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하중
‘김종악’ 이 이름은 나에게 잊을 수 없는 이름이다.
그날 종선이의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도중 정신을 잃었다.
아마 종선이가 음료에 약을 타놓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난 놈을 원망하거나, 다시 집으로 돌아가 찾지도 않았다.
사실 그 상황이 너무 두려웠기 때문이다. 더 이상 내게 그 돈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내가 사람을 죽였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드러나는 게 더 두려웠을 뿐이다.
그날 눈을 떠 시골길에서 일어났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혹시 종선 이놈이 내가 사람을 죽였다는 걸 눈치챘는가이다.
하지만 쪽지 내용을 살펴보니 다행히 눈치는 못 챈 것 같았다.
내가 종선이의 차를 탔을 때, 마음이 진정되면서 내가 사람을 죽였다는 사실이 금방 들킬 것 같아 패닉에 빠질뻔했었다. 만약 종선이가 나에게 수면제가 든 음료를 주지 않았다면 난 순간 정신이 나가서 놈에게 전부 실토했었을 수도 있었다.
차라리 놈이 그런 마음을 먹고 날 버린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난 어딘지 알지도 못하는 시골길에서 집에 돌아갈 방법을 찾다가 지나가는 트럭 한 대를 불러 세우고 길을 잃었다고 자초지종 설명을 하니 찝찝한 표정으로 날 근처까지 데려다주었다. 감사한 마음으로 가져온 식료품 박스를 주었고, 농부는 고마워했다.
처음에는 매일 집에 박혀있으며 공포에 떨었다.
매일 밤 9시 뉴스를 떨면서 보았고 혹시나 그 화가의 얘기가 나올까 봐 가슴 졸였다.
하지만 어째서인가 3년이 지나도 화가의 얘기는 뉴스에 나오지 않았고, 그 사이에 뉴스에 보도된 살인사건은 몇 건 있었지만 화가와 관련된 내용은 전혀 없었다.
그 화가를 돌봐주던 사람은 어떻게 된 지 모르겠다. 어쩌면 이제 그 사람은 그 집에 온다고 하지 않았을 때 내가 살인을 저지른 것 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하늘이 도왔고, 3년이 지나고부터 난 두려움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방금 TV에서 나왔던 작품을 포함에 세 작품이 세상에 나왔다고 헀다. 그중 내가 숨겼던 가족이라는 작품이 있었다.
하지만 분명히 내가 숨겼는데 어떻게 저기에 나와있는지 모르겠다.
어쩌면 그 화가의 모조품일 수도 있고 아니면, 화가 집에 있는 게 복사품이었고 본품은 이미 보냈었을 수도 있다.
난 그렇게 믿으며 차에 몸을 실었다.
이 차도 사채업자 놈들이 뺏어가려 했지만 다행히 명의를 바꿔놓고 집과 멀리 떨어진 공터에 세워났기 때문에 아직 눈치를 못 챘다.
사실 가져갔어도 얼마 못 받았겠지만, 내가 가진 가장 비싼 물건이며 가장 필요한 물건이다.
10년이나 지났지만 차를 타고 가는 이 길은 잊을 수가 없다. 종선이 놈의 차를 타고 가다가 중간에 졸았긴 했지만, 어째서인가 너무나도 익숙한 길이다.
그때 주차했던 곳에 똑같이 주차하고 난 산 윗집을 향해 올라가기 시작했다.
어쩐지 발걸음이 가볍다. 난 엄청난 금액이 당첨된 복권을 들고 은행에 교환하러 가는 심정이 지금의 나와 비슷하다는 생각에 웃음까지 나왔다.
기다려라.. 내 인생은 오늘부터 시작이다.