곳. 커다란 첨탑과 수많은 높은 집들이 마치 관광 엽서를 보는 듯 했다.

 

 순간, 나는 고려까지 가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도시에도 분명 한국에서 온 교민들이 있을 테고 하다못해 관광객이라도 만날 수 있을 테니 그들의 도움을 받는다면 빠른 시일 내에 한국으로 돌아 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제 낙타 똥이나 줍는 신세도 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옆에 있는 카누만에게 물었다.

 

  ‘저 도시 이름이 뭐야?’

 

  ‘칸두라라고 해.’

 

  ‘칸두라?’

 

  ‘전통과 역사가 있는 도시지.’

 

  ‘그럼 대한민국과 외교가 성립된 나라야?’

 

  ‘외교가 뭐야?’

 

 누타만이 되물었다. 하여간 외교가 되던 안 되든 상관이 없다. 이곳 정부 아니면 아무나라 외교관이나 찾아 가 망명을 신청하면 된다. 경찰서도 상관없지. 요즘은 국제간에 인터폴 등으로 국제 공조가 잘 되어 있으니 금방 구출 될 수 있을 거야. 혹시 이곳이 북한 대사관이 있다면 그건 큰일인데.. 하지만 뭐 같은 민족끼리인데 어쩔려구..’

 

 도시를 철벽을 두르듯 커대한 성으로 들러 쌓여 있었다. 성문 앞에는 창과 칼을 든 병사들이 지키고 있었지만 난 그들이 관광객들을 위한 눈요기 차원에서 서 있는 걸로 알았다. 그런데 막상 성 안으로 들어서니 이건 생각 한 거 보다 전혀 다른 도시의 모습이었다.

 

 도시는 오래된 고대의 건축물로 마치 할리우드의 대형 세트장처럼 세워져 있었다. 살고 있는 사람들마저도 전통복장으로 영화 속 엑스트라 같은 모습 들이었다.

 나는 도시의 광장에 삼삼오오 모여 있는 주민들에게 다가가 물었다.

 

  ‘익스큐즈미! 사우스 코리아 엠바시 유노?’

 

 그들은 뭔 소리냐는 듯 처다 볼 뿐이다.

 

  ‘?’

 

  ‘그럼 정부 청사! 거버먼트 홀?’

 

 역시 꿀 먹은 벙어리 표정들이다.

 

  ‘.....??’

 

  ‘그럼 경찰서는 어디 있어요? 폴리스?’

 

 그들은 모두 약속이라도 한 듯 고개를 젓는다.

 내말을 못 알아듣는 건지 아니면 그런 게 전혀 없는 건지..

 

  ‘모른다고? 없다고?’

 

 그들의 무응답에 난 내 발로 찾기로 했다. 여기저기를 둘러봐도 내가 찾는 건물은 비슷한 거 하나 보이지 않는다. 아니. 그런 건 애당초 없었다.

 

  ‘...?’

 

 무슨 도시가 이 모양이야? 대사관도 정부청사도 경찰서도 없는 도시? 이게 무슨 도시야? 이건 그냥 그림 속에 도시잖아?

 

 나의 애소에 가까운 행동을 눈치 챈 사람들은 모두 한곳을 가리킨다. 높은 첨탑으로 지어진 모스크 건물이다. 이곳 역시 이슬람의 영향권 안에서 모든 인간의 문제들이 알라신의 기도와 경배로 이루어지는 모양이다.

 

 그 뿐이 아니라 도로에는 차가 없다. 시끄럽게 경적 소리를 울리며 달리는 오토바이 한 대 없고 그 흔해 빠진 자전거조차 달리지 않는다. 대신 말과 소, 그리고 당나귀 마차가 여유롭게 달리고 있을 뿐이다.

 

 어디 그 뿐인가? 이 도시는 전기, 통신, 등, 그 어떤 문명의 이기도 볼 수가 없다.

 

 나는 무슨 착각 속에 빠진 것 같은 아니면 고전을 배경으로 한 영화의 장면 속에 뛰어든 느낌이다.

 내가 똥마려운 강아지처럼 여기저기를 헤매고 다니자 누타만이 말했다.

 

  ‘어딜 그리 찾는 거야? 목이 마르면 우물은 저쪽에 있고 오줌이 마려우면 아무데나 으슥한 곳에다 싸버려.’

 나는 불만스럽게 외쳤다.

 

  ‘내가 도대체 어디를 온 거야 있는 거야? 지금이 어느 시대냐고?’

 

 순간, 나는 느낄 수 있었다. 사막에서 죽음의 카운터를 세며 빛과 어둠이 빠르게 교차하던 순간. 잠시 의식을 잃었다가 깨어났을 때 내가 다른 시공간 속으로 옮겨 와 있다는 것을 그때는 인지를 못 한 것이다. 그런 생각이 들자 지금까지 간직한 모든 자의식이 와르르 무너졌다.

 

  ‘와! 세상에 이럴 수가? 그걸 내가 여태 모르고?’

 

 나는 그 자리에서 미친놈처럼 펄펄 뛰었다. 이게 분명 현실이라면 이건 환생인가? 부활인가? 아님 이게 무슨 개 같은 상황인가? 그리고 이걸 어찌 감당해야 한단 말인가? 감당은 할 수 있을까?

 

 결국 이 유령 같은 도시를 떠나며 나는 더욱 혼란의 날들이 계속 되었다.

 

 사막에 누워 별을 보며 잠을 못 이루자 누타만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다가 왔다.

 나는 누타만에게만 털어 놓기로 했다.

 

  ‘나 아무래도 미래에서 온 것 같애.’

 

  ‘미래라면?’

 

  ‘다시 말해 시공을 초월하여 과거로 온 거야. 그야말로 미스터리 한 시추에이션이지.’

 

  ‘무슨 알지 못할 주문을 외우고 그래?’

 

 누타만은 내가 영어를 섞어 말하자 이상한 나라의 주문 정도로 여긴 모양이다.

 

  ‘내가 사는 나라는 리퍼블릭 오브 코리아! 즉 대한민국이고 21세기 인데.. 여긴 그냥 과거고 옛날이야.’

 

  ‘....?’

 

 누타만은 걱정스럽게 나를 바라보며 위로의 말을 건냈다.

 

  ‘여정이 너무 힘 들었나보구나.’

 

 그러나 힘이 들든 안 들든 이미 정해진 운명 속에 들어와 있으니 극복하는 방법 밖에 다른 방법이 없지 않겠는가? 그리고 그 방법은 일단 낙타 똥을 줍던 개똥을 줍더라도 이들의 목적지인 고려로 가야 한 다는 사실이다.

 

 나는 다시 카라반들의 무리에 휩쓸려 파르마 고원을 지나 텐산 산맥을 넘으니 푸른 녹색으로 보이는 풍경으로 바뀌었다. 드디어 중국 땅에 들어 선 것이다. 거금의 두란과 둥탕을 거쳐 서안과 담주에 이르렀다. 담주라고 하면 요즘의 단저우이다. 그러나 요즘의 단저우와는 전혀 다른 도시의 모습이다.

 

 주로 교역은 한 도시를 지날 때 그 곳의 생산품을 다음 도시에 파는 형식 이었다. 두란에서는 약재, 악기, 공작새 등을 아라비아에서 가져 온 수은, 향신료. 유리 공예품 등과 바꾸고 두란의 물건은 거란에서 비단과 옥, 털가죽등이 거래 되었다. 거래수단은 물물교환이 이루어지기도 했지만 다국적의 주화와 동전과 은화, 그리고 해동통보라는 고려의 엽전도 사용 되고 있었다.

 

 담주에 도착해서는 전혀 교역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아무도 물건을 사지도 않고 팔지도 않았다. 이유는 불황이었다. 연이어 삼년간 홍수와 가뭄으로 도시 전체가 폐허가 된 것이다. 주민들은 입에 풀칠조차 하기 힘들어 카라반이 가져 온 진귀한 물품들을 거들떠보지 않았다.

 

 대장과 상인들은 고민에 빠졌다. 담주를 겨냥해 낙타의 등이 휠 정도로 많은 걸 가져 왔는데 그걸 처분하지 못하면 곤란하게 생긴 것이다. 특히 담주인들이 좋아하는 오만 제국의 유리공장에서 가져온 유리잔은 그야말로 산더미 였는데 그걸 팔지 못하다니 그야말로 낭패인 것이다. 나는 그런 걱정으로 가득한 대장에게 접근해서 말했다.

 

  ‘내가 유리잔을 팔 묘책이 있는데요?’

 

  ‘네놈이 무슨 묘책?’

 

  대장은 나를 무시하고 내 말을 들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밑져야 본전이니 내 말이나 한 번 들어 보세요.’

 

 그 말에 다른 상인이 대장에게 말했다.

 

  ‘한번 들어나 보자고요.’

 

 대장은 마지못한 듯 끄떡였다.

 

  ‘저 유리잔의 원가가 얼마 인가요?’

 

  ‘원가야 별로 얼마 되지 않아. 거의 똥값에 가져 왔지.’

 

  ‘그럼 원래 한 개 팔던 가격에 두 개를 주세요.’

 

  ‘뭐? 한 개 값에 두 개를 주라고? 너 미쳤냐?’

 

  ‘어차피 원가를 똥값이었잖아요. 그걸 보고 원 프라스 원이라고 하는데..’

 

  ‘뭔? 프라스?’

 

  ‘한편 미끼상품이라고 하지요. 그걸 빌미로 다른 상품까지 파는 거예요.’

 

 대장이 고심 끝에 결심 한 듯

 

  ‘좋아! 한 개 값에 두 개를 주는 거야.’

 

 다른 상인들도 동조하며

 

  ‘그럽시다. 그걸 무겁게 짊어지고 온 낙타도 이젠 좀 쉬어야지요.’

 

 이래서 카라반 최초의 바켄세일! 대 할인판매가 이뤄졌다. 결과는 대 성공이었다. 그 많던 유리잔을 다 팔아 버린 것이다. 더불어 다른 물건까지 덩달아 팔려 나갔다.

 

 다음날부터 나는 낙타 똥을 줍지 않아도 되었고 하루 정량의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정량의 식사라고 해야 기름에 튀긴 밀가루 빵 한 개와 병아리 콩을 갈아 만든 스프 한 그릇이 전부 이었지만 모든 상인들이 둘러 앉아 담소하며 먹는 식사 자리에 한 구석을 차지하게 되었다.

 

 그 사이 눈이 오고 비가 오고 계절이 서너 번은 바뀐 것 같지만 무려 일 년이나 되는 기간 이었다. 그러나 나는 별로 계절감을 못 느낀 것 같다.

 

 드디어 산동지방의 등주(登州)에서 고려로 가는 배를 탔다. 배는 전 카라반이 타고도 남는 만큼 커다란 배였다. 승객들도 다양 했다. 주로 상인들이 많았지만 공무 중인 관리들과 칼을 찬 무사들. 생업을 찾아가는 장인들, 그리고 분 냄새를 풍기는 수상한 여인들과 재주를 부리는 곡마단들 보였다. 사람들뿐만 아니라 낙타, 소, 양, 돼지, 앵무새 등과 많은 물류들이 가득 실렸다.

 

 배는 순풍에 바람을 타고 쏜살 같이 바다 위를 달렸다.

 그렇게 달리던 배는 예성강의 상류를 거슬러 올라가기 시작했다. 강을 따라 어느 지점에 도달 했을 때 뱃전의 사람들이 한곳을 보며 외쳤다.

 

  ‘와! 벽란도다!’

 

 나도 너무도 반가워 바라보니

 뱃전 넘어 멀리 장대한 포구의 모습이 보였다.

 배는 빠른 속도로 국제항인 벽란도의 포구로 빨려 들어 같다.

 

  ‘드디어 고려에 왔구나.’

 

 나는 마구 가슴이 설레는 마음을 진정하지 못한 채 가까이 다가오는 낮선 포구를 바라보고 서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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