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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오블리비언
작가 : 강냉구
작품등록일 : 2019.8.26

가장 평범한 삶을 살고 싶었는데 바보 같은 짓으로 인해 종군기자가 되었다.
스탠포드 교내 기자로 취재하고 글을 쓰며 졸업 후 타임지 정치부기자가 되려고 했는데,
타임지 건물 앞에도 못 가보고 허망하게,
흔적도 없이 꿈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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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9-08-31 10:41     조회 : 258     추천 : 0     분량 : 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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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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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업이 시작된 지도 모른 채 하루를 그저 차가운 쇠창살 밖에 없는 감옥 속에서 산 기분이었다. 누군가 내 이름을 불러도 나는 나만의 깊은 암흑의 세계에 빠져있었다.

 

  엄마가 아침에 싸준 샌드위치를 억지로 먹었다. 이게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아무것도 느낄 수가 없었다. 미각 또한 잃은 느낌이었다. 원래라면 엄마가 만들어준 샌드위치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고 달콤한 음식이라며 속으로 찬사를 보냈을 텐데 오늘은 엄마한테 미안할 정도로 아무 맛을 느낄 수가 없었다. 또 나는 수업이 끝난 지도 몰랐다. 내 어깨를 거세게 흔드는 패트릭 때문에 수업이 끝났다는 것을 알아버렸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몇 번이나 불렀는데 대답도 없고.” 패트릭은 여전히 좋지 않은 표정이었다.

  “어······ 그러니까······ 온갖 잡생각이 내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는 느낌이야.” 내가 말했다. 내 말에 패트릭과 지미가 한숨을 크게 내뱉었다. “나 먼저 갈게. 내일 얘기하자.” 다시 한 번 내가 말했다. 패트릭과 지미는 내 말에 아무 대꾸도 하지 않은 채로 날 보내줬다.

 

 

  아침과는 다른 느낌의 쥬디 할머니 집 앞. 쥬디 할머니의 집 앞은 조용했다. 집 주변을 지나가는 사람이 없어서 그런지 쥬디 할머니의 유령이 날 보고 있는 것만 같은 느낌에 나도 모르게 소름이 끼쳐왔다. 쥬디 할머니 그게 아니에요. 실수였어요. 쥬디 할머니의 집 앞을 지나가는 내내 속으로 빌었다. 제 발 저린 도둑놈처럼 살금살금 걸었다. 나의 값싼 노력이 결실을 맺기라도 한 듯 집으로 가는 내내 아는 사람이라고는 먼지 한 톨 만큼도 만나지 않았다.

 

  그래봤자 뭐해. 나는 지금 집 앞에서 집에 들어가기를 망설이고 있을 뿐인데. 엄마가 알고 있으면 어떡하지? 아빠가 알고 있으면 어떡하지? 엄마랑 쥬디 할머니는 피란츠 아저씨네 빵집에서 자주 만났는데······ 엄마가 피란츠 아저씨한테서 쥬디 할머니가 살해당했다는 걸 듣게 되면 어떡하지? 탄광은 시장터보다 마을 얘기가 더 많이 오고 가는데······ 아빠가 탄광에서 쥬디 할머니가 살해당했다는 걸 듣게 되면 어떡하지? 아니야, 내가 이럴수록 의심만 받게 된다고. 하지만 나를 의심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괜히 제 발 저린 꼴이 됐다.

 

  집에 들어서자 엄마의 애플파이 향기가 온 집안에 퍼졌다. 향기를 맡자마자 쥬디 할머니 생각은 다 잊어버릴 정도의 달콤한 향기였다. 향기에 취한다는 말이 이런 걸 표현하나 싶었다. 나는 그 달콤한 향기에 취해 엄마와 애플파이가 있는 주방으로 향했다. 오븐 앞에 서 있는 엄마를 불렀다. “엄마” 엄마는 내 목소리를 듣지 못 했는지 아무 반응이 없다. “엄마!” 나는 다시 한 번 소리쳤다.

 

  내 목소리에 흠칫 놀란 엄마가 뒤를 돌아 나를 보고 말했다. “어, 데이빗 왔니? 어서 손 씻고, 애플파이 맛 좀 보렴.” 엄마가 말했다.

 

  나는 엄마의 말 대로 화장실에 가서 손을 비누칠까지 하며 깨끗이 씻고, 주방으로 갔다. 테이블 위에는 엄마가 좋아하는 꽃이 그려진 접시 위에 정갈하게 올려져있는 애플파이가 있었다. 나는 애플파이를 큼지막하게 한 입 베어 먹었다.

 

  “엄마의 애플파이는 언제 먹어도 맛있어요.”

 

  진심이었다. 언제 먹어도 엄마가 만든 애플파이는 정말 맛있었다.

 

  나를 보고 미소를 짓는 엄마가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럼 많이 먹으렴.”

 

  평소와 다를 거 없는 엄마를 보고 나는 생각했다. 분명 쥬디 할머니가 죽은 걸 모를 거야. 아빠도 절대 알면 안 돼. 이런 저런 생각에 빠진 나의 정신을 바로세우는 건 엄마의 목소리도 애플파이도 아닌 집 안에 울려 퍼지는 초인종 소리였다. 엄마는 초인종 소리를 듣고 테이블 의자에서 일어나 현관으로 향했다.

 

  “누구세요?” 엄마가 말했다.

  “나야, 나. 로사.”

 

  로사 아줌마였다. 엄마는 로사 아줌마의 말에 문을 활짝 열었다.

 

  “이게 무슨 냄새야?”

  “애플파이 구워봤는데 먹을래?”

  “애플파이? 자기 그 소식 못 들었구나. 쥬디 할머니 살해당했어.”

  “뭐? 쥬디 할머니가? 언제? 왜!”

  “그야 모르지. 사람들 말로는 어제 저녁식사 하기 전에 살해당했다고 하는데 모르겠어. 유리창이 깨져있었고, 쥬디 할머니는 묶여있었대.” 로사 아줌마가 말했다.

 

  엄마는 로사 아줌마의 말에 크게 충격 받았었다.

 

  “좋은 분 이셨는데······.”

  “내일 쥬디 할머니 장례식이래. 할머니 마지막 만찬이 피란츠씨 빵집에 호두파이였대. 그래서 피란츠씨가 장례식에 호두파이를 구워간다고 하더라.” 로사 아줌마가 말했다. 엄마는 로사 아줌마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엄마와 로사 아줌마의 대화를 듣고 차마 입 안에 있던 애플파이를 삼키지도 못 하고 가시방석에 앉은 마냥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 한 채로 앉아있었다. 온 몸은 굳어있는데 등에서는 식은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그런 나를 본 로사 아줌마는 “데이빗 어디 아프니?”라는 짧은 말만 하고는 집을 나갔다.

  “데이빗, 어디 아파?” 엄마가 나를 보며 말 했다.

  “아니에요. 그냥, 쥬디 할머니가 돌아가신 게 믿기지가 않아서······.” 내가 말 했다. 가식은 아니었다. 만약 우리가 유리창을 깨트리지만 않았더라면 정말 안타까워했을 것이다. 내 말에 엄마는 정말 좋은 분이었는데 안타깝다며 힘이 빠진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저녁이 될 때까지 나는 그냥 침대 위에만 누워있었다.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채로 침대 위에만 누워 뜬 눈으로 천장만 바라보고 있는 내가 걱정이 된 엄마는 내게 정말 어디 아픈 거냐며 이마에 손을 얹어보기도 하고 무슨 일이 있냐며 침대 맡에 앉아 묻기도 했지만, 나는 별 다른 말을 하지 못한 채 너무 피곤하다는 말밖에 할 수가 없었다. 엄마는 내가 걱정이 되지만 피곤하다는 내 말에 그럼 잘 자고 내일 보자는 말을 남기고선 방을 나갔다.

 

  한참이 지나고서 소리가 들렸다. 아빠가 오는 소리에 나는 감았던 눈을 뜨고 방을 나섰다. 계단을 한 발자국 내려갈 때마다 엄마와 아빠의 목소리는 더욱 더 커져만 갔다. 제발, 쥬디 할머니 얘기는 하지 않았으면, 빌도 또 빌었다. 태어나서 무언가를 애타게 원하고 비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어, 데이빗 깼어?” 엄마가 말했다.

  “잠이 안와서 그냥 눈 감고 있었어요.”

 

  내 말을 끝나기도 무섭게 우려했던 일이 현실이 되어버렸다.

 

  “당신 그거 들었어요? 쥬디 할머니 집에 괴한이 침입했대요. 그래서 할머니 돌아가셨대요.”

  나는 이 순간 엄마가 정말 미워졌다. 패트릭만큼 미운 건 아니지만 엄마가 정말 미웠다.

  “내일 장례식인데 데이빗 데리고 가봐야겠어요.” 엄마가 말했다. 엄마의 말에 난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었다.

 

  쥬디 할머니의 장례식은 마을 축제라도 되는 마냥 많은 마을 사람들이 참여했다. 이렇게나 많은 마을 사람들 중 패트릭과 지미가 있겠지 하는 마음에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보이는 건 지겹게 봤던 수잔 뿐이었다.

 

  “데이빗. 안 올 거 같더니 왔네?” 수잔이 말했다. 수잔의 말투는 언제나 기분이 나쁘다. 하지만 패트릭 보다는 기분이 나쁜 편은 아니었다. 패트릭보다 더 기분 나쁜 사람이 있다는 것은 상상하기도 싫은 것이었다.

  “엄마가 오자고 해서.”

  “너도 왔으니 패트릭이나 지미도 올 줄 알았는데 안 오네. 반 친구들은 너랑 나 뿐 인가봐.” 수잔이 말했다. 수잔의 말에 주위를 두리번거렸는데, 수잔의 말처럼 반 친구들은 나와 수잔 뿐이었다. 역시 내 예상대로 쥬디 할머니가 돌아가신 건 그저 단순한 가십 거리에 미치지 않았다.

  “그래도 피란츠 아저씨 호두파이 먹으러 온 생각 없는 사람은 없어서 다행이야.”

  나도 모르게 수잔의 말에 공감이 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 수잔은 할머니가 묶어 준 머리끈이라고 주머니에서 꺼낸 끈 하나를 내게 보여주었다. “내가 어렸을 때 할머니가 이 머리 끈으로 머리를 묶어줬어.”

  지금도 어린 수잔이 어렸을 때라고 하는 말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뭐야, 뭐가 재밌어?” 수잔이 물었다. 내가 대답이 없자 수잔은 이어 말하기 시작했다. “아 맞다. 패트릭 괜찮은 거야? 얼마 전에 톰이랑 싸웠잖아. 친구들 말로는 톰이 패트릭 머리가지고 놀렸다는데 선생님은 패트릭을 혼냈다며.” 수잔이 물었다. 패트릭이 지금 이 자리에 있다면, 수잔이 자신을 걱정해줬다고 큰 감동을 먹었을 것이다.

  “그 녀석 괜찮아. 단순해서 그 일은 잊었을 거야. 걱정할 필요 없어.”

  “알았어. 나는 이만 엄마한테 가봐야겠어. 학교에서 봐.”

 

  수잔이 떠나자 나도 엄마와 아빠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패트릭은 당연 그 일을 잊은 지 오래이다. 패트릭이나 지미나 나나 온통 머릿속에는 쥬디 할머니뿐이었다.

 

  저 멀리서 엄마와 로사 아줌마가 보였다. 아빠는 어디 간 건지 머리카락 한 가닥도 보일 생각을 하지 않는다. 엄마 옆으로 가자 엄마와 로사 아줌마의 대화소리를 더 자세히 들을 수가 있었다.

 

  “할머니 아들 분은 안 왔대요?”

  “안 왔대요. 아들이라면 얼굴을 비춰야 될 텐데 뭐가 바쁘다고 안 오는 건지······.”

  “불효도 그런 불효가 없지.”

 

  엄마가 운을 떼기도 전에 치고 들어오는 로사의 아줌마였다. 쥬디 할머니의 집안 사정을 잘 모르는 나로서도 로사 아줌마의 말에 크게 공감이 갔다. 만약 내가 죽었는데 내 자식이 오지도 않는다면 정말 서러울 거 같다.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겠지.

 

 

 

  “잘 지냈어?”

 

  교실에 도착하자마자 나를 발견한 지미가 내게 다가와 잘 지냈냐고 안부를 묻는다. 나는 그런 지미의 안부에 해줄 말이 없었다. ‘그래, 안녕. 너도 잘 지냈니?’ 이건 너무 이상하잖아. 뒤늦게 고개를 끄덕였다. 지미는 나의 끄덕임에 알겠다는 듯이 자리로 돌아갔다. 나는 그런 지미가 의자에 착석하고 나서야 내 자리로 갈 수 있었다. 가방을 책상 걸이에 걸어놓고 나는 몸을 숙여 책을 꺼냈다. 교실 주변을 둘러보았다.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학교는 얼마 지나지 않아 평화가 찾아왔다. 나도 그들처럼 아무 일 없다는 듯이 평화롭게 하루를 보내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우리는 긴장의 연속이었다. 그런 나를 지켜보고만 있었던 패트릭과 지미는 나와 눈이 마주침과 동시에 내게 다가왔다. 터벅터벅 걷는 그들의 발걸음 소리조차 내 귀에는 폭격 소리처럼 크게 들렸고, 한 발자국 내딛을 때 마다 내 심장이 쿵쾅쿵쾅 소리를 내며 뛰었다.

 

  “너희가 잘 지냈다면, 나도 잘 지냈고, 너희가 잘 못 지냈다면, 나도 잘 못 지냈어.” 패트릭 녀석의 말에 나와 지미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방과 후에 이야기 좀 하자.” 내가 말했다.

 

  내 말이 끝남과 동시에 교실 문이 열리고 존 선생님이 들어왔다. 패트릭과 지미는 자리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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