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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이 세계의 1+1은 2가 아니다.
작가 : 요동치는하트
작품등록일 : 2016.8.31

무공과 마법, 과학과 오컬트가 공존하는 시대.
극동반도의 항구도시, 대산시에서 퇴역군인 유지, 광검사 유미, 전투인형 유나는 서가삼랑이라는 낭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런 그들에게 한 의뢰가 들어오는데...
검이 춤추고 화약이 노래하는 슈퍼액션활극, 지금 시작!

 
- Chapter. 6 - 한(恨) (3)
작성일 : 16-09-29 09:52     조회 : 611     추천 : 0     분량 : 43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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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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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미는 뒷좌석에 앉아 좌식으로 운기조식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수라귀구속제어술식을 걸친 상태에서 무리하게 수라마경을 운용한 터라 두 기운이 몸속에서 충돌해 내상을 입었다.

 

 내상은 수라마경의 심공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뒤틀려 꼬인 기맥(氣脈)을 비집고 공포와 통증을 없애주는 대신 폭력과 살육을 갈구하도록 만드는 수라도(修羅道)의 마기(魔氣)가 새어나왔다. 바늘처럼 머리를 쿡쿡 쑤신다. 아프지는 않지만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신경에 거슬렸다.

 

 갈증이 났다. 피를 마시고 싶다. 비릿한 핏물을 들이키며 노린내 풍기는 생고기를 짓씹고, 생물체가 죽어갈 때 부르짖는 구슬픈 비명을 듣고 싶다.

 

 무언가를 부수거나 누군가를 죽인다면 짜증과 욕구가 가라앉겠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유미는 격정을 억누르며 유지에게 배운 ‘바른 마음가짐’을 운용했다.

 

 바른 마음가짐은 몇 안 되는 반도 고유의 최상승심법(最上乘心法) 중 하나로, 유지가 스승으로부터 물려받은 비기(秘技)를 유미에게 가르쳐 준 것이다. 이 심법은 내공을 쌓는 것보다 정신을 가다듬는 심법 본연의 목적에만 치중되어 있어서 유미가 심마를 억누르고 수라마경의 마기를 가라앉히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다.

 

 30분쯤 지나자 들끓던 내기(內氣)도 가라앉고 처절한 전투를 요구하는 싸움귀로서의 욕구도 잦아들었다. 유미는 가는 숨을 내뱉으며 눈을 떴다.

 

 긴장이 풀리고 마음이 편안해지자 배가 고팠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배를 만졌다.

 

 “......”

 

 얼굴을 붉히며 얼른 손을 땠다. 방금 모습을 유지가 봤으면 또 복장이 뒤집히는 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유미는 앞좌석과 뒷좌석의 가운데에 있는 박스의 뚜껑을 열었다. 유지나 유미나 군것질을 자주하는 편이다보니 유나는 언제나 차 안에 사탕이나 과자 같은 것들을 채워놓았다.

 

 가볍게 요기나 할 생각으로 적당히 에너지 보급까지 할 수 있는 초코바를 꺼내는데, 운전석 오른편의 디스플레이에 불이 들어왔다. 전화벨이 울렸다.

 

 통신망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불모지에서도 송수신을 가능케 하는 위성전화기다. 아무래도 낭인일을 하다보면 오지에 갈 일도 많다보니 언제든 외부와 연락을 취하기 위해 설치해둔 것이다. 휴대기는 전파의 출력이 약해 연결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에 차량의 동력원을 직접 끌어다 썼다.

 

 운전석의 화면으로 소녀가 나타났다. 반듯한 양복과 찰랑거리는 양갈래 머리를 본 유미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

 

 “네 년이 무슨 일이지.”

 

 소사 역시 유미를 발견했다. 그녀는 사심 없는 미소를 지었다.

 

 “뭐야, 우리 도화쟁투(桃花爭鬪)의 돈줄이었던 귀여운 혈염도화(血染桃花)잖아?”

 

 유미는 이를 드러냈다. 가지런한 치아 사이로 송곳니가 빛을 낸다. 그녀는 외나무다리에서 원수를 만난 것처럼 소사를 쏘아보았다. 소사는 싱글거리는 웃음으로 유미의 눈빛을 무색하게 만들며 주변을 둘러보는 동작을 취했다.

 

 “유지는? 유지랑 이야기하려고 직접 전화한 건데.”

 

 “유지든 누구든, 너 따위랑 할 이야기는 없어.”

 

 유미의 매몰찬 거절에 소사는 킥 소리를 내며 비웃었다. 고개를 한쪽으로 살짝 꺾고 손가락으로 한쪽 머리를 조금씩 말며 나른하게 말했다.

 

 “나한테 그런 식으로 굴어서 너한테 무슨 이득이 생기지?”

 

 “......”

 

 세로로 찢어진 동공이 깜빡거리며 유미를 마주보았다. 연한 립스틱을 칠한 귀여운 입술 끝에는 비릿한 미소가 걸려있었다.

 

 “그래, 너야 이미 버린 몸이니까 괜찮을 수도 있지. 하지만 유지랑 녀석의 뒤를 졸졸 쫓아다니는 인형씨는 어떨까?”

 

 유미의 손에 잡힌 초코바 봉지가 퍽 소리를 내며 터졌다. 꽉 틀어쥔 유미의 손아귀에서 치약을 짜내는 것처럼 캐러멜과 초콜릿 덩어리가 비어져 나왔다. 그녀는 억눌린 목소리로 말했다.

 

 “......용건을 말해.”

 

 “원래는 유지랑 이야기를 하려고 한 건데...... 이번만큼은 참을까.”

 

 소사는 아쉬운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잠시 뿐, 이내 장난기가 가득한 얼굴이 되어 말을 이었다.

 

 “게다가 이 정보만큼은 유지보다 너한테 가르쳐 주는 게 훨씬 재미있을 것 같거든. 어제 대산시 지부에 뒷조사 의뢰를 넣었었지?”

 

 그 말은 어제 저녁에 유나에게 귀엣말로 들었다. 유미는 인상을 찡그리며 대답했다.

 

 “그 여자에 관련된 정보라면 이제 필요 없어.”

 

 이미 서가삼랑은 밤에 자애를 노리고 일어난 극동도 내전 세력 간의 암투에 휘말려 한바탕 곤욕을 치른 후였다. 권도의 설명도 들었고, 반도로 넘어왔던 비왕당파의 세력도 전멸시켰다. 어제 요청한 정보는 더 이상 쓸모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소사는 고개를 저었다.

 

 “나도 그깟 조그만 섬의 왕족 따위, 관심 없어.”

 

 유미의 단정한 눈썹이 꿈틀거렸다. 유지가 하오문에 맡긴 의뢰는 분명히 자애의 정체나 그녀와 얽힌 인과관계일 터였다. 그런데 왕족 따위에는 관심이 없다니.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감이 안 잡힌다.

 

 소사가 갑자기 물었다.

 

 “대산쌍룡이라는 별호를 알아?”

 

 잠시 생각을 해보았지만 처음 듣는 별호다. 유미는 짜증스럽게 말했다.

 

 “쓸데없이 말 돌리지 말고 용건만 말해.”

 

 “멍청하긴, 자식이 제 부모의 별호도 모르나?”

 

 부모라는 말에 유미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녀는 경직된 목소리로 말했다.

 

 “부모님 이야기가 갑자기 왜 나오지?”

 

 유미는 사실 부모님에 대해 잘 몰랐다. 부모님이 죽었을 때, 그녀는 너무 어렸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몰랐다. 그 이후로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고, 이제 와서 부모님을 떠올리기에는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났다. 그냥 좋은 분들이었다는 것만 어렴풋이 기억날 뿐, 구체적인 기억은 트라우마가 되어 남아있는 돌아가시던 날의 끔찍한 모습밖에 없었다. 이제는 성함이 뭐였는지도 긴가민가하다.

 

 소사의 미소가 짙어졌다.

 

 “별호를 모른다니... 그러면 네 부모가 평범한 사회인이 아니라는 것도 모르겠군. 점점 재미있어지는데.”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냐?”

 

 유미가 화면 앞으로 얼굴을 들이밀었다. 소사는 화면 뒤에서 몸을 빼며 살살 손을 흔들었다.

 

 “그렇게 서두를 필요 없어. 친절하게 설명해 줄 테니.”

 

 유미는 입술을 깨물며 의자에 등을 댔다. 초조한 듯이 검을 쥐고 있는 손에 힘을 넣었다. 그 모습을 보며 소사는 흥미진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소사가 설명을 시작했다.

 

 “예전 대산시에 대산파라는 토박이 조직폭력패가 있었다는 건 아나?”

 

 낭인은 싸움을 업으로 삼는 일이기 때문에 도시의 조직폭력배들과도 접점이 많았다. 타인에게 관심이 없는 유미지만 그녀라도 대산시 조폭들의 이력정도는 안다.

 

 “오래 전에 하야마 일가에게 쓸려나간 일파라는 건 알지.”

 

 “네 부모는 대산파의 간부였어. 행동대장으로 시작했지만 실력이 뛰어나 간부로 발탁된 자들이었지. 대산파 최고의 고수들이라고나 할까? 조폭주제에 대산쌍룡이라는 거창한 별호까지 얻었으니까 말이야.”

 

 몰랐던 사실을 알았지만 별로 중요한 정보는 아니다.

 

 “......그게 지금 나랑 무슨 상관이 있지?”

 

 “진짜 성질 급하네.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

 

 소사는 짜증스럽게 쏘아붙이며 말을 이었다.

 

 “그 때도 극동도에서는 내전이 한창이었지. 대산시는 내전을 피해 넘어온 쓰레기들로 바글거렸어. 하야마 일파도 그 때 반도로 넘어온 놈들이고. 당시 반도 정부는 마교 잔당들을 처리하느라 극동도에서 마구 넘어오는 찌꺼기 같은 놈들을 막을 여력이 없었어. 하지만 그냥 몸뚱이 하나 부지하려고 마구잡이로 넘어온 놈들이 무슨 재주로 정상적인 일을 하겠어? 범죄율이 하늘을 찌르고... 대산시는 곧장 개판이 났지.

 

 그러자 나름 대산시의 터줏대감노릇을 하던 대산파가 나섰어. 안 그래도 하야마 일파를 비롯한 극동도의 야쿠자들이 대산파를 밀어내고 암흑가를 잡아 삼키려 들었거든.

 

 처음에는 대산파가 우위에 있었어. 숫자는 조금 모자랐지만 고수가 많았거든. 특히 네 부모가 큰 활약을 했지. 지역 토박이라는 이점도 있었고 말이야.

 

 그런데...... 네가 알다시피 대산파는 사라졌고 그 자리는 하야마 일가에게 넘어갔어.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그런 결과가 나왔을까?”

 

 소사는 거기서 말을 끊고 빙그레 웃었다. 순수해보이지만 칠흑의 어둠이 엿보이는 미소다. 유미 역시 무언가를 직감했는지 표정이 점점 일그러지고 있었다. 그녀는 주먹을 꽉 쥐었다.

 

 소사가 뱀 같이 혀를 날름거렸다.

 

 “모든 결과는 한 사람 덕분이야. 하야마 일가는 운 좋게 같은 나라출신의 암살자를 고용할 수 있었어.”

 

 반들거리는 요염한 입술이 천천히 열렸다.

 

 “막 넘어와서 반도의 상황을 잘 모르고, 누군가의 치료비를 내기 위해 막대한 금액을 필요로 하는 절정고수를 말이야.”

 

 유미의 머릿속으로 한 가지 잔영이 스쳐지나갔다. 언제나 꾸던 악몽속의 이미지가 뇌리에 박혔다. 검푸른 강철의 주먹으로 부모님을 분쇄하던 사신의 모습이 떠올랐다. 누군가의 모습이 그 위에 덧대어 그려졌다. 얼마 전에 들었던 몇몇 대화와 단어가 떠올랐다. 그것들이 머릿속을 맴돌며 잘 짜인 퍼즐조각처럼 맞춰진다.

 

 결론이 나왔다.

 

 쾅!

 

 유미는 문을 걷어차고 차를 빠져나갔다.

 

 예상했던 반응 그대로다. 의도치 않게 손에 들어온 유흥거리에 흥이 올랐다. 소사는 카메라의 시야 밖으로 빠져나가는 유미의 뒷모습을 보며 악마같이 웃었다.

 

 “자...... 그러면 상처 입은 고양이 씨는 과연 무슨 선택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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